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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957화 (957/1,214)
  • 957화. 그가 여기에 있어

    소요경 안에서는 화령자가 시전한 전혼기령비술이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

    대량의 붉은 빛이 순양검 안에서 폭발하면서 화령자가 설치한 주위의 금제와 합쳐지자 10여 장 크기의 붉은 광진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부문이 안에서 번쩍였다. 현성속대진과 연신대진의 부문, 그 외에 생소한 더 많은 진법 부문들도 있었다.

    심협은 소요경으로 들어가 도울 수 없었기에 화령자는 이전에 기령으로 바꿨던 경험을 토대로 전혼기령비술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줬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금빛 화살 하나가 날아가 붉은색 광진 안에 들어갔다. 화살 표면에서 갑자기 수많은 금문(金紋)이 떠오르더니 붉은 광진에 휩쓸리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몇 호흡 뒤, 화살촉에서 금색 광망이 빛나며 강력한 불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 순간, 화살 전체가 완전히 금색 불꽃으로 타오르더니 금호의 혼이 안에서 나와 밖으로 날아갔다.

    이를 본 심협이 소요경 안의 구유마환을 조종하여 금오의 혼을 묶었다. 소요경 밖에 있다 보니 법력을 보낼 수 없었고, 당연히 구유마환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지만 금오의 혼을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화령자가 즉각 붉은 광진을 향해 결인했다.

    광진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바람 소리가 나더니 붉은 폭풍처럼 금오의 혼을 단단히 묶고는 광진 안으로 끌어당겼다.

    금오의 혼이 힘껏 발악하자 금오지화가 붉은 광진을 불태웠지만, 소용없었다. 금오지화는 붉은 광진에 닿자마자 흡수했고, 구유마환이 그 힘을 억눌렀다.

    치익 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대여섯 개의 영롱한 빛이 붉은 광진에서 뿜어져 나와 금오지혼을 꽁꽁 묶어 고치처럼 만들었다.

    이 영롱한 빛은 어떤 신통인지 모르겠지만 금오의 혼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고치가 돼버린 금오의 혼은 반항할 힘이 대폭 줄어들어 금방 붉은 광진에 완전히 삼켜졌다.

    심협은 그제야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소요경 안에서는 화령자가 양손을 쉬지 않고 결인해 붉은색 광진을 더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무려 두세 시진이 지나서야 멈췄다.

    하늘을 찌르는 소리가 붉은 광진에서 들려오더니 곧장 하늘로 날아오르자 주위의 허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령자가 손을 휘두르자 붉은 광진에 구멍이 생겼고, 순양검이 그사이로 날아올랐다. 검에는 금오검령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위력이 크게 증폭한 것을 보니 제련에 성공한 게 분명했다.

    순양검의 금제 광망이 번쩍이더니  한 번에 53도에 도달했다.

    “역시 대단해!”

    심협의 목소리가 소요경 안에 울려 퍼졌다.

    “흥! 아부는 관둬라. 광진이 움직이면 법력 소모가 크니까 두 번째 비검도 바로 시작하지.”

    화령자는 바로 다른 금빛 화살을 들었다.

    이를 본 심협은 말없이 화령자의 술법에 맞춰 두 번째 비검을 발동하여 광진 안으로 넣었다.

    * * *

    하루가 지났다.

    현재 세 개의 금빛 화살 안에 있던 금오의 혼은 세 자루 순양검에 연화되었고, 금오검령이 깃든 비검들은 신이 난 듯 소요경 곳곳을 빠르게 날아다녔다.

    “고마워.”

    심협이 진심으로 감사했다.

    “약속이니 해준 것뿐이다. 전혼기령비술을 오랫동안 발동했더니 소모가 너무 컸다. 한동안 쉬어야 하니까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마라.”

    화령자는 몸의 붉은빛이 어두워진 상태로 명화연로 안으로 들어갔다.

    심협은 말없이 신식으로 세 자루의 순양검을 살펴봤다.

    이제 검령이 있는 비검이 일곱 자루가 되었으니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만약 열여섯 자루 순양검에 전부 금오의 혼 같은 검령을 넣는다면 대부분의 태을기 고수도 압도할 수 있으리라.

    “무라에게서 세 개의 화살을 빼앗아 와야겠군!”

    심협은 결심을 굳혔다.

    소요경 안의 세 자루 순양검은 그의 뜻을 감지했는지 웅웅 하며 떨고는 금오지화를 맹렬하게 뿜어냈다. 그러자 주위의 허공에 잔잔한 파동이 일어났다.

    이 세 자루의 비검에는 본래 금오진화라는 영염(靈焰)이 있었는데 금오의 혼과 합쳐지면서 위력이 크게 향상되어 금제는 53도지만 힘은 64도 금제가 있는 법보와 비슷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세 자루의 비검은 지금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럴 수만 있었다면 이 비검들 역시 금색 불꽃을 흡수시켜 짧은 시간 안에 64도 원만의 경지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오라버니, 성공했어요?”

    섭채주가 심협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다가왔다.

    심협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요경 안의 일을 숨김없이 말해줬다.

    섭채주는 그 말에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실력이 올라간 것보다 더 기뻐했다.

    그녀는 심협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저번의 쌍수지법으로 순양의 힘이 많이 누그러져서 세 개의 금오검령이 더 늘어나도 문제없었다. 만약 심협에게 다시 양기가 성행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그녀가 쌍수지법으로 도우면 됐다.

    이를 생각하자 섭채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오라버니, 여기 머문 지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이제 어떡하죠?”

    그녀는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물었다.

    “비검들의 힘이 계속해서 용암의 금색 불꽃을 흡수할 수 있으니까 반나절 후면 이것들의 금제를 원만 경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섭채주는 그저 뜻을 물은 것일 뿐 길을 재촉할 생각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은 섭채주에게 웃어 보이고는 계속해서 바깥의 네 자루 검령을 발동하여 용암의 금색 불꽃을 흡수했다.

    그러는 사이 반나절이 또다시 지나갔다. 주작검령은 더 커져서 성숙한 주작 진령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세 자루 금오 비검의 위력 역시 크게 늘어났고, 그 안의 금제 층수도 64도 원만 경지에 도달했다. 활활 타오르는 금오지화가 검신을 감싸자 태양과 같은 엄청난 위세를 뿜어냈는데 그 위세는 주작검령이 있는 순양검에 뒤지지 않았다.

    심협이 손을 들자 네 자루 비검이 순식간에 눈부시고 휘황찬란한 검광으로 변하여 날아왔다. 지나오는 곳마다 잘려나갔고 용암도 거대한 검기의 여파에 네 줄의 깊은 균열이 생겼다.

    비검의 속도도 많이 증가하여 순식간에 그의 앞에 도착했다.

    심협이 네 자루 비검을 단전에 넣자 체내에서는 순양의 힘이 갑자기 폭증하여 몸 곳곳에서 붉은 빛이 솟아올라 마치 불꽃이 된 것만 같았다. 열기가 폭발하고 반경 10여 장을 휩쓸자 이모든 것이 뒤로 밀려났다. 옆에 있던 섭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리 대비했음에도 네 자루 비검에서 폭증하는 순양의 힘에 심협은 당황했다.

    그는 서둘러 온 힘을 다해 순양검결을 운공했다. 그러자 몸 주위의 붉은 빛이 점점 검기로 변했다.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의는 마치 칼집에서 뽑힌 신검(神劍) 같았다.

    만약 소모산 수사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몸이 검이 되는 상황은 진선 절정 또는 태을 경지에 가까워졌을 때 일어나는 일이었다.

    일각 정도가 지났을 때, 심협의 체내에서 폭증하던 순양의 힘은 그제야 제어되었고, 몸 주위의 붉은 빛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섭채주가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올라간 그녀의 오른손에는 초록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이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됐어.”

    심협이 미소 지으며 말하자 그제야 섭채주도 안심하고는 손을 내렸다. 초록 빛이 사라졌다.

    “검 제련이 끝났으니까 더는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 이제 4층으로 가자.”

    심협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두 사람은 용암을 떠나 금방 이전에 서 있었던 모래언덕으로 돌아와 다시 나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산에 도착했다.

    이 산은 전체가 검은색이었고, 산세가 매우 험해 마치 한 자루의 대검이 웅장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정상에는 하얀색 빛의 문이 조용히 있었는데, 이전에 봤던 그 빛의 문과 똑같았다.

    “갈까?”

    심협이 멀리서 바라보더니 섭채주와 함께 산을 올랐다.

    비록 날아갈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신체가 강했기에 산을 오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미처 반의 반각도 되기 전에 두 사람은 정상에 올라서 빛의 문으로 들어갔다.

    * * *

    모래언덕 뒤편. 검은 빛이 일렁였는데, 안에는 흑의의 청년이 서 있었다. 무라와 마면 사내는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움직였나?”

    청년이 씩 웃더니 몸의 검은 빛이 짙어지면서 다시 사라졌다.

    * * *

    심협과 섭채주는 어느 어두운 곳에 나타났다. 머리 위에는 검은 구름이 가득해 다른 곳보다 열 배는 어두워 마치 어두운 밤 같았다. 전반적인 느낌이 후예 능묘가 있던 그 섬과 매우 비슷했다.

    주위 곳곳은 폐허가 됐거나 반쯤 무너진 건물이 가득했는데, 윤곽으로 봐서는 거대한 성 같았다.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식도 3층과 마찬가지로 겨우 몇 장까지만 늘릴 수 있었다.

    다만 3층과는 달리 매우 희박하나마 천지영기가 존재했다. 게다가 저물 법기를 봉인하던 이상한 금제도 이미 사라졌다.

    심협과 섭채주는 얼른 단약을 꺼내 먹고 법력을 회복했다.

    이미 법력을 모두 회복한 심협은 천두금준과 구유마환, 현황일기곤, 오화칠금선 등의 법보를 꺼냈다. 또다시 저물 법기를 봉인하는 금제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물론 그에 앞서 소요경 안의 세 자루의 금오 비검을 꺼냈고, 세 줄기의 금빛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

    또다시 체내의 순양의 힘이 다시 폭증했지만, 이전의 경험으로 그는 가볍게 그 힘을 제어할 수 있었다.

    그사이 섭채주는 금정 신통을 운공하여 주위를 탐색하고 있었다.

    “오라버니, 저기요!”

    섭채주는 눈에서 금빛을 번쩍이며 먼 곳에 있는 폐허를 가리켰다.

    폐허 앞에는 이전에 봤던 것과 비슷한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었고, 위에는 똑같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4층은 상고의 어느 비밀의 땅인 유암(幽暗)의 성이다. 출구는 성 안의 어느 묘지에 있다.’

    “유암의 성?”

    심협이 중얼거리고는 비석 뒤로 돌아갔다. 거기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곳에서의 규칙이었다.

    ‘어둠 속에 있으면 안 된다.’

    “어둠 속에 있으면 안 된다? 오라버니, 여기는 후예 능묘가 있는 섬과 똑같아요.”

    섭채주의 말에 심협은 일순 멍해졌다.

    제4층의 환경만이 아니라 규칙마저 능묘가 있던 섬과 비슷하거나 똑같다. 아무래도 능묘 섬 주위에 있던 검은 안개 대진이 십중팔구 이곳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 섬에서 풀어두었던 연시가 어둠 속에서 사라진 일이 생각났다.

    ‘설마 여기로 보내진 건가?’

    심협은 그런 생각이 들자 두 눈을 감고 귀등상인을 조종하여 그 연시의 위치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매우 약하긴 했지만 그 연시는 전방에 있는 유암의 성에 있었다!

    “오라버니, 왜 그래요?”

    “전에 내가 능묘가 있는 섬에서 연시가 사라졌다고 한 말 기억나? 그가 여기에 있어.”

    심협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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