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45화 (945/1,214)
  • 945화. 도려(道侶)

    섭채주의 신념 허상이 바로 쌍수지법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멈췄고, 주위의 화력의 힘은 다시 폭주하여 신념 허상이 완전히 부서졌다.

    섭채주의 본체가 눈을 번쩍 뜨는 순간, 몸이 흔들렸다. 안색은 창백했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용광로 같은 심협을 바라보고는 뜨거움을 참으며 그를 일으켜 가부좌를 틀게 했다. 이어서 천천히 자신의 옷을 벗고 눈처럼 새하얀 몸을 드러낸 채 심협의 맞은편에 앉았다.

    섭채주는 부끄러움에 양팔로 몸을 가렸지만, 심협의 굳게 닫힌 두 눈과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는 천천히 두 팔을 내렸다.

    그녀는 긴장된 마음으로 심협의 양손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맞대어 붙이고는 천천히 두 눈을 감고 속으로 남녀쌍수법의 심법을 운공하기 시작했다.

    비술을 운공하기 시작하자 섭채주는 기이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마치 씨앗이 발아하여 새순을 뻗더니 마음대로 자라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식해 공간의 심협도 이를 감지하고는 바로 비술 심법을 운공했다.

    운공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운공하는 순간 심협은 순식간에 체내의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도 기이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 모두 묘하게 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새 섭채주의 몸 주위에서는 맑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등에 빛이 흐르더니 두 개의 아름다운 나비 날개가 뻗어 나와 펄럭였다. 이어 영롱한 빛이 흩날렸다.

    섭채주의 표정은 멍해졌고 눈빛도 흐려졌지만, 운공하는 쌍수의 비법은 끊길 줄 몰랐다. 그녀의 몸이 천천히 심협에게 다가가더니 불덩이 같은 몸과 눈처럼 새하얀 몸이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가벼운 신음과 함께 섭채주의 등에 달려 있던 나비 날개가 활짝 펼쳐지더니 색동옷처럼 두 사람의 몸을 뒤덮었다.

    * * *

    섭채주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마침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자신의 옷이 이미 단정하게 입혀져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그녀는 힘이 느껴지는 팔에 푹 안겨 있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둘 사이에 폭포처럼 드리웠다.

    기대어 있는 가슴에서 기운 넘치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다만 어떤 얼굴로 심협을 봐야 할지 몰랐기에, 아직 깨지 않은 척했다. 그러나 머리를 가슴에 밀착하자 오히려 심협이 일어나 버렸다.

    심협은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온몸에는 은은한 광택이 돌고 있었다. 외모는 변함이 없었지만 느낌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채주, 일어났어?”

    심협이 웃으며 말하자 섭채주는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부인, 계속 이러고 있으면 부군의 허리가 부러질 것 같소.”

    심협은 너스레를 떨며 농을 건넸다.

    그러자 섭채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온몸에 힘이 빠졌는지 뜻대로 되지 않고 휘청거렸다.

    심협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하여 끌어안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채주, 미안해…….”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섭채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올려봤다.

    “내가 너를 지켜줘야 하는데 오히려 매번 도움을 받잖아. 참 무능한 부군이지?”

    그 말에 섭채주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는데, 이에 오히려 심협은 가슴이 두근거려 한참 동안 입을 맞췄다.

    “채주. 우리는 이제 부부고, 도려(道侶)가 됐으니까, 내 반드시 가장 성대한 혼례를 올리게 해줄게.”

    그는 섭채주의 턱을 받들며 조용히 맹세했다.

    섭채주는 심협의 진지한 모습을 보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혼례가 성대하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오직 심협, 이 사람만 곁에 있으면 행복했다.

    두 사람은 서로 기대어 온기를 느끼며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참 뒤, 심협이 말했다.

    “쌍수비술 덕분인지 화독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 경지도 정진해서 돌파가 다가온 것 같아.”

    “음양상제지술에 관한 기록에 경지의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양쪽 모두 득이 되고, 차이가 조금 클 때는 약한 쪽의 경지가 더 많이 오른다고 써 있었어요.”

    “그럼 확실하군. 앞으로 나는 한동안 폐관해야 할 것 같아. 무사히 진선 후기로 돌파한다면 천언궁으로 가자.”

    “반드시 해낼 거예요.”

    섭채주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이후, 심협은 다시 폐관수련에 들어갔고, 섭채주는 소요경으로 돌아가 수련을 시작했다.

    * * *

    눈 깜짝할 사이 석 달이 지났다.

    심협은 밀실 안에 가부좌를 하고 있었고, 온몸에서 번득이던 금빛은 거의 실체처럼 굳어져 있었다.

    각기 여섯 마리의 금룡(金龍)과 금상(金象)이 날아다니며 포효하자 밀실 안의 허공이 흔들렸다. 그 위세는 이전보다 몇 배에 이르렀다.

    쌍수의 기연 덕분에 그는 두 달 만에 진선 후기로 돌파하여 막강한 법력이 몸 안에서 거침없이 맴돌았다.

    황정경은 방촌산의 법체(法體) 쌍수의 진파 보전으로, 매번 돌파할 때마다 단전과 경맥을 단련하고 더욱 넓어지게 했다. 또한 아홉 개의 법맥도 함께 단련하여 그의 법력은 같은 경지의 수사보다 깊고 두터워 진선 후기임에도 법력은 태을 존재와 큰 차이가 없었다.

    경지를 돌파한 뒤로도 심협은 바로 나가지 않고 폐관하여 경지를 굳건히 했고, 이제 완전히 안정되어 있었다.

    열여섯 자루의 비검이 그의 입에서 나와서 몸 주위를 빠르게 휘젓고 날아다니자 밀실 전체가 붉은 검의 허상으로 가득해졌다.

    심협은 어떤 검식도 펼치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열여섯 자루의 위능만을 발휘했다. 강력하고 날카로운 검기가 밀실을 뒤덮자 허공은 잘려 나간 흔적으로 가득했다. 특히, 검령이 있는 네 자루의 순양검의 위력은 놀라워서 잘린 곳마다 검은 흔적이 어렴풋이 보였다.

    심협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열여섯 자루 순양검의 위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는데, 이는 다른 법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면 거청천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열여섯 자루의 순양검을 전부 몸에 넣어 온양하고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붉은 빛이 바깥을 떠다니고 있었는데, 바로 화령자였다. 그는 어느새 소요경에서 나와서 그를 대신해 바깥을 지키고 있던 중이었다.

    심협은 약간 당황했지만, 지금 소요경이 귀등상인의 수중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자신이 폐관수련을 하느라 제어할 틈이 없을 때 화령자의 신통으로 의식이 없는 연시를 제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오, 드디어 나왔군.”

    심협이 나오자 화령자가 웃으며 말했다.

    “채주는?”

    심협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가 이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물었다.

    “옆의 밀실에서 폐관수련 중이다. 보타산의 음양상제지술이 네 몸에서 날뛰던 화독을 잠재웠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서 자신의 몸을 조절하기 위함인지 석 달 동안 줄곧 폐관하고 있다.”

    화령자가 옆의 밀실 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괜찮은 거지?”

    “괜찮고말고. 곡현성반으로 그녀의 기운을 감지해봤는데 평온했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어.”

    화령자가 곡현성반을 꺼냈는데, 별빛이 반짝였고, 둥근 별빛이 잔잔하게 퍼져 나와 천천히 흩어졌다. 도향이 이 보물을 발동했을 때보다 한결 자연스러워 보였다.

    “곡현성반을 완전히 연화한 모양이군. 네 진법의 경지면 이 법보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

    심협이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정한 위력이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고, 8할 정도의 위력은 발휘할 자신이 있지.”

    화령자는 가볍게 성반을 쓰다듬었다. 이 법보를 상당히 아끼는 모습이었다.

    심협도 섭채주를 재촉하지 않고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맞다. 이거 수리는 끝냈는데 음속성 영재가 몇 개 부족해서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다. 여기서 나가면 다시 수리해야 할 게야.”

    한참 뒤, 화령자는 갑자기 생각났는지 커다란 깃발을 꺼냈다. 만귀번이었다.

    “수고 많았어. 이전에 조심하라고 했던 건 잘 지켰지?”

    심협이 감사를 전한 뒤 바로 물었다.

    만귀번은 이전에 무라와 싸울 때 크게 손상됐고, 후예의 묘에서 화령자에게 수리를 맡겼다. 한데 이렇게 빨리 수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네놈은 자꾸 나에게 난제(難題)를 맡긴단 말이야. 모든 게 순조롭게 잘됐고, 만귀번을 수리할 때 그 귀장은 방해 안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화령자가 심협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귀장은 지금 경지를 돌파하는 중요한 순간이라 방해해서는 안 되니까 그런 것뿐이지 널 귀찮게 하려던 건 아니야.”

    심협이 머쓱한 듯 말했다.

    “흥! 알고 있으니까 됐다.”

    화령자가 손을 내젓고는 두 눈을 감고 계속해서 곡현성반을 깨우쳐갔다. 이미 완벽하게 이 법보를 연화했지만, 곡현성반 안에 있는 수많은 법진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했던 것이다.

    심협도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는 만귀번의 상태를 감지해봤다. 깃발 안의 64도 금제는 이미 완벽하게 고쳐져 있었지만, 몇 가지 재료가 부족해 깃발에는 약간의 흠집이 있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고, 여기를 나가면 알맞은 재료를 찾아서 보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신식을 만귀번 안의 공간으로 넣었다. 수천 마리의 귀혼 외에 강력한 음기 파동을 뿜어내는 검은 빛이 허공에 떠 있었다.

    검은 빛의 가장 안쪽에서 조비극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자흑색 형흉신광이 주위를 맴돌며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었다.

    소용돌이 중앙에 아홉 마리 뱀의 허상이 속박되어 있었는데, 바로 구영의 요혼이었다.

    자흑색 소용돌이가 돌아갈 때마다 미약한 음혼의 힘이 쉬지 않고 요혼에서 빠져나와 조비극의 몸으로 녹아들었다.

    그날, 후예 능묘의 대전에서 심협은 혼란을 틈타 조비극을 구영 요혼이 속박된 하얀 고치 안에 넣었고, 고치까지 한꺼번에 만귀번 안의 공간으로 넣었다.

    조비극의 흉형신광은 모든 음혼이나 귀물과 상극이라 구영이 비록 상고 요혼이라고는 해도 이 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상고 요물답게 신혼이 매우 견고하여 지금까지 완벽하게 연화되지 않았는데, 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비극의 음기는 많이 강해져 진선 중기의 한계를 돌파하고 있었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군.”

    심협은 조비극을 방해하지 않고 신식을 거두고 만귀번을 집어넣고는 계속해서 눈을 감고 정양했다.

    * * *

    며칠 뒤, 섭채주가 마침내 나왔다.

    “오라버니!”

    심협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자 섭채주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첫날밤을 함께 보낸 뒤라 섭채주는 서슴없이 심협의 품에 안기려다가 실실 웃고 있는 화령자가 눈에 들어오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다시 밀실로 들어가 버렸다.

    “두 사람 다 나왔으니 이제 내가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겠군. 심협, 소요경으로 들어가게 해줘.”

    화령자가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고생했어.”

    심협은 화령자를 소요경으로 넣고는 섭채주의 밀실로 들어갔다.

    한참 뒤, 두 사람이 함께 나왔는데 섭채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기운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져 있었는데, 쌍수지법이 그녀에게도 큰 도움이 돼서 무족의 혈맥을 더 많이 각성할 수 있게 됐다.

    “오라버니,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천언궁으로 가나요?”

    “우리 모두 실력이 크게 정진했으니 거청천을 찾아서 빚을 갚아야지.”

    심협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두 사람은 바로 천언궁 방향으로 날아갔다.

    둘 모두 경지가 크게 정진하면서 둔술도 빨라져서 5일 만에 천언궁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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