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3화. 간절함

두 마리 금오검령이 다가오면서 동시에 두 날개를 휘두르자 금오진화가 폭발하더니 두 개의 작은 태양처럼 변해 충돌해왔다. 그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아서 염열은 큰 위협을 느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무진선을 집어넣고 양손에 각각 청천연과 묵혼필을 꺼내 서로 교차하여 몸 앞을 막고는 동시에 법력을 주입하여 발동했다.

두 개의 법보가 서로 감응하며 다시 공간의 힘을 펼치자 전방의 허공이 찢어졌다. 그는 두 마리의 금오검령이 그 안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개의 법보는 그동안 너무 자주 사용한 탓에 공간의 힘이 많이 소모되었고, 공간의 균열은 순식간에 무너져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공간의 파동이 마침 염열 앞의 허공을 일그러트려 이미 근처까지 다가온 두 개의 금빛 불덩이를 좌우로 비켜나게 했다는 것이다.

한편, 낙보금전은 채색 유광에 박혀 곧바로 안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만수진인이 그 광경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니 섭채주가 구천선릉을 손에 쥔 채 날아와 그의 앞을 막아섰다.

허나 섭채주는 낙보금전의 기이한 금제의 힘이 자신과 구천선릉 사이의 연결을 끊어내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만 구천선릉은 손에 꼭 쥔 상태였기에 연결이 단번에 끊어지지는 않았다.

양쪽은 한참을 대치했는데, 먼지 힘이 빠진 쪽은 낙보금전이었다.

“돌아와라!”

만수진인이 전력을 다해 발동하자 낙보금전이 금빛으로 물들더니 두 개의 날개가 빠르게 움직여 간신히 선릉의 속박에서 벗어나 탈출했다.

바로 뒤를 섭채주가 따라왔는데, 움직임은 가볍고 날렵했다. 여기에 평보청운화와 어울리자 속도는 번개처럼 더 빨라져 순식간에 만수진인 앞에 다다랐다.

그녀가 구천선릉을 휘두르자 오색 노을빛이 만수진인의 허리를 휘감았다. 뒤이어 그녀가 선릉을 휙 잡아당기자 만수진인은 그녀를 향해 끌려갔다.

섭채주는 다른 손에 쥔 서원마봉을 크게 휘둘렀다.

이에 만수진인이 양손에 금룡쌍전을 쥐고 힘껏 내지르자 두 줄기 금빛이 교차하며 날아가 서원마봉과 충돌했다.

콰쾅!

충돌의 충격에 섭채주는 뒤로 날아갔지만, 곧장 방향을 틀어 다시 압박해왔다.

이를 본 만수진인은 속으로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는 심협이 강하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기에 그를 염열과 거청천이 상대하게 만들고 자신은 섭채주를 상대하기로 했다. 한데 섭채주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 알았겠는가! 더욱이 저 연약해 보이는 여인에게 어떻게 이런 강력한 육체와 민첩한 신법이 있는 걸까?

한편, 심협은 검을 휘둘러 혈륜왕 언갑의 공격을 물리치고는 곁눈질로 섭채주 쪽을 살펴본 뒤 바로 다시 손을 휘둘러 일곱 자루의 비검으로 뒤를 보호했다.

그때, 염열에게 날려 보낸 두 자루의 비검이 다시 날아왔는데, 낙보금전에 날아갔던 비검을 잊지 않고 데려왔다.

심협이 한 손으로 광망이 어두워진 순양비검을 쥐고 법력을 살짝 불어넣자 검신의 금오검령이 호응하여 금세 통제를 되찾았다.

그때, 거청천이 조종하는 혈륜왕 언갑의 몸 주위에서 갑자기 영문이 떠오르더니 두 팔의 근육이 꿈틀거리면서 순식간에 원래보다 두 배로 늘어났다.

언갑이 양손에 검은 도를 꽉 쥐고는 심협을 향해 휘둘렀다.

휙! 휙!

두 번의 바람 소리가 울려 퍼지고 검은색 도가 교차하며 날아오자 심협은 검을 들어 막아내고는 바로 혈륜왕 언갑의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다가오기도 전에 뒤에서 바람 소리와 함께 검은색 도가 다시 되돌아와 그를 공격했다.

이에 심협은 돌아보지도 않았고, 뒤에 있던 비검이 날아와 도를 막았다.

순식간이었지만, 심협은 어느새 혈륜왕 언갑 앞에 도착했고, 수중의 순양비검을 곧장 그 가슴을 향해 찔렀다.

한데 혈륜왕 언갑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슴을 활짝 펴고 칼날을 맞이했다.

심협이 의아해하는 순간, 가슴이 안쪽으로 함몰되더니 핏빛 소용돌이가 떠올랐고, 실오라기 같은 근육들이 엉키면서 튀어나와 순양비검을 휘감고 끌어당겼다.

이와 동시에 혈륜왕 언갑의 가슴이 쩍 갈라지더니 갈비뼈가 양쪽으로 벌어져 커다란 입처럼 변해 심협을 삼키려고 했다.

그러나 심협은 이를 보고도 차갑게 웃었다. 뒤이어 그가 심념을 움직이자 순양비검에서 불꽃이 솟구치더니 주작검령이 날개를 펼치며 나타났다. 작열하는 열기와 함께 붉은 불꽃이 솟아올라 언갑을 태우려 했다.

하지만 주작이 나타나는 순간, 심협은 갑자기 경각심이 일어났다. 자신의 공격 수단을 잘 알고 있는 거청천이 이렇게 쉽게 방심한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주작이 신위를 펼치며 순양화염을 뿜어내는 순간, 핏빛 소용돌이도 미친 듯이 돌면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안쪽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주작검령은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당황한 심협이 바로 주작검령을 되돌리려고 했지만, 주작검령은 이미 핏빛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힘에 붙잡혀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본 심협은 검결을 맺고는 크게 외쳤다.

그러자 뒤에 있던 두 자루 순양비검이 바로 날아와 혈륜왕 언갑을 비스듬히 베었다.

날개처럼 좌우로 펼쳐진 혈륜왕 언갑의 갈라진 가슴이 두 자루의 비검을 막기 위해 늘어났다.

챙! 챙!

날카로운 두 번의 금속음과 함께 혈륜왕 언갑은 몸으로 순양비검의 공격을 막아냈다. 다만 쌍방이 부딪치는 힘을 이용해 비검은 바로 뒤로 돌아가더니 두 줄기 빛이 되어 뒤에서 언갑을 조종하는 거청천을 향해 날아갔다.

비검이 가까이 다가오고 검광이 교차하며 날아오자 두 마리 금오검령도 금색 불덩이가 되어 돌진했다.

거청천은 염열의 청천연이나 묵혼비 같은 법보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여 피해야 했다.

심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중의 장검을 밖으로 뽑는 대신 기세를 몰아 아래로 눌러 계속해서 비스듬히 베어갔다.

주작검령도 그의 뜻을 알아차렸는지 하늘로 날아올라 검광과 하나가 되어 혈륜왕 언갑을 날려버렸다.

심협이 움켜진 장검이 다시 거청천을 향해 날아갈 때, 머리 위에서 갑자기 무거운 압력이 밀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건곤현화탑이 빛을 발하며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높이가 10장까지 커진 탑 주위에는 검은 불꽃이 타올랐고, 강렬한 금제의 힘을 뿜어냈다. 땅에 비친 탑 형태의 금고법진이 심협을 속박하려 했다.

심협은 서둘러 사월보를 시전하여 빠져나오려 했지만, 금고법진은 이미 완성된 터라 얼마 가지 못해 바로 막혀버렸다.

표정이 굳어진 심협은 양손을 연달아 휘둘러 거청천을 쫓아가던 두 자루 비검을 곧장 돌아오게 한 뒤, 뒤에 있는 나머지 여덟 자루 비검과 합류해 상공으로 돌진했다.

열 자루 순양비검이 서로 교차하면서 빠르게 금광검진을 이루고는 건곤현화탑을 향해 날아갔다.

콰쾅!

쌍방의 충돌음은 마치 산봉우리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엄청난 충격이 사나운 폭풍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만수진인은 낙보금전을 가느다란 노란 빛으로 변화시킨 뒤 날려보내 심협의 금광검진을 파훼하려 했다. 이에 섭채주도 당연히 이를 보고만 있지 않고 구천선릉을 휘둘렀다.

만수진인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낙보금전을 거두고 다시 그녀와 대치했다. 한바탕 교전만으로도 그는 은근히 놀랐는데, 섭채주의 빠르고 강력한 육체는 보타산 제자라기보다는 불문의 금강과 더 비슷했다.

섭채주는 육체적으로 우위였지만, 법보의 제한이 있어서 단번에 만수진인을 제압할 수 없었고, 심협쪽 상황도 갈수록 위급해져 갔다.

한편, 금광검진의 위력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서 건곤현화탑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뒤로 밀어냈다.

심협은 물러나지 않고 금광검진을 제어하여 염열을 몰아세우는 동시에 순양비검을 들고 거청천을 향해 돌진했다.

거청천은 모든 무기와 법보가 저물 공간 안에 있어서 심협과 근접전을 펼칠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혈륜왕 언갑을 불러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염열, 오는 길에 법력이 다 소모됐을 거라면서? 왜 아직도 저렇게 법력이 많이 남아 있는 건가?”

“법력이 저렇게 두터울 줄 누가 알았겠소!”

거청천이 책망하자 염열도 답답한 듯 소리쳤다.

말을 마친 그는 허리에서 황갈색 무언가를 떼어냈는데, 어떤 재질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는 기다란 네모꼴 영패였다. 그가 손으로 가볍게 그 위에 새겨진 이수 무늬를 문지르자 손끝에서 피가 조금 흘렀고, 영패의 이수 조각에서 빛이 번득이더니 모든 피를 빨아들였다. 그러더니 눈동자에서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요괴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녹주 밖의 모래가 솟아오르고 모래 먼지가 휘몰아치더니 사막 요수들이 무리지어 몰려왔다.

심협은 10여 마리의 도마뱀과 10여 마리의 전갈이 섭채주를 향해 몰려들자 거청천을 쫓는 것을 포기하고는 금광 검진을 제어해 녹주 밖으로 날렸다. 그리고 이제야 그는 사막 요수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왔던 것이 모두 염열의 짓이었음을 알게 됐다.

모래 안에서는 폭음이 그치지 않았고, 수많은 금색 검광이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떨어지며 금빛 단비가 세상에 뿌려졌다. 수십 마리의 사막 요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사막 요수의 피와 살이 휘날리고 황갈색 피가 온 땅에 튀었다.

열 자루 순양 비검도 힘을 모두 써버렸는지 빛이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더는 금광 검진을 유지하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심협은 휘청대던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열 자루 비검이 느릿느릿 날아와 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한편, 섭채주도 심협 쪽의 이상을 눈치채고는 서둘러 구천선릉을 휘둘렀다.

오채의 빛이 비단처럼 날아가 허리를 감싸자 그녀는 휙 잡아당겨 심협을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

“법력이 모두 소모된 모양이군. 저자를 막아라!”

거청천이 이를 보고 좋아하며 황급히 외쳤다.

그의 앞에 서 있던 혈륜왕 언갑이 날아올라 곧장 심협에게로 달려들었다.

만수진인도 곧장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심협이 아닌 섭채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보기에 심협은 이미 법력이 없으니 도마 위의 생선이나 다름없었고, 섭채주는 온통 그를 구할 생각뿐이니 그녀를 처치할 좋은 기회였다.

그의 예상대로 현재 섭채주 눈에는 오직 심협만 보였다.

언갑의 쌍도가 심협을 향해 날아들자 그녀는 초조한 마음에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도 않고 등을 훤히 보인 채 그를 도우러 갔다.

“죽어라!”

만수진인은 마치 이미 섭채주를 잡기라도 한 듯 화색이 돌며 외쳤다. 손바닥 앞에 검은 물이 뭉쳐지면서 그의 법력과 특수하게 제작한 독이 담긴 얼음 칼날로 변해 섭채주의 등을 찌르려 했다.

한편, 혈륜왕 언갑의 쌍도도 심협을 놓치지 않고 하나는 앞, 하나는 뒤에서 등과 머리를 벨 기세로 날아왔다.

만수진인의 얼음 칼날이 섭채주의 등에 닿으려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갑자기 기이한 빛이 번득였다. 감춰져 있던 혈맥의 힘이 마침내 다시 폭발한 것이다.

만수진인은 순식간에 파도 같은 파문이 섭채주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본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퍼펑!

그가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다만 어째서인지 폭음이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마치 긴 폭음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