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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21화 (1,021/1,214)
  • 1021화. 태을의 힘

    심협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한 손으로 전신편을 쥐고 법력을 주입하자 금색 무늬가 번득이면서 강력한 무족의 힘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이 파동에 주위의 마염들이 썰물처럼 뒤로 밀려났다.

    “저건 무슨 법보이기에 무족의 힘을 발휘한단 말인가!”

    “저런 법보가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꺼낸 거지?”

    “지금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인가. 서둘러 대진을 최대한으로 발동하여 저놈을 죽여야 하네! 저자가 진을 파훼하기라도 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회의의 세 사람은 경악한 와중에도 전력을 다해 정석 해골을 발동하여 대진의 모든 마화를 심협에게 집중시켰다.

    심협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키가 큰 회의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금광검진이 그의 앞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며 더는 마기의 침투를 신경 쓰지 않고 금오진화와 검기가 합쳐져 날카로운 톱니처럼 붉은 불바다를 뚫고 통로를 만들었다.

    “막아!”

    회색 옷의 여자가 소리쳤다.

    키가 큰 회색 옷의 사내는 두말없이 직접 진 앞으로 날아들며 정석 해골에 손을 올렸다.

    삽시간에 푸른색 연기가 치솟았고, 사내의 손에서는 살이 순식간에 녹아 분홍색 거품이 솟아오르며 해골에 흡수되었다. 이제 새하얀 뼈만 보였지만, 그는 여전히 손을 떼지 않았다.

    “죽어라!”

    키가 큰 회색 옷의 사내는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정석 해골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어 반투명하게 변하더니 눈에서 광망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이와 동시에 심협 앞의 핏빛 불꽃이 갑자기 좌우로 갈라지면서 중간에 통로가 생기더니 거대한 백골 여우가 앞에 나타났다. 이 여우는 온몸에 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옥처럼 영롱한 백골에는 광택이 감돌았고, 뼈가 연결된 곳마다 혈홍색이 불꽃이 타올랐다.

    거대한 백골 여우는 정면으로 달려오는 심협을 마주하고도 피할 뜻이 전혀 없는 듯 두 눈을 붉게 번득였다. 실제 같은 피의 불꽃이 순식간에 솟구쳐 뿜어져 나갔다.

    펑!

    금광검진이 혈염(血焰)과 충돌해 순식간에 폭발하여 열 자루의 순양비검은 튕겨져 나갔다.

    사방으로 떨어진 순양비검은 절반이나 마기에 물들어서 대량의 검은 반점이 떠올랐고, 심협이 다시 불러들였음에도 한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실로 강력한 침투의 힘이로군!’

    심협은 놀랐지만, 멈추지 않고 채찍을 휘두르며 나아갔다.

    백골 여우는 금광검진을 부순 이후로 기세가 더욱 강성해졌고, 뒤에서 타오르는 혈염이 뭉치면서 생겨난 거대한 꼬리는 몸을 넘어 심협에게로 날아갔다.

    심협은 힘을 모으는 중이었는데, 지금 중단하면 기세가 약해져 대진을 부수지 못할 터였다.

    이에 그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돌진했다. 꼬리에 포위되려는 순간, 훼멸명왕이 다시 나타나 열일전부를 들어 올리더니 마치 불타오르는 듯 붉게 번득이는 도끼를 비스듬히 휘둘렀다.

    거대한 도끼날이 스쳐가자 세 개의 꼬리가 싹둑 잘렸고, 심협이 그 사이로 튀어나왔다. 전신편에 금빛이 모여들자 거대한 채찍 허상이 만들어지더니 만호적멸진을 부술 기세로 채찍을 강하게 휘둘렀다.

    한데 그때였다!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던 백골 여우의 머리가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심협을 향해 입을 쩍 벌렸고, 마치 심연처럼 커다란 입에서 혈염을 뿜어내 심협의 길을 가로막았다.

    콰쾅!

    천둥소리와 함께 두 줄기 보라색 뇌광이 훼멸명왕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와 백골 여우의 입으로 떨어졌다.

    백골 여우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뒤통수가 땅에 떨어져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 균열을 뚫고 나가 대진 근처에 떨어졌다.

    “이런!”

    여전히 정석 두개골을 움켜진 회의인이 기겁했다.

    다음 순간!

    꽈르릉!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전신편의 허상이 만호적멸진에 떨어지자 형언할 수 없는 무서운 파동이 느껴지더니 안에 있던 무족의 힘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 안에 담겨 있던 신혼 멸살의 금제의 힘이 화산처럼 용솟음쳤다.

    펑! 퍼펑!

    연이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다음 순간, 만호적멸진이 부서지면서 수많은 호령 악귀의 허상도 폭발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초록색 별빛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심협은 이 틈에 모든 순양비검을 소요경 안으로 보내 핏빛 조도를 이용하여 마기를 뽑아내는 동시에 단약을 먹어 법력을 보충했다.

    만호적멸진이 부서지는 동시에 바깥의 현화마살진도 강하게 흔들렸다. 비록 곧바로 부수지는 못했지만, 정면으로 충격을 받은 정석 두개골도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또한, 두 개의 법진 사이를 융합하던 현묘한 느낌도 사라지면서 하나 남은 현화마살진으로는 더는 심협을 가둬둘 수 없었다.

    그러나 심협은 곧바로 진을 부수지 않고 다시 전신편을 발동했다. 무시무시한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나 사방에 흩어진 호령의 허영을 뒤덮었다. 바로 전신편 안의 서혼대진(噬魂大陣)이었다.

    소용돌이 안에서 무시무시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오자 근처에 있던 호령 허영들이 갈기갈기 찢기며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도 남김없이 흡수되었다.

    전신편에 달린 새 머리 조각상이 갑자기 살아난 것처럼 입을 벌리더니 엄지만 한 하얀색 구슬을 뱉어냈다. 바로 허혼 대진이 흡수한 호령 악귀가 완전히 연화되면서 얻게 된 순수한 신념의 힘이었다.

    하얀색 구슬이 심협의 미간으로 들어가 신혼과 합쳐졌다.

    미간에 잠깐 통증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신혼의 힘이 5할이나 올라갔다.

    “역시 허혼 대진은 대단해!”

    그는 건곤현화탑과 이 법보를 교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본래 진선 절정 경지에 근접해 있던 심협의 신혼은 무형의 커다란 문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바로 태을기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이를 돌파하기만 하면 그의 신혼의 힘은 새로운 경지에 이를 터였다.

    심협의 눈이 반짝이더니 전신편이 검은 빛이 되어 손에서 빠져나가 천지를 삼키는 거대한 입처럼 다른 호령 악귀에게 달려들었다.

    진 안에 남아 있던 호령들은 순식간에 흡수되어 연화되었다. 유일하게 희미한 형태의 한 호령만이 검은색 소용돌이 안에서 완강히 버티며 섭혼 대진의 흡수에 저항했다.

    다소 놀란 심협이 손을 휘두르려는 순간, 희미한 호령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바로 청구국 국주였다.

    “부탁드려요. 유소짐을 막고…… 내 딸을 구해…….”

    심협에게 애원을 남기고 청구국 국주는 결국 초록 빛이 되어 서혼대진으로 사라져갔다.

    전신편의 새 머리 장식이 다시 입을 열더니 하얀색 구슬을 뱉었고, 이 구슬은 날아올라 심협의 신혼으로 들어갔다.

    하얀색 구슬 안에 담겨 있던 신념의 힘은 이전보다 강력해서 심협의 신혼의 힘이 다시 강해지더니 태을의 대문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강력한 신혼 파동이 그의 머릿속에서 폭발하자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주위의 허공에 파문이 생겨났는데, 평범한 태을 수사보다도 훨씬 강했다.

    “유소짐…… 유소모주…….”

    심협은 방금 서혼대진의 모든 연화 과정을 감지하고는 탄식했다.

    서혼대진이 연화한 신혼의 힘은 각종 감정, 기억 등을 빼내느라 소모가 매우 컸는데, 신혼이 1할만 남아도 괜찮은 편이었다.

    방금 얻은 신념의 본원이 이렇게 많았던 것은 청구국 국주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스스로 자기 신혼에 담긴 각종 감정과 기억을 떼어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삼혼육백(三魂六魄)이 자멸하는 것이니 윤회하여 환생할 기회를 영원히 잃는 것과 같았다.

    전신편이 흡수한 호령 악귀를 연화하는 시간은 매우 짧아서 회의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저건 뭐지? 아까 그 검은색 소용돌이는 무슨 신통이었을까?”

    회색 옷의 여자가 의아해했지만, 키가 큰 회의인은 대답 대신 입을 벌려 백골 여우를 향해 정혈을 뱉었다.

    멸세쌍목에 머리가 뚫렸던 백골 여우는 몸이 혈광으로 번득이더니 다시 입을 벌려 심협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 짙은 살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심협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백골 여우를 향해 포효했다.

    “꺼져!”

    바다처럼 웅장한 신혼의 힘이 담긴 분노의 외침이 음파처럼 퍼져 나가자 사나운 눈으로 달려오던 백골 여우는 일순 멍해지더니 우뚝 서버렸다.

    진 밖에서 해골 여우를 발동하고 있던 키가 큰 회의인은 팔 전체가 이미 음산한 백골로 변했고, 두 눈도 멍해졌으며, 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강렬한 신혼의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 정도의 신혼의 힘이라니, 태을…… 아니야, 보통의 태을 수사보다도 강해!”

    회의의 노인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심협은 기합과 함께 백골 여우의 머리를 향해 전신편을 휘둘렀다.

    펑!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백골 여우의 머리는 단숨에 부서져 사방으로 떨어졌다.

    심협은 다시 몸을 돌려 전신편을 거두고는 명홍도를 움켜쥐었다.

    명홍도는 방금 적지 않은 호령 악귀를 흡수해 초록빛 도신이 흑홍빛으로 변해 있었고, 짙고 검은 살기를 실제처럼 뿜어냈다.

    심협은 완전히 모습이 바뀐 명홍도를 힐끗 보고는 단숨에 키가 큰 회의인 앞으로 다가가 현화마살진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거대한 흑홍색 비단 같은 빛과 무궁무진한 흉살의 기, 피비린내 나는 기운이 뿜어져 나가자 반경 백 장의 공간을 무너뜨릴 것처럼 흔들었다.

    심협 자신도 깜짝 놀라 명홍도를 내려다봤다.

    ‘위력이 이전보다 세 배는 커졌잖아! 어떻게 된 일이지?’

    흑홍빛 기운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마진을 베어갔다.

    콰지직!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현화마살진은 정석 두개골과 함께 종잇장처럼 찢겨나갔고, 현화마살진 전체도 강하게 흔들렸다.

    강력한 충격이 기의 벽이 되어 퍼져 나가자 세 명의 회의인은 그대로 밀려났다. 특히 키가 큰 회의인은 부상이 큰지 피를 토했다.

    마침내 진을 부수고 나온 심협은 다시 손을 휘둘러 열 자루의 순양비검을 등 뒤에 띄웠는데, 침투했던 마기는 이미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였다.

    제단 위의 도산설은 이 광경을 보고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을 부수다니! 허나 이미 늦었다!”

    유소짐은 상당히 놀랐지만, 이내 차갑게 비웃고는 하얗게 빛나는 손을 도산설의 머리에 얹었고, 강력한 흡입력을 발했다.

    도산설의 몸에 남아 있던 호조의 힘이 갑자기 벌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몸에서는 반조 현상이 완전히 사라져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다. 안색은 창백했으며 눈빛은 흐렸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은 청구국 국주 잔혼의 애원이 생각났다. 그는 추운축전화에서 광망을 뿜어내며 유소짐을 향해 재빨리 날아갔다.

    세 명의 회의인은 이를 보고는 간신히 몸을 가누더니 황급히 몸을 날려 심협을 뒤쫓았다. 이들은 몸이 흩날리고 검은 안개가 몸을 뒤덮고 있는 기이한 신법을 사용했는데, 속도는 추운축적화와 비교해도 느리지 않아 순식간에 심협을 앞뒤로 막았다.

    하지만 그 순간, 심협의 추운축전화에서 뇌광이 폭증하더니 몸 주위에 달빛이 흩어지는 듯한 사월보로 몸을 재빨리 돌려 갑자기 키가 큰 회의인을 향해 돌진했다.

    다른 두 명의 회의인은 심협이 부상자를 먼저 죽이려는 것임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 추격했다.

    하지만 심협은 전력으로 추운축전화를 발동한 터였고, 키가 큰 회의인과는 거리가 가까웠기에 한 발 먼저 도착해 명홍도를 내리쳤다. 명홍도는 흑홍빛을 띠던 도신이 다시 초록빛으로 돌아왔고, 기운도 처음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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