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60화 (960/1,214)

960화. 암수(暗獸)의 왕

열한 자루 검홍이 한곳에 뭉쳤는데, 그중 일곱 개의 검홍에서는 검령이 떠올라 위세가 천지마저 벨 것만 같았다.

세 마리 진선기 암수는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서둘러 피했지만, 그 뒤에 있던 평범한 암수들의 반응은 그렇게 빠르지 못해 10여 개의 검홍에 휩쓸리고 말았다.

처참한 비명과 함께 20여 마리의 암수가 검홍에 당해 잿더미가 되었다.

세 마리 진선기 암수는 이 광경에 두려움을 느낀 듯했지만, 도망치지 않고 협공을 해왔다.

머리 두 개 달린 이두(二頭) 흑호가 입을 벌리자 두 개의 검은색 음파가 소리 없이 뿜어져 나와 곧장 심협의 정면을 뒤덮으며 다가왔다.

거대한 검은색 도마뱀도 마찬가지로 입을 벌려 칠흑 같은 음풍(陰風)을 뿜어냈는데, 이 음풍에는 무서운 한기가 담겨 있어서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가 비틀리고 허공이 얼 것 같았다.

가장 큰 검은색 거미의 배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더니 시커먼 거미줄이 배에서 뿜어져 나와 심협을 덮쳐왔다.

허나 심협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오른손을 결인했다.

허공에서 극한의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거대한 얼음 장벽이 나타나 세 음수의 공격을 막아냈다.

검은색 음파와 칠흑 같은 음풍은 얼음 장벽에 막히자 바다에 돌멩이처럼 사라져버렸다. 또한, 시커먼 거미줄은 얼음 장벽에 닿자 그 안에서 흘러나온 한기로 순식간에 얼어붙어 푸른색 얼음 그물로 변했다.

심협이 양손을 결인하자 열 자루의 순양검이 주위로 흩어지더니 광장 윗쪽에 나타나 빠르게 돌면서 열 개의 금색 검륜(劍輪)을 만들어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순양금광검진이 완성되어 광장의 암수 대부분을 포위했다. 물론 세 마리의 암수도 모두 포위되었다.

심협이 한 손으로 결인하여 금광검진을 맹렬하게 발동하자 눈부신 금빛이 순식간에 검진 전체를 뒤덮었다. 그림자조차 완전히 사라질 정도였다.

암수들의 암영(暗影) 둔술은 기이하여 심협으로서도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이 둔술의 가장 큰 약점은 반드시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검광 검진으로 모든 어둠을 제거하자 암수들은 그곳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검진 안의 암수들은 깜짝 놀랐고, 둔술을 시전할 수 없게 되자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끝이다!”

심협의 눈에서 살기가 감돌더니 열 손가락을 연속으로 결인했다.

열 개의 금색 검륜 광망이 강한 빛과 함께 수많은 금색 광검이 쏟아져 내려와 암수들의 몸을 뒤덮었다.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실력이 약한 암수들은 검광에 단숨에 잿더미가 되었고, 좀 강한 것들은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오직 세 마리의 진선기 암수만이 입에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 각자의 몸을 보호했다.

이 먹물처럼 새까만 검은 기운들은 무덤 건물 안에서 나온 흑암의 촉수와 매우 비슷했다. 이 기운에 닿자 금색 광검을 통해 검신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고 곧이어 늪에 빠진 것처럼 삼켜졌다.

하지만 금광검진의 위력은 놀랍도록 강력해 검은 기운도 적잖이 증발했다. 촘촘한 금색 광륜이 계속해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자 세 암수의 몸을 보호하던 검은 기운도 빠르게 희박해졌고, 완전히 부서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심협은 단번에 광장 안의 암수들을 제압한 후에야 한숨을 돌리고는 섭채주 쪽을 돌아봤다.

섭채주는 후예의 힘을 극한으로 발동하여 온몸이 매우 눈부신 금빛으로 뒤덮인 상태였는데, 번개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금색 대궁으로 흑암 촉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지만, 그녀의 공격은 여덟 개의 촉수에 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삼키는 이 흑암 촉수의 신통이 섭채주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듯했다.

“후예의 무력은 흡수 못 하는 건가?”

허나 내심 안도하며 자세히 살펴본 심협은 금세 그게 아님을 알게 됐다.

촉수와 충돌할 때마다 섭채주의 몸에서 하얀 빛이 떠올랐는데, 체내에 담긴 촉구음 혈맥의 힘이 흑암 촉수의 흡수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매번 흑암 촉수에 막힐 때마다 하얀 빛이 바로 사라지고, 섭채주의 기운도 빠르게 줄어들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심협은 시간 신통이 섭채주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다급해졌다. 이에 그는 법력을 아끼지 않고 금광검진을 최대한으로 발동했다.

열 개의 검륜 검망이 다시 번득였고, 각양각색의 불꽃이 타올랐다. 순양검에 깃든 천화였다.

열 개의 검륜은 순식간에 열 개의 작은 태양이 되어 날아갔다. 하나하나에 영화가 타오르고 있어서 위력이 배가 되었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암수들은 더는 막지 못하고 화염의 검에 관통되고 온몸에 불꽃이 타올라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제 검진 안에는 세 마리의 진선기 암수만 남게 됐다.

이 암수들의 몸을 보호하던 검은 기운도 빠르게 무너져 몇 호흡 만에 한 겹 정도로 얇아져 금방이라도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세 마리 암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같은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본 심협은 경계심을 높였다. 비록 저 암수들이 무얼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후의 반항을 하려는 것만은 분명했다. 뜻대로 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가 검결을 바꾸자 활활 타오르던 빛의 검이 빠르게 모여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검기 광막이 되어 세 마리 암수를 가뒀고, 이두 흑호는 한쪽으로 몰았다.

흑호는 검기 광막에 부딪히자 펑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심협이 다시 검기 광막을 만들어 검은 도마뱀과 검은 거미를 차단하려 했지만, 한 발 늦었다. 함께 달려들던 두 마리 암수의 몸이 마치 액체처럼 녹아내렸고, 몸을 감쌌던 검은 기운이 크게 치솟았다.

“저놈들이 합체하는 능력이 있다니?”

심협은 깜짝 놀랐지만, 개의치 않고 결인하여 혼자 남은 이두 흑호를 노렸다.

떨어지는 화염 빛의 검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전부 이두 흑호를 향해 날아갔다. 기세가 등등한 검기의 강이 흑호의 몸을 뒤덮었다.

이두 흑호는 곧바로 검기의 강에 몸이 완전히 잘리고 폭발했는데, 무력이 담긴 신체 부위조차 남지 않았다.

심협이 검결을 이끌자 검기의 강은 방향을 바꿔 방금 합체를 끝낸 암수를 뒤덮었다.

거대한 도마뱀과 거미는 하나로 합체해 기운이 크게 증가했지만, 순양검광검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막 짙어졌던 검은 기운은 다시 빠르게 무너져 갔다.

“크아아!”

“키이익!”

두 번의 날카로운 비명이 검은 기운 안에서 들려왔다. 이어서 두 마리 암수가 무슨 신통을 시전했는지 모르겠지만 검은 기운이 세차게 솟아올라 소용돌이치듯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검기의 강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검은 기운이 약해지는 속도는 확연히 느려졌다.

심협이 더는 참지 못하고 오화칠금선을 꺼내 크게 부채질을 했다. 섭채주 쪽의 상황이 긴박하기에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콰쾅!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온 다섯 개의 천화가 거대한 오색 불기둥이 되어 암수를 공격하자 검은 기운이 불에 타 사라졌다. 반은 도마뱀이고 반은 거미가 된 녀석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오색 불기둥이 합쳐진 암수를 감쌌고, 검기의 강이 날아와 오색 화염을 뚫고 들어갔다.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으나,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오화칠금선과 금광검진의 협공에 합쳐진 암수는 완전히 소멸하였고 흔적도 남지 않았다.

광장의 모든 암수를 처치한 심협은 법력을 절반이나 소모해 안색이 창백했다.

하지만 그는 쉴 틈도 없이 선정 한 덩어리를 꺼내 안에 담겨 있는 순수한 영력을 흡수하며 섭채주에게로 달려갔다.

순양금광검진도 그를 따라 날아왔는데, 마치 금색의 거대한 입이 무덤 건물을 집어삼키려는 것 같았다.

섭채주는 시간 신통으로 검은색 촉수를 막느라 꽤 지쳐 있었는데, 심협이 이렇게 빨리 광장의 암수들을 해결하고 다가오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화우참(火雨斬)!”

심협이 나지막하게 외치고는 양손으로 허공을 끌어당겼다.

무수한 화염 검기가 천지를 뒤덮으며 무덤 건물을 향해 날아갔는데, 그 기세는 건물 전체를 완전히 무너트릴 듯 강력했다.

무덤 건물 안에 있던 붉은 두 눈에 분노가 스쳐가더니 섭채주를 공격하던 흑암 촉수들의 방향을 바꿔 날아오는 검우를 향해 거대한 채찍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수많은 잔상이 되어 하늘을 뒤덮은 검광을 모조리 휘감았다.

그 순간, 심협은 무덤 안에 있는 생명체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10여 장 크기에 몸은 사람이고 머리는 사자인 괴물이었다. 목에는 칠흑같이 짙은 갈기가 잔뜩 나 있어서 위용이 상당했다.

사자머리의 얼굴에는 혈홍색 두 눈 외에도 두 쌍의 눈이 위아래로 있었는데, 지금은 굳게 감겨 있었다.

돌로 된 무덤 건물은 폭이 3백 장에 이르는 거대한 궁전이었다. 반인반사(半人半獅)의 옆에는 오래된 제단이 있었는데, 과거 저승에서 본 제단과 매우 유사했다.

제단에는 온통 검은색 문로가 가득했다. 모종의 무족의 금제 같았는데, 꼭대기에는 사각형 석대(石臺)가 있었다.

칠흑처럼 새까만 오래된 거울이 석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거울에서도 석대의 문로와 연결된 검은색 무늬가 어렴풋이 보였다.

오래된 거울에서는 짙은 검은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여덟 개의 흑암 촉수는 그 거울에서 나온 것이었다. 반인반사 괴물의 한쪽 팔은 거울을 누르고 있었고 반대쪽 손은 거울에 집어삼킨 것처럼 안에 들어가 있었다.

반인 괴물의 기운은 매우 강력해 태을급이었다.

가부좌를 하고 있는 이 반인반사는 모든 암수를 거느린 암수의 왕으로, 이 오래된 거울과 큰 관계가 있어서 이 보물의 신위를 간신히 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암수의 왕은 몸이 검은색 거울과 하나로 합쳐져 대전으로 나갈 수는 없었고, 심협이 휘하의 암수들을 모두 죽이는 걸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심협은 내심 당황했다.

그가 검진을 발동해 무덤 건물을 공격한 것은 그저 대전의 지붕을 부수고 안의 상황을 살피기 위함이었는데, 그 안의 음수가 이 대전을 지키기 위해 이 정도로 큰 힘을 쏟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는 이 대전을 크게 신경 쓰고 있었으니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는 검진을 발동하여 더 커다란 검우로 다시 무덤 건물을 공격했다.

역시 예상대로 여덟 개의 촉수를 연달아 휘둘러 검은색의 거대한 그물을 만들더니 쏟아지는 검우를 막아냈다. 그 방어는 물 샐 틈 없었다.

‘예상대로 이 대전이 저 암수에게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모양이군.’

심협은 계획이 효과가 있는 듯하자 계속해서 검진으로 공격을 이어갔고, 어느 순간 몸이 노란 빛으로 번득이더니 바로 사라졌다.

한편, 암수의 왕은 흑암 촉수로 검광을 막아내느라 더없이 화가 나 있었다.

이 무덤 건물 곳곳의 금제와 이 제단의 오래된 거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만들어진 무족의 법진이 이 거울을 발동하고 있었다. 만약 건물이 무너지면 금제가 손상을 입고 거울도 더는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테니 암수의 왕은 전력을 다해 막아야만 했다.

그때, 대전 입구에서 뇌광이 번쩍이더니 보라색 뇌전이 빠르게 돌진해왔다.

모습을 드러낸 심협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현황일기곤을 꺼내 전력으로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거대한 산과 같은 곤봉의 허상이 암수의 왕을 공격했다. 곤봉이 닿기도 전에 하늘마저 압도할 거대한 힘이 이미 상대의 몸을 짓눌렀다.

대전 밖에서는 여전히 순양금광검진이 전력을 다해 수많은 검우로 대전을 공격했다. 섭채주 역시 후예의 힘을 발동하여 수많은 빛의 화살로 무덤 건물을 공격했고, 여덟 개의 흑암 촉수는 전력을 다해 막아내느라 대전으로 돌아와 내부의 적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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