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1화. 쌍검합벽(雙劍合壁)

푸른 빛고리에서 천둥 같은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자 육화명은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한데 육화명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한 줄기 금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종 모양 보호막이 그의 몸을 뒤덮었다.

백침(白鍼)이 종 모양의 보호막을 두들기면서 또다시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보호막은 매우 견고하여 조금도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검은 그림자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시커먼 흉광을 날려 금색의 보호막을 부수려 했다.

그때, 두 자루의 붉은 비검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금색 불꽃을 뿜어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천 겹의 불꽃과 만 개의 금뇌(金雷)가 휘몰아쳐 시커먼 빛을 유리처럼 산산조각 냈다.

바로 더할 나위 없이 뜨겁고 태우지 못할 것이 없으며 태양 뇌화(雷火)까지 뿜어낼 수 있어 모든 음속성의 신통과 상극인 태양진화의 신통이었다.

“태양진화!”

검은 그림자는 경악하더니 은색 지팡이에서 은빛을 뿜어내며 크게 휘둘렀다.

콰쾅! 쾅!

허공에서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더니 산 같은 거대한 지팡이의 허상이 허공에 나타나 두 자루 비검을 덮쳤다.

숨이 막힐 듯한 위압감이 허공을 일그러트렸다.

은빛 지팡이 허상은 음속성이 아니었기에 태양진화가 막아내지 못했고, 두 자루의 비검은 연달아 뒤로 물러나야 했다.

검은 그림자는 태양진화가 탐나는지 입에서 뿜어낸 하얀 빛을 거대한 손바닥으로 바꾸어 두 자루 비검을 잡으려 했다. 이 거대한 손바닥은 선천일기대금나(先天一氣大擒拿)라는 상고 선천종(先天宗)의 신통으로, 각종 법보를 낚아채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한데 그때, 두 자루 금색 불꽃 비검이 동시에 흔들리며 서로 공명하더니 범의 포효 같은 굉음을 울리며 순식간에 그 기세가 몇 배로 치솟았다. 단숨에 백 장 길이로 변한 날카로운 검기가 하얀색의 거대한 손바닥을 찢었다.

쫘아악!

두 자루 비검은 연달아 역류하고 안팎으로 호응하더니 검광이 산 같은 지팡이 허상마저 단번에 베어버렸다.

허공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본 심협의 눈에 희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 쌍검의 협공은 바로 순양검식의 제4식 쌍검합벽(雙劍合壁)이었다. 진즉부터 사용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보니 그 위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베어라!”

심협은 처음 쌍검합벽을 시전했음에도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순양검결의 운공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매끄러웠다.

두 자루 검광이 한데 뒤엉키더니 갑자기 흐릿해졌고, 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 앞에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는 깜짝 놀라 황급히 피하더니 법력을 은색 지팡이에 주입하여 있는 힘껏 휘둘렀다.

갑자기 수백 장 길이의 은색 지팡이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하늘을 떠받치는 신병처럼 두 자루의 검광을 내리쳤다. 숨 막히는 영압에 주위의 허공이 일그러지고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은 쌍검합벽 신통 앞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두 자루 쌍검은 숨 막히는 영압을 베어버리더니 곧장 날아가 거대한 은색 지팡이의 가운데를 베고 지나갔다.

콰직!

은색의 지팡이는 썩은 나무처럼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내 묵철(墨鐵) 지팡이가!”

검은 그림자의 탄성은 쌍검이 뿜어내는 검기의 음폭(音爆)에 뒤덮였다.

깜짝 놀란 검은 그림자가 두 발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더니 잔상으로 변하여 옆으로 피하고는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두 자루 비검은 매우 빨라서 검은 그림자는 이 쌍검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피식!

기이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의 검은 기운이 비검에 찢기면서 모습이 드러났다.

“당신은!”

허공에서 깜짝 놀란 목소리와 함께 심협이 내려왔다. 그의 표정은 매우 놀란 듯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검은 그림자는 바로 청구산의 추 파파였던 것이다.

육화명도 이전에 추 파파를 본 적이 있었기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추 파파 역시 깜짝 놀라 검은 기운을 다시 만들어 뒤덮고는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심협이 귀신처럼 앞을 막아섰다.

“추 도우가 어째서 여기 있는 겁니까? 설마 두 번에 걸친 요마의 습격이 모두 청구 호족 소행입니까?”

심협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추 파파는 아무 말도 없이 온몸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 심협의 시야를 가리더니, 갑자기 수십 개의 분신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쉽게 분별할 수 없었다.

“분신술?”

심협이 두 눈을 치켜뜨더니 양손을 뻗자 양팔에서 풍뢰 영문이 빛났다.

콰쾅!

금색 뇌전이 허공에서 떨어져 반경 백 장을 뒤덮자 추 파파의 모든 분신이 뇌전에 휩쓸렸고, 파멸의 기운이 휘몰아치면서 전부 찢겨 하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오직 가장 왼쪽에 있던 추 파파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온몸에 금색 번개가 흐르는 상태로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죽어라!”

육화명이 살기를 뿜어내며 두 팔을 휘둘렀다. 푸른 무지개 대검이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추 파파에게로 떨어졌다.

한데 심협이 갑자기 어딘가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고, 서둘러 두 자루 비검을 향해 결인했다.

여전히 합벽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쌍검이 굉음과 함께 육안으로 분별할 수 없는 붉은 환영이 되어 그가 바라보는 쪽의 허공을 베었다. 쌍검합벽이 된 이후로 위력뿐만 아니라 속도도 이전보다 몇 배나 빨라졌다.

한편, 육화명의 푸른 무지개는 가볍게 추 파파의 분신을 베었지만, 갑자기 하얀 부적으로 변하여 천천히 떨어졌고, 불꽃도 없이 스스로 타버렸다. 갈라진 몸도 수많은 물거품으로 변하여 허공에 휘날렸다.

“아니!”

육화명이 깜짝 놀랐다.

피식 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고, 심협의 두 자루 비검이 스쳐 지나간 곳에서 혈광이 반짝이더니 두 개의 몸이 나타났다. 바로 추 파파였다.

“이럴 수가! 내 수라은신술(修羅隱身術)은 이미 대성의 경지에 도달했거늘, 어떻게 간파했지!”

추 파파는 몸이 반으로 갈라졌지만, 여전히 죽지 않았고 피를 뿜어내며 호통을 치고 있었다.

심협은 그런 추 파파를 무시하고 소매를 휘둘러 푸른 빛을 쐈다.

중상을 입은 추 파파는 피할 힘도 없었기에 푸른 빛에 그대로 명중했다.

뼈를 쑤시는 한기가 폭발하더니 추 파파의 두 동강 난 몸이 얼어붙어 커다란 얼음 조각으로 변했다. 그녀는 미동도 없었고 목소리도 멈췄다.

심협이 재빨리 푸른 얼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에서 붉은 정광을 뿜어내 얼음 조각을 휘감았다.

그가 수라은신술을 간파해낸 것은 동해 용궁에서 조룡의 혼이 가진 혼력 절반을 연화하면서 부주진신법이 크게 정진한 데다 신혼의 탐색 능력도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덕이었다. 다만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얼음 조각과 그 안에 있는 추 파파가 모두 사라져 소요경 안으로 들어갔다.

“화령자, 추 파파의 기억에서 요마들과 어떤 관계인지 살펴보고 알려줘.”

심협은 화령자에게 전음을 보내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사라졌다.

“좀 전까지 순양검을 제련하느라 이제 좀 쉬면서 연신대진을 연구해볼까 했더니, 그새 또 이런 귀찮은 일을 시키는 건가?”

화령자는 불만을 토했지만, 말과는 달리 명화연노를 추 파파의 머리 위로 옮긴 뒤 분홍색 빛을 떨어트렸다.

상황이 워낙 위급했기에 심협은 거대한 균열 옆에서 술법을 극한으로 시전하기로 했다. 그는 양손에서 푸른 빛이 솟아오르자 곧장 결인했다.

두 줄기의 거대한 푸른 빛이 손에서 날아가 순식간에 거대한 균열 속으로 들어갔다.

엄청난 한기가 균열에서 폭발하더니 백 장 높이의 빙산이 나타나 균열을 완전히 얼려버렸고, 이에 뿜어져 나오던 검은 기운도 얼어붙었다. 심지어 그 검은 기운 안의 요마들도 얼어붙었고, 한기가 그들의 육체와 신혼에 침투해 그대로 얼어 죽었다.

이미 빠져나와 백성들을 공격하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던 요마들은 출구가 얼어붙자 분노한 듯 포효하며 심협에게 달려들었다.

“안 그래도 가려던 참인데 직접 와주니 고맙군.”

심협은 싸늘하게 내뱉고는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몸에서 또 네 자루의 비검이 솟아 나왔다. 이전 것까지 총 여섯 자루 비검은 두 개씩 합쳐져 세 개가 되더니 환영 같은 붉은 검광이 되어 천둥 같은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다음 순간, 세 줄기 검광이 균열 부근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더니 춤을 추듯이 몇 바퀴 빙빙 돌았다. 몇 호흡 뒤, 모든 요마가 그 자리에서 참살됐다.

이를 본 심협은 안도했지만, 안색은 창백해졌다.

순양검을 제련하느라 법력 소모가 심했는데 미처 다 회복하기도 전에 또다시 연달아 몇 개의 신통을 시전한 탓에 단전 안의 법력이 다시 텅 비어버렸다. 이에 그는 선정 하나를 손에 꽉 쥐고는 영기를 흡수해 법력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제야 마음을 놓은 심협이 육화명에게 다가갔다.

“육형, 괜찮습니까?”

“덕분에 살았군. 고맙네.”

육화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벗끼리 이 정도로 무슨……. 법력 소모가 심하니 우선 원기를 회복하면서 균열을 지켜주시오. 저는 다른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심협은 육화명에게 말한 뒤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른 균열로 향했다.

심협이 떠나간 후 주위에 가득한 요마의 시체를 바라본 육화명은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대검을 꽉 쥐었다.

심협은 잠시 후 다른 균열에 도착했다.

이곳의 땅속은 검은 기운이 계속 용솟음치고 있었고, 요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몇 명의 대당 관부 제자가 악전고투를 치르는 중이었다. 중과부적이라 큰 위기였다.

심협이 여섯 자루의 순양검을 결인하여 막 공격을 하려던 참이었다.

한 필의 비단 같은 하얀 빛이 멀리서 날아오더니 요마들을 베어버렸다. 이는 하얀 채찍으로, 그 위에는 눈처럼 하얀 칼날이 박혀 있어서 매우 날카로웠다.

채찍이 스쳐 지나가자 요마들의 몸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

하얀 채찍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바로 호불귀였다.

“호형.”

심협은 깜짝 놀랐다. 반사동 제자들은 일찍이 장안성을 떠났기에 호불귀도 이미 떠났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호불귀도 심협을 발견하고는 멀리서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섯 자루의 순양검으로 나머지 요마들을 베기 시작했다.

이 요마들은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으나, 그 수가 많아서 보통의 진선 수사라면 막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심협은 그렇지 않았다. 공격 수단으로는 일곱 자루의 순양검, 현황일기곤, 번천인, 구유 마환 등이 있었고 방어에는 연연나금의, 천두금준이 있으니 협공에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심협이 천두금준으로 몸을 보호한 뒤 요마 사이를 뚫고 날아다니며 붉은 검광이 연달아 스쳐 지나가자 몇 호흡 만에 주위의 요마 중 절반이 죽었다.

남은 요마들은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심협은 놈들을 쫓아가지 않고 거대한 균열 옆에 선 뒤 양손에서 푸른 빛을 발해 커다란 빛기둥으로 균열을 공격하려 했다.

그때, 뒤편 허공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칠흑 같은 짐승의 발톱이 그의 단전을 노리며 날아왔다. 몸을 단번에 뚫을 기세였다.

하지만 심협의 뒤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노란색 존재가 나타나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가볍게 검은 발톱을 붙잡았다.

검은 발톱은 깜짝 놀라 힘껏 손을 거두려 했지만, 노란색 존재의 손은 마치 강철처럼 단단하여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

노란색 존재가 입을 쩍 벌리자 뿜어져 나온 회백색 불꽃이 검은 발톱 뒤의 허공을 때렸다.

피식!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어두운 허공이 회백색 불꽃에 타들어가자 온몸이 검은 기운으로 가득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자의 어깨에서 타오르던 회백색 불꽃은 빠르게 다른 부위로 번져갔다.

검은 그림자는 마치 회백색 불꽃을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듯 검은 빛을 연달아 번쩍였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