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54화 (854/1,214)
  • 854화. 현혹

    새빨간 혀는 다시 여세를 몰아 순식간에 옆에 있는 다른 우영위의 태양혈을 노리고는 엄청난 속도로 머리를 꿰뚫으려 했다.

    그때, 붉은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영위의 얼굴 앞을 스쳐갔고, 메기 마수의 새빨간 혀에서 피가 튀었다.

    붉은 빛은 날카로운 비검으로, 마수의 기다란 혀를 단숨에 두 갈래로 잘라버렸다.

    메기 마수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기다란 혀를 거두었다.

    이 광경에 모두가 겁을 먹고 일제히 문을 향해 달려들었고, 부인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욱 격렬해졌다.

    “어서! 어서 문을 열어!”

    “정말 우리를 여기서 죽이려는 거냐!”

    “우리를 죽이는 건 저 괴물이 아니라 바로 네놈들이다!”

    울부짖음이 더욱 거세고 간절해지자 문을 지키는 우영위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열어줘야 하나?”

    한 우영위가 머뭇거리며 중얼거리자 다른 두 명의 우영위도 고민에 빠졌다. 잔뜩 찌푸려진 미간은 그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었다.

    “열어줘서는 안 돼! 국사께서 이 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열면 안 된다고 하셨다!”

    방금 사람을 구하다가 거의 죽을 뻔했던 우영위가 크게 외쳤다.

    “네놈들이 우리를 죽인다면 차라리 너희를 먼저 죽이겠어.”

    방금 전까지 마수 앞에서 겁에 질려 있던 청년이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품에서 단도를 꺼내 우영위의 뒤통수를 찌르려 했다.

    완전히 무방비였던 우영위는 도에 찔려 피를 흘렸다.

    워낙 갑작스런 상황이라 심협마저 예상하지 못했다.

    ‘자기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죽이려 하다니!’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 다시 일어난 광경에 그는 서둘러 움직였다.

    청년은 다시 단도를 들어 우영위에게 휘둘렀다. 다만 이번에는 그의 팔이 갑자기 무언가에 막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심협이 제때 나선 것이다.

    다시 마수의 포효가 들려오더니 메기 마수가 갑자기 폭주하여 심협에게로 곧장 달려들었다. 마수는 커다란 입을 벌리고 오혈(汚血)을 뿜어내며 심협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심협은 녀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순양비검이 바로 번쩍하더니 불꽃을 뿜어내며 허공에서 세 개로 나뉘어 마수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다음 순간, 메기 마수의 몸에 균열이 생기더니 타오르는 불꽃이 안에서 폭발했다.

    펑!

    메기 마수의 몸이 폭발하는 동안에도 심협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청년의 팔을 힘껏 잡았다.

    콰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청년의 팔이 부러졌고, 뼈가 부스러졌다. 그러자 피와 살이 움츠러들어 부스러진 뼈를 감싸더니 마치 새끼줄처럼 변했다.

    “끄아악!”

    청년의 입에서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를 본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둘러봤다.

    모두가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깜짝 놀라서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도에 찔린 우영위가 고통을 참으며 다가와 심협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심협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법력을 주입하여 상처를 막아준 뒤 단약을 먹였다. 그는 청년의 비명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백발노인을 지나 아기를 안고 있는 부인에게 향했고, 다시 그녀 품에 있는 아기에게로 향했다.

    “이렇게 사람들을 가지고 놀면 재미있나?”

    심협의 호통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심협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무시한 채 계속해서 그 아기를 노려보았다.

    “네가 뭐 하는 자인지, 어떻게 기운을 숨겨 내 영목(靈目) 신통으로도 간파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만, 너와 네 꼭두각시 사이의 연결은 훤히 보이는구나.”

    말을 마친 그가 팔을 비틀자 청년의 팔이 바로 꽈배기처럼 변하며 형태가 일그러졌다.

    “으흐흑…….”

    청년은 귀신처럼 울부짖었다.

    주위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다만 누구도 심협의 언행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심협은 흉악무도한 자였다.

    부인의 품에 안긴 아기의 울음은 더욱 강렬해졌다.

    “너와 놀아줄 시간 없다.”

    심협이 차갑게 말하고는 손으로 청년의 목을 베었다. 그러자 청년의 머리가 버티지 못하고 한쪽으로 떨어졌고, 몸은 그대로 쓰러졌다.

    동시에 아기의 울음이 뚝 그쳤다.

    이 광경에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심협을 바라보는 눈길은 더욱 겁에 질렸다.

    하지만 곧이어 모두가 다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부인 품에 있던 아기를 감싸고 있던 천이 미끄러져 내려왔는데, 드러난 윤곽은 여전히 아기였지만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주름이 가득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고, 몇몇 여자는 다리가 풀려 쓰러지며 혼절했다.

    “정말 재미없는 놈이로군.”

    그 ‘아기’의 목소리는 나이가 많은 노인처럼 쉬어 있었다.

    아기를 안고 있던 부인은 약간 입을 벌린 채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두 눈은 넋이 나간 듯 풀렸다.

    심협이 손을 들자 순양검이 돌아왔다.

    그가 한 손에는 검을 든 채 한 걸음씩 부인과 아기를 향해 걸어가자 한 마리 흉수와 같은 기운이 치솟았다.

    그 광경을 본 ‘아기’의 얼굴에는 주름이 더욱 깊어졌고, 눈빛에는 경계심이 드러났다.

    “말해라. 백성들을 현혹하여 우영위들에게 문을 열게 하려 한 목적이 무엇이냐?”

    심협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별거 없다. 그저 황실 정원이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었다. 저 문에 용의 기운이 흐르고 있고 진법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강제로 못 열어서 아쉬울 뿐.”

    심협은 그 말을 듣자 차갑게 웃었다.

    “황궁에서 날뛰는 사마들이 정원에서 제압당하자 봉인당할 것이 두려워 백성들을 현혹하여 우영위에게 문을 열게하려 한 거겠지. 아닌가?”

    심협에게 간파당하자 그 아기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고, 눈에는 분노가 스쳐갔다.

    한편, 이 말을 들은 백성들은 이 문을 여는 순간 더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렵게 제압한 더 사나운 사마들을 풀어주는 일이 됐을 것임을 그제야 이해했다. 방금 우영위들은 자신들의 살길을 막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한 것이었다.

    상황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바로 그때, 아기의 목에서 끌끌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가 서 있던 땅이 갑자기 갈라졌다. 이에 사람들은 대부분 균형을 잃고 갈라진 균열로 떨어졌다.

    무너진 땅속에서 괴수의 포효가 들려오더니 거대한 그림자가 아래에서 곧장 튀어나와 커다란 입을 쩍 벌려 한입에 그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심협이 고개를 숙여 보니 아까 본 녀석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메기 마수가 땅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혼란에 빠진 백성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마수의 입으로 떨어져야 했다.

    한데 그때, 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의 몸을 받치더니 일제히 뒤로 끌어당겨 다시 강가 쪽에 내려놓았다.

    이와 동시에 혼탁한 강물이 용솟음치더니 거대한 물 구렁이가 나타나 떨어지는 사람들의 몸을 받았다.

    마수는 입에 거의 다 들어온 먹이를 빼앗기자 분노해 갑자기 폭주하더니 커다란 입에서 검은색 소용돌이를 뿜어냈다.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흡입력이 심협의 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심협은 둔광으로 변하여 피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위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하늘을 덮으며 내려왔다. 부인 품에 안겨 있던 아기가 허공에서 법결을 맺으며 그를 압박해온 것이다.

    심협은 보이지 않은 중압감이 다가오자 날아서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마수의 입으로 떨어져야 했다.

    검은색 소용돌이가 강렬하게 휘몰아쳐 심협을 집어삼켰고, 마수는 입을 굳게 닫았다.

    아기는 이 광경을 보고는 끌끌 하는 괴상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다시 부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저놈은 처리했으니 이제 너희 차례다. 쯧쯧, 얌전히 문을 열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이제 너희는 전부 죽어줘야겠구나. 끌끌끌!”

    아기의 목소리는 마치 모래가 바위를 긁는 것처럼 거슬렸다.

    아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부인의 눈에서 혈광이 터져 나오더니 사방으로 흩어진 사람들을 쫓아가려 했다.

    한데 그 순간!

    꽈르릉!

    갑자기 천둥 같은 소리가 마수의 뱃속에서 울려 퍼졌다.

    뒤이어 한 줄기 검광이 마수의 배를 찢더니 홍련업화가 솟아올랐다.

    마수의 입에서는 고통에 찬 신음이 울려 퍼졌고, 연이은 폭발음이 뱃속에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수많은 곤봉 허상이 배에서 튀어나왔고, 순양비검이 찢어발긴 구멍도 순식간에 백배로 커지면서 혈우(血雨)가 흩날렸다.

    다음 순간, 메기 마수의 몸이 폭발했다.

    심협이 그 폭발에서 뛰쳐나오더니 순식간에 부인 앞에 나타나 품에 안긴 아기를 향해서 현황일기곤을 휘둘렀다.

    부인은 전혀 피하지 못하고 그저 몸을 휙 돌려 품에 안긴 아기를 보호했다.

    펑!

    빛을 뿜어내는 현황일기곤이 부인의 등을 내리치자 바로 폭발음과 함께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의 두 무릎은 땅에 닿았지만, 여전히 품의 아기를 보호했다. 주위의 대지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그때, 기이한 광경이 일어났다!

    부인의 등이 눈에 보일 정도로 파이더니 피와 살이 빠르게 줄어들어 순식간에 수분을 모수 빼앗긴 귤껍질처럼 구겨진 것이다.

    동시에 품에 안겨 있던 아기는 빠르게 성장하여 온몸이 새까만 어린아이가 되었고, 품에서 튕기듯 날아가 그대로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백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했지만, 백발의 노인만은 멍한 눈빛으로 그 자리에 선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기는 노인의 머리 위를 뛰어넘으며 양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고는 등에 매달렸다.

    그는 원망이 담긴 눈으로 심협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백발노인의 목을 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백발노인도 아까 그 부인처럼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않았고, 이내 몸이 빠르게 말라 앙상한 뼈만 남게 되었다.

    심협이 한 손에 곤봉을 들고 뒤쫓았고, 다른 손은 뒤로 휙휙 휘둘렀다. 그러자 순양비검에서 불꽃이 타오르더니 아기의 등 뒤로 날아갔다.

    노인의 피와 살을 먹어치운 아기는 몸에 다시 변화가 일어나 뾰족한 귀와 두 개의 날개가 돋아났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라 비검을 피했고, 곧장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심협은 한 발을 들어 발끝으로 날아오는 비검을 밟고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양손은 현황일기곤을 움켜쥔 채 아기를 향해 돌진했다.

    아기가 갑자기 입을 벌리자 날카로운 소리가 눈에 보이는 음파를 이루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갔다.

    음파의 영역에 들어서자 심협은 식해가 강렬하게 흔들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사물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면서 아기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부주진신법이 발동하여 강력한 신념이 퍼져 나가자 순식간에 식해의 흔들림이 사라졌고, 눈앞의 광경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럴 수가!”

    아기는 심협이 순식간에 자신의 신념 공격에서 벗어나자 아연실색했다. 이 비술에 자신이 있었기에 심협을 그릇 위의 먹잇감 정도로 생각한 탓에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살위철봉(殺威鐵棒)!”

    심협이 외치면서 붉은 빛이 감도는 현황일기곤을 살기등등하게 내리쳤다.

    아기는 이미 피하지 못할것을 깨닫고는 이를 악물었고, 순식간에 피부가 혈홍색으로 변했다.

    펑!

    현황일기곤이 아기의 몸을 강하게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

    심협이 눈을 부릅떴다. 주먹만 한 무언가가 폭발의 힘을 빌려 곧장 멀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심협은 주저 없이 바로 순양비검을 쥐고 둔광으로 변하여 쫓아갔다.

    그는 저 멀리 3촌 길이의 핏빛 벌레 한 마리가 허공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벌레는 형용할 수 없는 자태로 날았는데, 속도가 상당해 몇 호흡 만에 궁벽을 넘어 안으로 쏜살같이 날아갔고, 이내 자취를 감췄다.

    심협은 도망친 곳이 흠천감 쪽임을 알고는 서둘러 쫓아갔다.

    흠천감은 황궁 북서쪽에 있었고, 황성에서 가장 높은 지형에 세워져 있어서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였다. 커다란 나무나 건물이 시선을 가리지 않아서 별을 관측하기에도 가장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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