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3화. 신출귀몰
“이건 대현금자극력(大玄金磁極力)입니다!”
암영전표가 바닥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이 금제를 알고 있는 겁니까? 어서 말해보세요.”
무라가 암영전표에게 물었다.
“천언 노인의 서적에서 본 적이 있는데, 대현금자극력은 그자가 상고의 현금원자신비(玄金元磁神碑)를 연구하여 깨달은 것입니다. 이건 금제가 아니라 법보 같은 것인데, 이 금색 바닥이 현금자극력의 원천입니다. 벽돌마다 금자의 중력이 담겨 있는데, 벽돌 하나하나의 중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수천 개가 합쳐지면 태을 존재도 버틸 수가 없지요. 어떤 둔술로도 날아갈 수 없으니 오직 육신의 힘으로만 뚫고 갈 수 있습니다.”
“파훼법은?”
설명을 들은 무라의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기록에 의하면 대현금자력은 본래 금강불멸조(金剛不滅罩)와 함께 사용해야만 완전무결한데 여기에는 현금의 벽돌만 있으니 이 금색 벽돌을 전부 부수면 됩니다. 다만 이 벽돌들은 매우 단단하지요.”
암영전표가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파훼법이 있으면 됐습니다. 심협이 앞서가고 있으니 서둘러요!”
무라가 날카롭게 외치고는 소매에서 두 개의 검은색 뼈 칼, 흑염마도(黑炎魔刀)를 꺼내 현금의 벽돌을 내리쳤다.
마도는 강력한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꽂혔고, 현금의 벽돌에 두 줄기 가느다란 금이 갔다.
무라는 마도를 소환하려 했지만, 쌍도는 바닥에 붙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을 바꿔 이번에는 대추 같은 법보를 꺼내 현금의 벽돌을 내리쳤다.
퍼펑!
또다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현금의 바닥에 균열이 조금 더 커졌지만, 여전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그때, 노란색 법보가 하늘에서 내려와 산과 같은 무거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현금 바닥의 중력을 이용하여 마도와 대추보다 더 강한 힘으로 현금의 바닥을 내리쳤다.
꽈르릉!
현금의 벽돌이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서졌다.
그 순간, 강력했던 중력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남은 것은 근처의 벽돌에서 전해 오는 중력뿐이었다. 이 중력은 여전히 강했지만, 무라의 법보들은 겨우 빠져나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암영전표와 현화신구가 이 광경을 보더니 바로 각자 법보를 꺼내 현금의 벽돌을 내리쳤다.
비록 벽돌은 부서지지 않았고 법보는 바닥에 붙어버렸지만, 진선 존재들답게 더 좋은 법보들을 꺼내 공격을 퍼부었다.
쾅! 쾅! 쾅!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면서 현금의 벽돌은 부서지기 시작했고, 무라와 두 사람은 재빨리 날아올랐다.
거청천과 유천 등도 이 틈에 재빨리 일어서더니 달려나갔다.
이를 본 심협은 벽돌을 부수기보다는 모든 힘을 끌어모아 걸음을 재촉했다.
일각여 뒤, 심협은 마침내 현금 벽돌 구역을 통과해 가장 먼저 검은색 탁자 앞에 도착했다. 중력이 일제히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심협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바로 검은색 탁자로 달려가 결인했다.
손에서 날아간 아홉 개의 검광이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져 불꽃의 대검으로 변하더니 강하게 탁자 주위의 하얀 광막을 내리쳤다.
광막은 안으로 움푹 파였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심협이 생각을 바꿔 다른 수단을 시전하려는데, 갑자기 하얀색 광막에서 몇 번의 천둥소리가 낮게 울리더니 천지를 파멸할 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심협은 표정이 굳어 재빨리 뒤로 피했다. 하지만 그가 멀리 가기도 전에 몇 가닥의 하얀 번개 교룡이 광막에서 튀어나와 공격해왔다.
심협이 양팔을 휘두르자 굵은 금색 번개가 뿜어져 나갔고, 순식간에 뇌벽이 되어 번개 교룡을 막았다.
꽈르릉!
번개 교룡과 뇌벽이 충돌하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고, 금빛이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하얀 빛이 번쩍여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금색 뇌벽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고, 심지어 교룡은 이를 흡수해 더 거대해졌다.
심협은 그 짧은 틈에 천두금준을 꺼내 금색 광막으로 앞을 막았다. 거의 동시에 연연나금의도 맹렬히 번득이면서 금색 광막 뒤에 푸른 빛의 방패가 생겨났다.
뇌룡이 금색 광막을 물어뜯고 할퀴자 몸에서는 하얀 뇌광이 번쩍였다.
천두금준은 비록 뛰어난 방어 지보이지만, 구천금정이 부족해로 완벽하게 제련이 되지 못한 터라 금색 광막이 몇 번 반짝이더니 부서졌다.
몸이 절반으로 줄어든 번개 교룡이 바로 몰려와 푸른 빛의 방패를 공격했다.
연연나금의는 공격을 흘리는 신통이 있기에 번개 교룡의 공격은 빛의 방패 절반 정도를 뚫고 들어온 순간 옆으로 비켜나갔다.
안도한 심협은 바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암홍색 대인이 날아가 순식간에 집채만 해지더니 유성처럼 떨어져 강하게 하얀색 광막을 때렸다.
구검합일 신통의 일격에 이미 움푹 파여 있던 광막은 이어진 번천인의 공격에 완전히 부서져 사분오열됐고, 번개의 교룡도 같이 사라졌다.
심협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다시 검은색 탁자로 달려가 소매에서 금빛을 쏘아 보내 작은 회색 탑을 휘감았다. 핏빛 조도는 부러진 금색 칼날에 봉인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살벌한 마기가 흘렀기에 함부로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찍!
심협의 소매가 마치 만 근의 거대한 힘에 당겨진 것처럼 찢어졌고, 작은 회색 탑은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말도 안 되게 무거운 탑이로군!”
심협은 혀를 차더니 소요경에 작은 탑을 넣으려 했지만, 이 역시 통하지 않았다.
“채주야, 곤륜경으로 이 탑을 넣을 수 있겠어?”
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섭채주와 개명천수를 소요경에서 꺼냈다.
섭채주는 소요경에서 바깥의 상황을 모두 지켜봤기에 심협이 말을 맺기도 전에 곤륜경의 검은 빛으로 작은 회색 탑을 뒤덮었다.
이 탑의 어두운 영광이 빠르게 꺼지면서 곧 흑암의 영역에 들어가려 했다.
그때, 탑에서 갑자기 회백색 광망이 솟구쳤고, 안에 담긴 수많은 영문과 무늬가 회백색 광진으로 변해 주위의 허공과 연결됐다. 어떤 신비한 금제였다.
곤륜경의 흑암의 영역이 아무리 흡수해도 담을 수가 없었다.
반대로 작은 탑 아래의 검은색 탁자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더니 흑암의 영역과 서로 공명하는 것처럼 검은빛이 감돌았다.
“이건…… 흑무정(黑巫晶)이잖아! 이런 지보도 못 알아보다니, 내 눈이 삐었나 보군! 심협, 어서 이 탁자를 거둬라. 흑무정은 무족의 신물(神物)이다. 매우 단단하고 안에 음살의 힘이 가득해서 무기(巫器)를 만들 수 있는 절정의 재료지. 도천신살대진도 제련할 수 있다. 이 정도로 큰 흑무정이면 도천신살대진의 진기를 세 개는 만들 수 있을 게야!”
보물을 거둘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심협은 화령자의 흥분한 목소리를 듣고는 눈을 반짝였고, 곧장 소요경의 붉은 빛으로 탁자를 휘감았다.
탁자에는 아무런 금제가 없었기에 바로 소요경으로 들어갔다. 다만 작은 회색 탑과 핏빛 조도는 곧장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때, 심협의 머릿속에서 화령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뒤를 조심해!”
그 목소리에 심협은 깜짝 놀랐다. 비록 무슨 일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두 발에서 별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추운축전화에서도 뇌광을 뿜어내 몇 개의 잔상이 되어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피했다.
거의 동시에 뒤쪽의 바닥이 터지면서 몇 줄기 금색 자망(刺芒)이 뿜어져 나와 정확하게 몇 개의 잔상을 공격했다.
대다수의 금빛이 허상을 뚫고 지나갔고, 단 하나의 자망만이 굉음과 함께 금빛 허상에 튕겨 나갔다. 염열의 건곤현화탑이었다.
금색 자망도 본체를 드러냈는데, 매우 날카로워 보이는 금색의 단추(短錘)였다. 겉에는 가늘고 촘촘한 금색 비늘이 어렴풋이 보였다.
심협은 이 금색 단추를 보고는 표정이 조금 변해 그곳으로 소매를 휘둘렀다.
10여 자루의 순양검이 날카로운 붉은 검기로 변하더니 단숨에 날아가 좀 전에 폭발했던 바닥을 공격했다. 바닥에는 빼곡한 구멍이 뚫렸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심협은 경계심을 높이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려 했다.
그때, 허공에서 황망(黃芒)이 번쩍이더니 검은색의 날카로운 검기가 갑자기 날아왔다. 어두운 뇌전이 검기를 감싸고 있어 허공이 떨릴 정도였고, 뇌전은 폭우처럼 심협을 향해 쏟아졌다.
심협이 앞으로 나서며 막으려는데 섭채주가 먼저 곤륜경을 발동했다. 흑암이 검은색 검기들을 뒤덮자 모든 검기가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사라졌다. 흑암의 영역은 바로 황망이 반짝이는 곳까지 뒤덮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심협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 적은 정말로 신출귀몰하는구나. 몇 번이고 공격했는데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라니.’
그는 갑자기 뭔가 생각나 유천과 무라 등을 바라봤다.
그들은 빠르게 현금의 벽돌 영역을 지나고 있었고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거리가 남아 있었다. 유천, 홍굴, 거청천, 그리고 무라 등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금수라는 해골만 보이지 않았다.
‘그 마족 해골이었나?’
심협은 보라색 뇌전으로 변하여 부러진 금색 칼날과 핏빛 자도를 향해 날아가더니 두 보물을 휘감았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핏빛 자도의 무서운 마기는 우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심협이 움직인 순간 주위의 허공에 파동이 일더니 흑색 해골이 나타났다. ‘금수’라는 마족 해골이었다. 금수는 손에 든, 뇌광이 번쩍이는 두 자루 칠흑 같은 장검을 마치 살아 있는 검사(劍蛇)처럼 휘둘러 심협을 베려 했다.
“역시 네놈이었군!”
심협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몸을 돌려 두 개의 검은 검의 허상에서 빠져나갔고, 건곤현화탑으로 그 해골을 강하게 내리쳤다.
현화탑이 순식간에 열 배로 커졌고, 탑 아래에서 하얀색 불기둥을 뿜어냈다. 이 탑에 담겨 있는 육정신화(六丁神火)였다.
그러나 육정신화가 다가오자 금수 주위에 갑자기 율척의 허상이 나타나더니 광망이 뿜어져나와 몸을 뒤덮었고, 그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축지척!”
심협은 그 노란색 율척의 정체를 알아챘다. 바로 과거 흑연미굴에서 목효에게 빼앗겼던 두 개의 마보 중 하나였다.
축지척은 공간 법보로, 공간의 힘을 제어할 수 있다. 대현자극력이 비록 오행둔술을 차단해도 축지척 같은 공간 법보는 차단하지 못했기에 금수는 이 법보로 현금의 벽돌을 지나온 것이 분명했다.
심협이 축지척에 잠시 정신을 빼앗긴 사이, 뒤편 허공에서 황망이 번쩍이더니 금수가 다시 귀신처럼 나타나 두 자루 검으로 찔러왔다.
땅!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뒤이어 개명천수가 심협 옆에 나타났는데, 등에는 푸른 날개가 반짝였다. 그의 손에 들린 푸른색 우검(羽劍)이 면수의 일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개명천수는 안색이 질리더니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개명 도우!”
심협이 급히 개명천수의 몸을 부축하고는 다른 손으로 현황일기곤을 쥔 채 금수를 향해 휘둘렀다. 곤봉은 어두운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찢었다.
금수가 쌍검을 휘둘러 현황일기곤을 막았다.
“심 도우, 저자의 장검이 수상하니 조심하시오. 저 검과 충돌하는 순간 신혼이 공격당했소!”
개명천수의 다급한 목소리에 심협은 휘두르던 현황일기곤을 틀어 찌르기로 공격을 전환했고, 곤봉은 절묘하게 쌍검을 넘어 상대의 어깨를 찍었다.
깜짝 놀란 금수는 서둘러 뒤로 피했다.
하지만 심협의 몸에서 어두운 빛이 번쩍이더니 검은색 연시가 날아올랐고, 커다란 검은색 뇌검 한 쌍을 두 마리 흑룡처럼 금수를 향해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