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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22화 (1,022/1,214)

1022화. 인간족이냐 아니면 마족이냐?

도광이 번쩍이며 눈부신 광망이 허공을 갈랐다. 키가 큰 회의인은 현화마살진을 발동하기 위해 팔 하나를 바쳤고, 심협이 진을 부술 때 부상을 당한 터라 현재 자신을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겁에 질린 표정의 그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른 두 명의 회의인이 마침내 도착했고, 좌우로 그의 앞을 보호하며 섰다. 한 명은 주먹을, 다른 한 명은 손바닥을 내밀어 각자 권강(拳罡)과 장풍(掌風)을 날려 떨어지는 도광을 맞이했다.

쾅!

이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초록빛 도광이 단숨에 부서졌다.

세 명의 회의인은 이를 보고 기뻐했으나, 어느새 금광이 몰려들었고, 마기를 완전히 제거한 열 자루 순양비검이 금광검진을 펼쳐 그들을 뒤덮었다. 검진은 검의 감옥이 되어 세 사람을 중앙에 묶어뒀다.

“이런, 당했다!”

방금 그 도광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은 심협의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가 자신들을 묶어두기 위한 속임수였음을 이들은 그제야 눈치챘다. 심협의 진짜 목표는 유소짐인 것이었다.

심협은 세 사람을 내버려둔 채 몸을 돌려서 유소짐을 향해 질주했다.

이를 본 유소짐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현재 그녀는 도산설 체내의 모든 호조의 힘을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힘을 얻었다. 한데 도산설과 달리 야수화 반조 현상의 조짐조차 없이 외모가 조금 더 젊어지고 아름다워진 상태였다.

심협이 도를 휘두르자 유소짐은 한 손을 들어 가볍게 내밀었다.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암홍색 광망이 거대한 붉은 여우 발톱 모양이 되어 허공을 막았다.

심협이 명홍도의 7할 정도 힘을 사용하자 뿜어져 나오는 도광이 극광(極光, 오로라)처럼 흘렀다. 도광이 허공을 베며 붉은 발톱에 떨어지자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공불락의 날카로운 도의 날이 이번에는 그녀의 손에 막혀 버렸다.

명홍도와 붉은 손톱이 충돌한 곳에는 붉은색 실 같은 광흔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그것은 가늘어 보이지만 매우 단단하여 도의 날과 마찰하는 곳에서 끊임없이 불꽃이 튀었다. 그럼에도 부서지지 않았다.

‘한 손으로 명홍도를 막다니, 태을 후기 정도의 실력인가……?’

심협은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러나 물러나기에는 이미 늦었다. 도산설을 반드시 구해내야 했다.

“부서져라!”

심협이 이를 악물고 힘을 더하자 명홍도는 달갑지 않다는 듯 소리를 내며 떨리더니 도광을 더욱 강하게 뿜어냈다.

그때였다. 이미 쇠약해져 저항할 힘조차 없어 보이던 도산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사슬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사슬은 땅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녀의 팔과 발목의 살에 깊게 파고든 상태라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법진 옆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하얀 빛이 나타나 새하얀 도광으로 번개처럼 도산설의 몸을 묶은 사슬을 베었다.

콰직!

단단하던 사슬이 부서졌고, 하얀 빛이 도산설과 함께 순식간에 법진을 빠져나가 멀리 날아갔다. 당연히 호조의 힘도 더는 유소짐에게 흡수되지 않았다.

“네 이놈!”

유소짐이 분노하며 기운을 순식간에 폭증시키더니 붉은 발톱에서 강력한 충격파를 뿜어내 명홍도와 심협을 동시에 멀리 날려 버렸다.

이와 동시에 그녀는 재빨리 돌아서서 하얀 빛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하얀 빛은 반응은 매우 빨라서 기세가 폭발하는 순간 토둔술을 이용해 땅으로 파고들어 가려 했다. 하지만 충격파가 등에 꽂히자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욱!”

그는 도산설의 몸 위로 피를 토했다. 몸의 하얀 빛도 완전히 사라졌는데, 그는 바로 호불귀였다!

호불귀는 기운이 불안정해진 상태로도 꾹 참으며 토둔술을 완성하였다. 노란 빛이 몸을 감싸더니 땅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유소짐이 쫓아가려 했지만 심협이 다시 그녀의 앞을 막았다.

“이놈!”

유소짐이 분노로 눈이 뒤집힌 모습을 본 심협은 가슴이 철렁했다. 현재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태을 후기를 훨씬 초월했기 때문이다. 비할 바 없이 강력하고 실제 같은 압박감은 천존의 경지에 근접해 있었다.

하지만 심협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옆에 훼멸명왕 언갑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더니 명홍도를 받아 들었고, 다른 손에는 열일전부를 들어 경계에 집중했다.

심협은 다시 전신편을 꺼내 손에 꽉 쥐었다.

현재 그의 신혼의 힘은 크게 늘어나 조종실로 들어가지 않고도 훼멸명왕 언갑을 조종할 수 있었다.

유소짐은 도산설을 쫓아가는 것이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분노가 오롯이 심협에게 쏟아졌다. 날카로워진 그녀의 눈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죽여주마!”

유소짐은 분노의 일갈과 함께 심협을 손으로 내리쳤다.

거대한 혈홍색 손바닥이 순식간에 허공을 짓누르더니 그대로 무너트리며 압박해왔다.

심협은 감히 받아낼 생각도 못 하고 피하려 했지만, 마치 갇힌 것처럼 추운축전화와 사월보를 시전해도 손바닥이 뒤덮은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훼멸명왕 언갑이 앞으로 나서며 도와 도끼를 서로 교차하여 머리 위를 막았다.

쾅!

훼멸명왕의 몸이 크게 흔들리고 몸에서는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강력한 힘이 산 전체를 뒤흔들어 제단 밖까지 굉음을 울리며 크게 흔들렸고, 땅은 거미줄처럼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훼멸명왕 언갑의 두 발은 칼날처럼 바위에 꽂혔다.

이전에 치우와 싸워본 적이 있는 심협은 천존 경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한데 핏빛 손바닥의 일격은 생각보다 훨씬 약했다.

‘이 힘을 얻은 지 얼마 안 돼 본래의 혼백이 아직 적응을 못 했으니 힘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심협은 약간이나마 자신감이 생겼다.

훼멸명왕의 두 눈에서 보라색 뇌광이 번쩍이더니 멸세쌍목이 순식간에 발동하여 두 줄기 보라색 뇌광이 유소짐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유소짐은 은색 지팡이를 들어서 앞을 막았다.

두 줄기 뇌광은 어디로 빗겨나가지도 않고 은색 지팡이로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은색 지팡이의 부문이 순식간에 번득이며 겉에 은빛 방패를 만들어내 보라색 뇌광의 폭발 파동을 막아냈다.

꽈르릉!

은색 방패가 폭발했고, 멸세쌍목의 여파도 완전히 사라졌다.

전신편을 들고 유소짐을 쫓아가려던 심협은 움찔 몸을 멈추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금광검진 쪽을 돌아봤다.

펑!

폭발음과 함께 금광검진의 광망이 사라졌고, 비검들 또한 흩어졌다. 회의인들이 안에서 파훼한 것이다.

검진의 감옥에서 회의를 입은 세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중 노인이 심협과 유소짐을 둘러보고는 바로 명했다.

“가자!”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둔술을 시전하여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협은 저들이 호불귀와 도산설을 쫓아간 것이라 생각해 조급해졌다.

반면 유소짐은 그저 가볍게 비웃더니 바로 심협을 공격해왔다.

경지가 폭증한 뒤로 속도도 빨라져 한 걸음만 내디뎌도 거리를 순식간에 줄일 수 있게 된 그녀는 단숨에 심협 앞으로 다가와 그의 가슴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심협은 달빛을 뿌리며 바로 피했으나, 유소짐이 곧바로 쫓아와 여전히 손을 내리쳤다.

피할 수 없게 되자 심협은 금빛과 함께 천두금준을 불러내 눈부신 광망을 뿜어냈다.

유소짐의 일격이 천두금준에 떨어지자 강력한 영압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금빛 광망은 압축되면서 모든 장력(掌力)을 흡수했지만, 곧 한계에 다다랐다.

펑!

폭음과 함께 천두금준에 두 줄기 금이 생겨났고, 영광은 완전히 사라졌다. 안의 금제마저 부서진 것이다.

법보가 충격을 완화해주었음에도 폭발의 여파에 심협은 뒤로 날아갔다.

다행히 그는 육체가 견고해 큰 상처는 입지 않았고, 소매를 휘둘러 부서진 천두금준을 거두고는 튕겨 나가는 힘을 이용해 유소짐과 거리를 벌렸지만 유소짐은 바로 쫓아왔다.

한데 그때, 전방에서 뇌전이 번쩍이더니 굵고 큰 보라색 뇌전이 떨어지면서 허공을 찢었다. 이어서 훼멸명왕 언갑이 순식간에 날아왔다.

유소짐은 천존에 근접한 이 언갑만큼은 꺼려졌기에 얼른 피했다.

순간, 심협은 훼멸명왕 근처로 날아가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서 금빛과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시 현양화마 신통을 시전한 것이었다.

그와 유소짐의 실력 차이는 너무도 컸기 때문에 현양화마 신통을 시전해야만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이전에도 이 광경을 본 적이 있지만, 어쨌던 반인반마가 된 모습을 보자 유소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넌 인간족이냐 아니면 마족이냐?”

그녀는 심협의 몸에서 치우의 마기를 감지하고는 물었다.

심협은 대답하는 대신 머릿속으로 빠르게 다음 행동을 계산했다.

방금의 교전으로 유소짐의 실력이 이전의 도산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훼멸명왕이 힘을 합쳐도 적수가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향양진 쪽은 아직도 혼전 중인데 유소짐이 그곳으로 간다면 연합군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게다가 유소짐 파의 호족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이 늙은 여우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됐다, 네놈이 인간족이든 마족이든 내 적인 것은 변함이 없지.”

유소짐이 차갑게 비웃더니 갑자기 은색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암홍색 광망이 그를 향해 날아갔다.

유소짐의 공격에 심협은 눈빛을 굳히며 바로 전신편을 내리쳤다.

전신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빛이 암홍색 광망과 충돌하자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암홍색 광망이 반으로 갈라졌고 심협도 뒤로 밀려났다.

훼멸명왕도 날아와서 열일전부를 유소짐의 머리에 내리쳤다.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이 갈라지고 기다란 균열이 생겼다.

유소짐이 은색 지팡이를 가로로 들어서 막자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붉은색과 은색의 광망이 폭발했고, 주위의 땅에는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심협은 허리춤의 건곤대를 두들겨 향양진 쪽으로 검은 빛을 날려 보냈다. 육화명 등에게 이곳의 상황과 유소짐 휘하의 호족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야만 했다.

“전령을 보내려고? 어림도 없다!”

유소짐은 심협의 의도를 바로 알아채고는 은색 지팡이에서 은빛을 뿜어내 폭발시켰다. 기의 파도에 밀려 훼멸명왕이 뒤로 밀려났다.

그녀도 뒤로 두 걸음 정도 물러나더니 바로 몸을 가누고는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다섯 줄기의 붉은색 광흔이 손에서 뿜어져 나가 허공을 잡아당기자 전방의 허공이 비틀렸고, 조비극은 백 장도 날아가지 못하고 허공에 붙들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유소짐이 손에 힘을 주자 허공이 더욱 심하게 비틀렸고, 조비극은 몸이 부서져 잿더미가 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쐐애액!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명홍도가 하늘에서 떨어져 허공을 베더니 유소짐과 조비극 사이를 갈라놨다.

허공의 다섯 줄기 암홍색 광망이 뇌광에 잘려나가자 자유로워진 조비극은 곧장 날아갔다.

“어딜 가려고!”

유소짐은 멈추지 않고 다시 손을 내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 옆에서 이미 누군가 달려와 거대한 도끼로 머리 위를 찍었다. 도끼날에서 태양과 같은 광망이 번득이면서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허공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유소짐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열일전부를 막아야 했다.

그녀의 손에서 붉은색 광망이 스스로 움직여 붉은 방패가 되었지만, 열일전부의 일격에 강하게 흔들리면서 부서졌다. 그러나 훼멸명왕 역시 튕겨 날아갔다.

그사이 조비극은 이미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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