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28화 (928/1,214)
  • 928화. 협력

    심협은 분혼을 모아 전력으로 억제하려 했지만,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두 종류의 고독 사이에 모종의 연결이 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심협은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절대로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두 종류의 고독이 합쳐진다면 분명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거야.’

    그런 예감에 심협은 귀등상인을 조종하여 조용히 소매에서 소요경을 꺼냈다. 이어서 그는 둥근 구슬 하나를 귀등의 손에 전달했고, 몰래 법력을 만독혼원주에 주입했다.

    구슬에서 은은히 빛이 흘렀고, 두 종류의 고독이 퍼져 나가는 속도가 일순 느려지더니 조금씩 만독혼원주를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두 고독이 귀등상인의 손에 모이는 순간, 참기 힘든 극심한 통증이 몰려와 하마터면 심협은 분혼의 제어를 잃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귀등상인의 손바닥은 순식간에 거의 녹을 뻔했다. 만약 합쳐진 고독이 바로 만독혼원주에 흡수되지 않았다면 실제로 녹았을 것이다.

    다행히 중요한 순간에 정신을 차리고 귀등상인을 조종하여 손에 힘을 빼지 않았고, 그 덕에 고독은 만독혼원주에 깨끗이 흡수됐다.

    이어서 심협은 다시 비술을 시전하여 손바닥과 얼굴의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상처가 가벼워 다행이지, 독이 조금만 더 퍼졌더라면 귀등상인의 몸은 녹아버렸을 거야.’

    심협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그의 얼굴이 절반쯤 회복됐음에도 흉터가 남아 완전히 복구되지는 않았다.

    만독혼원주가 있으니 독소가 침투할 걱정은 사라진 셈이었기에 심협은 금잠고를 찾는 데 집중했다.

    만독혼원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검푸른 독거미나 금색 꼬리의 구렁이 모두 더는 심협에게 함부로 달려들지 않았다.

    심협은 마침내 금잠고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것은 크기가 매우 작아서 진짜 번데기 같았지만, 잘 보면 생긴 것은 작은 곤충 같았다. 온몸이 금색이고, 속도가 매우 빨라 사람의 눈으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반투명해 보인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금잠고의 날아다니는 모습은 자신이 진시천리를 시전할 때와 거의 똑같았다. 다만 금잠고는 먼 거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따라 순회하고 있었다.

    심협은 흥미가 생겨 고사와 싸우는 척하는 한편 금잠고를 자세히 살폈고, 이윽고 이 대전에는 모두 여섯 마리의 금잠고가 있음을 알아냈다.

    한데 이 여섯 마리 금잠고의 비행 궤적은 모두 달라서, 마치 대전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눠서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채우지 못한 자리는 금색 꼬리의 구렁이와 고사 그리고 검푸른 독거미가 채웠다. 게다가 현재 대전에서 공격을 해오는 금잠고는 두 마리뿐이었고, 나머지는 제대로 공격하기보다는 마치 기회를 노리듯 주위를 멤돌기만 했다.

    ‘아마도 저 구렁이와 독거미가 우리의 법력을 소모시키고 독소를 더 퍼뜨린 후에 나서서 치명상을 입힐 생각이겠지.’

    이렇게 보니 혼사문의 위치는 혼생문 안에서보다 더욱 긴밀하여 마치 정밀한 법진 같았다. 만약 아무런 대비 없이 바로 쳐들어왔다면 9할의 확률로 지금쯤 싸늘한 주검이 됐을 것이다.

    저 여섯 마리 금잠고만 처치한다면 치명적인 위협은 제거될 테니 고사와 독거미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질 터였다.

    “모두들 내 말을 따르면 살길을 열어주겠소. 어떻소?”

    심협이 귀등상인을 조종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혼사주를 찾은 것이오?”

    전삼칠이 장검으로 앞에 있는 거미의 발을 베며 물었다.

    “그건 아니오. 허나 이대로는 길어봐야 반 각 뒤에는 큰 위기에 몰릴 것이 분명하오.”

    “귀등 도우, 그게 무슨 말이오?”

    만수진인 역시 신통을 발휘하면서도 궁금한 듯 물었다.

    “혼생문에서 독충들을 잡을 때 주의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죽으면서 독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허공으로 퍼졌소. 모두들 호신 법기나 비술로 보호했다 해도 많든 적든 체내에 독소가 쌓였을 게요.”

    모두들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금잠고가 내 몸에 흘려보낸 독소를 제거할 때, 이전의 고독과 합쳐지면 독성이 백 배 이상으로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소.”

    모두가 귀등상인 쪽을 힐끔 돌아보고는 그의 얼굴에 남겨진 끔찍한 상처에 가슴이 철렁했다.

    “귀등 도우의 말은 독충과 고사, 독거미는 밑밥을 깔아놓은 것에 불과하고 이 금잠고가 진짜 살초다, 이 말이오?”

    염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렇소. 이대로 계속 고사와 독거미를 죽여 더 많은 고독을 흡수하게 되면, 후에 금잠고의 공격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오.”

    귀등상인의 설명에도 모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대전에는 모두 여섯 마리의 금잠고가 있으나, 지금 공격 중인 것은 겨우 두 마리뿐이고, 나머지 네 마리는 틈을 보고 있소. 때가 되면 여섯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겠지.”

    그때, 만수진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금잠고 한 마리가 갑자기 그를 공격해왔는데, 귀등상인의 말을 듣고 대비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목을 물렸을 터였다.

    “위험했군. 귀등 도우, 어떻게 하면 되겠소?”

    만수진인이 옆으로 물러나면서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주위에 고독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음을 느끼고는 조금씩 불안해졌다.

    “금잠고들의 비행 궤적을 간파해놨으니 모두에게 경로를 알려주겠소. 내 말을 믿고 힘을 합쳐 금잠고들을 죽인다면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오.”

    심협이 귀등상인의 눈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려는 속셈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지?”

    전삼칠은 이렇게 쉽게 귀등상인을 믿지 않았다.

    허나 심협이 화를 내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쏘아붙였다.

    “어이, 제정신인가? 귀등 도우가 진짜로 당신을 해칠 거였으면 아까 혼생문에서 신혼이 다 빨릴 때까지 기다렸겠지!”

    “귀등 도우를 못 믿겠으면 당신이 다른 방법이라도 말해 보던가. 빠지고 싶으면 당신만 빠져!”

    “전 도우, 아까 귀등 도우가 우리를 구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를 속일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모두 힘을 합치는 게 최선이지요.”

    도향이 유홍과 이표의 말에 덧붙이자 마지막으로 만수진인이 투덜거렸다.

    “됐소. 더는 권하지 마시오.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끼리 해도 충분하오.”

    이쯤 되자, 전삼칠은 화가 식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속고 나서 후회하지 않길 바라오.”

    “자, 금잠고들이 언제 전부 달려들지 모르니 서두릅시다.”

    “귀등 도우, 어떻게 하면 되겠소?”

    염열이 물었다.

    “잠시 후, 내가 귀혼과 연시를 쏟아내 저 구렁이와 독거미를 잡아 놓을 테니 여러분은 내가 말한 방향으로 공격하시오.”

    “알겠소.”

    모두가 대답하자 심협은 귀등상인을 조종하여 다시 만귀번을 꺼냈다.

    만귀번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귀무(鬼霧)가 용솟음치면서 수천 마리의 귀물이 쏟아져 나와 전부 독충들에게 달려들었다.

    공간 전체가 일순간 귀기로 가득 찼고, 비명이 끊이지 않아 시험을 받으러 온 것이 그들인지 독충들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어쨌든 만귀와 연시가 막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마침내 겨우 몸을 빼내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때, 심협은 분혼으로 만귀번의 귀혼과 연시를 조종했고, 본체는 소매 안의 소요경에서 나와서 금잠고의 위치와 궤적을 감지하여 분혼에게 지령을 내렸다.

    “염열 도우, 북쪽, 1장! 지금이오!”

    귀등상인이 소리쳤다.

    염열은 집중하고 있다가 그의 지령을 듣고 북쪽을 바라봤다. 그곳은 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령을 듣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무진선을 휘둘렀다. 손풍이 허공으로 휘몰아쳤다.

    허공에 애먼 짓을 하는 것 아닐까 의심하는 순간, 무진선에서 날아간 바람의 중앙에 갑자기 금빛이 반짝이더니 바람의 칼날이 교차하며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한 마리의 금잠고가 바람의 칼날에 베여 이리저리 부딪쳤지만, 몸이 부서지지는 않았다.

    “금잠고는 껍데기가 매우 단단하니 평범한 공격으로는 부술 수 없소. 염열 도우, 방심하면 안 되오!”

    이 말에 염열은 한 손으로 법결을 맺어 무진선에 대고는 법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부채의 손괘(巽卦) 무늬가 번득이면서 나타난 푸른 바람의 칼날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었다.

    그는 부채를 보검처럼 잡더니 한 걸음을 내디디며 전력으로 휘둘렀다.

    푸른 바람의 칼날이 가볍게 손풍과 함께 발악하던 금잠고를 반으로 베었다.

    픽!

    가벼운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반으로 갈라진 금잠고의 몸에서 갑자기 옅은 금색 안개가 솟구쳐 금세 허공으로 사라졌다.

    모두가 이 광경을 보고는 마침내 귀등상인의 말을 완전히 믿게 됐다.

    “귀등 도우, 다음은 어디요?”

    만수진인이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도향이 물었다.

    “다른 금잠고들이 위치를 바꿨고, 비행 궤적도 이전과 달라졌소! 게다가…… 한꺼번에 공격하기 시작했소!”

    심협이 귀등상인의 입을 통해 말했다.

    모두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금잠고의 위치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그저 대량의 귀물이 허공에서 흩어지는 것만 보였다.

    “지금이야 귀혼이 저것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있지만 잠시 후면 우리를 공격할 텐데, 어쩌면 좋소?”

    최대한 빨리 남은 금잠고들의 새로운 비행경로를 분석해야 했기에 심협은 이표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해 주위를 살폈다.

    귀등상인이 답을 하지 않자 초조해진 도향이 막 재촉하려던 순간이었다.

    “금잠고를 한 마리 죽일 때마다 다른 금잠고들의 비행 궤적이 바뀔 뿐만 아니라 비행 속도도 더 빨라지는 듯하오. 아무래도 모든 금잠고를 한꺼번에 죽여야겠소.”

    “그게 가능하겠소? 도우도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모두 지령을 내릴 수는 없지 않소?”

    “그건 걱정 마시오. 내 지휘에 따라 자리와 방향을 잡고, 지령을 듣는 순간 살초를 퍼부으시오. 단, 반드시 전력을 다해야 하오.”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심협은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방위를 알려주었다.

    “유홍 도우는 서북쪽으로 열 보 정도 가시오. 이표 도우는 서북쪽으로, 유홍 도우로부터 3장 떨어진 곳에 서서 서남쪽을 보고 서시오. 도향 도우는 동남쪽으로 다섯 보, 남쪽을 보고 서시면 되오. 염열 도우는…….”

    심협은 한 명 한 명에게 자리를 잡게 했고, 마지막으로 전삼칠만 남게 됐다.

    “왜 나만 남긴 것이오?”

    전삼칠은 불만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여 차갑게 물었다.

    “전 도우도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오. 다른 도우들을 대신하여 호법을 서서 다른 독충들이 저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주시오.”

    전삼칠은 그 말에 조금 주저했지만, 결국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모두가 자리를 잡은 후 정신을 집중하여 귀등상인의 지령을 기다렸다.

    “지령을 내리면 모두 주저하지 말고 각자의 3촌 앞을 공격하시오. 알겠소?”

    “알겠소.”

    모두가 대답한 뒤 각자 법보를 쥐고 명령을 기다렸다.

    심협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모든 금잠고의 위치를 확인했고, 잠시 후,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지금이오!”

    기다리느라 초조해졌던 다섯 사람은 폭발하듯 법보와 법술로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다섯 방향에서 동시에 폭음이 들려왔다.

    다섯 마리의 금잠고가 동시에 폭발했고, 다섯 갈래 금빛 안개가 흩날렸다.

    이를 본 모두가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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