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07화 (907/1,214)
  • 907화. 고전(苦戰)

    “조심해, 이 언갑은 보통이 아니야!”

    심협은 섭채주 앞을 가로막고는 현황일기곤을 꺼냈다.

    섭채주는 연속으로 두 번 싸우느라 법력 소모가 컸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다.

    “너는 경지가 그리 높지 않으나 실력은 제법이구나. 나를 이기면 천언궁(天偃宮) 2층으로 갈 수 있다.”

    푸른색 언갑의 목소리는 힘이 넘치고 부드러웠다.

    “천언궁? 여기를 말하는 건가?”

    심협이 바로 물었다.

    “너희는 이백스무 번째 도전자다. 부디 끝까지 이겨서 주인님의 전승을 받길 바란다.”

    푸른색 언갑이 계속해서 말했다.

    “천언궁? 도전자?”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언갑의 말대로면 여기는 천기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언갑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이 언갑은 보법 신통을 시전하지 않고 두 발로 뛰어 왔는데, 바닥을 박찰 때마다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라 순식간에 눈앞에 도착했다.

    푸른 대검을 휘두르는 속도 역시 엄청나 단숨에 심협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검이 지나온 허공에는 궤적을 따라 어두운 흔적이 은은히 남아 있었다.

    언갑이 돌격하고 대검이 머리 위에 나타난 것은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심협은 내심 놀랐지만, 다행히 그동안 운사여전결을 열심히 수련한 덕에 반응이 이전보다 훨씬 빨랐고, 이 언갑의 속도를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는 현황일기곤으로 머리 위를 막았다.

    땅!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심협은 양손이 떨려왔고, 몸은 반쯤 주저앉았다. 두 다리는 발목까지 바닥에 박혔다.

    푸른 언갑은 심협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오른발로 머리를 차려 했다.

    왼손의 보라색 방패에서는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보라색 불꽃이 떠올랐다. 이 불꽃은 곧장 번개처럼 심협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방패에서 나온 보라색 불꽃에서는 기이한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심협의 머릿속에서는 강력한 경고가 울렸다.

    ‘절대로 저 불꽃에 닿아서는 안 된다!’

    심협은 운사여전결을 극한으로 운공하자 양팔이 갑자기 몇 배로 두꺼워졌고, 팔도 용의 발톱처럼 변했으며, 두 다리는 코끼리의 것처럼 굵어졌다.

    “하앗!”

    극도로 광포한 힘을 폭발시키면서 심협은 푸른색 대검을 2척 정도 밀어냈다.

    현황일기곤의 금빛도 더 강해지더니 곤봉의 양쪽 끝이 갑자기 빠져나왔다. 중간에는 금색의 사슬이 이어져 있어서 삼절곤 같은 무기로 변했다.

    빠져나온 양쪽의 곤봉이 두 줄기의 금빛 허상으로 변해 푸른색 언갑의 몸과 방패를 강하게 두들겼다.

    금색 단검에서 뽑아낸 구천금정을 넣은 뒤로 현황일기곤은 위능이 상당히 높아졌고, 변화 신통도 생겨서 다른 무기로 변할 수 있게 됐다.

    푸른색 언갑은 현황일기곤에 이런 변화가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막아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심협은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삼절곤을 바로 합쳐 다시 현황일기곤으로 바꾸고 발천난봉을 시전하여 반격하려 했다. 그때, 차가운 기운이 갑자기 몸에 스며들어 법력 운공이 원활하지 않게 됐다.

    그는 황급히 수중의 곤봉을 바라봤다. 곤봉의 끝에 보라색 불꽃이 있었다. 푸른색 언갑의 방패에서 나왔던 그 불꽃이었다. 아무래도 아까 현황일기곤이 방패를 공격할 때 묻어나온 것 같았다.

    보라색 얼음 결정이 빠르게 곤봉에 번지면서 곤봉 안의 금제도 전부 얼어붙어 금빛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깜짝 놀란 심협이 바로 현황일기곤을 놓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극한의 기운이 현황일기곤을 타고 그의 몸에 침식하면서 두 팔이 얼어버렸고, 보라색 얼음 결정은 그의 몸에도 빠르게 퍼져 금세 상반신을 뒤덮었다. 그는 머지않아 완전히 얼음 조각이 될 것 같았다.

    그때, 심협의 단전에서 갑자기 불꽃처럼 붉은 빛이 번득였고, 열여섯 자루 검의 허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바로 열여섯 자루의 순양검이었다.

    이 순양검들에는 천화가 깃들어 있었는데, 홍련업화를 제외한 나머지 천화는 모두 작열하는 특성이 있어서 서로 합치면 산을 태우고 바다마저 끓게 할 정도였다. 현재 강력한 극한의 힘이 밀려오는 걸 감지하고는 몇 종류의 천화가 전부 작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줄기 강력한 순양의 힘이 단전에서 솟구쳤는데, 그 안에는 천화의 기운도 섞여 있어서 순식간에 극한의 힘을 막아냈다. 보라색 얼음 결정은 아랫배에서 막혀 더는 퍼지지 못했다.

    심협은 곧장 전력으로 황정경을 운공하여 얼어붙은 몸과 경맥을 회복하려 했다. 하지만 파고든 보라색 한기는 너무나 강력해 황정경으로도 전혀 뿌리칠 수 없었다.

    “이건 무슨 한기이기에 진창해 신통보다 몇 배나 강한 것인가!”

    그는 가슴이 철렁하여 전력으로 진창해 신통을 시전하여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그의 진창해 신통은 벌써 제5층 원만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전력으로 시전하자 간신히 발동됐다.

    푸른 빛이 아랫배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간신히 상반신 전체에 퍼져서 보라색 얼음 결정 안으로 흘러갔다.

    ‘되는구나!’

    심협은 크게 기뻐하며 계속해서 진창해 신통을 발휘했다. 몸에서 푸른 빛이 점점 강해졌고, 심지어 보라색 한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한편, 몇 장 밖으로 날아갔던 푸른색 언갑은 금세 몸을 가누고는 다시 심협에게 돌진해왔다.

    금빛이 정면으로 날아왔는데, 바로 섭채주의 반룡봉 입에서 날아간 팔괘의 금구슬이었다.

    이 구슬은 사람 머리통만큼 커졌고, 팔괘의 무늬에서는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와 산처럼 중후한 기운이 몇 배나 강해졌다. 마치 거대한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아 감히 막기 힘든 기세였다.

    섭채주가 심협 앞에 나타났는데, 그녀의 고운 얼굴에는 굳은 결의로 가득했다.

    푸른 언갑의 눈이 번득이더니 수중의 대검을 가로로 베어 팔괘금주(八卦金珠)를 막았다.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팔괘금주는 대검에 막혀서 날아갔는데, 대신 푸른색 언갑도 충격에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발아래에서 분홍색 빛이 반짝이더니 구천선릉이 허공에서 튀어나와 빠르게 언갑을 칭칭 휘감기 시작했다.

    “내 자극한기(紫極寒氣)를 보고도 이런 수단을 쓰다니, 어리석구나!”

    푸른 언갑이 비웃더니 왼손의 방패를 번득였다. 그러자 보라색 빙염(氷焰)이 피어올라 구천선릉을 공격했다.

    구천선릉은 순식간에 보라색 얼음에 얼어붙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푸른색 언갑의 보라색 빙염이 강하다는 걸 섭채주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심협이 보라색 얼음에 갇혀 있었기에 벗어날 시간을 벌어줘야만 했다.

    푸른 언갑의 몸이 떨리더니 푸른색 빛으로 변하여 구천선릉에서 빠져나와 번개처럼 섭채주를 향해 돌진했다.

    섭채주는 전력으로 반룡봉을 결인하려 했지만, 그녀의 반응 속도는 푸른 언갑이나 심협에 비하면 한참 느렸다.

    땅!

    섭채주 앞까지 다가온 푸른색 언갑은 굉음과 함께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검은 그림자가 섭채주 옆에 나타났으니, 바로 귀장 조비극이었다. 조비극은 온몸에 검은색 도망이 감돌았고, 손에는 검은색 귀도와 장룡적을 들고 있었다.

    “제가 막을 테니 어서 술법을 시전하십시오!”

    검은 빛이 뿜어 나오면서 거대한 흑망(黑芒)으로 변한 검은색 귀도가 푸른색 언갑을 향해 날아갔다.

    조비극은 양손으로 장룡적을 들고 불기 시작했다.

    용의 울음 같은 피리 소리가 검은색 음표로 변하여 폭우처럼 일제히 푸른색 언갑을 향해 날아갔다.

    언갑이 팔을 휘두르자 푸른 검광이 번쩍이며 검은색 귀도를 튕겨냈고, 수많은 검은색 음표가 쏟아져 왔다. 그러나 푸른색 언갑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땅을 박차고는 푸른색 허상으로 변하여 다시 돌진해왔다.

    “언갑에 신혼의 힘이 있어서 섭혼마음이 소용없습니다!”

    조비극은 깜짝 놀랐지만, 바로 다시 냉정함을 되찾고는 섭혼마음을 거둔 후 귀호(鬼嚎) 신통을 장룡적 안에 주입했다.

    쾅!

    굉음이 울렸고, 성난 파도 같은 검은색 음파가 장룡적에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반경 수십 장을 뒤덮었다. 그러자 허공도 떨리면서 균열이 생겼다.

    검은 음파 안에서 수많은 도, 창, 검, 극 같은 무기 허상이 만들어지더니 천군만마처럼 거세게 푸른색 언갑에게 쏟아졌다.

    푸른색 언갑은 눈빛이 굳어지더니 보라색 방패로 몸 앞을 막고는 빙염을 강하게 방출했다.

    수많은 검은색 음파가 순식간에 보라색 얼음 결정으로 얼어붙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얼음 결정 안으로 도, 창, 음파 무늬가 선명하게 보여 섬뜩했다.

    조비극 본체도 피리 부는 자세 그대로 얼음 결정에 휩쓸리며 얼어붙었고, 장룡적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섭재주는 경악했지만, 다행히 이미 술법을 완성하여 반룡봉을 휘둘렀다.

    반룡봉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이 10여 장 길이의 금룡으로 변했고, 온몸은 마치 순금으로 만든 것처럼 금빛으로 번쩍였다. 금룡은 위로 솟구치더니 엄청난 속도로 언갑을 향해 돌진했고, 거대한 용의 발톱으로 그 머리를 낚아채려 했다.

    “지열화(地裂火)!”

    섭채주가 법보를 꺼내는 동시에 바로 신통을 시전하고는 푸른색 언갑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촤악!

    언갑의 머리 위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10여 장 길이의 균열이 생겼고, 용암 같은 불덩이가 균열에서 뿜어져 나와 푸른색 언갑을 향해 날아갔다.

    대전 안의 온도가 급상승하여 마치 용광로가 된 듯했다.

    하지만 푸른색 언갑은 피하지 않고 보라색 방패에서 보랏빛을 뿜어내 가볍게 용암 불덩이를 막아낸 뒤 대검을 휘둘러 금룡의 발톱을 베었다.

    카각!

    이어 금룡의 발톱이 가볍게 잘려나갔다.

    허나 금색 신룡은 발톱이 잘린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커다란 용의 꼬리를 마치 채찍처럼 휘둘렀다.

    푸른색 언갑의 두 눈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찌푸려지더니 바로 대검에서 빛을 뿜어내 인검합일(人劍合一) 신통을 시전했다. 그는 거대한 푸른색 검홍으로 변하여 번개처럼 금색 신룡의 몸을 벴다.

    금색 신룡의 몸은 두 동강이 났고, 영광도 완전히 사라져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푸른색 검홍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섭채주를 향해 날아갔다.

    섭채주는 표정이 급변하여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그녀의 몸 아래서 빛이 나더니 하얀색의 거대한 병이 나타났다. 바로 옥정병이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곧장 병 안으로 들어갔고, 거의 동시에 푸른색 검홍이 번개처럼 옥정병을 내리쳤다.

    땅!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옥정병이 날아가 뒤의 벽에 강하게 부딪히자 벽에서 하얀 빛이 연달아 반짝였다.

    옥정병은 여전히 희고 깨끗했으며, 금조차 가지 않았다.

    이를 본 푸른색 언갑은 조금 놀랐지만, 섭채주를 놔둔 채 방향을 바꿔 심협에게로 향했다.

    이 무렵, 심협은 온몸을 뒤덮은 보라색 얼음이 절반 가까이 녹았지만, 곤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허나 검홍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한 손으로 법결을 결인했다. 그러자 단전에서 붉은 빛이 연달아 번쩍이더니 아홉 자루의 순양검이 날아가 푸른색 검홍에 응전했다.

    비검들이 뿜어내는 검기가 빠르게 회전하더니 아홉 자루의 거대한 검의 허상으로 변하여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푸른색 검홍을 노렸다.

    검기가 종횡으로 교차하며 날아다니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죽음의 검망(劍網)이 반경 수십 장을 뒤덮자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갑자기 가로막혀 피할 곳이 없게 된 언갑은 오히려 푸른색 검홍을 전력으로 발동했다.

    쿠르릉!

    검홍이 번쩍이면서 갑자기 몇 배로 커지더니 강하게 검망을 베었다. 그러자 검망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곧 완전히 뚫릴 것 같았다.

    “순양검식 제6식, 구검합일(九劍合一)!”

    이때 얼음 결정의 속박에서 벗어난 심협이 양손을 빠르게 결인했다.

    아홉 자루 검의 허상이 빠르게 회전하더니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백 장에 이르는 붉은색 대검으로 변했다. 이어서 더 큰 붉은색 회오리가 대검 주위에서 휘몰아치자 허공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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