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904화 (904/1,214)
  • 904화.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

    세 사람이 접근하려 할 때였다. 머리 위세서 갑자기 노란 빛이 번득이더니 노란색 거대한 기둥이 떨어졌다.

    이 기둥에는 복잡한 언문이 새겨져 있어서 한눈에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심협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한쪽 팔을 들고 황정경 공법을 발동하여 노란색 기둥을 받쳐 들었다.

    손이 거대한 기둥에 닿는 순간, 마치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듯한 힘이 느껴져 일순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뻔했다. 그러나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양팔로 받쳐 들었다.

    그럼에도 몸이 아래로 내려앉다가 거의 경천지계의 팔에 닿기 직전에 비로소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그때, 거인의 귀에서 경박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운석처럼 거대한 기둥에 떨어졌다.

    쾅!

    그자가 강하게 거대한 기둥에 떨어지자 발아래에서 바로 언문 무늬가 빛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발에서 뿜어져 나온 겹겹의 노란 빛이 거대한 기둥을 타고 곧장 심협을 향해 내려왔다.

    심협은 위에서 짓누르는 힘이 갑자기 세 배로 강해진 것을 느꼈고, 더는 버티지 못한 채 그대로 밀려 경천지계의 거대한 팔로 떨어졌다.

    그는 양손을 들고 다리를 구부려 간신히 그 힘을 버텨냈다.

    뒤이어 그가 반격을 준비하는데, 위에서 갑자기 천지영기의 파동이 느껴지는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짓누르던 힘이 가벼워졌다.

    심협은 그 틈에 재빨리 그 기둥을 내던졌다.

    기둥은 10여 장을 날아가는 도중에 허공에서 점점 작아져 평범한 집의 기둥만 해졌다. 이 노란색 기둥을 이마가 툭 튀어나오고 코가 가라앉은 거구의 사내가 한 손으로 잡고는 허리춤에 끼웠다.

    심협은 어렴풋이 그자의 이름이 ‘적만아’라는 게 기억났다. 겉보기에는 어리숙해 보이고 그들 중 제일 존재감이 없었는데 이렇게 강할 줄이야!

    “심 도우, 괜찮은가?”

    적만아를 물리친 무명 장로가 물어왔다.

    “저는 괜찮습니다.”

    심협이 날아서 무명 장로 옆으로 다가왔다.

    무명 장로는 오른손에 옅은 금빛의 괴상한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그 위에 은색 언문 문로가 있는 것을 보니 언갑인 듯했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틀린 것 같네. 힘을 합쳐서 속전속결로 끝내세.”

    “네!”

    심협은 짧게 대답함과 동시에 적만아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소매에서 불빛이 뿜어져 나갔다. 일곱 자루의 순양검이 대형을 이루어 적만아를 향해 날아갔다.

    심협의 법결과 함께 일곱 자루의 비검에서 동시에 불꽃이 활활 솟아오르자 한 마리의 금오(金烏) 같은 거대한 불꽃 새가 바람을 가르고 날카로운 소리를 뿜어냈다.

    금오 불새가 날갯짓하며 돌진해왔으나, 적만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양손으로 거대한 기둥을 껴안더니 빙글빙글 돌면서 크게 휘둘렀다.

    거대한 기둥의 언문이 번득이자 기둥이 닿기도 전에 노란색 빛무리가 일어나 순식간에 펴져 나가 마치 거대한 방패처럼 금오 불새를 막았다.

    쌍방이 충돌하는 순간, 심협이 손을 들어 올렸다가 바로 아래로 내렸다.

    일곱 자루의 비검으로 만들어진 금오 불새가 바로 위로 방향을 바꿔 노란색 빛무리의 공격을 피하더니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거대한 불새의 부리에 있는 장검의 날카로운 칼날이 곧장 적만아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일격이 막 적중하려는 순간, 후산이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오더니 청동 조롱박에서 푸른 회오리를 뿜어냈다.

    일곱 자루의 비검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고, 호리병에 삼켜질 기미가 보였다.

    이때, 옆에서 가벼운 외침이 들려왔다.

    “진창해!”

    그 순간, 극한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정확하게 청동 조롱박에 명중했다. 그러자 조롱박은 방향이 틀어졌고, 푸른색 소용돌이도 흔들렸다.

    이 틈에 심협이 손을 휘두르자 일곱 자루의 비검이 동시에 강하게 떨리면서 겉의 불꽃을 모두 흩어버렸다.

    그제야 비검은 곤경에서 벗어나 심협의 소매 안으로 돌아왔다.

    흩어진 불꽃은 후산과 적만아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진창해로 만든 화살은 청동 조롱박에 얼음을 맺게 했고, 한동안 녹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후산은 짜증이 솟구쳤다. 이 납검호(納劍葫)는 검선의 양검호(養劍葫)를 모방하여 만든 보물로, 다른 이의 법보, 특히 비검 종류를 흡수하는 용도였다. 다만 아쉽게도 이 보물의 효능에는 제한이 있었기에 이제 더는 기회가 없었다.

    그는 바로 조롱박을 집어넣고는 적만아가 들고 있는 거대한 기둥으로 뛰어올라 아래를 내려다봤다.

    “주인님은 그저 자기 것을 다시 찾으려는 것뿐인데 왜 계속 방해하는 거냐?”

    후산이 심협과 무명 장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저기가 입구일세. 내 먼저 갈 테니, 기회가 되면 귓구멍으로 들어가게.”

    무명 장로는 후산의 말을 무시한 채 거인의 오른쪽 귀를 가리키며 전음으로 말했다.

    심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세!”

    무명 장로가 낮게 외치고는 뛰어올랐다.

    그 순간, 환상 같은 빛이 온몸을 뒤덮고 번쩍이자 몸 주위의 허공의 광흔이 일그러졌고, 그의 몸은 환상처럼 변했다.

    이를 본 후산은 또다시 경박하게 웃더니 적만아의 거대한 기둥에서 뛰어올라 정교한 자수가 놓인 한매환선(寒梅紈扇)을 꺼냈다. 그러더니 마치 여인처럼 두 손가락으로 부채 손잡이를 잡고는 허공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부채에 그려진 매화에서 보랏빛이 번쩍이더니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전방의 허공을 뒤덮었다. 그리고 허공 속에 있는 무명 장로를 뒤덮었다.

    다음 순간, 분명히 불꽃 하나 없었음에도 보라색 연기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직! 콰지직!

    뭔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무명 장로가 보라색 연기에서 뒤로 튕겨나갔다. 옷 곳곳은 불에 타서 구멍이 뚫려 있었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심협은 어렴풋이 요령을 알 것 같았다.

    자주색 연기는 화산의 뜨거운 연기처럼 안에 고온의 잿더미가 섞여 있고, 심지어 폐를 녹일 수 있을 정도의 용암화독(鎔巖火毒)까지 품고 있는 것이다.

    후산은 무명 장로가 날아가는 걸 보고는 다시 부채를 휘둘렀다. 그러자 보라색의 자욱한 연기가 갑자기 한 마리의 구렁이로 변하여 그를 향해 돌진했다.

    “선배님, 이자는 제가 맡을게요.”

    섭채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그녀가 날아올라 무명 장로 앞을 가로막고는 침착하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리에 묶여 있던 푸른색 벽파표대(碧波飄帶)가 민첩한 뱀처럼 고개를 내밀더니 보라색 구렁이를 향해 돌진했다.

    날아가는 동안 벽파표대에서 푸른 빛을 뿜어냈고, 매우 짙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순식간에 주위를 푸른 수역(水域)으로 만들었다.

    입을 크게 벌린 보라색 구렁이의 거대한 입에서 용암의 통로가 뜨거운 기운을 내뿜으며 뿜어져 나와 이 수증기와 충돌했다.

    푸쉬쉭!

    기이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짙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섭 소저, 부탁하오.”

    무명 장로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위의 거대한 귀 입구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떨어졌다.

    “주인님이 못 들어오게 하라고 했다!”

    적만아의 어리숙한 목소리에는 다소 활기가 없었다.

    수중의 거대한 기둥에서 언문이 강하게 빛나자 사방 허공이 황토색 빛무리에 압박되어 조금씩 일그러졌고, 무명 장로를 향해 내리쳤을 때는 더욱 강해졌다.

    무명 장로가 오른팔을 들자 손에 끼고 있는 금색 장갑의 은색 언문이 번쩍였고, 손에 금빛이 모여들었다.

    그 손이 거대한 기둥에 닿는 순간, 금빛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가자 거대한 기둥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이를 본 무명 장로는 곧장 경천지계의 거대한 귓구멍으로 향했다.

    그가 들어가려는 순간, 적만아가 일갈했고, 아까보다 강력한 힘이 휘몰아쳤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갑자기 금빛이 번쩍이더니 금색 곤봉이 떨어져 내렸고, 이에 거대한 기둥이 무명 장로에게 닿기 전에 다시 튕겨 날아갔다.

    거대한 기둥이 내려앉는 여파가 무명 장로를 휩쓸고 갔지만, 기둥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선배님, 먼저 가십시오! 제가 이자를 막겠습니다.”

    “고맙네!”

    심협의 외침에 무명 장로가 인사하고 입구로 들어갔다.

    이를 본 적만아가 노발대발했다.

    “주인님이 지키라고 했다! 절대 못 들어가게 하라고 했다!”

    이어서 그도 동굴로 들어가려 했지만,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빙빙 돌리며 그의 앞을 막았다.

    “네 상대는 나다.”

    심협이 웃으며 말했다.

    “날 막았다! 죽인다!”

    적만아의 두 눈이 붉게 빛나더니 온몸의 기운이 증폭하여 순식간에 진선 후기에 근접했다. 그 상태에서 거대한 기둥을 두 손으로 잡자 본래 황토색이었던 기둥 위로 더 많은 부문이 빛나면서 점점 혈홍색으로 변했다.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파동도 더욱 강렬해졌다.

    그가 심협을 향해 돌진하려던 순간, 귓구멍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다.

    콰쾅!

    뒤이어 누군가 안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얼른 돌아보니 무명 장로가 온몸에 보라색 불꽃을 휘감은 채 공격당하고 있었다.

    “이 쓸모없는 것들아, 제대로 막지 못해? 주인님은 지금 진법을 파훼하는 중요한 순간이란 말이다! 다 망쳐버리면 너희 다 죽을 줄 알아!”

    잔뜩 화가 난 카랑카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적만아는 무명 장로가 다시 튀어나오자 기뻐했다.

    “이제 안 놓친다.”

    그가 바보처럼 웃더니 심협을 놔두고 바로 무명 장로에게로 날아갔다. 무명 장로를 막으라는 명을 받아서인지 집요하게 그만을 노렸다.

    “심 도우, 저들이 나를 필사적으로 막는 이유는 내가 언술에 능통하니 거청천이 경천지계를 조종하지 못하도록 막을까 봐 우려해서일세. 사실 내 자네의 언술 경지가 상당하는 걸 알고 있네. 상황이 급하니 이렇게 하세. 내가 저 두 놈을 막겠네. 자네와 섭 소자가 가서 거청천을 막게.”

    무명 장로가 심협에게 전음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심협이 대답했다.

    “저 청호라는 여자가 입구를 지키고 있으니 습격당하지 않게 조심하게.”

    무명 장로는 적만아의 추격을 피해 심협 옆으로 오더니 아무도 모르게 장로 영패를 그에게 건넸고, 심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섭채주도 심협의 전음을 듣고는 후산을 떨쳐냈다.

    “진창해!”

    그녀는 자신의 심법을 운공하고는 외쳤다.

    보타산의 이 신통이 벽파표대와 함께 사용되자 순식간에 놀라운 위력이 폭발해 주위의 수증기를 단숨에 얼려버렸고, 수증기 안에 있던 보라색 구렁이마저 얼음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뒤이어 벽파표대가 얼음 안개에서 빠져나오자 모든 얼음 결정이 순식간에 깨져 그 안에 있던 보라색 구렁이도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산 수중의 한매환선도 피식 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졌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고 달려들려는 순간, 갑자기 위에서 강렬한 압박감이 전해져왔다. 무명 장로가 오른손을 높이 들고 손에서 수박만 한 금빛을 모으고 있었다.

    “심 도우, 섭 소저! 지금일세!”

    무명 장로가 크게 외쳤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심협과 섭채주는 곧장 거인의 머리 옆에 있는 귓구멍으로 돌진했다.

    이를 본 후산이 바로 쫓아가려 했지만, 무명 장로가 나타나 막아서더니 손에 모인 금빛을 내던졌다.

    “적만아! 저들을 막아!”

    후산이 다급히 둥근 암홍색 방패를 꺼내 위를 막으며 크게 외쳤다.

    적만아는 그 말도 신경 쓰지 않고 무명 장로를 향해 돌진했다.

    “주인님이 무명 죽이랬다!”

    그는 중얼거리면서 붉게 변한 거대한 기둥을 무명 장로의 등으로 내리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