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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936화 (936/1,214)
  • 936화. 기습

    한편, 소요경 안에서는 화령자가 둥근 법보를 발동하고 있었다. 바로 곡현성반이었다.

    천살시왕은 화령자 뒤에 선 채 법력으로 손에서 노란 빛을 화령자에게 주입했다.

    진법의 깨달음을 논한다면 화령자는 도향보다 몇 배나 뛰어났으니 이 성반을 조금만 제련해도 금방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때, 허공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피가 나타났다.

    함께 나타난 것은 풀을 엮어서 만든 소인(小人)과 작은 화살이었다. 바로 정두칠전서였다.

    심협의 전음이 이어지자 화령자는 조용히 투덜거렸다.

    “흥! 나한테 이런 귀찮은 일이나 시키고…….”

    그러나 말과는 달리 입에서 붉은 빛을 쏘아 보내 피와 정두칠전서를 받았다.

    한편, 염열 등은 심협이 무라에게 중상을 입히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입이 떡 벌어졌다. 무라는 귀신처럼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고 심지어 상처도 입힐 수 없었는데 지금 심협의 공격에 중상을 입은 것이다!

    세 사람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이 기회에 무라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바로 법보를 발동했다.

    뒤에서 몇 명이 번개처럼 날아오는 것은 느낀 무라는 눈에서 흉광을 뿜어내더니 양손을 빠르게 결인했다.

    그녀의 몸 주위에서 검은 빛의 띠가 부서지더니 어두운 그림자로 변했다. 그 안에서는 하얀 사냥개 같은 요물이 나왔다. 바로 대풍의 요혼이었다.

    “금고지술을 시전하려 하니 조심하시오!”

    심협이 눈을 크게 뜨더니 우뚝 멈춰 서며 외쳤다.

    염열 등도 제자리에 멈춰 서서 각자의 법보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그 검은 그림자는 터지지 않고 오히려 무라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온몸에서 갑자기 하얀 빛이 감돌더니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잘린 팔에서도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새로운 팔이 빠르게 자라났다.

    무라의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치료됐다. 심지어 좀 전의 싸움으로 소모한 마기도 절반이나 보충됐다.

    ‘그 검은 빛의 띠 안에 있는 요혼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심협은 잔뜩 긴장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금강검진을 연달아 발동하느라 그의 법력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에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소중한 요혼을 두 개나 쓰게 하다니, 네놈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목숨을 내놔라!”

    무라가 심협 등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외치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염열 등은 깜짝 놀라 서둘러 각자의 법보로 몸을 보호했다.

    “뒤!”

    심협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두 눈에서 청흑색 빛을 뿜어냈다. 그의 양손에서 날아간 두 개의 빛줄기가 뒤쪽 어딘가를 강하게 두드렸다. 그러자 그곳에 무라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검은 진파(震波)를 입에서 뿜어내 두 빛줄기를 부쉈다.

    그녀는 오른손에 감도는 하얀 빛을 힘껏 내던졌고, 이 빛은 순식간에 네 사람 앞에 나타났다.

    거미줄 형태의 법보가 하얀 빛에서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그물로 변해 능 전체를 뒤덮으려 했다.

    하얀 그물과 아까의 그 거미줄은 다를 바가 없었는데, 흐르는 환력은 훨씬 강력했다. 이전의 그 거미줄도 무라의 이 법보가 만들어낸 것이 분명했다.

    심협은 급히 뒤로 피하면서 연연나금의를 발동했다. 몸에서 푸른 빛이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염열 등은 무라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그물에 뒤덮일 위기였다.

    그때, 강력하기 그지없는 환력이 그물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세 사람을 덮기도 전에 그들의 신혼의 힘을 흩트려놓았다. 세 사람의 눈에 비친 광경은 희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심협은 표정이 변하며 급히 소매를 휘둘렀다.

    붉은 빛이 번개처럼 날아가 세 사람 옆에 나타났다. 바로 귀등상인이었다.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그의 몸이 빠르게 커져서 순식간에 거대한 혈홍색 나무로 변했다. 나무 끝이 능묘의 천장에 닿았고 가지도 무성해 마치 혈홍색의 거대한 우산이 염열 등을 보호하는 것 같았다.

    하얀 그물은 나무에 막혀 염열 등을 뒤덮지 못했다.

    그물의 강력한 환력이 커다란 나무를 뒤덮고는 성난 파도처럼 귀등상인의 몸으로 주입됐지만, 그는 이미 죽은 상태라 환력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다만 여전히 귀등상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심협의 분혼에는 환력이 침투해왔다.

    환력은 연연나금의를 이용해 땅속에 숨어 있던 심협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심협의 가슴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푸른 천이 날아가 그의 머리 주위를 감싸 환력을 막아냈다.

    만리권운에는 신혼 공격을 막는 효과가 있었기에 방금 천살시왕이 이 보물을 가져오자마자 서둘러 제련했는데, 다행히 중요한 순간에 요긴하게 쓰였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입에서 은광종을 뿜어내 진혼 비술을 발동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무라는 막 몸을 숨기려다가 갑자기 심협의 위치를 감지할 수 없게 되자 눈살을 찌푸리고는 술법으로 탐색했다.

    그때, 아래에서 뎅 하는 종소리가 울리더니 실제 같은 은색 음파가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무라의 몸을 뒤덮었다.

    심협이 전력을 다해 발동한 은광종과 진혼 비술의 강력함에 아무리 무라라 해도 일순 어질어질해졌다.

    땅속에 숨어 있던 심협은 이를 보고 기뻐하며 바로 전력을 다해 허공에 있는 금광검진을 발동했다.

    열 개의 검륜이 강렬한 빛을 뿜어냈고, 수많은 빛의 검이 성난 파도처럼 무라를 향해 쏟아졌다. 그녀로서는 피할 곳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무라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빛의 검들을 보자마자 검은 그림자로 변해 아래로 도망치는 동시에 입에서 검은 벽돌 같은 것을 꺼내서 빠르게 돌렸다. 허화하기에는 이미 늦은 데다 방금 실체로 변했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야 다시 불사환령결로 허화 신통을 발휘할 수 있어 지금은 법보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검은 벽돌은 마문으로 가득해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다. 마보가 회전하면서 점점 커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집채만 해졌다.

    무라는 전력을 다해 아래로 내려갔지만, 빛의 검이 한 발 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쫓아와 순식간에 땅까지 다다랐다.

    무라는 방금 음파가 나왔던 곳으로 돌진하며 검은색 벽돌을 향해 결인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검은색 벽돌에서 뿜어져 나온 대량의 마염이 주위의 금색 검우에 맞섰다.

    하지만 이 마염은 금색 검우에 닿자마자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대로 사라졌다. 반면 금빛 검은 계속해서 번개처럼 날아와 떨어지면서 검은색 벽돌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검은색 벽돌은 표면에 수많은 검흔이 생겨나면서 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약해졌고, 그 위로 흐르던 검은 빛도 빠르게 사라져 기껏해야 몇 호흡 후면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검진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무라는 적잖이 당황했다.

    흑정마문전(黑晶魔紋磚)은 그녀가 상고 시절부터 사용해온 중보로, 오랜 세월 제련을 거듭해 위력은 어지간한 법보급이었는데도 검진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당황할 새도 없이 손을 휘둘러 암홍색 마보를 꺼냈다. 구려전고였다.

    결인해 발동하자마자 마치 작고 붉은 태양처럼 전고에서 눈부신 암홍색 빛이 폭발했다. 그 위에 있던 검은색 거대한 벽돌은 완전히 부서져 빛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빛의 검이 바람을 가르며 내려왔다.

    무라가 나지막하게 외치며 양손을 교차하여 잡고는 머리 위에 있는 구려전고를 허공으로 내던졌다.

    둥!

    굉음과 함께 붉은 음파가 전고에서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10여 장 크기의 보호막으로 변했다.

    주위의 허공이 강하게 흔들렸고, 심지어 금이 가기도 했다. 공격해온 금빛은 음파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전부 부서져 무라에게 조금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음파 보호막 밖의 허공 어딘가에서는 심협이 오래되어 보이는 우선(羽扇)을 들고 있었다. 바로 오화칠금선이었다.

    다만 이 우선은 이전과는 좀 달랐는데, 부채에 다섯 줄의 검 같은 영문이 그려져 있었다. 각 영문마다 무서운 화염 파동을 뿜어냈는데, 이 파동이 오화칠금선 영우(翎羽)의 힘과 한데 어우러지자 그 기운이 천지가 개벽할 정도였다.

    이것은 화령자가 고안해낸 방식으로, 3년 동안 오화칠금선을 새롭게 제련하고 다섯 자루의 순양검를 넣어 봉인한 상태였다.

    그는 본래 무라가 검진을 막는 사이 숨어 있다가 오화칠금선으로 저 마족을 베려 했는데, 상대가 이토록 빠르게 공격을 막아낼 줄은 몰랐다.

    음파 보호막의 위력을 보니 오화칠금선으로 부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꽤 걸릴 터였다. 게다가 그랬다가는 처음 노린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다.

    은광종으로 기습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자 심협은 속으로 혀를 차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오화칠금선을 거두었다. 이어서 양손으로 검결을 맺어 순양검광 검진의 위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기습이 실패했으니 검진으로 정면돌파할 생각이었다.

    능묘 공간이 눈부신 금광으로 뒤덮이자 모두의 시야가 가려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염열과 만수진인, 전삼칠은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서둘러 뒤로 멀리 물러났다.

    세 사람은 자기들이 힘을 합쳐도 상대가 안 됐던 무라를 심협이 홀로 맞서는 것에 크게 놀랐다.

    검진 안의 무라도 눈부신 금빛에 시야가 가려져 눈을 뜨기 힘들었고, 신식으로 주위를 감지해도 금광의 방해를 받아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 변하더니 다른 신통을 시전하기 위해 빠르게 주문을 읊었다.

    그때,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금빛 검들이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금색 검사로 변해 붉은 보호막을 뚫기 시작했다.

    이 검사의 관통력은 빛의 검보다 강해서 음파 보호막은 구멍이 뚫리면서 검은색 벽돌처럼 빠르게 약해졌다.

    무라는 신식으로 감지하기도 힘들었지만, 위기가 닥친 것을 직감하고는 주문을 멈추고 양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주먹 위로 검은 빛이 감돌더니 가느다란 검은색 전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 전광은 어쩐지 섬뜩한 느낌이었다.

    두 개의 검은 빛이 하나가 되어 머리통만 한 검은색 광구가 만들어졌고, 광구는 마치 유리처럼 투명하고 영롱해 그 안에서 요동치는 검은색 뇌전이 선명하게 보였다.

    무라가 입에서 피를 뱉어내자 이 피는 혈홍색 마염으로 변하여 검은색 광구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광구 안의 검은색 뇌전이 갑자기 혈홍색으로 변하더니 검진 밖을 향해 강하게 날아갔다.

    꽈꽝!

    혈홍의 광무가 맹렬하게 폭발하자 금색 검사는 산산이 부서졌고, 금광검진도 폭발하면서 길고 넓은 통로가 생겨났다.

    무라는 바로 열석보를 시전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검진 밖으로 빠져나갔다.

    연이은 술법을 사용한 무라는 창백한 안색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였다.

    뎅-!

    머리위에서 종소리가 들려오더니 은색 음파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바로 은광종과 진혼 비술이었다. 심협이 미리 상황을 예상하고 잠복해 있었던 것이다.

    무라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미처 회복하기도 전에 하얀 대진이 허공에 나타났으니, 바로 혼원무극진이었다. 도향이 시전했을 때와 위력에 차이가 없는 혼원무극진이 무라의 몸을 단단하게 봉인했다.

    뒤이어 무라 옆에 푸른 빛과 함께 심협이 나타나더니 오른손에서 마기를 뿜어내며 치우지박을 시전했다. 이전보다 두 배는 큰 검은색 마조가 순식간에 나타나 허공에 다섯 개의 어두운 상흔을 만들어냈다.

    생사의 순간, 무라의 몸이 떨리더니 온몸에서 검은 빛을 강하게 뿜어내 혼원무극진의 속박을 막아내고는 옆으로 2척 정도 피했고, 간신히 머리가 터지는 꼴은 면했다. 하지만 검은색 마조가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베었다.

    촤악!

    피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무라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마갑도 치우지박 앞에서는 종잇장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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