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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85화 (885/1,214)

885화. 물어보고 싶은 일

“대체 어떤 놈이냐! 어서 쫓아라!”

도향이 낮게 외치더니 두 사람과 함께 바로 쫓아갔다.

그들은 비록 섭혼마음의 영향하에 있었지만 오감은 잃지 않았기에 만수진인이 구출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당연히 거의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곧장 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운하부인도 이내 회복됐지만, 그녀는 쫓아가는 대신 눈치를 살피다가 멀리 달아났다. 만약 만수진인을 손에 넣었다면 동화산선의 보물을 두고 방금각이나 다른 사람들과 싸워볼 만도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만수진인을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빼앗긴 상황에서 계속 남아 있기는 너무 위험했다.

반면 염열과 전삼칠, 귀등상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만수진인이 떠난 방향으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유적은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았다.

한편, 붉은 검홍은 수만 리를 날아가면서 도중에 몇 번이고 방향을 바꿔 마침내 무은사해의 모래 언덕으로 내려왔다. 그는 당연히 심협으로, 여전히 피부가 누런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다.

땅에서 검은 기운이 반짝이더니 조비극이 튀어나왔다. 손에는 장룡적을 들고 있었다.

“주인님, 장룡적의 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제 섭혼마음과 함께 사용하면 위력이 배로 올라갑니다.”

조비극이 신이 나서 말했다.

“흥! 당연하지, 누가 만든 법보인데.”

명화연노에서 화령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잘 사용하거라.”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요경을 결인했다. 그러자 붉은 빛이 빛나더니 만수진인이 나타났는데, 마치 주술에 걸린 듯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까 소요경에 넣을 때 정신부(定身符)를 붙여 오감과 움직임을 모두 봉인했기 때문이었다. 소요경은 비록 금제로 뒤덮여 있지만, 재산의 절반이 들어 있는 곳이니 만수진인 같은 낯선 자를 들여보내려면 당연히 대비해야 했다.

이화주와 금룡쌍전도 그의 옆에 나타났는데, 만수진인의 법력이 모두 봉인된 탓에 두 보물이 뿜어내는 영광은 미약했다.

심협은 손을 내밀어 이화주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뒤 법결을 휘둘렀다. 그러자 만수진인의 몸에서 하얀 빛이 번득이더니 이내 정신을 차렸다.

“심 도우셨군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수진인은 옆에 있는 조비극과 장룡적을 보고는 도망치지 않고 심협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별것 아니니 괘념치 마십시오. 만수 도우께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것이 있어 교역회가 끝나고 잠시 일을 본 후 찾아갔더니 그자들에게 포위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기회를 엿보다가 구해낸 것뿐입니다.”

심협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무엇이 궁금하신 겁니까? 동화산선의 동부입니까? 도우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이 벽해요어 알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드리겠습니까.”

만수진인은 벽해요어 알을 꺼내며 내밀었다.

“만수 도우는 수계 환술에 능통하군요. 이렇게 진짜 같은 환상을 만들다니, 놀랍소. 다만 규수멸선주의 위력은 강하니 제 실력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소.”

심협이 벽해요어의 알을 빤히 보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만수진인은 눈이 살짝 커지더니 온몸을 떨며 두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려 했다.

“만수 도우, 안심하시오. 저는 벽해요어의 알에 관심이 없소. 제가 묻고 싶은 것도 이것과 무관하니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아도 되오.”

심협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담겨 있어서 본래 법력을 끌어올리려던 만수진인은 어쩐지 전의를 잃었다. 끓어오르던 법력도 함께 사라졌다.

“심 도우의 놀라운 신통에 감복했습니다. 묻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만수진인은 멍해지더니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벽해요어 알을 챙겨 넣고 공수하며 물었다.

심협은 속으로 기뻐했다.

‘이게 진혼(震魂) 비술에서 언급했던 언출법수(言出法隨)인가? 이 경지까지 도달하다니, 마침내 진혼 신통에 들어섰구나!’

그동안 그는 끊임없이 천기권에 담긴 진혼 비술을 연구했는데, 이번에 또 정진하여 말과 행동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력을 주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가 구천금정을 찾고 있음은 교역회에서 눈치채셨겠지요? 제가 다른 곳에서 들은 바로는 만수 도우께 그 물건의 단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심협은 말을 마치며 살짝 공수했다.

“심 도우께서 원하신 게 그 물건이었습니까? 진작 말씀하시지……. 얼마 전에 우연히 구천금정을 얻게 되었습니다.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보답으로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만수진인은 안도하더니 주먹만 한 금색 돌멩이를 꺼냈다. 돌은 눈부신 금빛으로 번득였다.

이를 본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확실한 구천금정이었던 것이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시 괜찮다면 만수 도우께서 이 보물을 어디서 얻으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혹시 아까 말했던 그 동화산선의 동부입니까?”

심협은 사양하지 않고 구천금정을 받아 들며 물었다.

“아닙니다. 이 보물은 며칠 전 천기성으로 오던 중 무은사해의 어딘가에서 우연히 주운 겁니다.”

“무은사해에서 주웠다고요?”

심협은 당황스러웠다. 무은사해는 매우 척박한 땅인데 어떻게 구천금정처럼 거의 사라진 보물이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정말 있다 해도 구천금정의 영력은 충만하고 이토록 광채를 발하니 쉽게 눈에 띌 터인데 천기성 제자나 다른 사람이 진즉 발견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한데 어떻게 만수진인 같은 외부인이 주은 걸까?

“정말로 우연이었습니다. 저도 구천금정이 왜 무은사해에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다만 이 보물 근처에 음속성 광석이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심지어 모래에 덮여 있지도 않았지요. 아무래도 어디선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만수진인 잠시 생각한 끝에 말했다.

“음속성의 광석? 떨어졌다고요? 만수 도우께서는 그 광석도 주우셨습니까?”

심협은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바로 물었다.

“네, 음속성의 광석은 보기 드문 것이니 모두 챙겼지요.”

만수진인 소매에서 몇 개의 검은 광석을 꺼냈다.

‘역시!’

이 검은 광석은 흑연미굴 가장 깊은 곳, 음양굴 안에 있었던 것이다. 구천금정과 음속성 광석은 그때 마심이 핏빛 뼈 지팡이로 음양굴을 무너트리면서 공간의 균열을 타고 떨어진 것이리라.

‘그럼 음양굴에 구천금정이 있었단 소리잖아! 급히 빠져나오느라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게 아쉽군!’

심협은 골치가 아팠다. 음양굴은 이미 무너졌고,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은 공간의 균열에 흡수되어 돌아가 살펴봐야 헛수고일 터였다.

“심 도우께서는 구천금정과 음속성 광물이 어디 것인지 알고 있는 겁니까?”

만수진인이 심협의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곳은 이미 공간의 균열에 흡수됐으니 찾을 길이 없군요.”

음양굴은 이미 무너졌으니 심협도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거 정말 아쉽군요.”

만수진인도 탄식했다.

“만수 도우께서 혹시라도 나중에 구천금정이나 제가 교역회에서 언급했던 영재들을 찾으면 꼭 연락해주십시오. 가격은 섭섭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만수진인은 황급히 대답했다. 심협을 바라보는 눈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만수 도우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이 이화주 안에는 남명이화가 충만하더군요. 혹시 제가 남명이화를 조금만 뽑아내 연검(煉劍)에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거저 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 일원진수와 선옥이 있으니 교환하시겠습니까?”

심협이 이화주를 들지 않은 다른 손을 휘둘렀다.

하얀 옥병과 저물 법기가 나타나더니 만수진인 앞에 떨어졌다.

하얀 옥병에는 남은 일원진수가 담겨 있지만, 지금의 심협에게는 큰 쓸모가 없었다. 저물 법기에는 선옥 5천 개가 들어 있었다.

“남명이화가 필요하십니까? 얼마든지 뽑아 가십시오. 저는 수속성 공법을 수련한지라 제게 이화주는 계륵과 같아서 그 위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뽑아 가셔도 좋습니다.”

만수진인은 일원진수를 보자 기뻐하며 눈도 떼지 못했다. 선옥 5천 개도 상당한 재산이었지만, 그의 관심은 일원진수에 쏠려 있었다.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심협도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한 뒤, 이화주를 명화연노 안에 넣었다.

“남명이화라……. 이 천화는 상고 시기에도 흔치 않아서 연구해보고 싶어도 찾지 못했지. 힘도 안 들이고 얻어내다니, 네 녀석의 운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구나.”

화령자도 크게 기뻐하며 바로 명화연노를 발동했다.

명화연노 안의 법진이 움직이더니 흡입력이 이화주 안으로 들어가 남명이화를 뽑아내려 했다.

한데 그때, 이화주에서 갑자기 수많은 하얀색 영문이 떠오르더니 감옥 같은 금제로 변하여 남명이화를 꽁꽁 묶어 명화연노의 흡입력을 견뎌냈다.

“감히 화뢰현금법진(火牢玄禁法陣) 따위로 명화연노를 막아내려고? 건방진!”

화령자가 차갑게 외치자 명화연노 안의 법진이 배로 빨라져 곧장 감옥의 금제를 갈기갈기 찢었다.

남명이화는 뽑혀 나오자마자 큰 덩어리가 되었다. 이 정도면 세 자루의 순양검을 제련하기에 충분했다.

“됐어.”

심협이 전음으로 멈추라고 했다.

“어이, 심협. 너도 너무 정직한 거 아니야? 저 만수 녀석도 이 보물이 필요 없다고 얼마든지 뽑아가라잖아. 전부는 아니어도 절반은 뽑아내야지!”

화령자는 혀를 차면서도 심협의 말에 따라 멈췄다.

감옥 금제는 자동으로 복구되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심협은 화령자의 말을 무시한 채 이화주를 꺼내 만수진인에게 돌려줬다.

이화주의 불꽃 영광이 조금 어두워지긴 했지만,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이자 만수진인은 조금 놀랐다. 심협에 대한 경계심도 조금은 낮아졌다.

“제 볼일은 모두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수 도우도 서둘러 여기를 벗어나십시오. 아까 그들 중 운하부인을 제외한 자들이 모두 쫓아오고 있습니다.”

심협이 유적 쪽을 가리키며 알려줬다. 아까 그곳에 천마안을 남겨놔 누가 쫓아오는 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자들은 역시 포기하지 않았군요.”

만수진인은 심협이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눈치껏 묻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만수 도우도 조심하십시오.”

심협이 몸을 돌려서 떠나가려고 했다.

“심 도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만수진인이 다소 다급해진 목소리로 심협을 불렀다.

“무슨 볼일이라도……?”

심협이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저는 방금 은혜를 모르고 망령되게 규수멸선주로 도우를 해하려 했습니다. 한데 도우께서는 저를 위해 이리 선의를 보여주시니, 저 또한 짐승이 아닌 이상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군요. 사죄의 뜻으로 이화주를 드릴 테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만수진인이 이화주를 건네고는 허리 숙여 인사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경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저는 마음에 두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리 큰 선물을 주시는 겁니까? 혹시 만수 도우께서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보십시오.”

심협은 이화주를 받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 도우께서는 저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니 본래 도우를 더 귀찮게 해서는 안 되지만, 저를 쫓아오는 자들은 수도 많고 배후 세력도 거대하여 제가 남해로 돌아간다 한들 나중에 오래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도박을 해볼까 합니다! 심 도우께서도 동화산선의 암부에 흥미가 있겠지요? 우리가 힘을 합치면 저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안에 어떤 보물이 있든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만수진인은 큰 결심을 내리고는 말했다.

교역회 때부터 지켜본 바, 심협은 풍모가 군자답고, 남의 것을 탐내는 소인배가 아니며, 실력 또한 막강하니 믿을 수 있는 조력자라 여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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