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37화 (937/1,214)
  • 937화. 멸마(滅魔)

    심협 자신도 상상 이상의  위력에 놀랐지만, 멈추지 않고 왼손에서 붉은 빛을 반짝이며 다시 오화칠금선을 꺼내 법력을 주입했다.

    오화칠금선이 열 배로 커지더니 일곱 개의 깃털이 곧게 서고 빛이 흘렀다. 이어 서로 다른 일곱 종류의 새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날카롭고, 낮고, 즐겁고, 살기가 흐르는 등 온갖 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비할 데 없는 위세에 하늘마저 떨려왔다.

    심협도 처음 시전한 오화칠금선이었기에 그 위력을 확인하고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곧바로 무라를 향해 강하게 부채질했다.

    얼마 남지 않은 법력이 둑 터진 호수처럼 오화칠금선으로 주입되어 순식간에 절반이 사라졌다.

    대량의 법력을 흡수한 우선은 마침내 만족한 듯 굉음과 함께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불꽃을 뿜어냈다. 홍련업화와 주작진화, 금오진화, 태양진화, 남명이화, 이렇게 다섯 종류의 천화였다.

    모든 불기둥이 중간에 모여들더니 10여 장 길이의 오색 불기둥이 되어 무라에게 떨어졌다.

    무라의 주위에서 세 개의 검은 빛의 띠가 먼저 날아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곳에서는 세 개의 요혼이 나타났지만, 바로 오색 불꽃에 휩쓸려 그대로 불타 사라졌다.

    그럼에도 오색 불기둥의 위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계속해서 무라의 몸을 두들겼다. 마갑이 완전히 부서졌고, 그녀는 오색 불기둥에 휩쓸렸다.

    거대한 불기둥이 마침내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펼쳐지자 수십 장 크기의 오색 불바다가 솟아올랐다.

    숨쉬기도 힘들 정도의 무서운 영압이 불바다에서 솟아오르고 천지를 불태울 정도의 무서운 열기가 퍼지자 능묘 안의 허공이 격렬하게 뒤틀리고 불바다에 그을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염열 등은 100여 장을 떨어져 있었는데도 온도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자 재빨리 더 뒤로 물러났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는데, 이는 심협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이러다가 능묘를 다 태우는 건 아닌가!’

    그때, 커다란 금색 빛줄기가 갑자기 땅에서 솟구쳐 나와 오색 불바다에 구멍을 내고는 대청 천장까지 치솟았다.

    빛줄기 안에서 커다란 금색 문자가 떠오르자 능묘 대청에 갑자기 신비하고 아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천계 선궁의 음악 같기도 하고 또 구유 지부의 신음 같기도 했다.

    그 순간, 대청 공간이 갑자기 진정되면서 오색 불바다의 충격을 견뎠다.

    “이것은……?”

    심협은 의아한 와중에도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그때, 갑자기 쾅 하는 굉음이 발아래에서 들려오더니 검은 그림자가 금색 빛줄기에서 튀어나왔다. 바로 무라였다.

    그녀의 두 동강 난 몸은 다시 하나로 합쳐져 있었는데, 불에 탄 반쪽은 새까맸고, 나머지 반쪽은 균열이 가득하여 매우 처참해 보였다.

    하지만 이 마족은 매우 강력했기에 그런 처참한 상태에서도 검은 빛으로 변하여 멀리 날아갔다.

    허나 두고 볼 심협이 아니었다.

    그가 재빨리 결인하자 무라 앞에 노란 빛이 반짝이더니 천살시왕이 나타나 태산처럼 거대한 대인, 번천인을 머리 위로 떨어트렸다.

    무라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힘이 남았는지 입을 쩍 벌려 거대한 검은 기운을 뱉어냈다. 이어서 어떤 비술인가를 시전하려던 그때, 마족의 두 눈이 푹 하고 터지면서 핏줄기가 쏟아졌다.

    “끄아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그녀가 어렵게 모은 마기가 전부 사라졌고, 그 순간 번천인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와 무라의 머리를 내리쳤다.

    펑!

    굉음과 함께 무라의 몸이 폭발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머릿속의 신혼도 완전히 부서져서 찌꺼기 하나 남지 않았다.

    심협은 그제야 안심하고 소매를 휘둘렀다.

    허공의 금광검진이 요란하게 흩어지더니 열 자루 비검이 되어 그의 소매로 돌아왔고, 발아래의 오색 불바다도 흩어져 사라졌다.

    오색 불바다가 사라지자 금색 빛줄기도 함께 사라지면서 능묘의 대청은 다시 평온함을 되찾았으나, 곳곳에는 방금 대전의 흔적이 가득했다.

    천살시왕은 번천인을 거두고 노란 빛으로 변해 심협의 몸으로 들어갔다.

    귀등상인도 날아왔는데, 손에는 몇 개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묵혼비와 청천연 그리고 도향과 유홍, 이표의 저물 법기였다.

    오색 불바다에 세 사람의 시체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다행히 귀등상인이 불바다가 나타나기 전에 이 물건들을 챙긴 것이었다.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매를 휘둘러 귀등상인과 함께 이 저물 법기들을 거둔 후,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땅에 내려선 순간, 그는 휘청거렸다. 금광검진과 오화칠금선, 번천인 등 좀 전의 싸움에서 그가 사용한 모든 법기와 신통은 법력 소모가 컸다. 만약 진선 중기 절정에 도달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터였다.

    심협이 초록색 부적을 꺼내자 그 위로 초록색 버드나무 가지가 떠올랐다. 섭채주가 3년 동안 공들여 만들어준 양류감로부(楊柳甘露符)였다.

    그가 부적을 바스러뜨리자 초록색 빛이 몸으로 들어갔다가 몸 위로 떠올랐다. 이어서 주위의 천지영기가 성난 파도처럼 몰려와 텅 비어 있던 법력을 몇 호흡 만에 원래대로 회복시켰다.

    ‘만년옥수보다도 뛰어나다니, 가히 삼계 최고라 할 만하군.’

    심협은 속으로 보타산의 회복 신통에 감탄했다.

    “좋았어! 심협, 잘했다. 중보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상고 마장을 죽인 것은 칭찬받을 만하지. 하하하!”

    소요경 안의 화령자가 껄껄 웃었다.

    심협은 화령자의 말에 개의치 않고 무라가 죽은 곳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상고 마장인 무라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인가?’

    여러 중보와 금광검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어쨌든 무라는 상고 마장이며 태을경인데 줄곧 자신이 우세를 점하고 싸워 죽였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했다.

    ‘부상을 모두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던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그때, 염열과 만수진인, 전삼칠이 날아왔고, 심협은 세 사람을 돌아봤다.

    전삼칠의 손에는 암홍색 구려전고가 들려 있었는데, 법력으로 연화하는 중이었다. 방금 오화칠금선으로 무라를 공격할 때 이 법보가 튕겨나갔는데, 우연히 전삼칠 옆에 떨어졌고, 그는 바로 거뒀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셈이었다.

    “상고 마장을 해치우다니, 심 도우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복했습니다. 하하하!”

    만수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염열은 표정이 굳었지만, 일단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요마가 죽었으니 이제 후예의 신기가 숨겨진 곳을 찾아보시죠.”

    전삼칠은 소매에 구려전고를 챙겨 넣고는 아래 돌 제단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제단은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색 불바다가 휘몰아친 와중에도 조금도 불타지 않았다. 더욱이 아까 그 금색 빛줄기는 이 돌 제단에서 나온 것이니 후예의 신기는 아마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돌 제단 위에 있던 여섯 개의 무족 석상은 모두 부서져서 잔해만 남은 상태였다. 그들이 환상에 갇혀 있을 때 무라가 죽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심협은 돌 제단 옆으로 다가갔다.

    그도 후예의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고, 소요경 안의 그 석상은 아직도 섭채주의 무족 혈맥을 열어주는 중이라 물어볼 수 없으니 직접 찾아야 했다.

    그는 안을 살펴보기 위해 신식을 밀어 넣었는데, 돌 제단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올라와 그의 신식을 막았다.

    “보물이 진짜 여기 있나보군요.”

    전삼칠도 돌 제단 안의 이상을 눈치채고는 검결을 맺었다.

    유룡검이 10여 장 길이의 커다란 금색 검기로 변하더니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며 돌 제단을 내리쳤다.

    쾅!

    굉음이 요란하게 울렸지만, 그뿐이었다.

    염열과 만수진인도 내심 놀라더니 건곤현화탑과 금룡쌍전을 꺼내 같이 돌 제단을 공격했다.

    쾅! 쾅!

    두 번의 굉음이 다시 울려 퍼졌지만, 여전히 돌 제단은 멀쩡했다.

    이를 본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신식을 살펴본 결과 이 돌 제단의 재료는 토속성의 평범한 영재 황암정(黃巖晶)이니 이토록 단단할 리가 없었다.

    ‘안에 설치된 어떤 강력한 금제가 막아낸 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팔을 휘둘러 현황일기곤을 꺼내 순식간에 수십 배로 커진 금색 곤봉으로 돌 제단을 내리쳤다.

    꽈릉!

    굉음과 함께 돌 제단이 부서지면서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돌 제단 아래로 검은색 동굴이 나타났는데, 그 너머는 너무 어두워서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심협은 동굴에 들어서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좀 전의 일격은 그저 돌 제단에 금제가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에 5할 정도의 힘만을 사용한 것인데 전삼칠 등이 전력으로 내려쳐도 흠집조차 없었던 돌 제단이 부서진 것이다!

    “보아하니 돌 제단에 설치된 건 무족의 인과무주(因果巫呪)인가 보군.”

    화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과무주?”

    “무족의 특수한 무법(巫法) 금제인데, 쉽게 말해 제한성의 금제다. 어떤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만 부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아무리 공격해도 소용없다.”

    “그런 신통이 있어?”

    “무족들은 다 고지식해서 그들만이 이런 융통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금제를 만들 수 있지. 내 추측하건대, 그 무족 석상들의 인정을 받은 사람만 돌 제단을 부술 수 있는 인과무주가 설치된 것 같다. 다만, 인과무주가 계속 유지되려면 강력한 무력의 원천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후예의 전승이 이 돌 제단 아래에 있는 게 확실해 보이는군.”

    “그래서 그 석상이 채주가 후예 대신의 힘을 잇도록 도와달라고 한 거구나.”

    전삼칠과 염열 등도 심협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것 같은 공격에 돌 제단이 부서지자 적잖이 놀랐지만, 이들의 신경은 금세 저 아래 검은 통로로 쏠렸다.

    좀 전까지 돌 제단 안에 있던 무형(無形)의 힘은 여기에서 흘러나와 신식의 탐색을 차단했다. 그래서인지 안을 볼 수 없었고, 음한의 기운이 스며 나온 탓에 진선기 고수인 네 사람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전삼칠이 소매를 휘둘러 금색 검기를 통로 안으로 들여보냈지만,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 금제는 신식만 차단하고 사람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모양이오. 내려가 보겠소?”

    전삼칠은 유룡검을 거두고는 세 사람에게 물었다.

    화령자와 대화를 끝낸 심협도 현황일기곤을 넣고 가까이 다가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갈 이유가 없지. 가봅시다.”

    염열이 심협을 향해 눈을 찡긋하고는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만수진인과 전삼칠도 바로 뒤를 따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통로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광경은 본 심협은 실소가 나왔다. 한때 자신을 죽이려 들던 염열이 손을 잡자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강력함을 보고 생각을 바꾼 것이리라.

    “심협, 다들 내려갔잖아. 우리도 빨리 쫓아가자고!”

    화령자도 후예의 전승과 신기가 매우 궁금했는지 심협을 재촉했다.

    “서두르지 마. 후예의 전승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심협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대청 구석을 돌아보더니 눈에 띄지 않는 청석에 손을 대고 법력을 주입했다.

    “이건 또 뭐 하는 짓이야?”

    심협은 화령자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법력을 주입했다. 몇 호흡 뒤, 청석에서 은은한 하얀 빛이 번득이더니 이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그러자 반 척 크기의 둥근 구멍이 드러났다.

    심협은 씩 웃더니 그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었고, 검은색 나무 상자를 꺼냈다.

    이 장치는 바로 석상이 이전에 그에게 알려준 것으로, 이 상자 안의 물건을 사용해야만 후예의 전승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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