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51화 (851/1,214)
  • 851화. 마수의 습격

    “이번 사건은 사타령과 반사동이 주도하였으니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방촌산에 선옥 백만 개를 배상하고, 주도자인 금시대붕과 화십낭은 대안탑(大雁塔)에 5백 년간 구금될 것입니다.”

    정교금의 말에 연무대 아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5백 년이라면 경지가 높은 수사에게도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더욱이 대안탑은 본래 마족을 제압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법탑으로, 마족이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마치 연옥에 빠져서 엄청난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 매우 무거운 벌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견이 있는가?”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우리가 이견이 있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나?”

    정교금의 물음에 화십낭이 웃으며 물었다.

    “달라질 것은 없다.”

    정교금은 바로 답한 뒤, 두 사람의 반응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에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는 육아상왕과 능파성의 성주 양전 그리고 마왕채의 장로 지영에게는 다음과 같은 벌을 내린다. 각자 자신의 종문에서 3백 년간 한 걸음도 나와서는 아니 된다. 이를 어길 시 인, 선, 마 삼족이 함께 처벌한다.”

    지영과 육아상왕은 이 말을 듣자 모두 안도했다.

    “또한, 이들이 속한 종문은 사안이 중대함에 따라 각자 선옥을 배상하고, 직접 참여한 자들은 모두 각자의 종문에서 백 년간 출입을 금한다!”

    뒤이어 정교금이 손을 휘두르자 종이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는데, 거기에는 관련된 모든 종문의 처벌이 세밀하게 적혀 있었다. 이는 그곳에 모인 모두에게 선명하게 보였다.

    이러한 결과에 심협은 당연히 불만이 많았다. 방촌산에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생겼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선옥으로 배상하는 것은 죽어간 생명들과 비교해 너무도 약한 처벌이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선포한 이런 결과들은 많은 세력이 모여 논의한 결과이고, 이번 연화대회는 그저 이 결과를 선포하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자리에 불과함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 결과를 방촌산도 알고 있다고 했으니, 방촌산의 직계 제자도 아닌 자신이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

    본래 이미 상의한 결과를 선포하기만 하면 됐던 대회는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국은 본래의 궤도로 돌아간 셈이었다.

    “금시대붕과 화십낭은 바로 대안탑으로 압송할 것이니 지금 나를 따라 대자은사로 간다.”

    원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불진을 휘두르며 말했다.

    괴마왕과 심협의 난동을 겪은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이 회의를 끝내려 했다.

    금시대붕과 화십낭은 이런 결과에 이미 대비하고 있었기에 어떤 반항도 하지 않았지만, 심협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심협은 평온한 눈으로 그들의 눈빛을 받아냈다.

    그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쾅!

    어디선가 갑자기 폭음이 들려왔다!

    뒤이어 대지가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렸다.

    심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땅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위아래로 출렁였다.

    곧 이런 규칙적인 파동은 격렬한 진동으로 변했다.

    이어서 연무대 중앙이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더니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남북으로 갈라지는 균열이 가장 커 무려 수백 장까지 늘어나더니 연무대와 광장을 절반으로 갈랐고, 놀란 사람들은 몸을 피하기에 바빴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연무대 뒤에 있던 대전도 무너졌다.

    무너진 균열에서 자흑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검은색 마무(魔霧)가 솟아 사방으로 퍼졌다.

    “금시대붕, 이게 무슨 짓인가?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정교금이 분노를 담아 호통을 치자 금시대붕의 눈에 미심쩍은 빛이 스쳐가더니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옆의 화십낭을 노려봤다.

    “왜 날 보는데?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나한테 이럴 능력도 없다고!”

    화십낭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청모사왕과 빙빙선자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 해명했다.

    “정 도우, 맹세컨대 절대 우리 사타령의 소행이 아니오.”

    “우리 반사동도 아닙니다. 폐관수련을 끝내고 나와서 방촌산 사건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화십낭과 모든 가담자를 감금했습니다. 절대로 그들의 소행일 리가 없습니다.”

    빙빙선자도 황급히 해명했다.

    반면 괴마왕은 느긋하게 일어나 자신의 민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마왕채 소행도 아닌데…… 이상하군. 그럼 누구 짓이려나? 무저동 놈들인가?”

    “괴 도우, 이런 상황에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그 결과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화십낭이 싸늘하게 비웃었다.

    탁탑천왕 이정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구덩이 앞으로 다가가 몸을 굽히고 살폈다.

    쾅! 콰쾅!

    또다시 굉음이 연달아 울렸다.

    심협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장안성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때, 원천강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강한 마기라니!”

    “이 마기는 순수하지 않소. 살기가 많이 섞여 있군. 순수한 마족이 아니라 오히려 땅속의 사마(邪魔)와 더 비슷해!”

    청모사왕도 공기 중의 냄새를 맡고는 말했다.

    마족은 치우의 혈마가 얼마나 많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여러 부류로 뉜다. 치우 혈마가 많이 담겨 있을수록 정통이고, 적을수록 정통과 멀어진다.

    이외에도 또 한 무리, 오랫동안 땅속에 칩거 중인 사마가 있다. 이들의 혈맥은 상고 시기 마수 도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혈맥이 불순하고 영지가 높지 않아 마수에 가까웠다.

    사마들은 하나같이 잔인하고 피를 탐하며, 마족까지도 먹잇감으로 취급했다. 인, 선, 두 종족은 당연히 이들을 혐오했고, 마족에게도 이단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많은 사마의 기운을 모은 것을 보면 오랜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오. 이전에 장안성에 뭔가 수상한 곳이 었었소?”

    이정이 흙을 한 줌 쥐어 손가락으로 비비며 말했다.

    쾅!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북서쪽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모두가 그쪽을 돌아보자 수백 장 길이의 칠흑 같은 촉수가 땅을 뚫고 올라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촉수에는 검은 빛이 감돌았으며, 주위에 교차하는 검은 번개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칠흑 같은 촉수가 사방으로 떨어질 때마다 번개가 내려왔고 번갯불이 사방으로 튀었다. 수많은 기와가 부서지면서 돌과 모래가 흩날렸다.

    “쿠오오오!”

    어디선가 울부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와 동시에 갑자기 금빛이 하늘 높이 뿜어져 나왔다. 이 빛은 하늘을 찌르는 광진(光陣)이 되어 촉수를 에워쌌다.

    “흠천감!”

    그곳을 바라본 원천강의 표정이 굳어졌다.

    곧바로 대당 관부의 뒤쪽인 북쪽에서 괴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백 장 크기에 온몸이 칠흑처럼 새까만 괴수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그 사마는 거대한 소머리에 얼굴은 하얀 뼈로 되어 있어 마치 백골의 가면을 쓴 것 같았다.

    상반신은 인간족과 다름없었지만, 일고여덟 개의 굵은 문어 다리 같은 촉수를 움직여 지나가는 구역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자욱한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았다.

    “황궁도 습격당하고 있다!”

    정교금이 눈살을 찌푸렸다.

    “건방진 마수놈들!”

    “죽어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개의 웅장한 목소리가 황궁에서 들려오더니 명광 갑옷을 입은 백 장 크기의 두 거한이 나타나 금색 항룡간(亢龍鐗)과 칠흑의 타룡편(打龍鞭)을 소머리 사마를 향해 휘둘렀다.

    콰쾅! 쿵!

    폭발이 연달아 울려 퍼졌고, 장안성 전체는 혼란에 휩싸였다.

    칠흑 같은 연기가 검은 요룡(妖龍)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것처럼 성 곳곳에서 피어올라 장안성 상공을 휩쓸었다. 백성들은 기억이 없을지 모르지만, 수사들은 대부분 경하용왕이 만귀(萬鬼)를 이끌고 장안성으로 쳐들어왔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한데 이번은 그때보다도 상황이 심각했다.

    소부자 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그들의 눈에 의심이 스쳐갔다.

    “정 도우, 큰 혼란이 일어난 것 같구려.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만 하시오. 의리상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오.”

    괴마왕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정교금은 그를 무시한 채 원천강을 돌아보았다.

    “흠천감이 공격당하면 호성(護城) 대진이 바로 펼쳐지는 게 정상이오. 한데 흠천감을 보호하는 대진이 펼쳐진 것을 보면 그쪽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소. 내 가볼 테니 이곳을 부탁하오.”

    원천강은 당황스러운 기색 없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알겠습니다.”

    정교금이 고개를 끄덕이자 원천강은 법결을 맺어 발밑에 생겨난 팔괘진(八卦陣)을 타고 떠올랐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팔괘의 위치가 바뀌면서 본래 서 있던 간(艮) 위치에서 순식간에 이(離)의 위치로 바뀌었고, 그의 모습도 사라졌다.

    “육화명! 명을 받들라!”

    정교금이 광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제자 육화명, 대령했습니다.”

    육화명이 바로 연무대 앞으로 날아왔다.

    “서둘러 대당 관부의 모든 당주와 제자들을 이끌고 장안성의 백성들을 구하라. 절대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교금이 영패를 던지며 말했다.

    “존명(尊命)!”

    육화명은 곧장 영패를 받아 들었다.

    “명심해라. 백성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고, 요마를 죽이는 것은 나중이다.”

    “예!”

    대답하는 육화명의 몸은 벌써 멀리 날아가 있었다.

    “우영위는 명을 받들라! 황성으로 돌아가 황궁을 보호한다. 절대로 요마의 침입을 허해서는 아니 된다!”

    정교금이 이어서 말했다.

    “정 도우, 우리도 미력하나마 돕겠습니다.”

    청련선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아미타불, 빈승도 화생사로 돌아가 제자들을 데리고 와서 돕겠소.”

    공도선사가 한 손을 세우며 말했다.

    “모두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안성의 혼란은 잠시일 뿐, 곧 안정될 테니 모두 너무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정교금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정 도우, 아무래도 우리를 못 믿나 보구려. 우리는 진심으로 돕고 싶을 뿐이오.”

    괴마왕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괴 도우, 닥치시오. 더 설쳐댄다면 우리는 이를 마왕채의 소행이라 여길 것이오.”

    줄곧 침묵하던 소부자가 날카롭게 꾸짖자 괴마왕은 그를 흘끗 노려봤으나, 입은 닫았다.

    둥! 둥! 둥!

    갑자기 멀리서 다급한 북소리가 들려오자 정교금의 안색이 급변했다.

    심협도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고는 표정이 굳었다.

    이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은 대안탑이 있는 대자은사였던 것이다.

    고민하던 정교금은 이정을 돌아봤다.

    “대안탑에 갇힌 자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자들이니 절대로 일이 생겨서는 아니 되오. 내 바로 가봐야 할 듯하니 이 도우께서 우선 금시대붕과 화십낭을 가두어줄 수 있겠소?”

    이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모사왕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셋째 아우를 대안탑에 가두는 것에 동의한 것만으로도 이미 말할 수 없는 굴욕이었는데 그를 이정의 영롱보탑에 가둔다니, 이는 그에게 더욱 큰 굴욕을 주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지만, 결국 분을 삭였다.

    지금 정교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전음으로 친분이 두터운 공도선사와 청련선자에게 이곳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요족과 마족 수사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대안탑 쪽 상황이 긴박하지 않았다면 그도 이곳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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