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59화 (959/1,214)
  • 959화. 화살을 빼앗을 마음이 생기다

    먼 곳의 그림자 안으로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무라와, 흑의의 청년 그리고 마면 사내였다.

    “이 기운은 무족의 힘이 확실하군요.”

    흑의의 청년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섭채주를 노려보았다.

    “저 여자는 보통이 아니에요. 후예의 무력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무족의 혈맥을 갖고 있지요. 아무래도 조무 촉구음의 시간의 힘을 깨달은 것 같으니 얕봐서는 안 됩니다.”

    “시간의 힘!”

    무라의 말에 흑의의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럼 저 여자의 신통으로 그 보물을 연화하면 문제가 없겠군. 다만 저 앞은 암수의 소굴이니 저들이 저렇게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가서 도와주는 게 어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심협은 매우 교활하고 수단이 많은 자이니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가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무라의 담담한 말에 마면 사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방으로 눈을 돌렸다.

    * * *

    심협과 섭채주는 이내 건물들 안으로 들어섰는데, 주위에서 덤벼드는 암수가 어찌나 많은지 발천난봉과 금색 화살로도 모두 막지 못했다.

    땅! 땅! 땅!

    심협 주위의 검기 보호막과 섭채주의 연꽃잎 보호막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결국은 갈라지고 부서졌다.

    “오라버니, 암수의 수가 너무 많아요. 이대로 가면 우리가 당할 거예요.”

    섭채주가 대궁의 깃발에서 수백 개의 금색 화살을 날려보내 주위의 암수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뒤 전음으로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전술을 바꿀 때야.”

    심협이 눈빛을 반짝이더니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어떤 신통을 펼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심협이 주문을 읊기 시작하자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태양 같은 눈부신 초록색 광망이 갑자기 몸에서 떠올랐다.

    한데 그때, 저 앞의 어둠 속에서 갑자기 태양을 뒤덮는 검은 구름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근처까지 몰려와 집채만 한 칠흑 같은 용의 발톱이 심협을 잡으려는 듯 하늘에서 내려왔다.

    섭채주는 재빨리 대궁을 들어 검은 용의 발톱을 금빛 화살로 종잇장처럼 찢어버렸다.

    콰쾅!

    거대한 금색 화살이 폭발하면서 검은 용의 발톱을 찢었다.

    하지만 용의 발에서 다섯 개의 칠흑처럼 날카로운 용의 발톱이 날아와 섭채주의 방어를 뚫고 심협의 천두금준 보호막에 부딪혔고,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렸다.

    심협은 뒤로 한참을 밀려났다. 천두금준 덕에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술법이 중도에 끊기고 말았다.

    안색이 어두워진 심협은 손을 펼쳐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세 자루의 순양검이 백 장 길이의 불꽃 검홍이 되어 날아가 검은 구름을 베었다.

    검홍에서는 금오의 허상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금오검령이 담긴 세 자루의 비검은 마치 세 마리 태고의 금오처럼 검은 구름을 찢고 절반을 증발시켜 버렸다.

    검은 교룡이 찢어진 검은 구름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몸길이가 백 장이 넘고 온몸에 강력한 암흑의 기운이 감도는 이 교룡은 이전에 봤던 그 어떤 암수보다도 강력했다.

    다만 흑룡의 몸에는 상처가 있었는데, 세 자루 금오 검홍의 소행이었다.

    섭채주는 눈에서 금빛을 발하더니 다시 금색 대궁을 당겼다.

    시위에서 검광이 번쩍이더니 또 하나의 거대한 화살이 만들어졌는데, 이전보다 몇 배는 컸고, 그 위에는 수많은 신비한 금색 무문(巫文)이 감돌았다. 화살은 허공에 검은 궤적을 그리며 하늘을 뚫을 기세로 날아갔다.

    흑룡은 금색 화살의 위력에 놀란 기색으로 서둘러 피하면서 입에서는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이 어두운 기운은 금색 화살을 휘감았으나, 화살은 단숨에 그 기운을 뚫고 지나가더니 방향을 살짝 돌려 흑룡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퍼펑!

    굉음과 함께 흑룡의 머리가 터졌다. 화살은 10여 장 크기의 금색 태양으로 변해 주위의 어둠을 물리쳤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금색 뇌전이 떨어지자 그 아래의 건물들은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옆에서는 세 줄의 금오 검홍이 날아와 흑룡의 몸을 산산조각 냈다.

    화살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였는지 아니면 검은 교룡이 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의 암수들은 곧장 물러나서 한동안 공격해오지 않았다.

    심협은 세 자루 검홍을 거둔 뒤 섭채주의 금색 대궁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화살의 위력에 놀란 것은 아니다. 비록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하지만 후예의 힘을 계승한 섭채주가 저 검은 교룡을 죽인 것은 놀라울 게 없다. 그러나 금색 화살이 날아가던 중 방향을 바꿨다는 점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금신(禁神) 금제가 있는 곳이라 신식으로 화살의 방향을 이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법보는 제어할 수 있는데, 법보를 장기간 제련하면서 안에 신혼의 각인이 남겨져 이곳의 금제로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막 만들어낸 금색 화살이니 신혼 각인이 새겨졌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화살에 신식의 힘도 들어 있지 않음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방금 그 화살은 사일신통(射日神通)이라는 거예요. 금정으로 노려보면 제가 쏜 화살이 목표물에 고정되어 상대를 맞힐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죠.”

    섭채주는 심협이 놀란 이유를 알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후예 신통은 역시 범상치 않구나!”

    “다만 약목신궁을 무라에게 빼앗겨서 아쉬워요. 사일신통은 약목신궁과 함께 사용할 때 최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괜찮아. 무라도 여기 있으니 나중에 약목신궁을 빼앗아오면 돼.”

    심협이 씩 웃으며 말하자 섭채주 역시 맑게 웃었다.

    그때, 주위의 어둠이 짙어지더니 암수들이 다시 덤벼들었다.

    심협은 굳은 얼굴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여덟 자루의 순양검이 나타나 사방을 휘젓고 날아간 후 사라졌다.

    다음 순간, 수많은 붉은 검기가 허공에 나타나 파도처럼 주위를 휩쓸면서 암수들을 막아냈다.

    “이 화살 세 개를 줄게. 안에 있던 금오의 혼은 뽑아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힘이 담겨 있으니 후예의 힘과 함께 사용하면 분명 강력할 거야.”

    심협이 세 개의 화살을 꺼내 섭채주에게 건넸다. 화령자가 검령을 제련할 때 새로운 방법으로 안에 있는 금오의 혼을 뽑아내 화살들은 잘 보존되었다.

    섭채주는 기뻐하며 화살을 받았다.

    심협이 소매를 다시 휘두르자 태양진화가 감싸고 있던 검은 교룡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 잿더미가 되었다. 커다란 용의 발톱만 남았는데, 안에 담긴 무력의 파동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 교룡은 지금까지 만났던 가장 강력한 암수로, 실력은 진선급이었으며, 발톱에 담긴 무력도 강력하니 상품 법보를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심협이 용의 발톱을 소요경에 넣고는 다시 몸에서 눈부신 초록 빛을 발했다.

    주위에서 공격하던 암수들이 포효하며 더욱 강하게 공격해오자 주위의 붉은 검기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섭채주가 기합을 넣자 금색 대궁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금빛과 함께 수많은 금빛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면서 붉은 검기와 함께 암수들의 맹공을 막아냈다.

    “간다!”

    심협이 빠르게 주문을 읊고 결인하자 몸에서 초록색 빛이 번쩍이더니 뒤이어 바람 가르는 소리가 몇 차례 울려 퍼졌다. 수백 개의 초록색 빛이 사방으로 날아가 빼곡한 건물 곳곳에 떨어졌다.

    * * *

    건물 안쪽의 어느 거대한 광장. 이곳은 짙은 검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고, 안에서는 무족의 힘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수많은 암수가 이곳에 숨어서 검은 안개를 탐욕스럽게 먹고 있었다.

    이 암수들은 수백 마리에 이르렀고, 하나같이 실력도 약하지 않아서 뿜어져 나오는 암흑의 파동이 대승기 못지않았다.

    그중 세 마리의 암수는 몸집이 다른 것들보다 훨씬 거대했다. 머리 두 개의 암호(暗虎)와 거대한 도마뱀, 마지막으로 가장 큰 암수는 다리 여덟 개의 시커먼 거미였다.

    세 마리 암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암흑의 기운은 모두 강력해 진선기 급으로, 검은 교룡과 비슷했다.

    광장 중심에는 무덤처럼 생긴 검은색의 건물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여기서 짙은 검은 안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건물 내부는 매우 짙고 어두운 흑암으로 덮여 있었고, 천천히 돌아가는 게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때, 세 개의 초록색 빛이 하늘에서 나타나더니 두 개는 중앙 구역 근처에, 또 하나는 광장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크아아!”

    무덤 건물의 흑암에서 포효가 들리더니 갑자기 거대한 눈처럼 생긴 붉은 빛이 반짝였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것이 분명했다.

    휙! 휙! 휙!

    날카로운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세 개의 흑암 촉수가 무덤 건물에서 번개처럼 날아가 각각 초록색 빛을 향해 날아갔다. 비교적 무덤과 가까이 날아오던 두 개의 초록색 빛은 바로 촉수에 휘감겨 빠르게 흑암 속으로 사라졌다.

    반면 세 번째 초록 빛은 거리가 멀어서 흑암 촉수가 따라잡기 힘들었다.

    이때, 초록 빛이 갑자기 번득이더니 빠르게 펼쳐지면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바로 심협과 섭채주였다.

    심협은 주위를 훑어보더니 바로 팔에서 풍뇌영문을 발동했다. 그러자 굵은 금색 뇌전이 오른손에서 뿜어져 나갔고 왼손에서는 금색 불꽃, 태양진화가 뿜어져 나갔다.

    콰콰쾅!

    금색 뇌전과 태양진화가 동시에 흑암 촉수를 공격하자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흑암 촉수는 전혀 무너지지 않았고, 검은 빛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천뇌의 위력이 담긴 금색 뇌전과 태양진화를 삼킨 게 분명했다.

    흑암 촉수가 다시 달려들자 심협의 표정이 돌변하더니 한 손으로 섭채주를 끌어안고 양발의 추운축전화에서 보라색 뇌광을 뿜어냈다.

    두 사람은 보라색 뇌전이 되어 검은 촉수의 끝으로 날아가 백여 장을 피했다.

    심협은 이미 이 추운축전화의 금제를 전부 연화했기에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역시 상고의 신물다웠다.

    “무덤! 비석에 적혀 있던 다음 층으로 가는 입구가 바로 여기인가 봐!”

    심협이 멀지 않은 곳의 무덤 건물을 보며 기쁜 듯 말했다.

    “조심해요. 저기에는 엄청나게 강한 암수가 있어요!”

    심협의 팔에서 떨어져 나와 날아간 섭채주가 눈에서 금빛을 밝히며 말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난 포효가 무덤 건물에서 들려왔고, 이번에는 다섯 개의 시커먼 촉수가 거대한 채찍처럼 춤을 추듯 맹렬히 날아왔다.

    광장의 검은 안개 안에 있던 암수들도 심협과 섭채주의 존재를 눈치채고는 그 검은 촉수들과 협공했는데, 선두에는 세 마리의 진선기 암수가 있었다.

    저 흑암 촉수들은 매우 기이해 천겁의 금뇌와 태양진화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이에 심협은 내심 놀랐다.

    “채주, 내가 저 촉수를 막을 테니 최대한 빨리 저 세 마리를 해결해줘!”

    그는 섭채주에게 짧게 말하고는 촉수들을 향해 달려 나가려 했다.

    이 흑암 촉수에는 기이한 흡수 신통이 담겨 있는데, 이런 종류의 신통은 흡수하는 데 제한이 있게 마련이다. 이에 심협은 열여섯 자루의 순양검을 발동하여 더 많은 검기로 공격하려 했다. 그리하면 저 촉수들이 다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한데 그때, 섭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에요. 저 촉수들에는 무력이 담겨 있으니 제가 상대할게요. 오라버니가 저 암수들을 해결하세요!”

    섭채주는 심협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금빛이 되어 여덟 개의 촉수를 향해 날아갔다.

    “채주!”

    심협은 깜짝 놀라서 만류하려 했으나, 이미 암수들과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소매를 휘둘러 열한 자루의 비검을 날려보냈다. 비검마다 눈부신 금빛과 불꽃이 타오르며 휘황찬란한 화염의 검홍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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