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32화 (932/1,214)

932화. 천마반사무(天魔盤絲舞)

꽈르릉!

하늘을 찌르는 폭음이 연이어 울려 퍼지자 환상 공간이 마침내 부서졌다. 이어서 눈앞이 환해지더니 모두가 다시 후예의 능에 나타났다.

현재 후예의 능 안쪽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수많은 하얀색 거미줄이 능의 대청을 거의 뒤덮었고, 대청 중앙에는 능 절반을 뒤덮는 거대한 거미줄이 떠 있었다.

거미줄에는 세 개의 커다란 하얀색 고치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따금 두어 번 흔들리면서 그 안에서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안에 뭔가 갇혀 있는 것 같았다.

그 외에는 별다른 것은 없었다.

“저 거미줄은 뭐지? 무라는? 육대 요혼은 왜 안 보이지?”

염열이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는 신식을 펼쳐 거미줄 위의 고치들을 살피려 했다.

신식이 거미줄에 닿자 환력이 침투해왔다. 이 환력은 매우 강했고 또 단단해서 이전에 환상 공간에서 만났던 산란했던 환력과는 확연히 달라 순식간에 적멸금강대진의 방어를 뚫고 머릿속으로 침투했다.

염열의 신혼이 파도처럼 용솟음치자, 그는 서둘러 전력으로 신혼 비술을 발동하는 동시에 적멸금강대진을 발동한 후에야 환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

신식을 펼친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같았다.

심협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신식을 펼치는 대신 유명귀안을 시전해 주위를 살폈다.

“세 개의 요혼은 저 고치에 있는데, 마기가 지금 저것들을 흡수하고 있소. 아무래도 무라의 소행인 듯하오. 다른 세 마리의 요혼은 이미 흡수당한 모양이군. 이는 우리 목숨과도 관련이 있으니 절대 이대로 둬서는 안 되오!”

그는 그렇게 외치고는 다른 사람들이 호응하기도 전에 천시신장으로 하얀색 고치를 공격했다.

노란 손의 중심에 옅은 붉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는 홍련업화로, 죽은 영혼, 귀물과는 상극이었다.

그때, 하얀색 고치에서 성난 포효가 들리더니 검은 빛기둥이 뿜어져 나와 노란색 손을 막아냈다.

하지만 노란 손의 가장자리에 금빛이 반짝이며 검광이 뿜어져 나가, 순식간에 수십 장을 날아가더니 다른 고치를 베었다. 일종의 성동격서로, 정신을 이 손 쪽으로 쏠리게 한 후 실제 공격은 다른 고치에 퍼부은 것이다.

찌익!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하얀 고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에서는 짙은 검은색 기운과 함께 시커먼 뱀 머리가 튀어나왔는데, 바로 구영의 머리 중 하나였다. 머리가 힙겹게 밖으로 빠져나오려 했다.

“이놈! 감히 내 일을 방해하다니!”

검은 빛줄기에서 분노의 함성과 함께 분홍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 속도는 매우 빨라서 분홍색 잔상을 그리며 순식간에 찢어진 하얀색 고치 옆으로 날아오더니 입에서 하얀 빛을 뿜어냈고, 이 빛은 고치의 찢어진 부분을 봉합했다.

그제야 모두가 이 분홍색 존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분홍색 치마를 입은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매혹적인 분위기는 가히 경국지색이라 천하를 어지럽힐 만했다.

여인의 옆 허공에 파동이 일어나더니 또 여덟 명의 여자가 나타났는데, 하나같이 용모가 빼어난 그녀들은 거부하기 힘든 매혹의 기운을 뿜어내며 모두가 귀등상인에게 달려들었다.

춤추듯 날아오는 그녀들의 모습은 마치 학이 나는 것처럼 아름답고 요염했다.

소요경 안의 심협은 이 여인들의 춤을 보자 머리가 어지럽고 심마가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천마반사무진(天魔盤絲舞陣)!”

그는 아홉 여인의 춤을 바로 알아봤다. 바로 음양굴에서 귀언이 시전했던 마족의 신통이었다. 다만 눈앞의 천마반사무진의 위력이 훨씬 강력했다.

심협은 급히 시선을 거두고 부주진신법으로 마음을 굳건히 했다.

귀등상인은 마무(魔舞)에 홀렸는지 멍하니 그 자리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곧장 공격하려 했지만, 신식이 대청의 거미줄에 닿았을 때 침투한 환력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곧장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욱이 천마반사무의 매혹의 힘이 확산하면서 몇 사람의 신혼은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기에 각자 술법으로 제압하느라 심협을 도울 틈이 없었다.

이와 동시에 검은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고치에서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고, 그 순간 태을경의 매우 강력한 마기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그림자 안에 수많은 마영(魔影)과 요매(妖魅)의 모습이 보였는데, 하나같이 입을 활짝 벌리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고치 안에서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본래 둥글고 속이 꽉 차 있던 고치가 빠르게 말라붙기 시작했다. 안에 담긴 요혼이 검은 그림자에 완전히 흡수된 것 같았다.

검은 그림자는 갑자기 커진 데다 3할은 강해진 마기 파동을 뿜어내며 다른 고치로 달려들었다.

그 무렵, 도향 등도 마침내 체내의 이상을 제압했다.

“무라가 요혼을 흡수하고 더 강해졌구나! 그래서 우리의 힘을 빌려서 여섯 마리의 요혼을 풀어놓은 거였어. 어서 무라를 막아야 합니다!”

도향이 크게 외치고는 법력을 적멸금강대진으로 주입했다.

하얀 거미줄 안에 있는, 기이할 정도로 강렬한 환력과 아홉 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추는 무진은 예사롭지 않아서 오직 적멸금강대진만이 막아낼 수 있었다.

도향도 곡현성반을 발동했다. 세 개의 빛이 성반에서 뿜어져 나가더니 빠르게 커져서 세 개의 대진으로 변했다.

수많은 별이 안에서 반짝이자 첫 번째 별빛 대진에서는 마치 모든 것을 부술 것 같은 폭음이 들려왔다. 두 번째 뇌전 대진 안에서는 수많은 은색 번개 뱀이 교차했다. 세 번째 풍화 대진은 풍화가 교차하면서 거대한 풍화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성사연선진(星砂煉仙陣)! 은사두뇌진(銀蛇斗雷陣)! 풍화전륜진(風火轉輪陣)!

세 개의 상고 대진이 강하게 하얀색 거미줄을 두들기며 모든 위력을 거미줄 대진 안으로 흘려보냈다.

별빛이 폭발했고, 번개 뱀이 돌아다녔으며, 풍화가 교차했다.

꽈르릉! 쾅!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하얀 거미줄이 완전히 폭발했고, 대청 안의 다른 거미줄들도 찢어지면서 두 개의 고치가 전부 날아갔다.

기다란 검은 빛이 검은 그림자에서 뿜어져 날아와 두 개의 고치를 휘감으려 했다.

하지만 두 개의 푸른빛, 묵혼비와 청천연이 번개처럼 날아와 한 발 앞서 고치에 도착하더니 대량의 푸른 빛을 뿜어냈다. 이 빛은 서로 교차하면서 푸른 광막으로 변하여 두 개의 하얀색 고치를 뒤덮었다.

매우 부드러워 보이는 푸른 광막은 마치 장막처럼 두 개의 고치를 휘감아 아래로 내려가 검은 빛을 피했다.

유홍과 이표가 날아와 빠르게 결인했다. 그러자 푸른 광막이 순식간에 커다란 주머니로 변해 두 개의 고치를 안에 담고는 빠르게 날아갔다.

검은 그림자가 포효하고는 성난 파도처럼 돌진해 순식간에 푸른 주머니를 따라잡았다. 뒤이어 시커먼 마조(魔爪)가 검은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푸른 주머니 안의 고치를 잡으려고 했다.

유홍이 오른손을 내밀어 허공을 움켜쥐자, 묵혼비가 강렬하게 허공을 그었다.

본래 제법 컸던 푸른 주머니가 갑자기 줄어들어 손바닥만 해지자 그 안에 있는 두 개의 고치도 같이 작아졌다. 이에 그 주머니를 잡으려던 어두운 마조는 헛손질을 했고, 공간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손바닥만 한 푸른 주머니는 이 폭풍을 타고 더 멀리 날아갔다.

“좋았어!”

염열이 감탄하고는 적멸금강대진을 발동하자 대량의 적멸불광이 그 검은 그림자를 향해 돌진했다.

9층 보탑 주위에서 타오르던 하얀 불꽃이 몇 배로 강해지자 허공에 일그러진 연기가 시커멓게 타오르더니 검은 그림자를 향해 떨어졌다.

이 건곤현화탑 안에는 육정신화(六丁神火)가 들어 있어 만물을 태울 수 있었다. 이는 마기에도 통했다.

만수진인의 금룡쌍전이 두 마리 금룡으로 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검은 그림자를 갈랐다.

전삼칠이 발동한 암홍색 전고가 순식간에 작은 산만 해져 귀등상인 주위로 몰려든 아홉 명의 여자들을 공격했다.

환진 공간을 부수면서 합을 맞춰본 이들은 갈수록 손발이 맞아가면서 단숨에 이 국면을 제압했다.

“이놈들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검은 그림자에서 성난 포효가 들려오더니 갑자기 백배로 커져 능 절반을 뒤덮었고, 그림자에서 액체 같은 윤기가 돌았다.

적멸불광과 건곤현화탑, 금룡쌍전이 강하게 검은 그림자를 두들기자 이 그림자는 조금 떨렸고, 잔잔한 파동이 일어났다. 그러자 불광과 법보가 늪에 빠진 것처럼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뒤이어 두 개의 고치를 감싸고 있던 푸른 주머니도 검은 그림자에 뒤덮여 움직이지 못하고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용솟음치는 검은 그림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주위로 퍼져 나가 도향 등을 덮쳐왔다.

이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뒤로 물러나려 했다.

“모두 걱정할 필요 없소. 저건 환술이오!”

귀등상인의 목소리가 모두의 신혼에서 울렸다. 그러자 흐려지던 그들의 시야가 밝아졌는데, 하늘을 뒤덮었던 검은 그림자가 전부 사라졌고, 법보들도 주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에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무라가 변한 검은 그림자도 환상과 함께 사라진 것처럼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유홍의 외침에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두 개의 고치를 갖고 있던 푸른 주머니가 반대쪽에 떠 있었는데, 크기는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고,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주머니 안의 하얀 고치에 검은 그림자가 요동치고 있었다. 모두가 환술에 빠진 틈을 타 무라가 다시 요혼을 흡수한 것이다.

귀등상인의 눈빛이 번득이더니 머리 위의 은빛 종에서도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머릿속에서는 종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졌다. 천마반사무진에서 벗어난 것이다.

분홍색 치마를 입은 아홉 명의 여자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절한 채 쓰러져 있었다.

“무라가 요혼을 흡수하는 틈을 타서 어떻게든 중상을 입혀야 하오!”

귀등상인이 외치고는 만귀번을 꺼내 힘차게 휘둘렀다.

삽시간에 음풍이 휘몰아쳤고, 수많은 귀혼이 쏟아져 나와 푸른 주머니 안으로 파고 들어가더니 두 개의 하얀색 고치를 감싸고는 미친 듯이 실을 물어뜯었다.

이 가느다란 실에도 강력한 환력이 담겨 있어서 한 입 베어 문 귀물들은 바로 눈이 뒤집히면서 쓰러졌다. 하지만 뒤에 있던 더 많은 귀물이 몰려와 물어뜯자 두 개의 고치는 빠르게 줄어들어갔다.

그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림자 하나가 수많은 귀물 사이를 뚫고 곧장 다른 하나의 고치 속으로 들어갔다.

이어 도향 등은 적멸금강대진의 각 자리에서 나왔고, 대진은 사라졌다.

다시 법진을 설치하기에는 이미 늦었기에 염열과 모두는 각자 법보를 꺼내 무라가 붙어 있는 하얀색 고치에 공격을 퍼부었다. 법보와 경지를 총동원한 공격이었다.

콰르릉! 펑! 콰쾅!

굉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고, 폭음과 함께, 금, 성, 백, 흑 등의 빛이 미친 듯이 솟구치면서 허공이 격렬하게 뒤틀렸고,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얀 고치가 순식간에 찢어지더니 증발한 것처럼 바로 사라졌다. 그 안에 있던 무라도 같이 녹아내린 것 같았다.

다른 하얀색 고치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오르더니 먼저 밖으로 빠져나가 화를 면했다.

“죽었나?”

만수진인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이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소. 분명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오!”

심협은 귀등상인의 입을 통해 그렇게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신식을 펼쳤다. 그의 머리 위에서 만귀번이 길게 펼쳐지더니 남은 하얀색 고치를 순식간에 감쌌다.

다른 사람들은 귀등상인이 고치를 거두는 것이 이상하긴 했으나 신경 쓰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그때였다.

“그 녀석 말이 맞다. 상고 마장(魔將)인 나 무라가 너희 같은 애송이들에게 죽을 듯 싶더냐!”

날카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는데, 거의 동시에 어디선가 5장 길이의 날카로운 흑염마도(黑炎魔刀)가 나타나 귀등상인의 머리를 베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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