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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902화 (902/1,214)
  • 902화. 주먹으로 대진을 부수다

    카캉!

    강력한 충격에 심협은 휘청이며 밀려났고, 가슴의 비늘과 갑옷이 부서지면서 피가 튀었다. 타는 듯한 통증이 상처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왔다.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수중의 순양비검으로 보라색 사슬을 베었다. 검날이 여세를 몰아 보라색 사슬을 칭칭 감은 순간, 힘껏 잡아당겼다.

    자류 언갑이 그 힘에 이끌려 앞으로 당겨지는 동안 심협은 유명귀안을 발동하여 자세히 살폈다.

    이 물건도 언갑이라면 그 형태가 어떻건 핵심은 반드시 존재할 터. 언추의 핵심만 찾아내서 부순다면 언갑도 부숴질 것이다.

    그러나 유명귀안으로 살펴도 핵심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자류 언갑이 갑자기 장도를 돌려 칼끝으로 그의 머리를 찔러왔다.

    허나 심협은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돌진해 머리로 자류 언갑을 들이받았다.

    쿵!

    그의 머리가 자류 언갑의 몸을 뚫었고, 이어서 가슴까지 관통하여 등 뒤로 튀어나왔다. 그의 몸은 언갑에 거의 박힌 상태였다.

    허나 심협이 그대로 관통해 지나가려는 순간, 자류 언갑의 머리와 팔이 갑자기 180도 돌아 등 뒤로 향했고, 손에 든 장도도 그대로 자신의 등을 향해 거꾸로 꽂으려 했다.

    심협은 언갑에 몸이 박혀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으니 도에 꿰뚫릴 위기였다.

    그때였다.

    삐이익!

    공허한 피리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더니 자류 언갑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당연히 등을 찌르려던 도도 우뚝 멈췄다.

    칠흑 같은 검은 형체가 심협의 그림자에서 조금씩 피어올랐는데, 손에 든 피리를 불고 있는, 귀장 조비극이었다.

    그가 장룡적을 불자 섭혼마음의 보이지 않는 파동이 뻗어나가 파도처럼 겹겹이 여마마를 공격했다.

    언갑을 조종하며 싸움에 열중하고 있던 여마마는 미처 대비하지 못해 심신이 섭혼마음에 지배당했고, 두 눈이 흐려지면서 몸이 곡조에 따라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잠깐일 뿐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갑자기 기이한 빛이 반짝이더니 신식이 순식간에 깨어났고, 곧장 지팡이를 휘둘러 조비극을 물리치는 동시에 다시 언갑을 조종했다.

    이는 비록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심협은 그틈에 뒤로 물러나 언갑에서 빠져나왔다.

    자류 언갑의 장도는 멈추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심협은 황급히 물러나더니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장도의 자루 끝에 기이하게 생긴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언뜻 빼곡한 문로가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한데 자세히 보기도 전에 또다시 장도가 언갑의 몸을 관통하여 찔러왔다.

    심협은 황급히 피하는 동시에 장검을 쥔 손에서 슬쩍 힘을 풀더니 뒤이어 검결을 맺어 다시 휘둘렀다. 그러자 소매에서 갑자기 검기가 치솟으며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순양비검과 똑같이 생긴 장검이 날아왔다. 만년화린목으로 만든 다른 여섯 자루의 순양비검 중 하나였다.

    이 검이 허공을 가로지르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순양비검을 칭칭 감고 있던 보라색 사슬이 잘려나갔다.

    두 자루의 순양비검은 마치 친형제처럼 서로 감응하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뒤이어 교차하면서 곧장 자류 언갑을 향해 날아갔다.

    쌍검합벽을 시전하자 검광이 강렬하게 번득였고, 검에서 불꽃이 타오르더니 허공에 불꽃의 선을 그리며 곧장 여마마를 향해 돌진했다.

    여마마는 이제 막 섭혼마음에서 벗어나 조비극과 싸우던 중 갑자기 뒤에서 강렬한 검기가 덮쳐오자 기겁했다. 그녀는 곧장 조비극을 뒤로 물리친 뒤 자류 언갑을 불러들여 방어했다.

    허나 심협이라고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또 한 자루의 순양검을 꺼내 달빛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쫓아갔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여마마가 손을 휘두르자 팔각형의 구리 방울이 갑자기 날아올라 그녀의 머리 위에서 빛을 뿜어냈고, 순식간에 노란색 광망이 뒤덮더니 ‘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할 바 없이 강렬한 음파 충격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자 허공이 떨리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조비극을 날려버렸다.

    협공하는 두 자루의 순양비검 역시 교차하며 그 방울이 만들어낸 광막에 충돌하더니 튕겨나갔고, 노란색 광막에도 균열이 생겼다.

    여마마는 전열을 가다듬은 뒤 바로 자류 언갑을 발동하여 다시 공격해왔다.

    허나 이제 심협은 언갑의 공격 방식과 속도에 익숙해진 터라 몸을 숙여 간단하게 피했다. 동시에 한 손으로 자류 언갑의 장도를 잡았고, 다른 손으로는 그 장도의 자루 끝을 장검으로 찔렀다.

    콰직!

    장도 자루에 박혀 있던 보석이 부서지면서 보라색 광채가 퍼져 나왔다.

    동시에 언갑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고, 보라색 안개로 만들어진 몸이 사라지며, 장도는 땅에 툭 떨어졌다.

    “역시 언갑의 언추를 몸이 아니라 무기에 숨겨뒀던 게로군.”

    심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한편, 여마마는 자류 언갑이 부서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금세 침착함을 되찾고는 오히려 딱하다는 듯 혀를 찼다.

    “네놈이 여기 붙들려 있는 동안 천기성은 이미 우리 주인님의 손에 넘어갔을 게다.”

    심협은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무명 장로와 복 장로를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또한, 소부자가 천기성에 있는 한 그들은 큰 파란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말이 많군. 이 대진을 믿고 있나 본데, 어떻게 부수는지 보여주지.”

    심협은 피식 웃더니 곧장 뾰족한 비석 옆으로 다가가 장검으로 내리쳤다.

    꽈르릉!

    불꽃이 타오르는 장검이 비석에 꽂히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비석은 심협의 예상보다 훨씬 단단했다. 불꽃의 검광이 사라졌을 때, 비석에는 얇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

    심협은 다시 법력을 운공하여 더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불꽃이 사라졌을 때, 금속의 비석에는 조금 더 깊은 흔적만 남았을 뿐, 여전히 멀쩡했다.

    “하하하! 그런 실력으로는 내 언술 고진을 부술 수 없다!”

    여마마가 조롱하며 비웃자 심협은 가까이 다가가 금속 비석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던 그는 두 줄기 검흔 옆에 비교적 깊은 흔적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더니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땅에 떨어진 장도를 바라봤다.

    비석에 남은 흔적은 아까 자류 언갑이 베었던 것인데, 심협의 기억으로는 분명 이렇게까지 깊지는 않았다.

    그는 서둘러 다가가 장도를 들고 잠시 살펴보더니 바로 연보결을 운공하여 순식간에 5할 정도 연화했다.

    법력이 주입되자 장도의 날에 새겨진 보라색 문양이 빛났다. 그가 도를 휘두르자 날에서 일렁인 광흔(光痕)이 닿지도 않았는데 땅에 자국이 생겼다.

    “이거였구나!”

    심협은 그제야 왜 분명히 피했는데도 도광에 상처를 입었는지 알 것 같았다. 본래 장도가 너무 날카로워서 그런 것이라 추측했는데, 지금 보니 도의 날에서 뿜어져 나온 도기에 강력한 부식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칼끝이 스치고 지나간 후에 옷이 찢어졌던 것이다. 또한 이것이 바로 비석에 남은 도흔이 처음 베었을 때보다 더 깊어진 원인이기도 했다.

    심협은 도에 법력을 주입하더니 비석의 도흔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챙!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찔렀다.

    장도는 역시나 비석의 도흔에 박혔는데, 그리 깊게 박히지는 않았기에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심협은 곧장 도를 뽑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법력을 주입했다. 도에서 끊임없이 부식의 힘이 담긴 도기가 뿜어져 나와 도흔에 충격을 줬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금속의 비석에 생긴 도흔이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네놈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여마마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머리 위의 팔각형 방울을 거두어 방어막에서 튀어나오더니 심협의 뒤통수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를 본 귀장이 바로 여마마를 쫓아갔다.

    한데 그 순간, 심협이 갑자기 몸을 돌려 여마마를 똑바로 바라보며 씩 웃었다.

    “네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의 입에서 여섯 자루의 순양비검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이 검들은 각각 세 개의 허상으로 나뉘어 열여덟 자루의 비검이 되더니 서로 다른 각도에서 여마마를 향해 날아갔다.

    열여덟 자루의 비검은 비록 검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각자 방위를 매우 정확하게 장악했고, 뒤에서는 조비극이 여마마의 퇴로를 막았다.

    노파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더니 다시 둔지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볼 심협이 아니었다. 그녀가 한 자루의 순양비검을 쳐내며 내려가는 순간, 누군가가 갑자기 흙을 뚫고 나와 일곱 번째 순양비검으로 노파의 심장을 찔렀다. 심협이 적들을 추격하면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퇴로를 확보하고자 미리 땅속 깊이 숨겨놓은 태을의 언갑이었다. 감당하지 못할 적이 나타나면 도망갈 때 시간을 끌고자 숨겨둔 것인데 뜻밖에도 여마마를 공격하는 용도로 쓰게 된 것이다.

    여마마는 깜짝 놀랐지만 피하기에는 늦었기에 지팡이 위로 강한 빛을 뿜으며 전력을 다해 찔렀다.

    쌍방의 공격이 동시에 서로에게 꽂혔다.

    쾅! 쾅!

    태을 언갑의 육신은 매우 단단해 여마마의 지팡이에도 뚫리지 않은 반면, 이 언갑이 내지른 순양비검은 그녀의 가슴을 뚫었다.

    심협은 곧바로 순양비검을 발동했다.

    “캬오오!”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검에서 불새가 날개를 활짝 펼쳤고, 뜨거운 불꽃이 순식간에 여마마의 몸을 집어삼켰다.

    심협은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다가 여마마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돌아서서 장도로 다시 금속 비석을 부식시켰다.

    한참 후, 금속 비석은 마침내 완전히 부식됐고, 심협은 곧장 주먹으로 때려 부쉈다. 비석은 균열을 중심으로 두 동강이 났다.

    쿵!

    비석의 절반이 땅에 떨어지자 언문 고진이 마침내 부서졌고, 천장의 커다란 구멍에서 바로 빛이 새어 나왔다.

    심협이 고개를 들어서 보니 갑자기 머리 하나가 구멍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아래서 법진을 부순 건 뉘시오?”

    “복 장로님, 접니다.”

    심협이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대답했다.

    “심협! 잘했네, 잘했어!”

    복 장로가 기뻐하며 칭찬했다.

    “심 도우, 우선 올라오게. 천기성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무명 장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심협은 순양비검과 태을 언갑을 거두고는 귀장을 소요경으로 돌려보냈다.

    막 구멍 위로 올라가려던 그는 땅에 떨어진 금속 비석 절반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휘둘러 저물 반지에 넣고는 무명 장로의 밀실로 뛰어 올라갔다.

    “심 도우, 천기성에 무슨 일이 난 건가? 왜 그대만 온 게야?”

    무명 장로는 심협이 몸에 남은 전투 흔적을 보며 물어봤다.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릅니다. 그저 우연히 누군가가 둔지술로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을 발견하여 뒤를 따랐을 뿐이지요.”

    그때,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와 이들은 바로 밀실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막망 장로가 일고여덟 명의 천기성 장로와 제자들과 함께 밀실 문을 부수려고 준비 중이었다.

    “막망, 자네는 정양 중이지 않았나? 왜 폐관을 깨고 나온 겐가?”

    복 장로가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섭 소저께서 무명 장로님이 위기에 처했다기에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막망 장로도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우리는 거청천 사람에게 습격을 당하여 대진에 갇혀 있었는데, 마침 심 도우가 우리를 도와줬다네.”

    “복 장로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채주를 보냈는데, 아마도 장로님을 못 찾아서 막망 장로님께 알린 모양입니다. 아, 채주는 어디 있습니까?”

    심협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만벽 장로님께도 알리라고 섭 소저께 부탁했으니 지금 연언(煉偃) 공방에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심협은 안도했다.

    “성안의 다른 곳은 무사한가?”

    무명 장로가 서둘러 물었다.

    “지금으로써는 딱히…… 언무사가 지금 제자들과 순찰 중입…….”

    막망 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퍼펑!

    멀리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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