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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1014화 (1,014/1,214)

1014화. 용의주도

이 무렵, 대전은 완전히 폭발하여 청구 호족의 진선 장로들이 다른 진안을 지키는 수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육문금쇄진의 방어는 평범한 호족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진선기의 강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육화명 등의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천살시왕과 조비극, 벽해요어는 곧바로 세 줄기 둔광이 되어 다른 전장으로 날아갔다.

도산설은 그제야 자신이 심협의 계략에 당했음을 알고는 직녀선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며 크게 휘둘렀다.

주위의 회오리에서 하얀 빛이 강하게 폭발하더니 수많은 하얀 바람 칼날이 주위에 남은 금흑의 곤봉 허상을 베었고, 곤봉 허상들은 썩은 나무처럼 단박에 부서졌다.

도산설이 날아서 빠져나가려는데 앞에서 뇌광이 번쩍이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머리 위에는 핏빛 깃발이 떠 있었으니, 바로 혈백원번이었다.

핏빛 인영이 깃발에서 내려오더니 그의 몸으로 들어왔고 천지영기가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심협의 기운도 갑자기 3할이나 치솟았다. 더 강력해진 금흑의 영광이 반경 수백 장을 뒤덮었다.

‘이것이 혈신부체(血神附體)의 느낌이구나. 역시 대단한 신통이다!’

심협은 더 강력해진 느낌에 크게 기뻐했다.

반면 도산설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심협의 실력은 자신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처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심협에게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더 많은 호족이 목숨을 잃게 될 터였다.

이런 생각이 들자 도산설은 심협을 내버려두고 혈광으로 변하여 다른 진안으로 향하려 했다.

심협은 굳은 얼굴로 발에서 뇌광을 뿜어내 다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도설 소저,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디를 가는 게요? 귀하는 청구국 공주라 들었거늘, 비참하게 죽은 모친과 똑같이 겁쟁이일 줄은 몰랐군. 역시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고, 도망치는 것까지 닮았을 줄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섞여 있었고, 눈동자 깊은 곳은 기이한 푸른 빛이 반짝였다.

“뭐……라…… 하였느냐!”

둔술로 날아가던 도산설은 우뚝 멈추더니 분노를 억누르듯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에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대의 모친은 일국의 국주인데도 휘하 장로에게 권력을 빼앗겼으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이오? 멸족의 위기 앞에서도 진정 해결책을 찾아낼 생각은 하지 않고 자진이나 하다니, 현실로부터 도망친 것이 아니면 무엇이오?”

심협은 여전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도산설의 가슴을 찔렀고, 그녀의 이성을 파괴했다.

“닥쳐라!”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소리쳤다.

요조는 감정의 화신이라 특히 신지의 충격에 영향이 컸다. 도산설은 지금 호조의 힘을 장악했으나 그 힘은 너무도 방대한 반면, 본래 진선기인 그녀는 신혼의 힘이 약해 지금도 신지를 간신히 유지하는 상태였다. 만약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주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터였다.

* * *

청구산 땅속 동굴 안. 유소모주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거울 안에는 심협과 도산설의 모습이 비쳤고, 두 사람의 대화도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이런, 도산설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태을 호족 중 한 명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도산설의 약점을 단번에 파악하다니, 저자는 눈치가 빠르군.”

유소모주는 내심 감탄했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도산설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태을 호족이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다. 우선은 지켜본다.”

유소모주는 고개를 내젓더니 비릿하게 웃었다.

회색 옷을 입은 세 사람도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거울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심협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네 모친은 비겁했을 뿐만 아니라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죽으면 청구 호족과 삼계 모든 문파의 관계가 풀어질 거라 했지. 과연 그리 되었는가? 오히려 그녀의 죽음으로 청구 호족은 모든 문파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지. 그러니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개죽음이나 한 멍청하고 어리석은 자였다!”

심협은 도산설을 보며 속으로는 한숨을 쉬었지만, 겉으로는 계속 차갑게 웃으며 조롱했다.

“닥쳐!”

도산설의 눈에서 혈광이 솟았고, 양손을 불끈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붕괴 직전까지 온 듯했다.

“너도 네 모친처럼 실패할 게다! 청구 호족은 오늘 여기서 멸족당할 것이다!”

심협이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닥쳐! 닥쳐! 닥쳐! 이게 다 네놈들 인간족 때문이다! 오늘 네놈들을 다 죽여주마!”

도산설의 눈에서 혈광이 강하게 번득이더니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증오의 불길이 마침내 완전히 폭발했다. 표정은 광포함 그 자체였다.

그녀의 등 뒤에서 혈광이 번득이더니 아홉 개의 핏빛 꼬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무시무시한 혈광이 감도는 꼬리는 엄청난 속도로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이를 본 심협은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은연중에 도산설의 외강내유, 기운은 강하지만 감정이 약함을 눈치채고는 일부러 그녀를 도발하는 한편 유명귀안의 미혹 신통으로 분노를 자극했다.

도산설은 확실히 강력해 그 외에는 여기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현황일기곤에서 광망이 번득였다. 심협이 전력으로 시전한 발천난봉의 금흑 허상이 다시 나타나 도산설의 꼬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르릉!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고, 격렬한 충돌에 한동안 회오리가 허공에 어지럽게 일었으며,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산설의 지금 실력은 심협보다 강했지만, 육체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싸움은 뜻밖에도 호각지세였다.

법진 안의 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는 모두 크게 놀랐다. 특히 청구 호족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도산설은 이미 천존에 근접했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한데 심협이 그녀와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때, 육문금쇄진이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몇 배나 빠르게 돌아가더니 밤하늘의 별빛이 속세로 떨어진 것처럼 별빛 같은 은빛이 법진 곳곳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법진 안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 * *

향양진 땅속. 육문금쇄진의 허점을 모두 고친 화령자는 땅속 어딘가에 가부좌를 틀었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원반이 떠다녔다. 하나는 육문금쇄진의 진반이었고, 다른 하나는 곡현성반이었다. 두 개는 위아래가 겹쳐져 있었다.

곡현성반의 법진 무늬가 번득이면서 성반 주위를 별빛 광망이 맴돌았는데, 매우 현묘해서 어떤 종류의 법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곡현성반의 성망과 육문금쇄진의 진반 주위로 노란 빛이 뒤엉켜졌다.

화령자의 차륜 같은 법결이 두 개의 진반으로 들어가자 성망과 노란 빛이 점점 완전히 하나로 합쳐져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성요복요진(星曜伏妖陣)과 육문금쇄진을 합치는 건 정말 고된 일이군.”

화령자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뜯으며 혼잣말을 했다.

땅의 육문금쇄진 안에 나타난 별빛에서 갑자기 눈부신 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법진 전체를 가득 채웠다.

모두의 시야가 차단되었다. 은색 별빛 안에는 기이한 금제의 힘이 담겨 있어서 진 안의 호족들은 온몸이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 아파 왔다. 은색 별빛은 그들에게 큰 피해를 줘서 신식도 지극히 제한한 탓에 10여 장 정도까지 밖에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심협 등의 고수들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 * *

청구산 땅속. 유소모주의 거울도 은빛이 충만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

유소모주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른 청구 호족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 * *

화령자가 허리를 쭉 피고는 근처에 있는 돌에 기대어 반쯤 눕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몰래 숨어서 훔쳐보기나 하다니, 고약한 노파로군. 심협,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가 경멸하며 가볍게 웃더니 위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 *

청구산 땅속. 태을 호족 하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소모주를 바라봤다.

“규령천경(窺靈天鏡)이 차단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연합군 중에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자가 있는 게 아닐까요?”

“당황하지 마라. 이곳은 매우 은밀하고 또 우리는 허점을 드러낸 적이 없다. 누군가 알아챘을 리가 없지. 지금 이 상황은 향양진에 있는 저 법진 탓일 것이다.”

유소모주는 내심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냉정함을 유지하는 척했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다른 호족 장로가 물었다.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도산설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으니 계획은 바뀌지 않는다. 너희는 준비만 잘하면 된다.”

유소모주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확신에 찬 듯한 그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했다.

* * *

육문금쇄대진. 심협은 주위의 법진이 급변하는 것을 보고는 화령자의 소행임을 바로 알아챘다.

“고맙군.”

그는 혼자 중얼거리고는 계속해서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열여섯 자루의 순양검도 모두 나와서 그의 주위를 빠르게 돌았다.

다른 진안에서는 마왕채의 칠살이 청색, 금색의 두 청구 호족 장로와 맞붙는 중이었다. 푸른 옷의 호족은 진선 중기에 은색 쌍검을 사용했고, 금색 옷의 호족은 진선 후기에 구환금도(九環金刀)를 휘두를 때마다 산과 바다를 가를 기세를 뿜어냈다.

하지만 칠살의 경지는 고심했고 형천지역의 위력은 매우 놀라워서 두 명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은색 별빛이 갑자기 나타나자 두 호족은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고, 일순 우뚝 멈췄다.

칠살은 씩 웃었고, 눈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었다. 온몸 곳곳에서 검은 불꽃이 나타났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눈을 빛냈다.

“이런! 마왕채의 인화승풍(引火乘風)이다! 어서 몸을 보호해!”

금색 옷의 호족이 급변한 얼굴로 온몸을 찌르는 고통을 참으며 구환금도에서 금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주위에 실제와 같은 금색 도의 허상이 나타나 몸 주위를 빠르게 맴돌기 시작했다.

푸른 옷의 호족도 황급히 요력을 운공하자 은색 쌍검이 번득였지만, 그의 옆에서 불꽃이 일더니 칠살이 귀신처럼 그 뒤에 나타났다. 온몸에서 타오르던 검은색 불꽃은 이미 반쯤 사라진 상태였다.

청의의 호족 단전 부위에 접시만 한 구멍이 뚫렸고, 그는 힘겹게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이내 몸이 폭발하여 기운이 완전히 소멸했다.

“청연(靑宴) 장로! 이놈, 죽여버리겠다!”

이를 본 금색 옷 호족이 일갈하며 구환금도를 내리쳤다.

그의 주위에 있던 금색 도의 허상이 마치 광풍과 폭풍우처럼 전부 칠살에게로 날아갔다. 이 날카로운 도의 허상은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

“비사주석!”

칠살의 형천지역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수많은 창의 허상이 나타나 금색 도의 허상과 충돌했다.

쾅! 쾅! 쾅!

검은색 창의 허상이 모두 흩어졌고 칠살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지만, 금색 도의 허상도 전부 부서진 상태였다.

칠살은 숨이 차올랐고, 기운이 불안정해졌다. 앞서 호족과의 연속된 싸움으로 소모가 컸는데, 향양진으로 온 뒤에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전투가 시작됐다. 게다가 방금 시전한 인화승풍은 본래 원기의 소모가 큰 신통이라 이제 그도 더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목숨을 내놓아라!”

금의의 호족이 이를 눈치챈 듯 비릿하게 웃으며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그때, 호족의 뒤쪽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천살시왕이 나타나 궁전만 한 암홍색의 거대한 인, 번천인을 내리쳤다.

금의의 호족은 기겁하며 급히 손을 휘둘러 검은색 작은 종을 내던졌다.

뎅!

시커먼 종은 순식간에 거대해져 그의 머리 위를 막았고, 옅은 노을 같은 빛이 휘몰아쳐 몸을 가렸다.

주위의 은색 별빛이 갑자기 차단되자 금색 옷 호족은 고통이 한결 가셨지만, 신식이 받는 영향만은 그대로였다.

이 호족은 서둘러 구환금도까지 내던지고는 입에서 법력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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