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화. 육문금쇄진(六門金鎖陣)
모두가 각자의 사람들을 데리고 향양진으로 들어갔고, 진법의 포진을 따라 각 문파에서 법진에 정통한 제자들이 육문금쇄진 곳곳에 배치되었다. 허공에는 심협과 육화명 두 사람뿐이었다.
심협은 눈앞의 대진을 자세히 살펴보며 신식을 펼쳐보기도 했는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법진에 정통한 편이 아니지만 안목은 괜찮은 편이라 이 법진의 비범함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사방 백여 리 안의 천지영기를 끌어모으고 대지와 하나가 되어 법진의 위력을 강화하는 진이었다. 심협 자신이라도 이 법진을 부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육문금쇄진? 정말로 상고 대진이로군. 이 법진에 포진한 자의 경지가 제법이긴 하다만,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다. 몇 군데 방위와 구조가 좀 비효율적인데, 특히 지맥과 연결되는 곳이 책에 쓰인 그대로 따라한 것이라서 실제적인 지형과 결합하지 못했으니 지맥과의 연결이 긴밀하지 않다.”
화령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자 심협이 눈을 번득이더니 신식으로 법진과 지맥이 결합된 곳을 살폈다.
그의 신식의 힘은 매우 강해서 조금 서툰 부분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심협은 신식으로 화령자를 훑었다. 법진의 경지만 놓고 따지면 확실히 화령자가 한 수 위였다.
“이런 허점은 대전 중에는 치명적이다. 심협, 육화명에게 가서 진도를 받아 와라. 내가 힘 좀 써주마.”
심협은 머뭇거렸지만 곧 있을 격전을 생각하자 화령자의 말대로 육화명에게 대진의 조금 바꿀 테니 진도를 달라고 했다.
“심형은 법진에도 정통한가? 내 보기에는 이미 충분히 안정적인 것 같은데. 심형이 정말로 잘 조정할 수 있나? 괜히 더 망치는 거 아닐까?”
육화명은 갑자기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머뭇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칠정 중 걱정의 상태이리라. 칠정심검은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그럴 리가 있소? 내게 진법 종사급의 벗이 있는데, 그의 지도 아래 법진을 바꿔보려 하오. 법진이 더 강해질 거요.”
그가 참을성 있게 말했다.
“아, 알겠네…….”
육화명은 그래도 머뭇거리면서 몇 척 크기의 노란색 옥반을 넘겼다. 거기에는 진문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심협은 옥반을 받자마자 인사를 건네고는 바로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곧장 진도를 화령자에게 넘긴 후, 땅속 한쪽에 가부좌를 틀었고, 선정을 쥔 채 법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오라버니.”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섭채주가 나타났다.
“채주, 아까 대전 때 어디 갔었어? 뭔가 좀 알아냈어?”
“네, 왕궁에서 금제 속에 숨어 있던 적을 찾아내 몰래 따라갔는데, 땅속 어디 은밀한 곳으로 가더군요. 별다른 것은 없었고, 반조 현상까지 포함한 청구산의 모든 일이 유소모주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역시 그랬구나.”
심협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유소모주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분명히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의미였다. 이제 도산설을 상대하는 동시에 유소모주, 이 늙은 여우를 대비해야 했다.
“그곳은 땅속의 어느 동굴이었는데, 거기에…….”
섭채주는 동굴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다만 땅속 동굴에 금제가 설치되어 있는 데다 유소모주는 태을의 대능이라 섭채주로서는 바로 물러났기에 자세히는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커다란 검은 나무 그루터기와 유소모주가 그 위에서 검은색 법진을 제어하는 광경만 볼 수 있었다.
“나무 그루터기라…….”
심협은 생각에 잠겼지만, 섭채주의 설명에서는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흑암 금제와 혈해로 우리를 공격했던 건 누구였어?”
“회색 옷을 입은 세 사람이었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요. 다만 기운이 마족과 관련이 있어 보였어요.”
섭채주가 곤륜경을 꺼내자 회색 옷을 입은 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역시 마족인가……?”
심협은 놀라지 않았다.
그때,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변하더니 청구산 쪽을 돌아봤다. 그쪽에서 굉음이 울렸는데, 땅속 깊은 곳에서도 그 떨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청구 호족이 마침내 공격해온 것이다.
“가자!”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땅속에서 나와 허공에 나타났다.
육화명은 이미 육문금쇄진을 발동했고, 36개의 노란색 깃발이 날아가 법진의 진안 여섯 군데로 날아가 여섯 개의 노란색 광륜을 이루었다.
각 문파 제자들도 이미 법진 곳곳에 들어가 있었다. 백소천, 언무사, 칠살 등은 허공으로 날아와 청구산에서 몰려오는 호족 대군을 바라보았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육문금쇄진의 관건은 여섯 곳의 진안입니다. 그 진안만 부서지지 않으면 대진은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쪽에서 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여덟 명이니, 심 도우, 섭 도우, 칠살 도우, 강 도우, 언 도우 그리고 제가 한곳씩 지키고, 백 도우와 배 장군은 대기하고 있다가 열세인 곳을 지원하는 게 어떻습니까?”
육화명은 ‘생각’의 상태에 들어가자 생각이 민첩하고 빨라졌다.
“육형의 말이 타당하나 제게는 조력자가 있어 두 곳의 진안을 지킬 수 있으니 법력 회복에 뛰어난 채주는 백형과 함께 지원을 맡는 게 좋겠습니다.”
섭채주는 심협에게 천살시왕과 조비극 등 진선급의 조력자가 있어서 두 곳의 진안을 지킬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별다른 의견이 없었기에 각자가 맡은 진안으로 향했다.
심협은 진안으로 들어가 바로 소매를 휘둘렀다.
검은 기운이 근처에 있는 다른 진안으로 가더니 검은색 연시가 나타났다. 천살시왕이 아니라 귀등상인이 만든 진선 절정의 연시였다.
이 연시는 생전에 태을 경지에 달했던 만큼 매우 강력했고, 아직 더 강해질 여지가 남은 터라 천언궁에서 나온 뒤로 심협은 천시진경의 비법으로 암암리에 배양해왔다. 지금 그는 재산이 많고 각종 진귀한 자원이 쌓여 있었기에 이 연시의 실력 또한 더 강해져서 이미 태을에 근접한 정도였다.
연시가 눈을 번쩍 뜨고는 흑홍의 두 줄기 흉광을 뿜어냈고, 두 자루의 검은색 대검을 꺼냈다. 검신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몇 줄기 가느다란 현음흑뇌(玄陰黑雷)는 그 기세가 비범했다.
심협은 연시를 꺼내는 동시에 손을 들어 물줄기를 소환해 통령역요술을 시전했다. 이내 거울 요괴가 튀어나왔다. 심협은 창궁 비경에 몇 년을 갇혀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겨우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터라 거울 요괴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거울 요괴가 예를 올렸다.
“인사는 됐고, 큰 싸움이 일어날 테니까 나를 좀 도와줘.”
심협이 빠르게 말했다.
“네!”
거울 요괴는 빠르게 몰려오는 청구 호족을 보고는 표정이 변하더니 바로 대답했다.
이내 청구 호족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날아왔는데, 그 수는 연합군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앞선 전투 때 전사들만 참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일족이 전부 출동한 것인지 남녀노소가 뒤섞여 있었다.
청구 호족은 향양진과 육문금쇄대진을 보고도 멈추지 않고 공격해왔다. 그 광경은 마치 핏빛의 성난 파도가 하늘을 가리며 몰려오는 것 같았다.
법진 안에 있던 배민 장군이 이 광경을 보더니 차갑게 눈을 번득이며 노란 빛이 감도는 진반을 꺼내고는 법력을 주입했다.
청구 호족 전방의 땅에서 갑자기 무서운 파동이 전해지더니 세 개의 노란색 법진이 허공에 나타났다. 법진의 중심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세 개의 제단 같은 석대가 나타났는데, 석대마다 커다란 기물이 놓여 있었다. 각각 붉은색 조롱박과 보라색 발우 그리고 커다란 푸른 깃발이었다.
“천강삼보(天罡三寶)!”
옆에 있던 백소천이 이 세 개의 기물을 보더니 놀란 듯 외쳤다.
천강삼보는 상고 시기의 보물이 아니라 세상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기였다. 백 년 전의 마겁 대전 때 대당의 흠천감이 마족을 막기 위해 만든 특수한 법기인데, 위력이 강력하지만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천강삼보는 마겁 대전에서 여러 차례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이 보물을 만들려면 대가가 만만치 않아 대당의 국력이라도 고작 30여 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마겁이 끝난 뒤로는 더 만들지 못했는데, 향양진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때, 청구 호족 대군의 후방에서 굉음이 울리더니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핏빛 발톱이 나타나 호족 대군을 지나 천강삼보 쪽으로 날아왔다.
이를 본 배민은 서둘러 붉은색, 보라색, 푸른색, 세 개의 구슬을 꺼내 힘을 줘 부스러뜨렸다.
그 순간, 천강삼보에서 맑은소리와 함께 세 줄기의 엄청난 법력 파동이 폭발했다. 하지만 완전히 발동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도산설인가……?”
육문금쇄진 반대편에 있는 심협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몇 장 길이의 금색 화포를 꺼냈다. 천언궁에서 얻은 강화판 신장화포였다.
그는 천강삼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도산설이 나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심협이 운사여전결을 운공하자 수십 가닥의 신혼 정사가 미간에서 나와 신장화포 곳곳에 꽂혔다. 그러자 신장화포 곳곳에서 하늘을 찌르는 금빛이 솟구치며 무서운 법력 파동이 폭발했고, 육문금쇄대진에도 파문이 일어났다.
쾅!
굉음과 함께 굵고 커다란 하얀색 빛줄기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고, 순식간에 몇 리를 지나 거대한 핏빛 발톱과 충돌했다.
하얀 빛의 태양이 허공에 나타났고, 섬뜩할 정도의 영압이 퍼져 나오더니 핏빛 발톱은 썩은 나무처럼 완전히 부서졌다.
이를 본 배민은 안도하며 전력을 다해 천강삼보를 발동했다.
붉은색 조롱박에서 화홍의 영광이 감돌며 빠르게 밝아졌고, 금방 임계점에 다다랐다. 그러자 조롱박이 갑자기 몇 배나 커지더니 펑 하고 터졌다.
수많은 붉은색 자갈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는데, 불꽃이 타오르는 자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장 크기의 화운으로 변해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호족 대군 안에 떨어졌다.
이 호족들은 갑자기 몸에 불이 붙더니 순식간에 불덩이가 되었다.
옆에 있던 보라색 발우도 마찬가지로 보라색 영광을 번득이더니 무서운 뇌전 파동을 뿜어내며 날아가 허공의 구름으로 사라졌다.
일순 구름이 몇 배나 짙어지면서 하늘은 칠흑 같은 솥 바닥처럼 변했고, 커다란 뇌전이 먹구름 안을 돌아다니더니 전부 아래로 떨어졌다.
푸른색 깃발도 빠르게 커져 수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깃발이 되더니 굉음과 함께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문짝만 한 수많은 푸른색 바람 칼날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청구 호족 대군에게로 날아갔다.
폭발음, 천둥소리, 광풍 부는 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고, 기세가 등등하던 청구 호족 대군은 순식간에 큰 혼란에 빠졌다. 불꽃, 뇌전, 바람이 힘을 합쳐 공격해오자 최전방의 호족은 순식간에 전멸했다. 그 수는 청구 대군 전체의 1할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공세가 크게 흔들렸다. 반면 향양진의 수사들과 주둔군들은 사기가 진작되었다.
무수한 법보가 육문금쇄진 안에서 쏟아져 나와 후방의 청구 호족 대군을 공격하자 순식간에 피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청구 호족은 금방 진열을 가다듬고 바로 반격에 나섰다.
격렬한 법력 충돌음과 고함이 사방에 울려 퍼지면서 쌍방이 서로 죽고 죽이기 시작했다.
연합군은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육문금쇄진은 확실히 대단해서 하얀 빛이 번쩍일 때마다 청구 호족의 공격 대부분을 막아냈다. 수사들과 향양진 병사들이 나머지 공격을 막아내면서 한동안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