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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16화 (1,016/1,214)
  • 1016화. 고전(苦戰)

    흑려 주위의 검은색 광막이 크게 흔들리면서 빠르게 얇아져 갔다.

    다급해진 흑려의 눈이 날카로워지더니 여섯 개의 꼬리가 검은색 장막으로 녹아 들어가고 양손에서도 혈광이 흘러나와 광막으로 녹아 들어갔다.

    검은색 장막의 기운이 폭증하면서 빠르게 커지더니 순식간에 몇 장 크기의 검은색 공이 되었고, 주위의 유리불화는 이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안 돼! 저자가 강제로 진을 부수려고 해요!”

    거울 요괴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에게는 강력한 공격 신통이 없었기에 언무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언무사도 이미 기름이 다한 촛불 같아서 십육불타 언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그때, 두 사람 눈앞에 갑자기 금색 잔상이 반짝이더니 굵고 큰 금빛 화살이 하늘에서 떨어져 마치 종이를 뚫듯 금색 광진을 관통했고, 그대로 흑려 주위의 검은색 공을 찔러 들어갔다.

    쐐액!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찌르자 언무사와 거울 요괴는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 급히 고개를 들어 보니 허공에 섭채주가 약목신궁을 들고 있었다.

    “터져라!”

    섭채주가 왼손으로 허공을 쥐고는 낮게 외쳤다.

    금빛 화살이 폭발하자 검은 공도 폭발하면서 흑려의 몸이 드러났는데, 아직 살아 있긴 해도 이미 사분오열된 상태였다.

    십육불타 언진도 크게 흔들렸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언무사가 다급히 마지막 법력을 짜내 법진을 운공하자 수많은 유리불화가 덮쳐와 흑려의 몸을 잿더미로 만들어 완전히 소멸시켰다.

    언무사는 그제야 안심했고, 단전이 텅 비어버려 그대로 쓰러졌다.

    십육불타 언진도 폭발하듯 해체되어 다시 열여섯 개의 불타 언갑이 되어 언무사 옆으로 날아갔다.

    섭채주는 쓰러진 언무사를 보고는 서둘러 보도중생 신통을 시전했다. 초록색 빛이 언무사의 몸에 들어가자 몸 주위에 초록색 광환이 생겨나 빠르게 반짝였다.

    주위의 천지영기가 밀물처럼 밀려와 체내로 들어가더니 법력으로 바뀌었다.

    언무사의 법력은 빠르게 회복되었고, 보도중생 신통의 효과가 끝났을 때는 이미 절반이나 회복된 터라 몸을 일으켜 감사 인사를 하려 했다.

    섭채주는 다시 보도중생을 시전하고는 그 효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다음 진안으로 날아갔다.

    “저도 다른 곳을 지원하러 가보겠습니다. 언 도우, 몸조심하세요.”

    거울 요괴가 언무사에게 인사를 남기고는 푸른 그림자가 되어 주위의 은색 별빛 안으로 사라졌다.

    두 개의 언무사 분신도 천천히 흩어졌다.

    사라지는 두 개의 분신을 본 언무사의 눈이 반짝거렸다.

    일반적인 수사는 거울 요괴 신통을 사용하여 분신을 만들어내면 기껏해야 전력을 조금 늘리는 정도일 뿐이지만 언무사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언갑 금제는 평범한 법보 금제와 달라서 주인을 인증하는 특성이 있는데 제어할 때, 신혼 혼사로 인정하면 다른 신혼 정사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야만 언갑의 안정성으로 언갑을 이용할 수 있고, 타인이 제어하려 들 때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다만 여기에는 단점이 있으니, 언갑의 위력은 사용하는 언사에게 달려있어 다른 사람은 끼어들 수가 없다.

    거울 요괴가 만들어냈던 분신의 신혼은 그 특성이 언무사와 똑같아서 십육불타 언진에 영향을 줬다. 언갑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언사의 조작 기술과 언사의 신혼 강도에 달려 있는데,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없기에 언사에게 신혼의 힘은 매우 소중했다.

    언무사는 두 개의 경상 분신의 신혼 강도가 자신의 1할 정도임을 느꼈다. 만약 2할이 넘는 신혼의 힘을 더 낼 수 있고 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그는 십육불타 언진의 위력을 5할은 끌어올릴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두 개가 아닌 세 개나 그 이상의 분신을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이 조작하는 언갑의 위력은 두 배, 세 배까지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 요괴는 심형의 영총이라고 했지. 아깝군…….”

    그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고는 정신을 다잡고 진안을 지켰다.

    * * *

    욱화명이 지키는 진안. 청, 황, 홍의 그림자가 뒤엉켜 싸우는 중이었다. 싸움이 어찌나 격렬하던지 이 그림자의 주인공들은 그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귀가 먹먹할 정도의 격렬한 충돌음만 울려 퍼졌다.

    격전이 갑자기 멈추더니 핏빛 그림자가 허공에서 내려왔다. 바로 소효였는데, 입가에 피가 흐르고 온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매우 불리해 보였다.

    맞은편의 두 사람도 모습을 드러냈다. 육화명과 천살시왕이었다.

    “귀하의 기운을 봐서는 시요(尸妖) 일족의 고수 같은데 어찌하여 저런 인간족 수사를 돕는 것이오?”

    소효가 난처한 표정으로 천살시왕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천살시왕은 신경도 쓰지 않고 노란 그림자가 되어 다시 달려들었다. 번천인이 순식간에 궁전만 해지더니 운석처럼 떨어졌다.

    육화명은 다시 화가 난 상태로 변해 있었고, 분노한 얼굴로 상냉구주를 발동하며 쫓아갔다. 푸른 검기가 용과 뱀처럼 올라오더니 수많은 검의 허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온 하늘을 뒤덮은 검막(劍幕)이 소효를 뒤덮는 것 같았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마!”

    소효가 분노로 눈을 번득이며 몸에서 혈광을 뿜어냈다. 체내의 요력과 반조하며 얻은 호조의 힘이 온전히 발동됐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등에는 일곱 개의 핏빛 꼬리가 나타났으며, 놀라운 요력 파동을 뿜어냈다.

    소효가 양손을 결인하자 일곱 개의 핏빛 꼬리는 각각 커다란 혈홍색 팔로 변하더니 동시에 천살시왕과 육화명에게로 곧장 날아갔다.

    두 사람 앞의 허공에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일곱 개의 산만 한 핏빛 손바닥이 나타나 번천인과 하늘에 가득한 검의 허상을 막아냈다.

    꽈르릉!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검의 허상이 모두 부서지면서 육화명은 검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번천인은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서서 일곱 손바닥과 대치했다. 혈광와 홍망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소효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갑자기 법결을 바꾸었다. 그러자 일곱 개의 핏빛 손이 갑자기 폭발하며 여섯 개의 눈부신 혈광이 되어 하나로 모여들었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졌고, 핏빛 소용돌이가 나타나 크게 흔들리고는 단숨에 몇 배로 커져서 번천인을 빨아들였다.

    천살시왕이 황급히 번천인을 소환하려 했지만, 핏빛 소용돌이가 회전하면서 강력한 힘을 뿜어내 번천인을 단단히 가두었다.

    “저 대인이 없으면 너도 별것 아니지! 크하하!”

    소효는 미친 듯 웃어댔고, 표정에서는 광기가 드러났다. 그는 등에 달린 일곱 개의 핏빛 손을 들어 주먹을 쥐더니 동시에 천살시왕에게 휘둘렀다.

    천살시왕의 머리 위에서 혈광이 번득였고, 일곱 개의 집채만 한 핏빛 주먹이 튀어나와 떨어졌다.

    하늘을 쪼갤 듯한 강력한 위력이 천살시왕의 몸을 짓눌렀고, 주위의 허공은 뒤틀어지고 터져 나갔다. 곧 폭발할 것 같았다.

    그 순간, 천살시왕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짓눌렸던 몸에서 갑자기 영롱한 노란 빛이 감돌았다. 다음 순간, 천살시왕은 몸이 허화 상태가 되어 몸을 짓누르던 핏빛 주먹을 뚫고 나가 곧장 소효에게로 돌진했다.

    “허화 신통!”

    소효는 눈이 동그래졌지만, 이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양손을 결인했다.

    일곱 개의 팔에서 광망이 번쩍이더니 다시 꼬리로 변했고, 각 꼬리에서 뿜어져 나온 혈광은 하나로 합쳐져 그의 손에 떨어졌다.

    입에서 뿜어낸 불꽃이 들어가자 광막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가운데로 모여들어 순식간에 몇 장 길이의 핏빛 요창(妖槍)으로 변했다.

    창 전체가 핏빛 불꽃으로 타오르며 허상과 실체 사이에서 창끝이 둘로 나뉘었다. 창끝에 새겨진 흉악한 여우 머리는 매우 요사스러워 보였다.

    소효는 험악해진 표정으로 팔을 휘둘렀다. 핏빛 요창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 순식간에 천살시왕을 번개처럼 찔러 갔다.

    그 순간, 천살시왕의 등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금색 날개가 튀어나왔고, 눈부신 금빛을 뿜어냈다. 날개가 펄럭이자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핏빛 요창은 허공을 찔렀다.

    “천살금익(天煞金翼)?”

    소효는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뿜어냈다.

    핏빛 창이 빙글 돌아서 다시 빠르게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천살시왕이 한 발 빨랐다. 그는 순식간에 소효의 뒤에 나타나 손가락마다 금색 조망(爪芒)을 뿜어냈다. 난공불락의 조망이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며 소효의 머리를 잡았다.

    두 개의 금익에서도 검기 같은 무수한 금빛이 나와서 천지를 뒤덮으며 소효를 찔렀다.

    소효는 천살시왕에게 배후를 빼앗겼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등 뒤의 핏빛 꼬리를 휘둘러 금색 조망과 금빛을 쳐냈다.

    휙! 휙!

    핏빛 불꽃으로 타오르는 두 개의 꼬리가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독룡(毒龍)처럼 천살시왕의 몸을 휘감고는 단단히 가두었다. 천살시왕의 허화 신통은 꼬리 불꽃 앞에서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핏빛 요창이 다시 돌아와 손에 떨어지자 소효는 두 눈을 매섭게 번득였고, 다음 순간 혈창은 잔상이 되어 천살시왕의 머리를 노렸다.

    그때였다.

    우우웅!

    하늘을 울리는 검명(劍鳴)이 퍼지더니 어디선가 푸른 검광이 빠르게 날아왔다. 육화명이 상냉구주 신검을 들고 급하게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 발 늦은 듯하자 육화명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고, 입에서 정혈이 섞인 원가를 상냉구주 안으로 녹였다.

    상냉구주의 검광이 갑자기 크게 번득이더니 속도가 폭증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소효 앞에 이르렀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가볍게 웅웅 떨리는 검신이 천지를 가를 기세로 소효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소효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고, 핏빛 요창이 살짝 떨리더니 핏빛 창의 허상이 떨어져 나와 상냉구주를 맞이했다.

    핏빛 요창의 광망은 다소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천살시왕을 찔러 갔다.

    천살시왕은 표정 변화 없이 입에서 혈광을 띠는 초록색 도를 뱉어냈다.

    콰직!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면서 핏빛 요창이 두 동강 났다. 반면 초록 빛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소요의 목을 스쳐갔다.

    육화명의 상냉구주도 핏빛 창의 허상과 충돌했는데, 예상했던 경천동지할 굉음은 들리지 않았고, 창의 허상은 혈광과 함께 흩어졌다.

    육화명은 다소 멍한 표정으로 바닥을 구르는 소효의 머리를 내려다봤다. 소효는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초록 빛의 도광이 천살시왕의 손으로 돌아가 명홍도로 변했다.

    태을경이었던 소효의 중후한 정혈과 신혼을 흡수하자 명홍도의 도신은 혈광이 크게 증폭해 절반이 핏빛으로 물들었고, 살기도 크게 증폭했다.

    명홍도에서 흥분한 듯한 떨림이 느껴지더니 혈광이 감도는 초록색 도광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그 기운은 두려울 정도였다.

    천살시왕은 이런 흉도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도를 휘둘러 소효의 오른팔을 잘랐다.

    혈광에 휘감긴 채 소효의 오른팔은 순식간에 말라붙어서 뼈만 남았고, 그 광경에 육화명은 또다시 깜짝 놀랐다.

    천살시왕은 개의치 않고 뼈만 남은 팔에서 백옥 단지를 빼낸 뒤, 번천인을 소환해 노란 그림자가 되어 주위의 은빛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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