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70화 (870/1,214)

870화. 위력을 시험해보다

제단 가장 위에는 원천강이 가부좌를 한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원천강 외에 10여 명의 관리 복장을 한 수사들이 주위에 가부좌를 틀고는 똑같이 술법을 결인하는 중이었다. 법결들은 끊임없이 주위의 금색 대진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들 모두가 진선기 존재로, 심협이 이전에 본 적이 있는 화동과 금색 도포의 노인도 있었다.

대진을 발동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었는지 진선기 이상의 수사들임에도 여유가 없어 보였고, 개중 경지가 낮은 몇몇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도 했다.

이 광경을 본 원천강이 금색 부적을 꺼내더니 바스러뜨렸다.

자욱한 보라색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금색 법진으로 녹아들었다.

법진에서 금빛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거대한 오조(五爪)금룡의 허상이 나타나 천천히 진 안을 맴돌았다.

오조금룡의 기운은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천지 만물과 운명이 맴도는 느낌을 줘서 저절로 경외심이 들었다.

“마침내 용맥 진룡이 나왔군요. 이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귀밑머리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안도하며 말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용맥 진룡의 아랫배를 보십시오.”

한 여성 진선기 수사가 오조금룡의 아랫배를 가리켰다. 그곳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건 파룡정의 살기! 역시 용맥에 영향이 미쳤군요. 모두 합력하여 진룡무극진(眞龍無極陣)을 발동하여 살기를 제거합시다!”

원천강의 말에 모두가 대답한 뒤 금색 대진을 발동했다. 금빛이 강물처럼 흐르더니 오조금룡 허상을 씻겨내면서 핏빛이 점차 희미해졌다.

“다행히 용맥 진룡의 침식이 깊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제 한 시진만 더 발동하면 될 것 같군요.”

원천강이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장안성 곳곳에서 굉음이 들려왔고, 몇 호흡 뒤에는 크고 두꺼운 검은 기운이 땅속에서 용솟음쳤다. 마치 거대한 요마의 손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진법 안의 진선기 수사들 모두 굉음에 깜짝 놀랐지만, 환구 주위에는 금제가 있었기에 그들의 신식으로도 바깥의 상황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진은 아직도 발동 중이었기에 그들은 자리에서 이탈할 수도, 자리에서 벗어나 살펴볼 수도 없었다.

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먼 하늘에서 둔광이 날아와 제단 앞으로 내려왔다. 노란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국사님과 관리들께 보고합니다. 성안의 균열에 설치된 금제가 모두 파괴되었고 대량의 요마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숫자는 이전보다 더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노란 옷의 청년이 땅에 엎드리더니 급하게 말했다.

그 소식을 들은 모두가 깜짝 놀라서 원천강을 바라봤다.

“당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누군가 요마들의 2차 습격을 예상하였기에 내 이미 궁 안의 다른 관리들에게 흠천감을 지키고 있다가 언제든 호성대진과 사상천시대진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놨습니다. 그러니 요마가 다시 나타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천강의 말에 사람들은 안도했다.

“요마의 2차 습격을 예측하셨다니, 역시 국사님의 선견지명은 놀랍습니다.”

키가 큰 백발의 노인이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자금색 도포를 입은 채 손에는 금실의 불진을 들고 있었다. 경지는 진선기 후기 절정이어서 태을기까지 반 걸음 남기고 있었다. 그곳의 진선기 수사 중 가장 높은 존재였다.

“이를 예측한 것은 내가 아니라 어느 외부의 도우요.”

그 대답에 백발노인은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외부 도우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묻기에 좋은 때가 아니었다.

“곧바로 황성으로 돌아가 이 구룡영패(九龍令牌)로 궁에 남은 관리들에게 절반은 황성에 남아 폐하와 황족들을 보호하고 절반은 성안의 백성들을 보호하라고 전해라.”

원천강은 금색 영패를 꺼내 노란 옷의 청년에게 던져줬다.

지난 몇 년 동안 삼계는 조금씩 혼란해졌기에 대당 왕조도 대당 관부를 양성하는 것 외에도 자체적으로 실력을 쌓고 적지 않은 고수를 입궁시켰다. 제단에 있는 10여 명의 진선 중 절반이 궁의 관리였다.

노란 옷의 청년은 짧게 대답한 뒤 황성을 향해 날아갔다.

“국사님,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진룡무극진을 멈추고 요마의 환난을 진정시킨 다음에 용맥의 혈광을 연화시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백발노인이 원천강을 보며 물었다.

진룡무극진은 장안성의 용맥과 깊은 관련이 있기에 만약 중간에 멈췄다가는 용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터였다.

“그건 안 됩니다. 용맥에 물든 저 혈광은 만만치 않아서 반드시 서둘러 제거해 혹시 모를 변(變)에 대비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위험하니 이 대진은 저 혼자서 운공하겠습니다. 그대들은 가서 요마들을 제압하십시오!”

“혼자서 운공하다니요? 어떻게 그런단 말입니까? 진룡무극진은 원기의 소모가 심해 저희 16명이 힘을 합쳐도 겨우 운공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아무리 경지가 높아도 혼자서 진룡무극진을 지탱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내게 방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십시오!”

원천강이 소매를 휘두르자 10여 명의 진선 수사들이 한순간에 진룡무극진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진룡무극진은 일순 어두워졌지만, 원천강의 몸에서 갑자기 하얀 빛이 강렬하게 번득이며 흘러나왔다. 하얀 빛은 그의 옆에서 빛나더니 또 하나의 원천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양신분신(陽神分身)이었다.

분신이 가부좌를 틀자 몸에서 번득이던 영광이 대진 안으로 흘러들었다.

진룡무극진은 바로 이전의 휘황찬란함을 되찾았다.

10여 명의 진선 수사들은 이 광경을 보고 나서야 안심했다.

“국사의 조화로움에 허(許) 모가 감탄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가볼 테니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백발노인은 원천강에게 포권하고는 날아갔고, 다른 수사들이 뒤를 따라갔다.

모두가 떠나는 걸 지켜본 원천강은 그제야 두 눈을 감고 온몸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며 전력으로 대진을 운공했다.

* * *

대당 관부 안. 심협의 몸에서 금빛이 은은하게 빛났다. 소모된 원기가 회복된 상태였다.

명화연노는 화령자가 장룡적을 만드는 동안 들여놓은 상태였다.

한데 심협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강렬한 진동이 사방에서 몰려왔고, 싸우고 죽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으며, 거대한 검은 기운이 시야에 잡혔다.

“요마들이 정말로 다시 왔구나!”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그가 이전에 이미 원천강에게 요마들이 다시 장안성을 공격할 것이라 말해놓았으니 원천강의 신통과 수단이라면 분명 대비가 되어 있을 터. 이번에는 이전과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당 관부의 제자들도 모두 깜짝 놀라 각자의 거처에서 나와 성안의 상황을 보고는 안색이 변했다.

심협은 곧장 붉은 빛으로 변하여 날아갔다.

그때, 펄럭이는 날갯짓 소리와 함께 커다랗고 시커먼 박쥐들이 앞에서부터 날아왔다. 30여 마리에 하나하나의 날개 폭이 5장에 이르렀다. 특히 선두의 한 마리는 궁전처럼 몸이 거대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했다.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파동은 진선 경지였고, 다른 박쥐들도 대부분이 대승기였다.

흉흉한 기세의 박쥐들은 아무래도 대당 관부를 공격하려는 속셈 같았다.

미소가 아직 대당 관부에 있음을 떠올린 심협은 무명 야귀한테서 빼앗은 은광종 법보를 꺼냈다. 법보는 순식간에 몇 배로 커져 물독 같은 큰 종으로 변했다.

이어서 그가 중얼거리자 미간에서 정광이 뿜어져 나와 은색 대종에 떨어졌다.

둥-

우렁찬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거대한 은색 파동이 박쥐들을 뒤덮었다.

진선기 박쥐까지 포함하여 모든 박쥐 요괴들은 눈빛이 흐려지더니 마치 넋을 잃은 듯 허공에 우뚝 멈췄다.

“역시 진혼술과 은광종을 함께 사용하니 위력이 더욱 강해지는구나!”

심협이 흡족해하며 소매를 휘두르자 일곱 자루의 붉은 비검이 날아갔고,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붉은 검사가 되어 박쥐들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박쥐들의 몸은 쩍쩍 갈라져 무수한 검은색 핏덩어리가 되었고, 신혼도 모두 소멸했다.

심협은 순양검의 위력에 크게 기뻐하며 바로 결인을 했다. 그러자 하늘을 가득 메운 검사는 다시 일곱 자루의 비검으로 변하여 그의 몸과 은광종을 떠받친 채 순식간에 하늘 저 멀리 사라졌다.

응전하기 위해 날아오던 대당 관부 제자들은 수많은 박쥐가 순식간에 참살되는 광경에 넋이 나갔는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심협 아닌가? 과연 정 국공과 원 국사가 중히 여길 만한 자로군.”

황목상인이 대당 관부에서 나오더니 심협이 날아간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황목상인, 요마들이 다시 습격했는데 아무래도 균열에서 나온 것 같소. 이럴 줄 알았으면 균열을 완전히 막을 것을……. 이제 어떡하면 좋겠소?”

대당 관부의 장로가 다가오더니 급히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황목상인을 바라봤다. 정교금이 사라진 후 대당 관부 사람들은 며칠간 불안하고 혼란스러웠기에 가장 고수인 황목상인에게 의지하게 된 것이다.

“당황할 것 없다. 국사께서 요마의 난이 재발할 것을 대비하여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두셨다. 오늘이 바로 저 요마들을 몰살시키고 복수하는 날이다! 신무당(神武堂)과 천공당(天工堂) 제자들은 대당 관부를 지키고 나머지는 흩어진다. 천학당(千鶴堂)과 사해당(四海堂)은 남쪽, 나수당(羅修堂)과 광림당(廣林堂)은 동쪽, 화금당(華錦堂)과 백호당(白虎堂)은 서쪽, 출운당(出雲堂)과 무릉당(武陵堂)은 북쪽으로 가서 균열을 막고 쳐들어온 요마를 참살한다!”

황목상인이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자 일제히 대답한 뒤 사방으로 흩어졌다.

* * *

거대한 균열 앞. 육화명은 몸 절반이 상처로 뒤덮인 상태에서 대검을 의지하여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의 앞, 멀지 않은 곳. 검은색 그림자 주위로 하얗고 가느다란 침이 마치 어두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며 수도 없이 날아다녔다. 아름다우면서도 끝없는 살기가 번득였다.

옆의 거대한 균열에서는 두껍고 거대한 검은 빛이 계속해서 하늘로 솟구쳤고, 안에서 요마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놈들은 육화명을 내버려둔 채 주위에 있는 백성들을 공격했다.

비참한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자 육화명은 더없이 초조해졌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앞에 있는 저 검은 그림자는 너무도 강해서 만약 상냉구주가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호오, 제법이구나. 대승 후기 따위가 노부의 천우침진(千雨針陣)을 이 정도까지 막아내다니. 허나 여기까지다!”

검은 그림자가 차갑게 웃으며 지팡이로 허공을 찍었다.

하얀 침이 폭우처럼 쏟아지면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허공을 찢어발길 듯 맹렬하게 울려 퍼졌다.

안색이 변한 육화명이 양손을 연달아 결인하자 상냉구주에서 검광이 폭발하더니 푸른 빛고리가 되어 그의 몸을 뒤덮었다.

하얀 침들이 빛고리를 강하게 두드렸다.

콰르릉! 쾅!

이어 하얀 빛이 폭발하면서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푸른 빛고리는 격렬하게 떨리며 점점 줄어들었고, 곧 완전히 부서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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