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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57화 (857/1,214)

857화. 국공의 실종

잠시 후, 거대한 나무는 뿌리가 뽑히며 조금씩 소용돌이로 휩쓸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허공의 그림이 갑자기 흠천감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심협이 다시 소환한 것이다.

그림의 서남쪽 모퉁이 산 아래 여백에 수묵으로 그린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생겨났는데, 꽃이 만개해 있었다.

이 무렵, 대당 관부 쪽의 대능들도 당연히 이런 상황을 눈치챘다.

“방금 그건…… 산하사직도?”

청련선자가 의아해했다.

“보리선조가 온 건가?”

청모사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런 변고를 예측하고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가. 말이 안 되는데……?”

이정도 의문이 들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어떻게 왔건 가서 직접 보면 되지 않겠소.”

괴마왕이 툭 내뱉고는 흠천감 쪽으로 날아가려 했다.

한데 그때, 도요요의 방해가 사라지자 하늘에서 오랫동안 저지당하고 있던 사상천시대진이 마침내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고, 이에 괴마왕도 어쩔 수 없이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다.

대진이 내려오면서 장안성 곳곳에서는 여기에 닿은 사마와 요수들이 곧바로 소멸되었다. 반면 사람과 가축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사방에서 사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곳곳에 생겨난 땅의 균열로 들어가 탈출하려 했다.

그때, 붉은 허상이 대진을 뚫고 나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요요였다.

“여우 놈! 네 은혜는 이미 갚았으니 앞으로 너와 난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 말만 남긴 채 그녀는 둔광이 되어 장안성 밖으로 사라졌다.

심협은 깜짝 놀라 산하사직도를 돌아봤다. 복숭아나무는 여전히 그림 속에 있었다.

“놀랄 것 없네. 도요요는 세상 모든 복숭아나무의 선조. 본체를 떠나도 그녀의 신혼은 어디고 거처할 수 있다네. 다만 대도를 다쳤을 것이고, 경지의 손실도 심각하겠지.”

원천강의 설명이 끝날 무렵, 대안탑 쪽에서 하얀 빛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더없이 거대한 여우의 허상이 나타나 도요요가 사라진 곳을 향해 읍했다.

“모두가 봤듯이 이번 일은 나로 인해 생긴 일이다. 앞으로 삼계는 나로 인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모두 기대해라!”

희미한 하얀 여우의 허상이 황성 쪽을 바라보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당 관부 쪽의 모든 종파의 장문인, 장로들은 당연히 이 말이 자신들에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저놈은 누구지? 어떻게 나보다 더 날뛰는 거야?”

괴마왕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기운을 철저히 숨겨서 흔적을 찾을 수가 없군요.”

“겁에 질려서 실체도 못 드러내는 걸 보니 관심을 끌고 싶어 날뛰는 애송이에 불과한 것 같소.”

청모사왕이 차갑게 비웃었다.

말을 마친 하얀 여유의 허상은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하늘 높이 사라졌고, 사람들은 각자 상황을 추측하느라 바빴다.

* * *

원천강과 심협이 관부로 돌아왔다.

괴마왕 등은 바로 달려와 좀 전의 일에 대해 물었다.

“선조께서 도와주셨지만, 종문의 보복을 막기 위해 서둘러 방촌산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심협의 설명은 다소 억지스러웠지만,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장안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많은 이가 삼계의 이런 평화에 불만이 많소. 앞으로 모두가 더더욱 삼계의 안정에 힘써 주시오.”

원천강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원 도우, 우리도 돕고 싶었는데 정 도우가 한사코 괜찮다고 해서…….”

“대당 영역 안의 일은 우리 관부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있어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뿐이니 괴 도우께서는 괘념치 마시오. 자, 이번 대회는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소. 모두 돌아가서 오늘 일을 깊이 생각해 보기 바라오.”

원천강의 축객령에 모두가 불쾌했지만,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장안성의 상황은 위태로웠고, 특히 마족과 요족이 계속 머물기에는 부적합했다.

“심 소우, 난 먼저 천기성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 준비가 다 되면 그리 오게.”

떠나기 전, 소부자가 심협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심협이 깊게 포권했다.

이 광경을 본 청련선자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 신비로운 존재였던 천기성 성주가 어째서 심협 같은 후배에게 저리 친근하게 대하는 걸까?’

그러나 그녀도 더는 묻지 않고 떠나갔다.

이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 원천강과 심협, 이정만 남았다.

금시대붕과 화십낭은 여전히 이정의 보탑에 갇혀 있었다.

“심협, 상처가 가볍지 않을 테니 돌아가 쉬게나. 남은 일은 우리가 처리하지.”

원천강의 당부에 심협은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천강과 이정이 대안탑 쪽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사해당에서 나와 자신의 거처에 거의 다다랐을 때, 익숙한 인영이 회랑(回廊)에 쭈그리고 앉아서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미소, 여기는 어떻게……?”

심협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미소가 고개를 휙 들었는데,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사해당에서 도망쳐 나온 그녀는 혼란 와중에 가문의 두 어른과 갈라졌다. 마수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두 우영위의 도움으로 마수를 죽이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혼자 가문의 어른들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여기 남아 기다렸다.

“지금 바깥은 불안정하니 우선은 나와 함께 가자꾸나.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성이 안정되면 함께 그분들을 찾아보자.”

심협이 다독이자 미소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안성에서 추 파파 등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심협뿐이었기에 당장은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심협은 그녀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왔다. 다만 그러는 동안에도 내내 육화명이 다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와 알 수 없는 상황에 불안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몸 상태는 좋았다. 원천강이 준 단약의 약력이 완전히 흡수되어 단전 안에 법력이 쌓여 있었다. 이에 그는 당장 치료하기보다는 성을 살펴보기로 했다.

미소를 안정시킨 그는 거처를 나섰다.

장안성은 곳곳이 폐허가 돼 있었다. 건물과 집은 거의 다 무너졌지만, 사실 이는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울음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요마의 등장에 대당 관부가 신속히 나섰음에도 많은 이가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

심협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많은 백성을 도울 수는 없었다. 그저 그 요마들의 정체를 알아내 죽은 백성들의 혼을 달래주는 수밖에…….

그는 서둘러 성안의 거대한 균열로 향했다. 요마들은 튀어나온 곳인 만큼 대당 관부는 이미 제자들을 파견하여 균열 주위에 봉인을 걸어둔 상태였다.

심협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기에 기척을 숨긴 채 균열 부근과 그 안의 기운을 살폈다.

균열 안에 도사리고 있는 탁한 기운이 땅속의 기맥과 연결된 것 외에, 앞서 튀어나왔던 요마들의 마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기운을 통해 조사하기는 힘들겠군.’

심협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바로 균열 부근으로 조용히 날아갔다.

땅의 균열들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났을 리가 만무했다. 만약 이번 요마의 습격이 누군가의 계획이었다면 근처 백성들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커다란 균열 부근은 가장 피해가 커서 생존자가 적었고,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현혹의 수단으로 그들에게서 구체적인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한데 이 백성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심협은 하룻밤을 꼬박 바쁘게 움직인 뒤에야 장정 한 명에게서 쓸 만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연화대회 전날 밤, 그 장정은 검은색 그림자가 거대한 균열 부근을 남몰래 돌아다니면서 어떤 물건을 땅에 넣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날 밤은 달도 뜨지 않아 너무 어두운 날이었고, 보통 사람이었던 청년은 확실하게 보기는커녕 두려움에 도망치느라 더는 정보가 없었다.

날이 밝아오자 심협은 조사를 마치고 대당 관부로 향했다. 육화명이 뭔가 알아낸 게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아침 햇살이 장안성을 비추자 황금빛이 휘황찬란했다.

하지만 장안성의 분위기는 흉흉했고, 거리에는 행인이 없었다. 하루 전의 번성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심협은 한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재촉했는데, 맞은편에서 삿갓을 쓴 누군가가 걸어왔다. 한데 두 사람이 막 스쳐 지나가는 순간, 상대가 갑자기 깜짝 놀라더니 앞을 막아서고는 삿갓 아래의 반짝이는 눈으로 심협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귀하는 뉘시오? 어찌 앞을 막는 것이오?”

당황한 심협은 경계심을 끌어올리며 공수했다.

“아, 실례했소. 전 도설(塗雪)이라 합니다. 귀하의 성함을 여쭤도 될까요?”

목소리로 미루어 상대는 여자였고, 나이도 많지 않아 보였다.

“제 성은 심 씨입니다. 도 도우께서는 무슨 볼일이신지요?”

심협도 신식으로 그녀의 경지를 살피며 되물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의 기운은 있는 듯 없는 듯하여 경지를 전혀 알아낼 수 없었다. 상대가 태을 존재의 경지라도 능히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신식과 신혼의 힘이 강한 그가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설마 그 이상의 실력자란 말인가!

“소녀는 재주가 뛰어나지 않은 해외의 산수입니다. 대대로 영재를 판매하는 일을 맡아왔는데 번화한 대당을 사모하여 특별히 이번에 장사하러 오는 김에 대당 수사들과 친분을 맺고 싶었습니다. 심 도우도 대당의 수사이신 듯한데, 혹시 저와 친분을 맺어주실 수 있나요?”

하얀 옷의 그녀가 삿갓을 살짝 위로 올리자 청초한 얼굴이 드러났다. 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버드나무 같은 눈썹. 절세의 미녀는 아니었지만,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그러시군요. 허나 송구합니다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 소저의 호의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심협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경지를 알아낼 수 없는 데다 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앞을 막아서고는 장사를 한다니, 딱 봐도 핑계였다.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는 상대라면 조심하는 게 상책이었다.

말을 마친 그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자신을 도설이라 밝힌 여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멀어져 가는 심협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두 눈에서 정광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정광을 숨겼다.

도설이 쫓아오지 않는 것을 알고서야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대당 관부로 걸음을 재촉했다.

한데 도착해보니 대당 관부 안은 소란스러웠고 적지 않은 사람이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심협은 내심 긴장하며 대당 관부 주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육화명과 몇 명의 장로가 있었다. 안면이 있는 황목상인도 보였다. 그들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어째서인지 정교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육형, 무슨 일이 있습니까?”

“심형.”

육화명은 그제야 심협이 왔음을 눈치챘다.

“관부가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겁니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국공 대인은 어디 계십니까?”

“스승님이…… 실종되셨네.”

육화명이 다른 몇 명의 장로와 눈빛을 교환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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