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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25화 (1,025/1,214)
  • 1025화.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 순간 언무사와 백소천은 조각상 앞에 도착했다. 언무사는 곤오대검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 호족 조령 조각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검신의 영문이 번득이더니 눈부신 금색 검망이 강력한 힘을 뿜어내며 떨어졌다.

    꽈르릉!

    폭발음과 함께 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연기 속에서 언무사의 곤오검은 튕겨 나왔다. 반구(半球) 형태의 암홍색 금제 광막이 제단에 나타나 조령 조각상을 단단히 보호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금제를 본 언무사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역시 쉽지 않겠어.’

    백소천이 시도해보려 하는데, 금제 안 조령 조각상의 두 눈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번득였다. 비릿한 웃음은 그들의 공격을 비웃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쓰기도 전에 제단의 돌기둥에서 떠오른 몇 줄기 암홍색 광망이 두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언무사가 서둘러 검을 들어 막았는데, 붉은 빛이 검신에 닿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를 본 언무사는 속이 쓰렸다.

    “금강호체!”

    백소천의 외침과 함께 그와 언무사 주위에 금빛이 반짝이더니 빠르게 금강 법상이 나타나 그들을 보호하여 간신히 붉은 빛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것은 화생사의 방어 비술 금강호체로, 자신과 동료들에게 가히 난공불락이라 할 수 있는 불문 금강의 방어를 더해준다.

    뒤이어 백소천이 금빛 찬란한 항마 지팡이를 꺼내 강하게 내리쳤다.

    꽈릉!

    마른하늘에 천둥이 쳤다!

    만 장 크기의 노을빛 아래, 백 장 길이의 거대한 지팡이 허상이 하늘에 나타나 하늘을 떠받치는 신병처럼 금제 광막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언무사가 반대쪽으로 날아가 곤오검에서 수십 장 길이의 찬란한 검광을 뿜어내면서 조각상 금제의 반대쪽을 강하게 내리쳤다.

    두 사람이 공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때, 줄어들었던 금제 광막이 갑자기 팽창하면서 거대한 힘을 뿜어내 곧장 백소천을 향해 날아갔다.

    이 광경을 본 유소짐은 표정이 풀어지더니 허공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두 줄기 붉은 빛의 칼날이 날아가 언무사와 백소천을 베려 했다. 그러나 전방에서 채찍이 날아와 칼날을 부쉈고, 심협이 다시 유소짐의 앞에 섰다.

    “그렇게도 살기 싫더냐! 오냐, 오늘 네 원대로 해주마!”

    유소짐의 눈에 악기가 들어차며 잔상이 되어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두 팔이 몇 배로 굵어지자 두 개의 굵은 여우 발톱이 되었다. 근육은 팽창하여 심협의 팔보다 더 흉악하고 강해 보였다.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열 개의 손톱이 차가운 빛을 번쩍이며 심협의 가슴을 베러 날아들었다.

    심협의 눈이 가늘어지며 전신편으로 겹겹의 채찍 허상을 만들어 몸을 보호했다.

    노란 그림자가 그의 뒤에서 번쩍이더니 모두 회복된 천살시왕이 순식간에 집채만 해진 번천인을 휘휘 돌리며 유소짐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유소짐은 이를 보고도 차갑게 비웃었고, 붉은 빛에 휩싸인 여우 손톱을 뻗어 곧바로 번천인을 잡았다.

    뎅!

    금속 충돌음이 울려 퍼지면서 눈부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번천인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이어 유소짐은 남은 손끝에서 붉은 빛의 칼날을 뿜어내 곧장 빼곡한 채찍의 허상을 향해 휘둘렀다. 종이를 찢듯 모든 채찍 허상이 찢겨 나가자 전신편도 뒤로 튕겨 나갔다.

    심협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는데, 눈앞에 강풍이 불어오며 희미한 여우 손톱이 나타나 신병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

    깜짝 놀란 그는 간신히 두 주먹을 휘둘러 두 여우 손톱을 맞받아쳤다.

    펑!

    굉음이 울려 퍼졌고, 심협은 두 주먹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몇 줄기나 생겨나 있었다. 다시 뒤로 날아간 그는 제단 근처 돌벽에 꽂혔다.

    이미 만신창이였던 제단은 이번 일격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심협의 현양화마는 몸이 매우 강인하여 이런 충격으로는 작은 상처가 생기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머릿속은 핑 돌았다.

    그가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붉은색 여우 꼬리가 팔을 강하게 조여오는 동시에 앞에서 허상이 반짝이더니 유소짐이 귀신처럼 다시 나타났다. 그는 한 손으로는 심협의 어깨를, 다른 손은 허벅지를 잡았다.

    그녀의 모습은 이미 본래의 두 배 이상으로 거대해졌고, 두 발과 몸은 기이할 정도로 두꺼워졌으며, 두 눈도 붉게 빛났다. 몸 뒤에서 흔들리는 아홉 개의 꼬리까지 더해지니 마치 상고의 호조가 강림한 것 같았다.

    “죽어라!”

    유소짐은 두 눈에서 흉광을 번득이며 두 팔을 휘둘렀다.

    모든 뼈가 부서지는 듯한 콰직 하는 소리가 울리며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고, 심협은 현양화마 신통을 운공하여 유소짐의 팔을 움켜쥐었다. 이제 힘 대결이 벌어질 판이었다.

    하지만 현재 유소짐의 힘은 산을 쪼개고 바다를 뒤집을 것처럼 강해서 심협의 양팔은 쉽게 벌어졌고, 온몸의 금빛과 검은 빛도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이것이 천존기의 호족의 힘인가! 이렇게 죽는 건가? 아니! 난 아직 할 일이 많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그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내 이를 악물었다. 두 눈이 순식간에 붉게 번득이더니 몸에서 어두운 불꽃이 솟아올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전 안의 열여섯 자루 순양검이 억눌러 오던 치우 무결을 운공한 것이었다. 경맥 안에 숨겨져 있던 마기가 갑자기 모두 발동하더니 현양화마의 변신에 주입되었다.

    현양화마 신통은 음양이기병 안 음양의 힘을 이용하여 마기와 법력을 융합하는 신통이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었다. 선, 마 두 종류의 힘이 기본적인 균형을 이뤄야 했기에 변신할 때마다 심협은 일부의 마기만 조절하여 사용해 왔다. 마기를 더 끌어 올리면 변신이 제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사의 갈림길에 몰리자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우선 살아남는 게 급선무였다.

    심협의 몸 곳곳에서 파지직 하는 폭발음이 울리더니 두 주먹의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됐고, 열 개의 손톱에서는 더 기다란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났다. 손톱에는 검은색 무늬가 가득해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하지만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치우무결이 제어를 잃고 전속력으로 운공되자 음살 속성의 원기가 사방에서 몰려와 그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체내의 마기가 빠르게 늘어나자 심협의 몸이 다시 커졌다. 온몸에는 칠흑색 마문이 가득했다. 선화한 반쪽 몸도 이렇게 변하여 마치 칠흑의 마갑을 입은 것 같았다.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방대한 기운이 몸에서 폭발했고, 불안정한 낌새는 없었다.

    심협의 몸에서 일어난 변화는 복잡해 보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의 몸이 몇 배나 단단해지자 유소짐의 힘으로도 찢을 수 없었다.

    “크아아!”

    심협이 포효하자 두 팔이 검은 뱀처럼 튀어나왔다. 그는 손을 돌려 유소짐의 두 팔을 잡았는데, 손끝에서 칠흑 같은 조망이 폭발했다.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유소짐의 팔에는 뼈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났고, 피가 튀었다.

    그 순간, 심협의 허리에서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붉은 빛이 튀어나와 유소짐의 피 몇 방울을 감싸더니 다시 빠르게 사라졌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유소짐이 격노하고는 두 팔을 떨며 반격하려는 순간, 부드러운 피리 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마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같은 곡조에 두 눈이 흐려지고 몸이 약하게 떨렸다.

    심협은 두 눈이 붉게 번득였지만, 이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아서 조비극을 힐끗 보더니 곧바로 유소짐의 손과 여우 꼬리에서 벗어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왔다.

    그는 도망치지 않고 순식간에 유소짐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향해 마조를 휘둘렀다. 허공에 몇 줄기 검은 흔적이 나타났다.

    그때, 유소짐의 눈이 붉게 빛나더니 바로 정신을 되찾았고,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러 그 잔상으로 심협의 날카로운 손톱을 막았다.

    펑!

    굉음과 함께 두 개의 날카로운 손톱이 서로 충돌했다.

    심협의 몸이 흔들리며 뒤로 날아갔고, 유소짐도 몇 걸음 물러났다. 그야말로 호각지세였다.

    진선 수사와 겨뤄서 비겼다니, 유소점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환영이 되어 심협을 향해 달려들며 양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백 개의 붉은 손톱 허상이 허공을 뒤덮으며 날아갔다.

    그녀는 아홉 개의 붉은색 여우 꼬리도 흔들었는데,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붉은 불꽃이 타올라 심협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불꽃은 매우 기이해 보여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기에, 심협은 두 발에서 뇌광을 뿜어내는 동시에 열석보를 시전했다. 폭발음과 함께 검은 허상이 되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유소짐의 모든 공격은 헛수고가 되었다.

    열석보를 사용하려면 육신이 더없이 강력해야 하는데, 현양화마로 변신한 덕에 이번 열석보의 속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유소짐이 차갑게 비웃고는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심협의 흔적을 찾았다.

    한데 그때, 부드러운 피리 소리가 다시 유소짐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고, 그녀는 일순 우뚝 멈췄다.

    그 순간, 심협이 뒤에서 나타나 양손 끝에서 두 줄기 검은색 조망을 발사해 좌우로 유소짐의 머리를 베었다.

    먼 곳에 있던 거대한 여우 허상은 유소짐의 위기를 보고, 앞을 막아선 훼멸명왕을 떨쳐내고는 곧장 날아오려 했다.

    하지만 훼멸명왕의 쌍목뢰광이 번쩍이더니 뇌신이 강림한 것처럼 명왕의 몸에 커다란 보라색 번개가 떠올랐고, 동시에 속도도 배로 빨라져 여우 법상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거대한 두 개의 몸이 제단으로 날아가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유소짐은 지진 같은 진동에 몸이 흔들리면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신을 차렸고, 곧장 입을 벌려 포효했다. 마치 맹호의 포효처럼 거센 음파가 뿜어져 나갔다.

    심협이 가장 먼저 그 포효에 휩쓸려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올랐고, 목을 베려던 조망은 방향이 틀어지면서 유소짐의 팔에 두 줄의 상처가 생겼다.

    이와 동시에 심협의 눈앞에서 붉은 손톱이 번득이더니 그의 가슴을 두들겼다.

    콰쾅!

    굉음과 함께 심협은 훌훌 날아가 제단 근처의 벽에 처박혔고,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유소짐은 심협을 쫓아가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 먼 곳에 있는 조비극을 향해 다시 음파를 뿜어냈다. 장룡적의 피리 소리는 썩은 나무처럼 부서졌고 조비극은 비명과 함께 날아갔다. 온몸에서 타오르던 검은 불꽃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눈빛이 흐려졌고, 그대로 벽에 충돌하며 정신을 잃었다.

    차갑게 비웃은 유소짐은 조비극을 무시한 채 곧장 심협에게로 달려들었다. 오른손으로 허공을 잡자 손에서 은빛이 반짝였는데, 설백의 은거울이었다.

    무수한 은백의 폭설이 쏟아져 심협의 몸을 뒤덮었다. 심협은 시야가 눈송이에 가려져서 한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가 술법으로 은색의 폭설을 파훼하려는 순간, 한 줄기 은빛이 눈보라를 뚫고 날아왔다. 바로 유소짐의 은색 지팡이였다. 지팡이에서 폭증한 날카로운 기운이 심협의 심장을 노리고 장검처럼 곧장 찔러왔다.

    심협의 눈이 번득이더니 양손으로 기이한 수인을 맺었고, 미간에서 정광이 반짝이더니 이 하얀 빛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다음 순간, 심협의 몸이 흐릿해지며 훼멸명왕이 그 앞에 나타나 들고 있던 열일전부로 유소짐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반격했다.

    심협 자신은 청구산 중턱에 나타났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거대 여우 법상이 그를 보고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은 천언진경에 기록되어 있던 언갑 비술, 공수역위(攻守易位)로, 순식간에 자신이 조종하는 언갑과 위치를 바꾸는 비술이었다. 다만 이 신통을 사용하려면 신혼이 최소 태을기에 도달해야 했고, 소모가 컸다.

    심협은 곧장 축지척을 꺼내 움켜쥐었다. 축지척에서 초록색 빛이 강하게 번득이더니 그의 몸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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