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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41화 (841/1,214)

841화. 다른 목적

콰쾅!

갑자기 강렬한 충격을 받은 오흠의 가슴에서 폭음이 터졌다.

현황일기곤 끝에서 폭발한 금빛이 강렬한 충격파가 되어 오흠을 날려버렸다.

심협은 곧바로 뒤쫓아 가면서 강력한 기세로 힘을 모았고, 달빛을 뿜어내는 곤봉으로 오흠을 강하게 내리쳤다.

“당두봉갈(當頭棒喝)!”

현황일기곤은 바람을 가르고 거대한 힘으로 허공을 찢으며 오흠을 내리쳤다.

남해 용왕은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다시 검은색 송곳을 꺼내 용의 포효와 함께 심협의 현황일기곤과 충돌했다.

꽝!

곤봉이 송곳의 끝과 충돌하자 강렬하게 요동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막을 찢을 정도의 날카롭고 중후한 소리에 심협은 신혼이 흔들리고 어지러웠다.

현황일기곤과 검은 송곳은 동시에 튕겨나갔다.

하지만 갑옷이 강력한 충격을 분산시킨 덕에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오흠은 다시 몸을 가누어 자신의 목을 감고 있던 금색 밧줄을 덥석 잡고는 명렬한 기세를 폭발시키며 크게 휘둘렀다.

밧줄의 반대편을 잡고 있던 오홍은 운석처럼 땅에 꽂히며 피를 토했다. 그가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휙!

가느다란 혈광이 오홍의 목을 노리며 날아왔다. 그리고 오홍은 미처 혈광의 공격조차 눈치채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홍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려는 순간, 금색 곤봉이 날아와 혈광을 튕겨냈다.

심협은 현황일기곤을 멈추지 않고 혈광이 날아온 땅을 내리쳤다.

꽝!

굉음과 함께 땅에 10여 장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났고, 거기서 누군가 쏜살같이 빠져나왔는데 바로 오우였다.

심협은 그녀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아까 오홍의 일격에 쓰러졌던 그녀가 죽었을 거라고는 애초에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포효하자 영혼을 제어하는 강렬한 힘이 담긴 음파가 퍼져 나가면서 오우의 눈앞이 흐려졌다. 바로 진혼비술의 위력이었다.

오우의 뒤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천살시왕이 나타나 열 개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오우의 몸을 강하게 베었다. 손톱이 지나간 허공에서 검은 흔적이 남았다.

하지만 오우의 몸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검은색 존재가 다시 허공에 나타나 두 주먹으로 천살시왕의 공격을 막았다.

오우는 충돌로 인한 폭풍에 휩쓸렸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는 지친 기색으로 몸을 피했다.

연달아 울려 퍼지는 심협의 음파 공격에 그녀는 심신에 강력한 압박감을 느꼈고,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피해 숨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 앞의 허공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또 다른 심협이 나타났다. 그는 보라색 화로를 들고 서 있을 뿐이었는데, 이 화로에서 대량의 보라색 마염이 뿜어져 나와 오우의 몸을 뒤덮었다.

“분마열염(焚魔烈焰)!”

깜짝 놀란 오우가 빠르게 옆으로 피했지만 팔, 가슴 등 곳곳이 마염에 닿고 말았다. 그러자 마염이 닿은 곳에서 주먹만 한 보라색 거품이 일어나더니 터지면서 오우와 완전히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 여인의 얼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보라색 거품이 터지면서 새로운 얼굴이 반쯤 드러났는데, 가녀린 눈썹에 오똑한 코, 화려한 미모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지간한 남자라면 보는 순간 그녀에게 빠져들 만큼 매혹적이었다.

“너는!”

심협이 깜짝 놀랐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 바로 운몽택의 만성공주였다.

‘파사가 이전에 만성공주 등이 비밀리에 운몽택을 떠났다고 했지. 이리로 온 것이로군. 한데 어째서 심혈구이주가 아니라 뼈피리를 가져간 거지?’

심협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빠르게 회전했다.

한편, 만성공주는 서둘러 드러난 얼굴을 가렸다. 아직 천살시왕과 싸우고 있던 검은 존재의 몸이 흔들리면서 빠져나오더니 다음 순간 오우의 앞에 나타나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그윽하기 짝이 없는 어둠이 폭발해 그녀의 몸을 뒤덮자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음산한 힘이 솟구쳤다.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보라색 화로를 들고 뒤로 물러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심협 옆에 서더니 그 몸으로 들어갔다. 명화연노도 다시 소매속으로 넣었다.

이 심협이 본체였고, 명화연노를 들고 있던 것은 수혼술로 만든 분신이었다.

정신을 차린 오홍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오흠 역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천살시왕에게 앞이 막혀서 다가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만성공주를 뒤덮고 있던 어둠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금방 무너져 사라졌는데, 잠시 만성공주의 모습을 드러냈다가 바로 오우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심협과 보라색 화로를 노려보더니 뒤로 날아갔다.

심협의 눈빛이 그녀를 쫓았지만 막지 않고 그녀가 오흠에게 다가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오흠과 대치하던 천살시왕도 뒤로 물러나 심협 옆에 섰다.

“여의주는 얻었으니 더는 저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 동해를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다.”

“안 돼! 저놈들은 나를 몰아세워 조룡의 변신을 보이게 했다. 오늘 반드시 죽여야 한다. 먼저 가서 임무를 완수해라.”

오흠은 표정이 굳은채 외치더니 심협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음대로 해라.”

만성공주는 차가운 한 마디를 남기고는 밖으로 달아나려 했다.

“서라!”

이를 본 오홍이 곧장 날아오르며 온몸에서 빛을 번쩍이더니 진룡의 몸으로 변해 거대한 몸으로 만성공주의 길을 막아섰다.

만성공주는 차갑게 웃더니 아까 손에 넣은 핏빛 피리를 꺼냈고, 연화도 하지 않은 채로 입가에 대고 불었다.

날카로운 피리 소리는 마치 수많은 날카로운 검처럼 사방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어떤 법력과 장벽으로도 막아낼 수 없었다.

“크아악!”

오홍이 비명을 지르며 그 거대한 몸이 땅으로 떨어졌고, 보물창고 안의 많은 선반이 부서졌다.

심협도 음산한 송곳이 찌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고, 단전 안의 마기가 갑자기 용솟음치면서 온몸을 휘저으며 법력과 격렬히 충돌했다.

눈이 핏빛으로 물들면서 흐릿해졌고, 식해에는 갑자기 시체의 산과 피바다가 나타났다. 자신은 혈룡의 등에 엎드려 있었는데, 그 비늘을 헤치고 근육을 뽑아내 그의 피와 살을 뜯어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도 아무런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에 없던 만족감이 솟구쳤다.

피를 탐하는 욕망이 심협의 머릿속을 완전히 뒤덮은 순간, 그의 손에는 현황일기곤이 아닌 핏빛 장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그대로 몸 아래의 혈룡을 찌르려 취했다.

그의 몸 아래서 몸부림치는 혈룡은 바로 오홍이었다.

심협이 검을 내려치면 오홍의 척추는 완전히 부서질 터였다.

검이 막 내리꽂히려는 순간, 심협은 포효하며 전력을 다해 부주진신법을 운공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을 안정시키고, 체내에서 충돌하는 법력과 마기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치명적인 피리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자 체내의 법력과 마기는 다시 격렬하게 충돌했고, 몸 곳곳의 경맥이 끊어지면서 얼굴은 핏빛으로 물들었으며, 몸은 절반으로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피에 대한 탐욕이 더욱 강렬해져 마치 성난 파도처럼 남은 이성을 공격했다. 곧 완전히 함락될 것 같았다.

“아직…… 하지 못한 게 많은데…… 이렇게 삼켜질 수 없어!”

그는 전력을 다해 부주진신법을 운공했다. 그러자 한 줄기 남은 이성이 위태로운 와중에도 힘겹게 버텨냈다.

치열할 고통 속에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심지어 시간의 흐름마저 흐려지는 것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무서운 피리 소리는 계속해서 보물창고 안에서 울려 퍼졌다. 허공에는 수많은 마문 같은 핏빛 음표가 떠올라 그곳을 가득 채웠을 때, 심협의 임랑환에도 수많은 핏빛 음표가 떠올라 침투했다.

그 순간, 임랑환 안에 담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렸다. 그 안에는 이전에 복공에게서 얻은 백옥과 검은색 씨앗이 들어 있었다.

씨앗에서 갑자기 검은 빛이 일렁이더니 흡입력이 뿜어져 나와 핏빛 음표들을 빠르게 빨아들였다. 일렁이던 검은 빛은 점점 더 밝아졌고, 더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몇 호흡이 지나자 임랑환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검은색 씨앗이 나타나 밝은 검은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주위의 혈색 음표들은 더욱 빠르게 흡수됐고, 조금씩 심협의 단전께로 날아갔다.

핏빛 음표는 뼈피리 안의 마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 씨앗은 순수한 마기를 쫓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 보물창고에서 마기가 가장 짙은 두 곳이 바로 핏빛 뼈피리와 심협의 단전이었다.

금빛이 번쩍이자 씨앗은 심협의 단전으로 들어갔고, 거기에서 탐욕스럽게 주위의 치우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핏빛 뿔피리에서 폭주하던 마기가 점점 약해지자 심협 체내에서 마기와 법력의 충돌도 많이 가라앉았다.

대량의 치우마기를 흡수한 검은 씨앗은 빛이 몇 배나 더 짙어졌다. 그리고 콰직 소리와 함께 씨앗의 균열에서 검은색 뿌리가 자라나 심협의 단전에 박혔다.

알 수 없는 기운이 검은색 뿌리에서 흘러나와 그의 경맥을 빠르게 헤엄쳤다. 그 기운은 법력도 아니고 마기도 아니었다. 다른 원기 같았는데, 더없이 기이했다. 다만 그것이 어디로 흘러가든 날뛰던 마기와 법력 모두 곧장 물러갔다.

알 수 없는 기운은 그의 몸을 한 바퀴 돌고는 마지막에 머릿속으로 들어가 흩날리며 머리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머리가 웅웅 울리더니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신혼의 힘이 더 순수해졌고, 곧 무너질 것 같던 부주산의 허상이 몇 배나 또렷해진 데다 빠르게 커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열 배 이상으로 불어나더니 뿔피리에서 나온 살육과 피에 대한 탐심을 제압해 나갔다.

의식이 빠르게 돌아왔다. 치명적인 피리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지만, 이제 더는 두렵지 않았다. 살육과 피의 탐욕이 빠르게 물러가자 그는 이성을 회복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그는 황급히 머릿속 상황을 살펴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릿속의 부주진신법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의 부주산 허상은 작은 산 같았는데, 지금은 거대한 산봉우리가 되어 어떤 힘으로도 흔들 수 없었다.

“부주진신법이 또 정진한 건가?”

심협이 의아해하는 동시에 이 비법을 운공해보고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주진신법은 확실히 많이 정진했고, 동시에 이 신통의 깨달음도 어느새 더 깊어져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부주진신법을 수련한지 오래되었지만, 그간 크게 정진하지 않았다. 이에 심협은 자신이 얻은 공법이 완전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최근 한동안은 이 신통을 수련하지 않았다. 한데 오늘 이렇게 갑자기 크게 정진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돌파는 놀라울 정도라 거의 대원만 경지에 도달했고, 체내의 법력과 마기의 충돌도 대폭 줄어들었다.

다만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라 더 기뻐할 틈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눈을 감고 현양화마 신통을 운공하여 마기와 법력의 충돌을 제압하려다가 갑자기 멈췄다. 문득 이 신통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기와 법력의 균형을 잡는 곳이 너무 거칠다면 무명공법 강유상제(剛柔相濟)의 변화를 참고하여 개선하면 되잖아. 마기를 발동하여 변신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치우무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무명공법, 치우무결 그리고 황정경에 관한 깨달음도 이렇게 많이 정진됐다니……. 게다가 이 공법들의 현묘한 변화를 이용하면 현양화마 신통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겠어!’

심협은 두 눈을 번쩍 떴다.

현양화마 신통은 그가 대승기일 때 음양이기병 안에서 깨달은 것이다 보니 당시로서는 거친 게 당연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개선해왔는데 이번에 너무 큰 문제들을 알게 돼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머릿속 신혼의 힘이 이전보다 더 순수해졌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 사고능력이 매우 활발해졌음을 알게 됐다. 마치 수년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막 깨어난 것만 같았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으니, 검은 씨앗이 단전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 씨앗은 어떻게 여기로……? 더욱이 치우마기를 흡수하고 뿌리까지 생겨났다니! 신혼의 변화도 이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는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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