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90화 (990/1,214)
  • 990화. 후퇴

    거대한 불꽃 칼날이 허공에 나타나자 강력한 압박이 순식간에 허공을 갈랐다. 이 강력한 압박감은 실제처럼 모두의 어깨를 짓눌렀다. 상대적으로 약한 제자들은 숨이 턱 막혀왔다.

    이와 동시에 수천 명의 청구 호족 제자가 불꽃 거인의 양쪽에서 튀어나왔는데, 압박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이들은 연합군에게 달려들어 혼란스럽게 싸우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은 현황일기곤을 꺼내 쥐고는 앞으로 한 걸음 나가더니 화려한 동작 없이 그대로 들어 불꽃의 칼날을 막으려 했다.

    “심협!”

    육화명과 백소천이 발견하고는 도와주러 오려는데, 심협의 팔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거인의 팔처럼 거대해져 현황일기곤을 들고 불꽃 칼날을 막았다.

    쾅!

    굉음이 터졌다.

    칼날과 곤봉이 충돌한 곳에서 불꽃이 튀더니 거대한 불꽃 칼날이 그대로 부러졌다.

    폭발하는 불꽃이 유성처럼 사방으로 튀는 매우 아름다운 광경을 육화명 등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엄청나게 강하다더니 순식간에 부러트린 건…… 우릴 갖고 논 건가?”

    백소천이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육화명도 경악했는데, 그는 그제야 심협의 기운이 진선 후기에 도달했음을 눈치챘다.

    “심형, 도대체 어떻게 수련하기에 벌써 진선 후기가 된 거요?”

    이 목소리에 백소천과 강신천, 칠살의 눈이 모두 심협에게 집중되었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적부터 쓰러트리고 나서 얘기하죠. 이 불꽃 거인은 밖으로 소환돼서 그런지 제단에 있을 때보다 많이 약해졌으니 제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시오.”

    심협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는 불꽃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육화명과 백소천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호족 대군을 향해 돌진했다.

    “십방무적, 참룡결(十方無敵, 斬龍訣)!”

    긴 외침과 함께 육화명 수중의 장검이 쏜살같이 날아가더니 검날에서 울려 퍼지는 맑은 울음과 함께 검광이 백 배로 폭증했고, 검날을 감싼 거대한 빛의 검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호족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금강호법!”

    백소천이 외치고는 염화지법(拈花指法)을 하며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몸 뒤에 다시 거대한 금색 부처가 나타났고, 그의 동작을 따라 호족 대군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영동구천(靈動九天)!”

    섭채주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광망이 사방을 뒤덮었다.

    영광이 떨어지자 연합군 수사들은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면서 소모된 법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연합군의 사기가 치솟더니 대대적으로 청구 호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치우지박으로 소천 장로의 장로에게 일격을 가한 뒤 추운축전화에서 뇌광을 번쩍이며 귀신처럼 불꽃 거인에게로 돌격했다.

    양손으로 곤봉을 잡고 빠르게 돌리자 황금빛 허상이 허공에서 끊임없이 늘어났다. 곤봉의 허상이 불꽃의 거인을 가격할 때마다 천둥 같은 폭음이 울려 퍼졌고, 거인의 몸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를 본 소천 장로는 바로 불꽃 거인을 발동하여 양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늘려서 다시 두 자루 불꽃 장도로 변하게 한 뒤, 곤봉 허상을 향해 내리쳤다.

    퍼펑!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모든 곤봉 허상이 가로막혔다.

    그러나 심협은 차갑게 비웃고는 다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열 자루 순양비검이 불꽃 거인을 휘돌아 그 뒤의 소천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불꽃 거인이 쌍도를 휘둘러 비검들을 막으려 했지만, 심협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재빨리 날아와 현황일기곤을 비스듬히 휘둘러 쌍도를 쳐냈다.

    소천 장로는 열 자루 순양비검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등 뒤에서 갑자기 새하얀 광망을 뿜어냈다. 그 안에서 아홉 개의 새하얗고 기다란 꼬리가 순양비검을 후려치려 했다. 이 꼬리는 수천 번의 단련을 거쳐서 이미 법보와 다를 바 없었다.

    꼬리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털들이 날카로운 침처럼 뿜어져 나갔다.

    그러나 모두 검령을 가진 영험한 순양비검은 검날에서 일제히 불꽃을 뿜어내 침을 막아냈다.

    띵! 띵!

    어지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순양비검을 향해 날아간 수많은 여우 털들은 순식간에 불꽃에 타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털이 불꽃을 뚫고 지나가 혼전을 치르고 있는 연합군과 호족을 향해 쏟아졌다.

    적지 않은 사람이 침에 찔리면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양비검은 약간 지체됐지만, 여전히 소천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소천 장로가 영광에 싸인 등 뒤의 꼬리를 휘두르자 강력한 광풍이 일어나 열 자루 순양비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이 비검들이 소천 장로의 주의를 분산시킨 틈에 불꽃 거인은 심협의 접근을 막지 못했다.

    쾅!

    심협의 곤봉이 거인의 머리를 내리치자 굉음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현황일기곤이 마치 방금 불에 담근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대로 불꽃 거인의 머리를 뚫고 들어갔다. 머리 절반이 터져나가자 수많은 불꽃이 산골짜기 곳곳에 떨어졌다.

    한편 천기성 제자들도 대군의 최후방에서 쉬지 않고 언갑으로 호족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상처 입은 유려 장로를 감시하느라 언무사만 이 광경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심협의 실력이 이미 이 정도에 도달한 것을 보자 진작에 그를 높게 본 소부자의 안목이 역시 매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청구 호족보다 수가 많았던 연합군 수사들은 심협이 소천 장로를 제압한 것을 보고는 사기가 더 올라서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퇴!”

    소천 장로가 크게 외쳤다.

    청구 호족은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제히 골짜기 더 깊은 곳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지켜만 볼 연합군이 아니었고, 이들은 맹렬하게 추격했다.

    소천 장로는 그들이 쫓아오자 바로 도망치지 않고 아래로 내려가 머리가 날아간 불꽃 거인을 거두는 동시에 연합군의 추격을 막았다.

    소천 장로는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포위한 연합군을 보며 양손으로 기이한 법결을 맺고는 뛰어올라 불꽃 거인의 몸으로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비명이 들려 왔다.

    불꽃 거인 안의 소천 장로가 불꽃에 휩싸이자 피와 살이 그대로 녹으면서 점점 피의 불꽃이 되어 거인과 한 몸이 되었다.

    불꽃 거인은 본래 허화한 실체가 없는 존재였는데, 소천 장로의 피와 살, 뼈가 받쳐주자 기운이 빠르게 폭증하기 시작했다. 진선 후기에서 진선 절정에 도달하여 태을 경지를 코앞에 두게 되었다.

    몸을 갑자기 앞으로 숙이더니 입에서 포효를 터트리자 입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불꽃이 불꽃의 파도로 변하여 연합군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최전방에 있던 10여 명의 수사는 미처 피하지 못하여 순식간에 불꽃에 휩쓸리더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모두 겁에 질려 물러나기 시작하자 서로 뒤엉켜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나운 불꽃이 용솟음치며 그들을 전부 집어삼키려는 순간, 불송을 읊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백소천이 화생사 제자들과 함께 앞을 막아섰다.

    “금강호체!”

    읊조리는 몇 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금색 불상의 허상이 동시에 나타나 일제히 손을 펼쳐 앞으로 내밀었다. 몇 개의 금색 산봉우리가 나란히 앞으로 나와서 강력한 기세의 불꽃 파도를 막아냈다.

    “당황하지 말고 대열을 유지하며 퇴각하라!”

    육화명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그제야 진정하고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콰직! 콰지직!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고, 금색 불상의 손이 빨갛게 달아올라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더는 못 버틸 것 같았다.

    “안 되겠다! 모두 철수하라!”

    백소천의 외침에 화생사 제자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금색 손바닥이 사라지자 세찬 불길이 더욱 빠르게 몰려왔다.

    “연화묘법, 진창해!”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줄기 푸른 광망이 하늘 높이 솟구치면서 극한의 기운이 폭증했다. 곧이어 하늘까지 솟구친 파도가 일어나 불꽃을 덮쳤다.

    이 파도는 이전보다 위력이 열 배나 강력해 극한의 기운이 퍼지는 동시에 곧장 불꽃을 봉쇄하여 얼음 속에 불꽃을 가두었다.

    잠깐이었지만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 불꽃도 심상치 않아서 잠시 후에는 하얀 김이 솟구치더니 얼어붙은 파도가 녹기 시작했다. 새빨간 불꽃이 다시 아래로 돌진했는데, 기세는 많이 약해져 있었다.

    10여 명의 대당 관부 제자들도 육화명의 인솔하에 일제히 검을 뽑고 무시무시한 검기를 뿜어내 불꽃의 파도를 무참히 베었다.

    이 무렵, 소천 장로와 한 몸이 된 불꽃 거인의 머리에 나선형의 뿔이 자라났고, 등에는 거대한 꼬리가 나타났다. 마치 불꽃의 악마 같았다.

    거인은 두 자루 장도를 좌우로 휘두르더니 전방을 향해 내리쳤다.

    높이 치켜든 두 자루 칼날에서 백 장 길이의 도광이 뻗어 나가 허공을 가르고 쪼갰다. 그 기세와 위능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했다.

    이때, 두 사람이 좌우에서 동시에 나타나 두 개의 도광을 맞이했다.

    “강형, 칠살 도우! 힘으로 맞설 공격이 아니니 어서 피하시오!”

    이를 본 육화명이 도우러 달려가려는데 허공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형, 비키시오!”

    육화명이 고개를 돌려 보니 심협이 곤봉을 들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열 자루 순양비검이 검진을 이룬 채 찬란한 금빛을 번득이고 있어서 마치 태양 같았다.

    쾅! 쾅!

    곧이어 두 번의 강렬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금색 보탑이 땅에서 솟아 나와 왼쪽의 도를 막았고, 우마의 허상이 나타나 오른쪽에서 떨어지는 도광을 막았다.

    불꽃 악마는 쌍도가 막히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효하더니 입에서 용암 같은 불꽃을 뿜어내려 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태양이 내려와 머리를 베었다.

    불꽃 악마의 불꽃보다 훨씬 강렬한 금오지화가 담긴 날카로운 검기가 그 머리에 떨어지는 순간, 바로 폭발이 일어났다.

    퍼펑!

    만 줄기의 검광이 번쩍이더니 검기가 순식간에 산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불꽃 악마의 머리는 마치 날카로운 톱니로 벤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 가운데를 베었다.

    찢어진 곳을 통해 검광이 끊임없이 떨어지더니 깊게 파고들어 머리부터 목, 가슴까지 불꽃 악마는 절반으로 쪼개졌다.

    하지만 이 악마는 태을의 존재에 가까웠기에 검광으로 내리치는 동시에 빠르게 검기가 소모됐다.

    가슴까지 벤 금광검진은 힘이 전부 소모됏고, 가슴의 갈라진 틈은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갈라진 몸은 거대한 입처럼 모든 비검을 집어삼키려 했다.

    심협은 곧장 순양비검을 빠져나오게 했다.

    갈라진 상처가 활짝 열리자 이미 녹아서 영롱한 뼈만 남은 소천 장로의 본체가 드러났다. 두 눈이 다 녹아서 사라지고 남은 눈구멍이 전방을 노려보았다.

    추운축전화가 번쩍이는 동시에 심협은 그에게 돌진했다. 양손으로 꽉 쥔 현황일기곤에 끊임없이 힘을 모으고 있어서 붉게 달아오른 인두처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소천 장로, 이만 가시오!”

    심협이 크게 외치며 현황일기곤을 허공에 나타난 새빨간 태양처럼 둥글게 휘두르더니 강하게 소천 장로의 머리를 내리쳤다.

    펑!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소천 장로의 머리가 부서졌고, 수많은 뼛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 안에 있던 신혼도 함께 폭발하여 완전히 소멸했다.

    불꽃 악마도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이 되더니 서서히 꺼졌다.

    산골짜기에는 먼저 적막이 흐르더니 곧이어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각 문파의 연합군과 청구 호족의 첫 번째 대규모 전쟁이 대승으로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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