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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84화 (884/1,214)
  • 884화. 암부(暗府)의 수수께끼

    벽해요어가 염열의 수중에 들어오자 전삼칠과 귀등상인의 주의도 만수진인에서 멀어졌다.

    “알은 드렸으니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만수진인이 그들에게 말하더니 푸른 빛으로 변하여 멀리 날아갔다.

    전삼칠과 귀등상인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만수진인은 심상치 않은 신법으로 포위망을 뚫고 백 장 거리까지 도망쳤다.

    그때, 염열의 손에 들려 있던 알에서 갑자기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외형이 바뀌어 주먹만 한 구슬로 변했고, 그 안에서 눈부신 수뇌(水雷)가 번쩍였다.

    “규수멸선주(葵水滅仙珠)!”

    염열이 경악하더니 서둘러 푸른 구슬을 던졌다.

    전삼칠과 귀등상인도 황급히 물러났지만, 늦고 말았다.

    퍼펑!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푸른빛 광구가 허공에 나타나 세 사람을 휩쓸었고, 수많은 푸른 뇌광이 반경 수십 장을 마구 휩쓸었다.

    이 엄청난 기세에 만수진인은 껄껄 웃으며 득의양양하게 멀어졌고, 그의 신발에서 보라색 뇌전과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더니 서로 어우러졌다.

    “엇! 저건 추운축전화(追雲逐電靴)? 전설에 의하면 저것은 상고 시기 뇌신이 제련한 신화(神靴)라 저 신발을 신으면 빛과 번개를 쫓고 순식간에 만 리를 날아간다고 했는데, 설마 지금까지 남아 있을 줄이야!”

    화령자가 갑자기 놀라면서 말했다.

    화령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만수진인은 이미 보라색 번개가 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보라색 점이 되었다. 그는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한데 그때, 커다란 하얀색 그물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백배나 커져 하늘의 거의 절반을 뒤덮으며 만수진인을 덮쳐왔다.

    만수진인은 화들짝 놀라 당황한 와중에도 양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두 줄기 금색 검광이 손에서 날아가 단숨에 두 마리 금룡으로 변해 서로의 꼬리를 물더니 교차하며 허공을 날아갔다.

    찌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하얀 그물은 반으로 잘렸지만, 대신 만수진인의 비둔도 일순 막혀 속도가 떨어졌다.

    그 순간,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개의 둔광이 푸른색 광구에서 빠져나왔다. 당연히 전삼칠과 염열, 귀등상인이었다.

    세 사람의 옷은 엉망이었고 상반신은 피투성이였지만, 근본은 상하지 않은 듯했다.

    “망할 놈, 죽여 버리겠다!”

    수염이 절반이나 타버린 염열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의 입에서 번개처럼 빠져나온 붉은 전도(戰刀)에서 등에 두 날개가 달린 붉은 이무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령이 담긴 법보가 만수진인의 머리 위에 나타나더니 바람을 가르며 내려왔다.

    전삼칠과 귀등상인도 동시에 공격해왔다. 전삼칠이 용의 모양처럼 구불구불한 검날과 전체가 금색 비늘로 덮인 비검을 휘두르자 용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혈지자등(血之刺藤)!”

    귀등상인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던지자 지팡이에서 갑자기 혈광이 번쩍이더니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한 거대한 핏빛 덩굴로 변해 거대한 뱀처럼 만수진인을 향해 돌진했다.

    만수진인은 깜짝 놀라 다급히 옆에 있는 두 개의 금룡 검광을 발동했다. 두 개의 검광이 빠르게 그의 주위를 맴돌며 세 개의 법보를 막아냈다.

    쾅! 쾅! 쾅!

    세 차례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붉은 전도, 유룡검(遊龍劍), 혈지자등이 모두 튕겨나갔고, 두 개의 금룡은 검광이 사라지면서 본체가 드러났다. 서로 교차하며 날아가는 두 마리 용의 모습을 한 비검은 마치 금색 가위 같았다.

    “추운축전화! 금룡쌍전(金龍雙剪)! 만수 도우가 동화산선(東華散仙)의 동부에서 많은 수확을 한 모양입니다.”

    염열이 크게 웃으며 다시 만수진인을 향해 붉은 전도를 휘둘렀고, 전삼칠과 귀등상인도 바로 공격에 나섰다. 셋이서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니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동화산선?’

    염열의 목소리가 심협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그 산선에 대한 기록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한 전설의 산수가 있었다. 그는 동화산(東華山) 출신이라 스스로를 동화진인(東華眞人)이라 불렀다.

    그는 과거 화창강(禍蒼江)의 악룡을 벤 적이 있고, 혼자 힘으로 연운산맥(連雲山脈)에 있는 수백 년 된 혈도맹(血刀盟)을 몰살했으며, 일면식도 없는 한 여인을 위해 하룻밤 사이에 소요마문(逍遙魔門)을 전멸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명성이 드높았던 시절에는 인간 세상의 모든 대수선과 대문파를 제압했다. 사람들은 그를 태을 절정의 경지라 추측했고, 천정에서는 사람을 보내 그를 회유하려 하기도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한데 어떤 영문인지 동화산선은 갑자기 자취를 감추더니 다시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아 점점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이러한 절정의 존재가 남긴 동부 유적이라면 분명히 범상치 않을 것이다.

    유적에 숨어 있던 다른 두 무리도 이 말에 기운이 살짝 흔들렸다.

    만수진인의 표정이 변한 것으로 봐서는 염열의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그가 낮게 기합을 내지르자 금룡쌍전이 다시 두 마리 금룡으로 변해 염열 등의 법보와 충돌했다.

    이와 동시에 만수진인은 입에서 또 다른 법보를 꺼냈는데, 투명에 가까운 영롱한 구슬이었다. 겉에는 유리색 불꽃이 타올라 주위의 온도를 급상승시켰고, 이에 허공마저 이글거렸다.

    만수진인의 결인과 함께 빛이 영롱한 구슬로 들어가자 구슬 주위의 불꽃이 갑자기 거세지면서 세 개의 유리색 화룡이 날아올라 쏜살같이 염열 등을 향해 돌진했다.

    “이화주(離火珠)! 이 남명이화(南明離火)는 동화산선이 천하를 제패할 때 사용했던 천화이니 두 분은 조심하시오!”

    염열이 외치며 마치 뱀과 전갈을 피하듯 옆으로 피하며 여의를 꺼냈다.

    푸른색 물빛이 감도는 여의의 절반은 염열의 몸을 감쌌고 나머지 절반은 유리 화룡에 응전했다.

    전삼칠과 귀등상인도 황급히 뒤로 피하고는 각자의 법보로 몸을 보호했다.

    세 사람이 일순 물러나자 만수진인은 이들을 뒤쫓지 않고 금룡쌍전과 이화주를 다시 불러들인 뒤 추운축전화로 보라색 전광이 되어 날아갔다. 그 속도는 아까보다 3할은 더 빨랐다.

    “어느 도우가 근처에 숨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만수진인을 붙잡으시오! 난 동화산선 제자의 후예요. 하여, 동화산선의 동부가 하나 더 있음을 알고 있소. 저자는 명부(明府)에 다녀왔을 뿐, 동화산선의 진짜 보물들은 암부(暗府)에 있소. 암부의 위치는 벽해요어 알에 기록되어 있으니 만수진인을 잡도록 돕는다면 기꺼이 함께 암부로 데려가주겠소!”

    염열은 만수진인이 하늘로 도망치는 것을 보자 다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이 말은 들은 심협은 건곤대에서 귀장 조비극을 불러내 전음으로 뭔가를 전달했다. 그러자 귀장은 두말없이 땅속으로 휙 들어갔다.

    그때, 만수진인의 앞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또다시 커다란 그물이 덮쳐왔다. 이번 그물은 도홍색(桃紅色)으로, 수많은 꽃잎이 바람을 타고 휘날리며 떨어졌다.

    만수진인은 진즉 또 다른 적이 나타날 것을 경계하고 있었기에 바로 금룡쌍전으로 그물을 끊으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윽한 향기가 갑자기 덮쳐오면서 만수진인은 일순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도홍색 그물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은 붉은 옷의 젊은 부인으로, 도홍색 그물을 결인하고 있었다. 이 그물이 빠르게 만수진인을 뒤덮어갔다.

    다른 두 사람은 검은 얼굴의 남자와 하얀 옷의 청년으로, 각자 소매에서 빛을 발사해 만수진인의 금룡쌍전과 이화주를 휘감았다.

    멀리서 세 사람을 본 심협의 표정이 돌변했다. 붉은 옷의 부인은 분명 방금각의 집사 도향이었고, 다른 두 사람도 진선 경지에 방금각 복장이었다.

    “방금각!”

    염열은 도향 등을 보자 표정이 굳었고, 벽해요어 알의 비밀을 밝힌 것을 후회했다. 숨어 있는 사람이 한두 명의 평범한 수사일 것이라 여겨 자신과 전삼칠, 귀등상인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비밀을 밝힌 것뿐이다. 한데 설마하니 방금각 사람이 나타날 줄이야!

    방금각은 평소에는 조용히 일을 처리하지만, 저력이 탄탄하다. 신비한 세력이 뒤에 있어서 무은사해 일대에서는 천기성을 제외한 어떤 세력도 능히 제압할 수 없을 정도라는 소문도 있었다.

    만약 만수진인이 방금각 손에 넘어가면 자신들은 오늘 허탕을 치게 될 것이다.

    “만수진인이 방금각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되오! 두 분 도우도 전력을 다해 공격하시오!”

    염열이 전음으로 외치고는 전도에서 붉은 빛을 강하게 뿜어내어 전력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염열 등이 공격하기도 전에 은색 실 하나가 허공에서 번개처럼 날아가 한 발 먼저 만수진인의 몸을 휘감고는 휙 낚아채 도홍색 그물에서 빼돌렸다. 심지어 두 줄기의 은색 실이 더 나타나 검은 얼굴의 남자와 하얀 옷의 청년 앞에 있는 금룡쌍전과 이화주도 낚아챘다.

    “환채은사(幻彩銀絲)! 운하부인, 네가 감히 방금각의 대사를 방해하려는 게냐!”

    도향이 돌변한 표정으로 버럭 소리쳤다.

    은색 실 옆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은색 옷을 입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역회에 참가했던 운하부인이었다.

    “호호호, 선인의 유적을 방금각만 가질 수 있던가요? 그건 도리가 아니죠!”

    운하부인이 웃으며 대꾸하더니 입에서 성광장사(星光長梭)를 소환해 올라타고는 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쫓아라!”

    도향이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져 외치자 방금각 사람들이 바로 추격을 시작했다.

    염열 등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은 운하부인의 실력이 막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혼자이니 방금각보다는 상대하기 수월하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한데 그때, 성광장사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온 하늘에 별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별빛에 담겨 있던 수많은 성광장사의 허상이 사방으로 어지럽게 날아가자 어떤 것이 본체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도향 등도 안색이 변하더니 각자 술법을 펼쳐 진위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그때, 상황이 다시 돌변했다.

    삐이익!

    근처 허공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만룡(萬龍)의 포효 같기도 하고 또 수백 마리 귀신의 곡소리 같기도 해서 사람의 심신을 어지럽히는 소리였다.

    모든 사람의 표정이 굳더니 손발이 멋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고, 법력도 제어가 되지 않아 체내를 마음대로 흘러 다니기 시작했다.

    “섭혼마음!”

    운하부인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녀 역시 섭혼마음의 영향을 받은 탓에 하늘 가득했던 장사의 허상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본체만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진선 중기의 경지에 불문의 공법까지 수련한 터라 이런 신통에 천성적으로 강력한 억제 능력이 있었다. 때문에 섭혼마음에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법보를 소환해 어지러워진 법력을 다잡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피리 소리가 갑자기 몇 배로 커졌다. 한층 강력하고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두 귀로 흘러들어오자 마치 광룡(狂龍)과 악호(惡虎)가 신혼의 방어막을 갈기갈기 찢고 머릿속의 신혼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렸고, 운하부인은 심신이 흔들리면서 사고(思考)가 폭발하는 것처럼 무너졌다. 체내의 법력도 완전히 어지럽혀져서 만수진인을 속박하고 있던 환채은사가 풀어졌다.

    그 순간, 희미한 그림자가 옆에서 나타나더니 소매에서 나온 붉은 빛이 의식을 잃은 만수진인과 두 개의 법보를 감싸고는 허공에서 사라졌다. 뒤이어 이 그림자의 발밑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다음 순간 붉은 검홍으로 변하여 눈 깜짝할 사이 저 멀리 사라졌다.

    섭혼의 피리 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 잠깐 사이에 만수진인과 희미한 그림자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심지어 미세한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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