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75화 (975/1,214)
  • 975화. 십방마옥도(十方魔獄道)

    무라는 금색 검광의 기운을 느끼고는 표정이 급변해 급히 옆으로 피했다.

    찌익!

    비단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무라의 가슴에 기다란 상처가 나더니 피가 솟구쳤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피한 덕에 목이 떨어지는 참상을 피할 수는 있었으나 허상으로의 변신도 풀린 상태였다.

    “방금 그 검광은……? 어떻게 내 불사환령체(不死幻靈體)에 상처를 낸 거지?”

    무라가 상처를 누르며 뒤로 물러났다.

    심협은 물론 대답하지 않고 다시 순양검을 결인했다. 열 자루의 비검이 흩어져 무라 주위로 날아가 빠르게 순양금광검진을 펼쳤다.

    “간다!”

    심협의 외침과 함께 천화를 감싼 수많은 빛의 검이 폭우처럼 무라를 향해 쏟아졌다.

    금뇌를 감싼 빛의 검이 다시 빼곡한 빛의 검 사이에서 사라졌다.

    당황한 무라가 오른손을 치켜들자 조도에서 혈광이 뿜어져 나와 가슴의 상처를 스쳐 갔다. 커다란 상처에서 가느다란 혈사(血絲)가 튀어나와 빠르게 교차하며 꿈틀거렸고, 흉측했던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회복됐다.

    이와 동시에 무라의 몸이 다시 투명해졌고, 쏟아진 검들은 그대로 그녀의 몸을 통과했다.

    무라가 불사환령을 발동하여 변신하는 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더 빨라지자 심협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금광검진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숨겼다.

    “쥐새끼처럼 숨는 것인가? 당장 나와라!”

    무라의 외침에 허공에서 남명이화가 타오르는 금색 검륜(劍輪)이 나타났다. 오른손의 조도에서 혈광이 강하게 비추자 집채만 한 핏빛 손톱이 허공에 생겨나더니 쏟아지는 수많은 빛의 검을 무시한 채 금색 검륜을 잡아 단번에 부수려 했다.

    심협은 핏빛 손톱 옆에 나타나 번천인으로 내리쳤다.

    콰쾅!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핏빛 손톱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혈광이 되어 사라졌다.

    한데 심협이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번천인과 검륜 안의 순양검에 묻은 수많은 혈광이 빠르게 두 법보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심협은 서둘러 순양검과 번천인을 발동하여 그 혈광들을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혈광들은 마치 거머리처럼 두 법보에 찰싹 붙었고, 순양검의 남명이화와 번천인의 강력한 위력에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순양검과 번천인에서 비명이 들려왔고 영광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번천인은 뒤집어졌고, 순양검이 빛을 잃으면서 금광검진에는 순식간에 허점이 생겨 더는 무라를 붙잡아 둘 수가 없었다.

    심협이 황급히 다른 순양검으로 검진의 허점을 메우자 그제야 검진이 안정되었다. 그는 혈광이 침투한 순양검과 번천인을 소매에 넣고 순양검결을 운공했다.

    붉은 빛이 두 법보에 주입되자 순양검과 번천인에 요동치는 불꽃이 떠올랐다. 순양검결의 신통인 순양진화(純陽眞火)는 법보 안의 이물질을 연화하는 데 뛰어났다. 또한 법력만 충분하다면 순양진화를 오랫동안 운공할 수 있어서 사용에 제한이 있는 순양검 안의 천화와는 달랐다.

    이를 본 무라는 차갑게 비웃었다.

    ‘그 혈광들은 가장 순수한 치우 마기이고 핏빛 조도 안에는 오염(汚染)의 금제가 있는데 마음대로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녀가 돌아서서 다른 금색 광륜으로 날아가더니 핏빛 조도에서 뿜어져 나온 광망을 허공으로 밀었다.

    핏빛 손톱이 다시 나타나 허공의 검륜을 잡으려 했다.

    표정이 어두워진 심협은 순양검과 번천인 안의 혈광을 제거할 틈도 없이 몸속에 챙겨 넣고는 두 발에서 뇌광을 뿜어내 순식간에 무라 앞에 나타났다.

    흑홍색 광망이 번득이자 거대한 언갑이 튀어나왔다. 바로 훼멸명왕이었다.

    가슴의 조종실 문이 열리자 심협은 뇌광이 되어 안으로 들어갔다. 훼멸명왕의 열일전부에서 뜨거운 태양 같은 광망이 뿜어져 나오자 주위의 허공이 붉게 물들어 마치 모든 공간에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거대한 열일전부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단번에 핏빛 손톱을 베었다.

    꽝!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핏빛 손톱은 다시 부서졌지만, 열일전부도 혈광에 물들어 뜨거운 태양 같은 붉은 빛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이를 본 심협은 가슴이 철렁했다. 저 혈광이 언갑에까지 침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심협, 계속 법보를 꺼내 봐라! 하하하!”

    무라가 또다시 차갑게 비웃고는 핏빛 조도에서 광망을 뿜어냈고, 곧장 핏빛 손톱이 검륜을 잡으려고 했다.

    심협은 다급해졌지만 지금은 훼멸명왕 안에 있다 보니 뇌둔술을 시전할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훼멸명왕을 움직여 쫓아가는 동시에 급히 참마신검을 소환하여 헌원신뢰로 법보 안의 혈광을 제거하려 했다.

    한데 그때, 오른손 법맥 안의 검은색 씨앗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두 개의 검은색 뿌리가 허공을 뚫고 순양검과 번천인을 찔러 들어가 두 법보 안의 혈광을 흡수해버렸다.

    검은색 씨앗이 법보를 오염시키는 혈광까지 흡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심협은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동해 용궁에서도 이 검은색 씨앗이 핏빛 뼈 피리 안의 치우 마기를 흡수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그와 기운이 비슷한 핏빛 조도의 혈광을 흡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심협은 곧장 번천인을 꺼내 밖으로 던졌다.

    천살시왕이 나타나 번천인을 잡고 무라를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심협이 열일전부를 결인하자 이 도끼는 갑자기 훼멸명왕의 손에서 사라지더니 크기가 줄어든 상태로 심협 앞에 나타났다.

    심협은 도끼를 쥔 채 검은색 씨앗의 힘을 발동했다.

    열일전부의 혈광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순식간에 완전히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은 전광석화처럼 일어난 일이었다.

    그 무렵, 천살시왕은 무라를 쫓아가 핏빛 손톱을 향해 암홍색 광망을 뿜어내는 번천인을 유성처럼 떨어트렸다.

    “말도 안 돼!”

    순식간에 복구된 번천인을 본 무라는 깜짝 놀라 핏빛 조도를 이용하여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쾅!

    굉음과 함께 핏빛 손톱이 다시 부서졌다.

    번천인은 천살시왕의 손에서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여 거대한 손톱을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무라까지 날려버렸다.

    무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른 신통을 시전하려 했는데, 그 순간 금빛 검이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왔다.

    미처 피하지 못한 무라는 참마신검에 어깨가 베였고, 헌원신뢰가 성난 파도처럼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그녀의 불사환령체를 베었다.

    붉은색과 검은색, 열일전부와 뇌신추, 두 개의 거대한 환영이 날아와 그녀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대로 튕겨 나간 무라는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가 뒤틀렸고, 입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

    쾅!

    그녀는 근처의 돌벽에 커다란 구멍을 뚫으며 처박혔다.

    열일전부와 뇌신추는 공간마저 부술 정도로 강력하지만, 무라는 중상을 입긴 했어도 무사했기에 심협은 의아해 했다. 그러나 곧 그녀의 온몸에 퍼져 있는 혈광을 보고서야 무언가를 알 것 같았다.

    ‘저 조도가 방해한 거였군!’

    그는 멈추지 않고 한 손을 결인하여 금광검진을 발동했다. 그러자 수많은 금빛 검이 다시 쏟아져 나와 무라에게로 날아갔다.

    무라는 중상을 입은 상태라 피할 수 없었는데, 순식간에 수많은 혈흔까지 생기자 더욱 움직이기 어려웠다.

    심협은 순식간에 천살시왕을 무라의 앞으로 보내 번천인으로 머리를 노렸다. 무라의 혈광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번천인에 머리를 맞으면 절대 무사할 수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중상을 입은 무라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오른손에서 금빛을 강하게 발산했다. 그러자 광채가 흐르고 선기가 솟구치는 금색 대궁, 약목신궁이 나타났다.

    그녀가 신궁을 당기기도 전에 굵은 금빛 화살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날아가 번천인과 충돌했다.

    콰쾅!

    이어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졌고, 동시에 황금빛 햇살이 뿜어져 나가자 번천인과 천살시왕이 튕겨 날아갔다.

    “심협, 죽어라!”

    무라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입에서 피를 뿜어내 핏빛 조도에 주입했다.

    핏빛 조도가 강렬하게 떨면서 천둥소리를 뿜어내자 짙은 혈홍색 마기가 폭발하면서 단숨에 반경 수십 장을 뒤덮었다.

    마기 안에서는 크고 작은 핏빛 소용돌이가 빠르게 회전하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심협과 훼멸명왕도 마기에 뒤덮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흡입력이 덮쳐오자 온몸의 법력과 정혈이 마기에 빨려 나가 방어할 수가 없었다.

    훼멸명왕 안에 담기 영력도 밀물처럼 빨려 들어가 핏빛 마기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순양금광검진도 대량의 영기가 빨려 나가자 휘황찬란하게 빛나던 광진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안색이 돌변한 심협은 바로 훼멸명왕을 소요경에 넣고 추운축전화에서 뇌광을 뿜어내 주위의 마기를 조금 막아냈다. 뒤이어 천둥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핏빛 마기 영역 바깥인 백여 장 너머에 나타났다. 순양검광검진도 무너져 다시 열 자루 비검이 되어 그의 옆으로 돌아왔다.

    심협은 재빨리 빠져나왔지만 적지 않은 법력을 빼앗겨 안색이 창백했다.

    훼멸명왕의 영력도 2할 정도 흡수됐고, 열 자루의 순양검도 원기가 적지 않게 손상됐다.

    유천과 홍굴, 금수도 핏빛 마기에 영향을 받을까 봐 서둘러 멀리 피했고, 검은색 연시도 금수를 내버려 두고 심협 옆으로 돌아왔다.

    회색 작은 탑 쪽도 핏빛 마기에 뒤덮여 섭채주 등의 법력과 그들의 법보 영력 모두 흡수됐다.

    모두 안색이 돌변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대청 안의 전투가 멈췄고 유일하게 짙은 핏빛 마기만 허공에서 용솟음치고 있었다.

    작은 회색 탑도 핏빛 마기에 뒤덮이자 주위의 회색빛 광진이 다시 나타났고, 광망이 뿜어져 나와 핏빛 마기의 침투를 막아냈다. 그 영향으로 허공은 강하게 흔들렸다.

    이 회백색 광진이 현묘하긴 했지만, 더 강력한 핏빛 마기가 영력을 빠르게 흡수하자 금방 어두워졌다. 이를 본 거청천은 오히려 기뻐했다.

    대전 다른 곳의 영력도 핏빛 마기에 흡수되어 벽과 바닥 모두 빛을 잃었고, 안에 담긴 영력이 전부 핏빛 마기 깊은 곳으로 모여들었다.

    ‘저건 무슨 신통이지? 저렇게 모든 영력을 흡수하다니, 곤륜경보다 더하잖아!’

    심협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선정을 꺼내 법력을 회복했다.

    열 자루 순양검도 단전에 넣어서 법력으로 온양하고 회복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건 마조 치우의 십방마옥도(十方魔獄道)다.”

    화령자가 신중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십방마옥도?”

    치우무결에는 저런 마공이 적혀 있지 않았기에 심협은 당황했다.

    “치우가 만든 신통으로, 모든 원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영재, 법보 혹은 시전했던 신통이든 원기만 담겨 있으면 저 마공의 약탈을 피할 수가 없다. 과거 축록 전쟁 때 치우는 저 마공으로 황제의 십만 대군을 단숨에 집어삼켜 세상을 놀라게 했지. 다만 저 신통은 수련이 너무 까다로워 수많은 세월 동안 치우 외에는 누구도 익히지 못했다. 그러니 무라가 저 신통을 익힌 것이 아니라 저 핏빛 조도에 담긴 신통일 것이다.”

    화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핏빛 마기가 갑자기 안으로 몰려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사라졌다.

    뒤이어 누군가 나타났는데 바로 무라였다.

    그녀는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비틀렸던 손과 발도 원래대로 돌아와 마치 애초에 부상을 입은 적도 없는 것 같았고, 기운도 전부 회복되었다. 더욱이 핏빛 조도와 그녀의 오른손은 융합한 것처럼 보였다.

    “저 신통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모든 영력을 흡수할 수 있고 치료까지 할 수 있다면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오라버니.”

    섭채주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는 심협 옆으로 다가왔다.

    “채주야, 곤륜경으로 무라를 공격해줘.”

    섭채주를 본 심협은 잠시 고민하더니 전음을 보냈다. 곤륜경은 조무의 무기이고 흡수 신통도 있으니 어쩌면 십방마옥도에 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섭채주는 심협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두말없이 전력을 다해 곤륜경을 발동했다.

    흑암의 영역이 무라 주위를 뒤덮고는 빠르게 용솟음치며 압축해오자 무라 근처의 혈광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무족의 흑암 신통이냐? 이 정도로 날 삼키려 하다니, 우습구나!”

    심협 등이 기뻐할 새도 없이 무라가 차갑게 비웃더니 핏빛 조도에서 혈광을 뿜어냈다. 거의 동시에 핏빛 소용돌이가 다시 나타나 흑암의 영역에 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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