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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955화 (955/1,214)
  • 955화. 검령으로 불바다를 건너다

    섭채주가 발을 강하게 디뎌서 10여 장 높이까지 뛰어오르더니 눈에서 두 줄기의 눈부신 금빛을 발했다.

    “어때?”

    “불바다 깊은 곳이 확실히 다르긴 해요. 10리쯤 뒤에 금색 용암이 흐르고 있는데 주위의 불바다보다 훨씬 더 뜨거워요.”

    “용암? 얼마나 넓어?”

    심협은 이 불바다가 역시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고는 물었다.

    “폭이 대략 30리쯤 돼 보여요. 불바다 안의 공기가 매우 심하게 일그러져서 용암 건너편은 어떤지 볼 수가 없어요.”

    “날 수도 없는데 어찌 30리나 되는 용암을 건너라는 거지?”

    심협은 깊게 고민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용암 쪽을 살펴보고 올 동안 여기 있는 게 좋겠어.”

    “혼자서요? 너무 위험해요.”

    “난 순양검이 보호해주고 있어서 불바다의 고온도 견뎌낼 수 있어. 오래 안 걸릴 테니까 괜찮을 거야. 안심하고 여기서 기다려.”

    섭채주도 순양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안에는 천화와 네 마리의 화속성 검령이 들어 있으니 불바다의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자신은 심협의 보살핌이 없이 버틸 자신이 없었다.

    심협은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불바다에 접근했다. 옆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네 자루 순양검이 나타났다. 검에서는 불꽃이 타올랐다. 바로 남명이화였다.

    네 자루 비검의 검광이 서로 연결되어 화염 광막을 만들어내자 불바다의 불꽃과 열기가 단숨에 차단됐다.

    심협은 섭채주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 뒤 발에서 뇌광을 뿜어내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비검 광막이 불바다의 불꽃을 차단해주긴 했지만, 심협은 여전히 열기를 견디기 힘들었고,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라 마치 불꽃을 삼킨 것처럼 숨결마저 뜨거웠다.

    “엄청난 불꽃이군. 이 정도면 영화 못지않게 뜨거운데?”

    내심 놀란 심협은 서둘러 네 자루 순양검을 꺼내 주위 광막을 강화한 후에야 견딜 만했고, 속도도 더 높일 수 있었다. 다만 나아갈수록 불바다의 온도가 더 높아져 이내 불꽃이 끈적끈적하게 변했고, 3리 정도 더 들어가자 앞을 헤치고 나가기도 힘들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심협은 손을 휘둘러 세 자루의 비검을 더 꺼내 주위 광막에 넣었다. 그러자 화염 광막의 앞부분이 송곳처럼 뾰족해졌고, 양쪽은 곡선이 되어 둥글고 매끄러워졌다. 심협은 다시 빠르게 불바다를 뚫으며 전진할 수 있었다.

    화령 광막 안에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주작의 허상이 나타나 심협 주위를 빠르게 맴돌고는 바깥에서 스며들어오는 열기를 전부 흡수했다.

    본래는 힘을 아끼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최대한 빨리 살펴보고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열한 자루의 순양검과 주작검령이 몸을 보호하자 주위의 불바다는 심협을 막을 수 없었고, 반 각이 되기도 전에 그는 용암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금색 용암이 거세게 흐르면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용암의 상공에도 금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 금색 불꽃은 약해 보였지만, 오히려 주위의 불바다보다 더 강해 용암 주위의 불꽃을 모두 제압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불바다는 규모가 바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색 불꽃?”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적색 검기가 금색 용암을 벨 듯 날아갔고, 용암 안의 금색 불꽃이 갑자기 끌어올라 가볍게 검기를 태워버렸다.

    심협은 곧장 금오검령을 발동하여 용암에 쏘아 보냈다.

    용암 안의 금색 불꽃이 다시 치솟아 금오검령을 휘감고는 태우려 했다. 하지만 금오검령의 온몸에서 금오지화가 치솟더니 오히려 금색 불꽃을 휘감았고, 두 불꽃은 강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싸움은 금방 끝났다. 용암 안의 금색 불꽃이 아무리 강해도 금오지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여기에 금오검령의 강력한 힘까지 더해지자 금방 금색 용암을 전부 흡수할 수 있었다.

    금오검령은 뛰어난 단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온몸에서 화염을 강하게 뿜어냈다. 하지만 심협이 더욱 놀란 것은 금오검령 안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법력이 그의 몸으로 주입되자 불바다를 건너올 때 소모됐던 법력이 온전히 회복된 데다가 심지어 조금 넘치기까지 했다.

    “금색 불꽃에 법력이 담겨 있는 모양이군! 잘됐다!”

    심협은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세 마리의 금오검령을 전부 소환하여 용암의 금색 불꽃을 전부 흡수하게 했다. 이에 따라 그의 법력은 빠르게 회복돼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되었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법력이 몸에서 흘러넘치자 그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으나 간신히 참아냈다.

    금오검령이 있는 비검도 대량의 금색 불꽃을 흡수하자 그 안에 담긴 순양의 힘이 많이 증가해 조금씩 순양 금제로 변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놀랍고도 기뻤다.

    “저 금색 불꽃들과 주위의 붉은 불꽃은 2층 연기전 아래의 검은 법진이 소환한 금홍의 불꽃과도 매우 비슷하다. 그렇다면 연기전 안의 불꽃이 여기서 소환된 것인가?”

    눈앞의 불꽃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길게 생각할 때가 아니었기에 그는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섭채주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허공을 향해 결인하여 세 마리의 금오검령을 하나로 합쳐 10여 장 크기의 금오로 만든 뒤 용암을 향해 쏘아 보냈다.

    이 금오의 몸은 거의 실체처럼 변했고, 불꽃도 더 강해져 용암 안에서 솟아오르는 불꽃을 쉽게 막아냈다.

    심협은 금오검령의 등에 올라타 금오지화의 보호를 받으면서 더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크게 기뻐하며 금오검령을 발동해 곧장 용암 맞은편으로 향했다.

    이게 바로 그가 생각해낸 용암을 건너는 방법이었다. 효과는 생각보다도 괜찮은 것 같았다. 다만 유일하게 걱정되는 것은 용암 안에 어떤 요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만약 지금 공격을 받으면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만약 금오검령에서 떨어질 경우 하늘로 날아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어디론가 보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을 절반 정도 건너도 아무런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방법으로 건너도 되겠군. 금오검령을 만들어놔서 정말 다행이야.”

    그는 기뻐하며 다시 몸을 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바다에서 빠져나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안의 상황은 어때요?”

    섭채주가 바로 달려와 물었다.

    “좋은 소식이 있어.”

    심협은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금오검령은 역시 대단하네요. 상고 성수다워요. 그럼 어서 가요.”

    심협은 고개를 끄덕인 뒤 섭채주의 손을 잡고는 체내의 웅장한 법력을 흘려보냈다.

    섭채주는 서둘러 법력을 흡수했고, 텅 비어 있던 단전이 빠르게 채워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됐어요.”

    법력이 절반 정도 회복되자 섭채주가 서둘러 심협을 말렸다. 둘은 수련한 공법이 다르니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했고, 심협의 법력이 부족해질까 걱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심협의 법력은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어차피 용암을 건너는 동안 쉽게 회복할 수 있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순양검으로 두 사람을 보호하며 불바다로 들어갔고, 금세 용암 근처에 도착했다.

    심협은 세 마리의 금오검령을 소환하여 다시 10여 장 길이의 금오로 만들고는 섭채주와 함께 등에 올라타 용암을 건넜다. 동시에 열한 자루의 비검을 전부 소환하여 검진을 만들어 주위의 고온을 차단했다.

    열한 자루의 비검만으로 두 사람을 보호하기란 쉽지 않았는데, 이는 다섯 자루 순양검이 오화칠금선 안에 봉인되어 있는 데다 지금은 소요경안에 있어서 소환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금오검령은 두 날개를 펼치고는 빠르게 맞은편으로 날아가는 동시에 용암 안의 금색 불꽃을 흡수했다.

    심협은 법력이 빠르게 회복되자 나머지 비검으로 용암의 금색 불꽃을 흡수하여 순양의 힘을 높여보려 했다.

    하지만 금색 불꽃은 강력해서 오직 검령이 있는 네 자루를 제외한 나머지 비검으로는 흡수가 불가능했다.

    ‘역시 검령이 범상치 않구나. 시간이 되는 대로 나머지 세 개의 화살에 깃든 금오의 혼도 기령으로 만들어야겠군.’

    그는 그렇게 결심하고는 주작검령도 소환하여 금색 불꽃을 흡수하게 했다.

    반 각 뒤에는 순조롭게 용암을 건넜고, 네 마리 검령도 금색 불꽃 흡수를 멈췄다. 그 짧은 시간에 네 자루 비검에 담긴 순양의 힘은 상당히 강해졌다.

    주작검령의 비검 금제는 원만의 경지에 도달해 있던 터라 검신의 힘이 약간 강해진 정도였지만, 세 자루 금오검령이 있는 순양검 안에는 한 줄의 순양 금제가 생겨나 혼자서 수년간 고생하여 제련한 것과 맞먹을 정도였다.

    법력도 완전히 회복된 심협은 뒤쪽의 용암을 슥 보고는 계속 전진했다. 용암 맞은편의 불바다도 이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두 사람이 빠르게 건너자 적갈색 모래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이전의 노란 사막과는 확연히 달랐다.

    “오라버니, 아무래도 오라버니 추측이 맞았나 봐요. 이곳의 불바다와 용암이 정말로 3층의 시련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섭채주는 높은 모래언덕 위에 서서 금빛이 번득이는 눈으로 멀리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심협도 같은 곳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수십 리 앞에 검은색 산이 보이는데 그 정상에 있는 하얀색 빛의 문이 앞의 두 층을 건너올 때 생겼던 것과 똑같이 생겼어요.”

    “전송의 문이 보인다고? 잘됐구나. 그럼…….”

    섭채주의 말에 심협은 크게 기뻐했으나, 말을 맺기도 전에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오라버니, 왜 그래요?”

    “여기를 떠나면 다시는 저 용암의 금색 불꽃을 구하기 힘들 텐데……. 여기에 좀 더 머물면서 금색 불꽃을 흡수해 순양검의 위력을 높이는 게 어떨까 해.”

    심협이 잠시 고민하더니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거청천 등보다 앞서 있는 것 같은데, 혹시라도 추월당하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섭채주가 놀란 듯 물었다.

    “우리가 끝까지 가서 천언선존의 전승을 얻게 된다면야 좋겠지만, 그래봐야 심오한 공법이 하나 생기는 것뿐이야. 우리 둘 다 익힌 공법이 많으니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큰 쓸모가 있을까? 오히려 순양검은 내 본명법보이니 어렵게 얻은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오라버니 말이 맞아요. 이성을 잃고 탐욕을 쫓아서는 안 되는 건데…….”

    섭채주가 몸을 움찔하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천존대능의 전승이 눈앞에 있는데 누가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겠어? 본명법보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달려나갔을 거야.”

    심협이 손을 꼭 잡으며 말하자 섭채주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곳은 3층 출구와 가까워 거청천 등이 불바다를 지나서 이곳에 도착하면 우리를 발견할지도 몰라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고, 30리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간 후에야 비로소 멈췄다.

    “여기가 좋겠어.”

    심협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네,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어서 가 봐요.”

    “아니야, 같이 가자. 이미 이 불바다의 내막을 모두 파악했으니 나한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아. 여기는 기이한 곳이라 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까 함께 가는 게 더 안전할 거야.”

    “알겠어요!”

    안 그래도 심협과 떨어지기 싫었던 섭채주였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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