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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15화 (1,015/1,214)
  • 1015화. 협공

    구환금도의 끝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금호(金虎)의 허상이 나타나 두려울 정도로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며 입을 쩍 벌려 번천인을 향해 포효했다.

    커다란 금색 도의 허상에서 몇 개의 어렴풋한 금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가 그대로 번천인의 아래를 베었다.

    하지만 번천인이라는 극강의 보물을 천살시왕이라는 태을의 존재가 발동했으니 그 위력은 놀라울 정도라 금색 빛줄기를 가볍게 부수고 그대로 검은색 종까지 두들겼다.

    펑!

    굉음과 함께 검은색 종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럼에도 번천인은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계속해서 내리 떨어졌다.

    금의의 호족이 이를 보고는 양손의 손목을 그어 두 줄기 피를 구환금도에 뿌렸고, 피는 빠르게 스며들었다.

    구환금도에 갑자기 불꽃 같은 금빛이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금호의 허상으로 들어갔다. 금호의 허상은 순식간에 실체가 되었고, 몸도 10여 장정도로 커졌으며, 이윽고 커다란 머리 위에 떠오른 금빛 고리로 번천인에 대항했다.

    뎅!

    그러나 큰 소리와 함께 금호의 커다란 몸은 절반으로 부서져 피떡이 되었지만 번천인은 그러고도 간신히 허공에서 버텨냈다.

    금의의 호족이 피떡이 되어버린 금호 옆에 쓰러졌지만, 번천인에 직격을 당하지는 않았기에 안도하며 다시 뭔가를 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초록색 도광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금의의 호족은 두 눈이 커지고 그 자리에 우뚝 굳어버렸다. 다음 순간, 그의 머리가 땅을 데굴데굴 굴렀다.

    초록색 도광이 천살시왕의 손으로 돌아와 다시 명홍도로 변했다. 도신에 묻은 피와 금의의 호족 신혼이 빠르게 이 도에 흡수됐다.

    도의 혈광이 더 짙어졌고, 살기도 더 강해졌다.

    “넌 누구냐?”

    이 광경을 본 칠살이 물었다.

    천살시왕은 칠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번천인, 명홍도 그리고 금의 호족의 저물 법기를 챙기고는 노란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칠살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뒤쪽 진안의 깃발을 향해 결인했다. 이 진기로도 주위의 법진을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었다.

    방금 자신을 도운 자는 태을의 존재였다. 비록 자신을 돕긴 했지만, 그 내력을 알지 못하는 이상 안심할 수 없었다.

    “칠살 도우,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그자는 오라버니의 연시예요. 적이 아니랍니다.”

    누군가 진안으로 날아와 칠살 옆에 섰다. 섭채주였다.

    “그랬구려.”

    칠살은 그 말을 듣자 안심이 됐지만, 눈빛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심협은 본인의 실력도 놀라운데 연시마저도 태을급의 실력이 있구나.’

    섭채주는 칠살의 표정을 보고는 속으로 흐뭇해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어느 문파의 어떤 천재건 심협을 만나면 모두 저런 표정이었다.

    섭채주는 바로 신식을 거두고는 주문을 읊으며 고운 손을 휘둘렀다.

    버들나무 잎 같은 초록색 빛이 칠살의 몸으로 들어가자 천지영기를 끌어와 소모된 원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고맙소, 섭 도우.”

    칠살이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섭채주를 향해 공수했다.

    섭재주는 손을 내젓고는 바로 다른 진안으로 향해 아군 수사의 회복을 도왔다.

    * * *

    근처의 다른 진안. 언무사가 지키는 곳으로, 그 역시 두 명의 호족 장로와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중 한 명은 흑려 장로였다.

    흑려는 언무사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겼기에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법보로 주위의 은색 별빛을 막지도 않고 온갖 흑암 속성의 술법으로 언무사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당장이라도 결단을 내지 못하는 게 한인 듯했다.

    다른 호족은 진선 중기의 붉은 머리의 장로였는데, 머리 위에 떠 있는 암홍색 발우가 붉은색 광막이 되어 주위의 은색 별빛을 막아냈다. 손에는 화룡이 그려진 붉은색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그가 깃발을 휘두를 때마다 기다란 용의 형상을 한 불꽃이 뿜어져 나가 언무사를 공격했고, 허공마저 불타 흔들렸다. 그 위세가 실로 대단했다.

    언무사의 주위에는 열여섯 개의 금빛 외에도 진선의 언갑 같은 푸른색 거북이 언갑이 있었다. 이 거북이 언갑이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흔들 때마다 푸른 물빛이 날아가 붉은 머리 장로의 공격을 막아냈다.

    언갑 무리 뒤에 있는 언무사의 안색은 창백했고,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계속된 격전으로 언갑이 막아주고는 있지만, 그 역시 법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흑려는 언무사의 상태를 눈치채고는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온통 시커먼 거대한 해골이 나타났다.

    이 기괴한 해골은 키가 8장에 온몸의 뼈는 묵옥(墨玉) 같은 칠흑이었고, 수많은 혈무에 감싸여 있었다. 이 해골은 나타나자마자 입에서 혈광을 뿜어내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고, 무시무시한 살기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 광경을 목격한 언무사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미간에서 열여섯 줄기의 정광을 쏘아내 주위에 있던 열여섯 개의 금빛을 찔렀다.

    금빛이 일순 강해지더니 수많은 금색 부문이 몰려나와 열여섯 개의 금색 항마(降魔) 지팡이 허상을 이루었다. 이어 주위의 허공에 불음(佛音)과 범창(梵唱)이 울려 퍼졌다.

    “이건……?”

    이 광경을 본 흑려의 표정이 굳었다.

    그 순간, 열여섯 개의 항마 지팡이 허상이 떨리더니 뒤로 타오르는 금빛을 뿜어냈다. 다음 순간, 이 허상은 열여섯 줄기의 잔상이 되어 검은색 해골과 흑려에게로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항마 지팡이 허상이 닿기도 전에 무형의 거대한 힘이 사방에서 압박해왔다.

    흑려는 만 장 높이의 거대한 산이 짓누른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고, 표정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몸에서 흑운(黑雲)이 흘러나오더니 검은색 검의 허상이 되어 금색 지팡이 허상에 맞섰다.

    시커먼 해골이 순식간에 흐릿해지더니 검은색 허상이 되어 열여섯 개의 금색 지팡이 허상을 피해 곧장 언무사를 향해 날아가며 커다란 손톱을 강하게 휘둘렀다.

    붉은 머리의 장로도 날아와 순식간에 언무사의 뒤에 나타나더니 검은색 해골과 함께 언무사를 협공했다.

    붉은 머리의 장로와 검은색 해골의 앞뒤 협공에도 언무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푸른 거북이 모양 언갑을 보더니 두 눈에서 갑자기 두 줄기의 섬뜩한 정광을 뿜어냈고, 입으로는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그의 미간에서 하얀 빛이 쏘아져 나더니 순식간에 푸른색 거북이 언갑 안으로 들어갔다.

    거북이의 눈에서 갑자기 하얀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하늘로 솟구쳤고, 주위에는 하얀 빛의 파동이 흘렀다.

    만약 심협이 봤더라면 한눈에 알아봤을 천기성 특유의 신기한 비술, 봉망필로(鋒芒畢露)였다. 적의 심의를 무시하고 모든 공격을 특정 표적을 향해 끌어당기는 비술이었다.

    검은색 해골과 붉은 머리 장로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거북이 언갑을 향해 날아갔고, 거대한 손톱과 용 모양 불꽃도 동시에 거북이 모양 언갑에게로 날아갔다.

    콰쾅!

    굉음과 함께 거북이 모양 언갑은 폭발하여 수많은 파편이 되었고, 하얀색 빛줄기도 함께 사라졌다.

    “이럴 수가!”

    붉은 머리 장로는 그제야 자신이 영문도 모른 채 공격 목표가 바뀐 것을 알아채고는 경악했다.

    어두운 해골은 영지가 낮아졌고 혈홍색의 두 눈에도 막연한 빛이 비쳤다.

    바로 그때, 둘 근처의 허공에서 광망이 연달아 번득이더니 언무사 주위에 있던 열여섯 개의 금빛이 주위에 나타나 금색 원을 만들어 붉은 머리 장로와 검은색 해골을 포위했다.

    열여섯 개의 금빛이 빠르게 흩어지면서 각각 인간 형태의 금색 언갑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는 금색 가사를 걸치고 있어 마치 서방의 불타(佛陀) 같았다.

    열여섯 개의 불타 언갑에서 눈부신 금빛 광망이 번득이자 범창 소리가 열 배는 더 강렬해졌고, 반경 백 장이 금색 불광에 뒤덮이면서 부처의 허상이 겹겹이 나타났다. 금문이 날뛰었고, 결국 금색의 불진(佛陣)이 만들어졌다.

    검은색 해골과 붉은 머리 장로는 금색 불진에 포위되자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마치 호박(琥珀) 안에 든 파리 같았다.

    언무사의 미간에서 다시 정광이 반짝이자 열여섯 불타의 미간이 전부 터지면서 영롱하고 투명한 느낌의 금색 불꽃이 뿜어져 나갔다. 이 불꽃들이 검은색 해골과 붉은 머리 장로의 몸을 뒤덮었다.

    “제8대 천기성 성주 무방자(武方子)의 십육불타(十六佛陀)!”

    흑려가 이를 보고는 기겁했다. 그는 바로 소매를 휘둘러 소환한 검은색의 거대한 손으로 열여섯 개의 금색 지팡이를 때려 주위를 막고는 빠르게 주문을 읊었다.

    흑려의 몸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며 여섯 개의 칠흑 같은 여우가 나타나더니 이내 반인반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는 검은색 번개가 되어 순식간에 언무사 뒤로 접근했다.

    언무사는 뒤쪽의 상황을 알아채고는 표정이 돌변했다. 현재 그는 십육불타를 극한으로 조종하는 중이라 다른 언갑을 꺼내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신혼이 손상될 것을 각오하고 또 하나의 언갑을 발동하기로 결심했다. 한데 이내 표정이 갑자기 변하더니 술법을 멈췄다.

    흑려 근처의 은빛이 갑자기 솟구치더니 크고 굵은 푸른색 정광이 뿜어져 나와 빠르게 몸을 뒤덮었다. 그러자 흑려는 비둔을 멈췄고, 몸 주위의 허공에는 거울 같은 푸른 빛이 나타났다.

    십육불타의 광진 안에도 푸른 빛이 감돌더니 순식간에 푸른색 거울이 만들어져 주위의 금색 불꽃을 전부 흩어버렸다.

    흑려는 안색이 크게 변했고, 그가 다른 것을 하기도 전에 눈앞이 갑자기 밝아졌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십육불타 금색 광진 안이었다.

    거대한 금고의 힘이 덮쳐와 흑려는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이 광경을 본 언무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건 저의 거울 전송 신통입니다! 어서 저들을 공격하세요. 제가 돕겠습니다!”

    푸른 인영이 근처의 은빛에서 튀어나왔는데, 바로 거울 요괴였다.

    그녀의 머리 위에 하얀 얼음 구슬이 떠다녔는데, 바로 그 구슬에서 하얀 빛이 흘러나와 주위의 은색 별빛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녀가 푸른 고경을 향해 결인하자 푸른 빛이 튀어나와 언무사의 몸을 뒤덮고는 번쩍였다. 주위의 허공에 파동이 일어나더니 두 명의 언무사가 나타났는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법력 파동마저 똑같았다. 거울 요괴의 경상분신(鏡像分身) 신통이었다.

    두 명의 언무사가 금색 광진을 노려보았는데, 두 분신의 미간에서 정광이 번쩍이며 신혼 정사가 뿜어져 나오더니 십육불타 언갑에 떨어졌다. 그러자 불타의 광진은 더욱 강해졌다.

    거울 요괴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경상분신 신통도 더욱 신묘해져서 본체가 사용하는 신통을 분신도 시전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운사여전결 같은 고급 신통도 마찬가지였다.

    언무사는 또다시 깜짝 놀랐지만, 우선은 전력으로 십육불타 언진(偃陣)을 발동했다. 더 많은 금색 불꽃이 십육불타 언갑에서 뿜어져 나와 흑려를 뒤덮었고, 그곳은 금색 불바다로 변했다.

    이 금색 불꽃은 불문의 유리불화(琉璃佛火)로, 그 위력이 매우 강력하며, 특히 요마의 힘을 대적하기에 제격이었다.

    불화가 용솟음치자 검은색 해골과 붉은 머리 장로의 몸은 빠르게 잿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흑려는 이미 태을 경지에 근접한 자 답게 두 손을 양쪽으로 펴서 수많은 요족 허상이 번득이는 검은색 광막을 만들어 간신히 버텨냈다.

    언무사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지만, 술법은 여전히 안정적이었다. 그가 양손의 법결을 바꾸자 십육불타 언진의 법위가 반으로 줄어들었고, 진 안의 금색 불바다도 함께 줄어든 대신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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