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65화 (865/1,214)
  • 865화. 장룡적(葬龍笛)

    “드디어 돌파하는 건가? 심 도우, 그대의 저 귀초는 잠재력이 대단한 것 같소. 모든 음기의 상극인 형흉신광을 각성하고 또 섭혼마음 신통까지……. 잘만 키운다면 앞으로 크게 쓰일 것이오.”

    화령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상고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존재로, 그 안목은 말할 것도 없었기에 그 말에 심협은 한껏 흐뭇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의 법보가 그에게 맞지 않는다는 거요. 귀도는 가장 중요한 게 귀(鬼)인데 도(刀)로 근접전을 벌이다니, 멍청한 귀물 같으니…….”

    화령자는 언제 감탄했냐는 듯 바로 조비극을 비웃었다.

    “그럼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아까 그 검은색 피리는 어때? 음속성 법보이니 귀장이 사용하기에 적합할까?”

    심협도 조비극이 근접전을 벌이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 여기던 차였기에 물었다.

    “그 피리는 내가 살펴봤는데, 상고 시대의 이보인 공귀적이오. 광범위하게 귀물을 조종할 수 있지. 다만 이미 부서진 데다 그 피리를 만든 재료도 지금은 사라져서 복구할 수 없을 게요.”

    “광범위하게 귀물을 조종한다…….”

    그 말을 듣고서야 심협은 뭔가 알 것 같았다. 무명귀성 안에 갑자기 나타나지 말아야 할 귀물 떼가 나타난 것은 모두 이 공귀적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다만 연요석(煉妖石)과 백곡골(百哭骨), 이 두 가지 재료가 있다면 공귀적을 장룡적(葬龍笛)으로 개량하여 본래 일부 능력을 계승하고 저 멍청한 귀물의 섭혼마음 신통을 증폭시켜줄 수 있소.”

    이 말을 듣고 심협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흑연 미굴에서 얻은 수많은 진귀한 재료 중 연요석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백곡골은 없었다.

    “내 수중에 연요석은 몇 개가 있는데 백곡골은 어떤 재료지? 난 들어본 적이 없어. 음, 그러고 보니 약수에서 백곡수를 사냥하긴 했는데…… 그걸로 안 될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백곡수의 시체를 꺼냈다.

    “백곡수! 덩치가 이렇게 큰 걸 보니 천 년은 넘게 산 존재로군! 충분하오. 백곡골은 백골수의 음골이니까. 이렇게 큰 백곡수의 시체라면 백곡골 정화를 충분히 얻어낼 수 있으니 장룡적의 위력을 높일 수 있을 게요!”

    화령자는 백곡수 시체를 보며 기뻐했다.

    심협 역시 내심 기뻐했고, 얼른 두 개의 연요석을 꺼내 백곡수 시체와 함께 명화연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이어서 바로 산하사직도를 꺼냈다. 그림에서 뿜어져 나온 대량의 은빛이 조비극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이내 빛과 함께 조비극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 무명귀성은 음기가 짙기는 하나 매우 기이한 곳이니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조비극이 안심하고 폐관하며 체내의 음기를 연화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었다.

    심협이 소매를 휘두르자 푸른 빛이 은색 대종을 감싸더니 앞으로 끌어 왔다.

    더는 붙어 있는 신혼이 없었음에도 대종은 여전히 푸른 빛에서 벗어나려고 떨고 있었다.

    “역시 뛰어난 보물이야. 주인이 죽었는데도 영성이 있다니…….”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은광종은 음파 공격이 매우 뛰어나서 그의 강력한 신혼마저도 흔들 정도였다. 만약 진혼 비술을 이 종과 연합하여 시전한다면 위력은 이전보다 열 배는 강해질 것이니 필살의 신통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다만 지금은 이 종을 제련할 때가 아니었기에 우선은 소요경에 거두었다.

    일을 마친 심협은 제단 옆으로 가서 푸른 빙산에 손을 얹고는 진창해 신통을 시전했다.

    빙산에 빛이 떠오르더니 빠르게 줄어들었고, 몇 호흡이 자나고서야 푸른 한기가 그의 손으로 모두 빨려 들어갔다.

    빙산이 사라지자 제단 주위의 검은 광막이 다시 살아났다. 진창해의 한기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이를 본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진창해 신통으로 제단을 얼린 것은 무명 야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제단의 연신대진을 떠보기 위함이었다. 진창해 신통은 이미 원만의 경지에 근접하여 한기가 매우 강력했다. 심지어 50도 금제가 있는 법보도 얼릴 수 있을 정도인데 연신대진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심 도우의 한빈 신통이 자유롭게 시전하고 거둘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했을 줄은 몰랐소.”

    화령자가 크게 감탄했다.

    “별거 아니야. 그나저나 이 연신대진을 어떻게 파훼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 좀 알려줘. 그렇지 않으면 번천인으로 부수는 수밖에 없어.”

    “내게 맡기시오. 다만, 복공의 그 신서(神鼠)를 좀 빌려주시겠소?”

    화령자가 자신 있는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협은 손을 들자 제단 부근의 구석진 곳에서 언제 시전했는지 알 수 없는 은빛 영서가 나타났다. 복공의 영수 신서였다.

    복공이 죽은 뒤, 신서는 심협의 수중에 들어왔다. 이 신서는 혈맥의 힘이 희귀했고 천부 신통도 매우 유용하였기에 심협은 공을 들여 이 신서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아까도 이 신서를 사용하여 이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낸 것이다.

    “뭘 하려고?”

    심협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는 아까 신서의 공간 신통을 이용하여 연신대진으로 들어가보려 했지만 검은 광막에 공간의 힘을 차단하는 능력이 있어서 신서가 들어갈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저 신서가 가진 공간혈맥의 힘을 빌려 연신대진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오. 그 안에서 중요한 진안을 부술 거요.”

    “신서의 혈맥의 힘을 이용한다고? 어떻게? 그전에, 절대 이 신서를 다치게 해서는 안 돼!”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이 명화연노 안에는 거대한 공간이 있소. 게다가 이 공간은 그대의 소요경보다 완벽하고 현묘한 공간 금제가 설치되어 있지. 그대도 이 신서가 어떻게 몸 안에 공간혈맥의 힘을 갖고 있고 어떻게 저 정도까지 경지를 올렸는지 궁금하지 않았소? 바로 명화연노 안 공간의 힘과 공간금제의 공로라오. 그리고 이전에 내가 그대에게 준 소나이부도 명화연노 안의 공간의 힘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지.”

    화령자가 당당하고 차분하게 설명했고, 심협은 흠칫 놀랐다. 명화연노 안에 그렇게 많은 것이 있단 말인가.

    “이제 내가 명화연노 안의 공간 금제를 이용하여 신서가 연신대진 광막을 뚫고 들어가는 것을 도울 것이오. 그럼 신서에게 위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유익할 테니 걱정 푹 놓으시오.”

    “그럼 부탁하지.”

    심협은 그제야 안심하고는 신서를 소환하여 명화연노 옆에 놨다.

    그때, 명화연노에서 다시 눈부신 영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은색이었다. 심지어 인근의 허공이 일그러지며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몇 호흡 뒤, 옥처럼 눈부신 은빛이 연노에서 나오더니 신서의 몸으로 들어갔다.

    신서에게서 눈부신 은빛이 떠오르더니 몸이 커졌고, 짜증 섞인 듯 찍찍 울어댔다. 어떤 자극을 받은 듯했다.

    심협이 체내의 심신 각인을 이용하여 안정시키자 신서도 그제야 차분해졌다.

    “천지인신, 육합팔법, 허공전도, 중원귀일(天地人神, 六合八法, 虛空傳度, 衆元歸一)…….”

    명화연노 안에서 화령자의 주문이 들려왔다.

    신서의 몸에서 은빛 문로가 떠오르더니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에 따라 신서의 움직임은 더욱 격렬해졌다.

    이를 본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말없이 지켜봤다.

    다시 시간이 좀 더 흘렀다. 이제 은색 문로가 신서의 몸 전체를 뒤덮은 것이 마치 은색의 갑옷 같았다.

    신서의 몸이 또다시 팽창했다. 하지만 더는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았고, 오히려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재빨리 연신대진 광막으로 뛰어들었다.

    명화연노에서 화령자의 외침이 들려오자 눈부신 은빛이 신서의 몸에서 폭발했다. 그러자 신서의 몸은 찰나의 순간 실체가 사라지고 희미한 은빛으로 변했다. 또한 비록 힘겨워하긴 했어도 연신대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를 본 심협의 표정이 풀렸다.

    화령자도 속으로 안도했다. 명화연노 안의 공간 금제를 발동하여 신서 체내에 있는 공간혈맥 신통을 활성화했지만 사실 연신대진을 돌파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신서가 순조롭게 들어가자 그도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라!”

    화령자가 계속해서 술법을 시전하자 신서가 빠르게 달려가 제단 끝에 있는, 무문으로 가득한 돌기둥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제단은 견고해 보였지만 신서의 날카로운 이빨을 견뎌낼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화령자가 부가한 공간금제의 힘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에 이빨이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번 만에 돌기둥이 부서졌고, 그러자 검은색 광막의 끝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구멍이 벌어졌다.

    명화연노가 바로 날아가 검은색 광막의 구멍 앞에서 멈추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연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흡수의 힘이 구멍을 통해 검은 장막에 스며들었고, 제단 끝의 그 검은 빛으로 날아가 감싸서 끌어냈다.

    하지만 태양 같은 검은 빛에서 실오라기 같은 검은 빛이 나타나더니 주위의 광막과 연결되면서 버텨냈다.

    “역시 금제가 있구나!”

    화령자가 중얼거리고는 술법을 파훼하려 할 때였다. 금색의 부러진 검이 한발 앞서 광막의 구멍을 통해 연신대진 안으로 들어갔다.

    부러진 참마검이 빙글빙글 돌자 고리 모양의 검기가 검은색 실오라기를 베자 너무도 쉽게 잘려 나갔다.

    이를 본 화령자는 기뻐하며 바로 명화연노의 흡입력에 더욱 힘을 더했다.

    검은 빛이 휙 소리와 함께 대진의 구멍으로 빠져나오면서 본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사람통만 한 8면 비석으로, 각 면마다 가느다란 진문이 빼곡하여 매우 현묘해 보였다.

    “역시 연신대진이군. 이리 와라!”

    화령자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명화연노에서 나온 흡입력이 더 강해졌고, 결국 검은색 비석은 연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방금 그 비석은 뭐야? 진반 같은 건가?”

    심협이 참마검과 신서를 거두며 물었다.

    “이건 무족이 만든 진기요. 지금 시대의 진반과 비슷하지. 다만, 무족의 진기는 조금 다르게 진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진문을 이 진기 안에 함축시켜놓기에 진기의 도움 없이도 무진(巫陣)을 설치할 수 있소.”

    “연신대진은 진기비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연신대진을 설치할 수 있다는 건가?”

    “비슷하오. 다만, 이 연신대진의 진기는 손상됐으니 내 먼저 연구하여 복구할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 같소.”

    화령자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연신대진이 네게 그리 도움이 된다는 겐가? 한데 내게도 도움이 된다는 말은 어떤 의미지? 난 진법에 능통하지 않은데…….”

    “나는 그동안 줄곧 기혼전환(器魂轉換)의 도를 연구해왔소. 간단히 말하자면 혼백을 법보의 기령으로 연화하는 수단이오. 하지만 아쉽게도 연혼 방면에 지식이 부족하였는데 이 연신대진이 있으면 마지막 관문을 넘을 수 있다오.”

    화령자가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혼백을 기령으로 바꾼다고? 성공할 확률은?”

    심협도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본래는 잘해야 3할 정도였으나 연신대진을 완벽하게 연구해내면 성공할 확률은 배로 늘어날 게요.”

    화령자의 조금 거만해진 말투에도 심협은 기뻐했다.

    순양검에 주작 기령이 생긴 이후로 위력이 대폭 올라갔다. 만약 화령자가 정말로 그렇게 기령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가 가진 수많은 법보는 훨씬 강해질 것이다.

    “좋아, 천천히 연구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도록.”

    화령자는 이미 연신대진 비석 연구에 빠져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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