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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20화 (1,020/1,214)
  • 1020화. 기이한 일

    한편, 죽루 안의 화령자도 미간을 찌푸린 채 섭채주 옆에서 입을 열었다.

    “내 이따가 명화연로 안의 현무지화(玄巫之火)로 도울 테니 너는 육진편과 소통에 집중하여 그 안에 담긴 무족의 힘을 끌어내야 한다. 알겠느냐?”

    섭채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었다.

    이를 본 화령자는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두 녀석의 심성은 정말 최고라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고 태연하게 대처하다니.’

    그도 더는 떠들지 않고 바로 곡현성반을 꺼내 발동했다. 그러자 죽루 안에 별빛이 모여 법진이 만들어졌다.

    뒤이어 명화연로에 부문이 번득이기 시작했고, 화령자가 주문을 외우자 안에서 금색과 검은색의 기이한 불꽃이 타올랐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본래 섭채주의 무릎에 가로로 놓여 있던 육진편이 떠올라 명화연로 안으로 들어갔다.

    “무력을 운공하여 육진편에 주입해라.”

    화령자가 낮게 외쳤다.

    그러자 섭채주가 손을 활짝 폈고, 손바닥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와 육진편으로 흘러 들어갔다. 육진편이 떨리면서 겉에 검은 빛이 조금씩 올라왔다.

    “좋았어! 역시 효과가 있군!”

    화령자가 기뻐하며 명화연로 안의 현무지화를 발동하여 육진편을 감쌌다.

    그 무렵, 소요경 밖. 혈백원번에는 이미 검은색 반점이 크게 나타났다. 마화의 침투가 상당하다는 의미였고, 더 놔뒀다가는 천두금준과 같은 꼴이 될 터였기에 심협은 손을 휘둘러 깃발을 거뒀다.

    혈화가 사라지자 대량의 마염이 곧바로 그를 향해 덮쳐왔다.

    심협이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자 열 자루의 순양비검이 날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금광검진을 펼쳤다. 태양처럼 허공에 나타난 검진은 심협의 몸을 뒤덮었다. 바깥에서는 마치 금빛 덩어리처럼 보였다.

    금광검진 안에서는 세 마리의 금오 검령이 날갯짓했는데, 마염 호령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대한 검광의 영역을 넓히면서 쉬지 않고 금오진화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검진!”

    세 명의 회의(灰衣)인은 이 광경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마진을 더욱 강력하게 발동했다. 그러자 더 많은 검은색 마염이 대진에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불바다를 이루어 심협과 금광검진을 뒤덮었다.

    쾅! 쾅!

    낮은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그러나 금광검진의 도움으로 위력이 더욱 강해진 금오진화는 검은색 마염의 위세가 극한까지 올라와도 모두 막아냈다.

    게다가 금오진화에는 순양의 힘까지 담겨 있어서 검은 불꽃의 침투 마기가 절반이나 소각되어 침투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이에 심협은 속으로 안도하고는 천두금준과 혈백원번을 전부 소요경 안의 대나무 집에 넣었다. 이곳은 핏빛 조도와 참마신검만 보관한 곳이었다.

    심협의 심념과 함께 참마신검에서 두 줄기의 금색 뇌광이 떠올라 두 개의 법보에 내리쳤다.

    꽈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는 금색 뇌광이 사라졌고, 두 개 법보에서는 마기가 많이 사라지면서 다시 순수한 영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역시 마기와 헌원신뢰는 상극이군!’

    심협은 눈을 반짝이더니 다시 몇 차례나 참마신검을 발동하여 두 줄기의 금뇌를 내리쳤고, 두 법보의 마기는 거의 다 사라졌다.

    다만 참마신검이 하나로 합쳐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안의 원기가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기에 연달아 많은 헌원신뢰를 발하자 검신의 금빛이 많이 어두워졌다. 핏빛 조도를 뒤덮고 있는 금색 광막도 많이 얇아졌다.

    심협은 일순 머뭇거렸지만, 다시 헌원신뢰를 발동하여 두 법보 안의 마기를 완전히 없애려 했다.

    한데 그때였다!

    금색 뇌막 안의 핏빛 조도에서 갑자기 눈부신 혈광이 번득이더니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핏빛 조도에서 희미한 빛이 연달아 퍼져 나가더니 무형의 흡입력이 흘러나가 천두금준과 혈백원번을 허공으로 끌어당겨 그 주위를 빙빙 돌게 했다.

    뒤이어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천두금준과 혈백원번 안에 있던 마지막 마기가 스스로 두 법보에서 떨어져 나오더니 검은색 실처럼 변하여 핏빛 조도 안으로 꾸물꾸물 기어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핏빛 조도의 혈광이 마치 감천(甘泉)이라도 마신 것처럼 더 밝아지더니 기분 좋은 듯 은근히 떨렸다.

    다만 이 혈광은 순식간에 어두워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심협은 어안이 벙벙했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지나가 어떤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천두금준과 혈백원번을 핏빛 조도에서 멀리 떨어트리고는 법력을 참마신검에 주입했다. 그러자 금색 뇌막이 다시 두꺼워져서 핏빛 조도를 단단히 봉인했다.

    핏빛 조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영광이 전부 회복된 천두금준과 혈백원번을 보면 방금 있었던 일은 착각이 아니었다.

    ‘핏빛 조도에 마기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는 건가?’

    심협은 다시 냉정함을 되찾고는 금색 뇌막을 어두워진 상태로 되돌린 뒤, 경맥을 발동하여 실낱같은 마기를 핏빛 조도 부근으로 보냈다.

    핏빛 조도의 혈광이 번득이더니 그 마기를 대번에 삼켜버렸다.

    ‘역시 마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였어!’

    심협은 크게 기뻐했다. 생각해보면 핏빛 조도 안에는 치우의 십방마옥도 신통이 담겨 있으니 마기를 흡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천두금준과 혈백원번 안의 마기는 전부 사라졌다. 영성이 조금 손상을 입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나중에 제련하면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심협은 두 법보를 꺼내고는 주위의 마염을 꺼리지 않고 조용히 가부좌를 틀었다.

    금광검진과 현화마살진의 충돌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금광검진의 위력이 비록 약하지는 않지만, 검은색 불바다의 위력은 더 강해져 금오진화가 끊임없이 소모되었다. 금광검진의 범위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이제 3장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심협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흥! 허세는……. 힘을 아끼지 말고 현화마살진을 최대치로 발동해라!”

    키가 큰 회색 옷의 사내가 크게 외쳤고, 세 사람은 동시에 힘을 더했다. 대진 밖을 맴돌던 두개골들의 눈에서 광망이 더 밝아졌고, 더욱 강력한 마화를 방출했다.

    거의 순식간에 검은색 불바다가 배로 짙어졌고, 몇 호흡 사이에 금광검진의 범위는 또 절반이나 줄어들어 마화와 심협의 거리는 이제 3장도 되지 않았다.

    마화가 이빨을 드러내고 손톱을 휘두르며 다가오자 마기가 금광검진을 타고 체내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심협에게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는 순양검진도 이미 마기에 침투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마염과 가장 가까이 있던 두 자루 순양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검신에 나타난 검은 반점이 빠르게 퍼져갔다.

    심협이 손을 휘두르자 마기에 침투된 두 자루 검은 핏빛 조도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마기를 뽑아냈고, 다른 두 자루 순양비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순양검진이 보충되자 다시 금광이 폭발했고, 마염을 3장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마염이 솟구치자 금방 또 3장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럼에도 금광검진이 다시 빛나자 또 마염을 밀어냈다.

    “뭔가 이상하다!”

    회색의 노인이 외쳤다.

    “걱정할게 뭔가? 대신께서 주신 그 보물로 연화하면 되지.”

    다른 키가 사내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곧장 손끝에서 금색 정혈을 날려 그의 앞에 있는 정석 두개골에 떨어트렸다.

    두개골에서 혈광이 번득이자 이에 상응하듯 법진 중앙의 마화도 같이 솟구쳤고, 곧장 안에 있는 호령을 감싸 전부 잿더미로 만들었다.

    호령이 변한 힘이 마화에 흘러들어 연결되자 삽시간에 검은색 안에 붉은빛이 감돌았고, 이전보다 더 강력한 불꽃이 되어 공간마저 조금씩 흔들리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화의 위력이 높아짐에 따라 금광검진은 다시 불안정해졌고, 곧 무너질 기미를 보였다.

    회의의 세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는 흡족해하며 마진의 발동에 힘을 더했다.

    제단의 유소짐도 이 광경을 보며 안도했다. 진 안의 도산설에게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빛은 다시 날카로워졌다.

    도산설은 기운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몸에서 분홍색 광망을 번득이며 전력을 다해 체내의 호조의 힘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별 소용이 없어 호조의 힘은 유소짐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그 속도는 늦출 수 있었다.

    “아직도 무의미한 반항을 하는 게냐!”

    유소짐이 불같이 화를 내며 호통 쳤다.

    도산설은 말없이 마염 안의 금광 검진으로 눈길을 돌렸다. 우습게도 지금 상황에서는 심협이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도산설이 아는 심협은 생각이 깊고 수단이 많아서 이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다. 분명히 뭔가 방법이 있을 터였다.

    ‘심협이 진을 파훼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흑홍의 마염은 갈수록 거세졌고, 금광검진은 점점 흔들려 곧 무너지려 했다.

    ‘그에게도 다른 방법이 없는 건가……?’

    도산설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하지만 금광검진 안의 심협은 사실 일사불란하게 오염된 비검을 핏빛 조도를 이용하여 마기를 흡수한 뒤 다시 검진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금광검진이 약해 보였던 것은 그가 비검을 교체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부러 그렇게 보이려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회의인들은 금광검진이 계속해서 약해지는데도 끝까지 버텨내자 슬슬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놈을 완전히 소멸시켜야 하니 두 사람도 정혈을 아끼지 말고 전부 대진 안으로 넣으시오!”

    키가 큰 회의인이 외치자 다른 두 사람도 손가락을 튕겨 금색 정혈을 정석 해골로 떨어트렸다. 그러자 마진의 불꽃이 검은색에서 붉은색으로 완전히 바뀌었고, 뜨거움이나 침투하는 힘이나 모두 배 이상 강해졌다.

    갑자기 커진 압박감에 금광검진의 검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순식간에 여섯 자루의 비검이 마기에 침투되었고, 교체하기에도 늦어버렸다.

    심협은 초조한 기색으로 신식을 소요경 안에 넣었다.

    소요경 안의 죽루에서는 명화연로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의 화령자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연로를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로 옆에 가부좌를 튼 섭채주는 얼굴이 창백했고, 힘을 모두 소모했는지 더는 몸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인상을 찌푸린 채 마지막 무력까지 연로 안으로 넣었다.

    그 순간!

    “됐다!”

    화령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영광이 명화연로 안에서 하늘 높이 솟구쳐 그대로 연로 뚜껑까지 날려 버렸다. 짙푸른 색에 아홉 개의 검은색 고리가 달린 채찍이 명로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손잡이 끝에는 기이하게 생긴 새 머리가 조각되어 있었는데 혈홍색의 눈이 꼭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전신편! 전신편이야! 드디어 성공했어!”

    화령자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치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섭채주도 환골탈태한 육진편을 바라봤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파동이 느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눈앞이 흐려지더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를 본 화령자가 서둘러 다가가 살펴보니 체내의 무족의 힘을 완전히 소진하느라 체력이 버티지 못해 잠시 의식을 잃은 것뿐이었다.

    “심협, 어서 받아라!”

    화령자가 곧장 전음을 보냈다.

    오랫동안 버티느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던 심협은 서둘러 소요경 공간을 열어 전신편을 꺼냈다.

    마치 살육을 위해 태어난 것럼 형언할 수 없는 흉살의 기운이 폭발했다. 흑망이 번쩍일 때마다 피를 원하는 듯한 야수의 포효가 뿜어져 나왔다.

    얼굴에 화색이 돈 심협은 곧바로 채찍을 휘둘렀다. 더는 방어에만 집중하지도, 금광검진이 힘을 숨기지도 않았다. 곧바로 수많은 금광을 뿜어내자 주위의 붉은색 불꽃이 순식간에 10여 장이나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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