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34화 (934/1,214)
  • 934화. 허실(虛實)을 예측할 수 없다

    무라는 질풍 같은 공격이 쏟아져 오는데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몸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갑자기 기이한 검은색 허상으로 변했고, 하늘에 가득하던 금빛 검과 법보가 그 안에 모두 파묻혔다. 금빛 검과 곡현성반, 건곤현화탑, 금룡쌍전의 공격이 모두 허상을 스쳐 지나갔는데,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구유 마환은 여전히 허화된 무라의 몸을 단단히 묶고 있었고, 암홍색 전고의 공격이 허상을 통과할 때 그녀의 몸이 조금 흔들렸을 뿐이다.

    “구유마환! 구려전고(九黎戰鼓)! 부활하자마자 이 마보들을 만나다니! 좋아, 모두 내가 가져가겠다!”

    무라는 깜짝 놀라 외치더니 대량의 칠흑 같은 마광을 몸에서 뿜어내 검은색 소용돌이로 바꾸고는 구유마환과 암홍의 전고까지 빨아들였다.

    “탄천대법(呑天大法)!”

    무라의 신통을 심협은 한눈에 알아봤다. <치우무결>에 기록된 것으로, 상당한 경지까지 수련하면 모든 원기를 삼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신통은 수련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무라가 수련한 것이다.

    심협은 전력으로 법력을 운공하여 구유마환을 불러들이려 했다.

    전삼칠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이 암홍색 전고는 이름이 구려전고로, 상고 마족 부락인 구유 일족의 지보였다. 음파 공격을 할 수 있고, 법력만 충분하면 하늘을 뒤흔들 정도였다.

    이 전고는 신혼을 공격할 수 있는데, 음파 공격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전고로 직접 공격해야만 했다. 어지간히 강한 신혼도 이 공격 앞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져 한참이 지나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아까 단번에 천마반사무진을 깨고 아홉 명의 여인을 기절시킨 것이 바로 구려전고의 신혼 공격을 이용한 것이었다.

    구려전고의 위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핵심 금제를 발동하면 사람을 고무(鼓舞)시키는 음파로 같은 편 수사의 경지를 단시간에 올려줄 수 있고, 사기도 진작시킬 수 있다. 다만 이 신통은 법력 소모가 너무 커서 자신은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쓸 수 있었다. 그러니 전삼칠은 사용하지 않았다.

    신통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구려전고는 창궁 비경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인 만큼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됐기에 전삼칠은 전력으로 법력을 운공하여 불러들이려 했다.

    “헛수고 말고 순순히 바쳐라!”

    무라가 두 사람을 비웃더니 입에서 두 개의 허상 같은 검은 불꽃으로 구유마환과 구려전고를 감쌌다. 이 불꽃은 빠르게 두 법보 안으로 침투했다.

    심협은 강력한 환력이 구유마환에 침투해 금세 마환 금제에 있는 자신의 신혼 각인까지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구유마환과의 연결이 빠르게 약해지면서 검은빛도 대번에 어두워져서 검은색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

    구려전고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삼칠과의 연결이 빠르게 약해졌고, 겉의 영광이 어두워지며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연결이 완전히 사라졌다.

    “내 법보를 내놔라!”

    전삼칠은 안색이 창백해져 바로 무라에게 달려들었다. 은색 보주가 그의 몸에서 날아가더니 월화(月華) 같은 영광이 무라에게 떨어졌다. 이 월화 영광이 비추는 곳마다 모든 천지영기가 제거됐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월화의 힘만 남았다. 이 또한 결코 평범한 보물이 아니었다.

    심협도 구유마환을 잃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허공의 금광 검진을 발동하여 더 많은 금빛 검을 폭우처럼 쏟아냈다. 다만 이번 금빛 검에는 태양진화가 타올랐다.

    하지만 태양진화가 타오른 금빛 검도 무라의 몸에 닿자 물을 지나듯 통과했는데, 이는 전삼칠의 월화주(月華珠)도 마찬가지였다.

    전삼칠은 분노에 이성을 잃었는지 두 눈에 핏발이 선 채 미친 듯이 포효했다. 그의 소매에서 휘어진 보검이 날아가면서 날카로운 검기가 주위의 허공을 휘저었다. 이전에 사용했던 유룡검이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도 금색 검광이 번득이더니 유룡검과 인검합일이 되어 다시 무라를 향해 날아갔다.

    무라는 차갑게 비웃더니 몸에서 검은 화살을 쏘아 보냈다. 이 화살은 인검합일이 된 전삼칠에게 꽂혔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인검합일이 바로 풀렸고, 전삼칠의 몸에서는 영광이 사라졌다. 그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돌덩이처럼 추락했다.

    심협은 재빨리 소매에서 금빛을 쏘아 보내 전삼칠을 휘감아 옆에 내려놨다. 보아하니 전삼칠은 신혼에 중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저 무라는 허화된 상태에서도 신혼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무라도 무리해서 모두를 공격하기보다는 거리를 벌린 후 입에서 구유마환와 구려전고를 뱉어내고는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제련하기 시작했다.

    도향과 염열 등도 무라의 신통에 놀라 한동안 누구도 감히 공격하지 못했다.

    “화령자, 저게 대체 어떤 신통이야? 태양진화도 아무런 효과가 없잖아!”

    심협이 놀라서 화령자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태양진화가 비록 헌원신뇌에는 비할 바가 못 되더라도 마기를 억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한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지 않은가.

    “생각났다! 저건 마족의 불사환령결(不死幻靈訣)이다! 이 신통은 상고 시기에 사라졌다고 했는데 내 눈으로 직접 이걸 보다니!”

    화령자가 잠시 생각한 끝에 크게 외쳤다.

    “불사환령결?”

    <치우무결>에도 적혀있지 않은 공법이었다.

    “마족의 절세 공법이다. 수련하게 되면 매우 강력한 환술 신통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을 허화과 실체 사이에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허화의 몸일 때는 모든 공격이 환상을 공격한 것처럼 소용이 없고, 실체가 되었을 때는 육신의 공격력이 어마어마하지.”

    심협은 그제야 저 여마장의 전투방식이 크게 바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런 허실(虛實)의 결합이면 상대하기 까다롭겠군.”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공법이든 모두 약점이 있지. 불사환령결은 허화일 때 환술에 능통하지만 공격력이 강하지 않고, 실체로 바뀔 때는 환술 신통을 시전할 수 없다. 저 무라는 불사환령결을 최고 경지까지 수련하지 않아서 형태를 바꿀 때마다 시간이 걸린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화령자의 말에 심협은 좀 전의 상황을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라가 허화할 때 마기 공격은 그녀의 몸에 닿을 수 있다. 네게는 적지 않은 마족의 수단이 있지 않더냐. 참마검도 그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다. 다만 참마검은 위력이 강하지 않으니 저 마족을 죽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싸워봐도 좋겠지만, 난 마족 손에 들어가기 싫으니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도망가야 한다!”

    화령자가 상황을 분석하고는 마지막에 경고를 덧붙였다.

    심협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감사를 전한 뒤 빠르게 다음 전투를 대비했다. 물러날 뜻은 없어 보였다.

    심협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물러날 생각이었다.

    “저 마족은 너무 강해. 우리로서는 역부족이야! 유홍, 이표, 준비해라. 다른 사람들이 저 마족을 붙잡고 있을 때, 내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떠난다!”

    도향이 전음으로 유홍과 이표에게 말했다.

    “떠난다니요? 아까는 힘을 합쳐서 싸우자고 했잖아요?”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더니 유홍이 말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다른 놈들은 벌써 도망갔을 거다. 저놈들의 견제 없이 우리가 어떻게 도망갈 수 있겠느냐?”

    도향이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답하자 유홍은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망가고 싶어도 아마 못할 겁니다. 이 후예의 능은 독립된 공간 같아서 방금 시도해봤지만 둔술로는 날아갈 수 없었습니다.”

    “너희가 묵혼비와 청천연으로 비술을 시전하면 공간의 통로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도향이 전음으로 자신의 계획을 전하자 두 사람은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묵혼비와 청천연을 발동할 준비를 했다.

    “모두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 마족은 육신이 기이할 뿐, 공격은 그리 강하지 않으니 제가 곡현성반의 가장 강력한 금고(禁錮) 대진, 혼원무극진(混元無極陣)으로 붙잡아두는 틈에 다시 한번 다 같이 공격해요!”

    도향이 앞으로 나서더니 전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불안해하고 있던 염열과 만수진인은 이 말에 화색이 돌더니 각자의 법보를 움켜쥐었다.

    도향이 양손을 빠르게 결인하자 곡현성반의 하얀 빛이 하늘로 뿜어져 날아갔다. 하얀 빛에 가득한 수많은 영문이 빠르게 돌면서 하얀색 대진으로 변하여 무라의 머리 위에서부터 내려앉았다.

    이를 본 무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구유마환과 구려전고, 이 두 마보의 위력은 그녀가 잘 알고 있었는데, 심협과 전삼칠은 그 2할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 이것들을 제련하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저들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녀가 지금 시전하는 마족의 연보 비술은 속도 면에서 다른 제련 비술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중간에 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녀는 제련을 마쳤을 것이다.

    무라는 눈을 반짝이고 마음을 다잡은 뒤 피하지 않고 하얀색 대진이 내려오도록 내버려뒀다. 그녀의 불사환령결은 이미 거의 대성한 터라 세상에서 그녀를 해칠 수 있는 보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조금 더 버텨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얀 대진이 내려오면서 무라는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환령지체가 진법에 제압당해 실물로 변할 기미가 보이자 그녀도 당황했다.

    “혼원무극진이 불사환령결을 제압할 수 있다! 심협, 지금이다!”

    화령자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혼원무극진이 저 마족을 제압했으니 어서 공격하세요!”

    도향도 소리쳤다.

    염열과 만수진인, 심협 등은 전투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었기에 혼원무극진이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여러 각종 법보가 허공을 갈랐다. 순양검진도 검광을 뿜어내며 수많은 검우(劍雨)를 쏟아냈다.

    마기(魔器)가 무라에게 효과가 있음을 알았기에 심협은 피로 물든 비도도 꺼내 검우의 틈에 섞었다.

    어느새 회복된 전삼칠도 유룡검과 월화주를 발동하여 무라를 공격했다.

    “법진 따위로 날 잡아둘 수 있을 줄 알았느냐? 어림없다!”

    무라가 포효하더니 마보 제련도 내버려두고 양손으로 기이한 법결을 맺었다.

    그녀의 몸에서 마광이 폭증하더니 몸 주위에 검은 빛의 띠가 나타나 펑 하고 폭발했다. 폭발한 빛의 띠는 수많은 끈적한 검은 그림자로 변하여 순식간에 반경 수십 장을 뒤덮었다.

    검은 그림자는 똬리를 튼 거대한 뱀의 모습이었다. 바로 수사였다. 차갑고 기이한 힘이 검은색 공간을 뒤덮더니 견고한 감옥으로 변하여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법보들을 전부 가뒀다.

    심협 등은 온몸이 만 장 높이의 거대한 산에 몸이 짓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법력은 그대로였기에 서둘러 전력으로 신통을 발휘했다.

    그때, 검은 그림자에서 10여 장 떨어진 어느 허공에 작은 파동이 일어나더니 도향과 유홍, 이표가 나타났다. 이미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던 세 사람은 무라의 몸에서 검은 빛이 솟아나자 곧장 뒤로 물러났고, 가까스로 검은 공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서 공간 통로를 열어!”

    도향이 외치자 유홍, 이표는 들고 있던 묵혼비와 청천연으로 비술을 시전했다. 두 보물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서로 엉키기 시작했다.

    이표가 양손을 차륜처럼 결인하여 몸의 법력을 벼루 안으로 주입하자 청천연에서 영광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면서 빠르게 은색 먹물이 떠올랐다. 벼루에서는 강력한 공간의 힘이 요동치면서 부근의 허공에 잔잔한 물결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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