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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40화 (840/1,214)
  • 840화 두 개의 보주(寶珠)

    오우는 푸른 허상으로 변하여 보물창고 깊은 곳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바람에 예닐곱 개의 선반이 날아갔고, 위에 놓여 있던 옥합과 보물상자 그리고 병들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심협은 곧장 그녀의 뒤를 쫓았다.

    오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보물창고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해 한 석대(石臺) 위에 멈췄다.

    석대에는 세 개의 받침돌이 놓여 있었고, 그 위로 각각 하나씩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가장 왼쪽에는 검은색 낡은 서적 같은 물건이 있었고, 중간에는 암홍색이지만 빛이 선명하지 않은 구슬, 오른쪽에는 아이의 팔뚝처럼 가느다란 뼈피리가 있었다.

    심협은 멀리 석대 위의 물건을 보았는데, 가운데 암홍색의 여의주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심협은 그것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이 이번에 용궁에 온 목적인 심혈구이주임을 알 수 있었다.

    석대는 금색 광막으로 덮여 있었고, 그 위에 도사리고 있는 용의 허상이 강렬한 금제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우는 석대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더니 바로 용왕령을 금빛 광막을 향해 던졌다.

    쿠르릉!

    광막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용의 허상이 갑자기 떠올라 날아오는 용왕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석대 전체를 감싸는 금빛 광막은 사라졌고, 세 개의 받침돌에 있는 작은 금색 보호막만이 남게 되었다.

    심협은 석대까지 아직 거리가 있었기에 현황일기곤을 힘껏 내던졌다.

    콰쾅!

    폭음과 함께 현황일기곤은 강렬한 소용돌이를 휘감은 채 심협의 손에서 떠나 단숨에 수십 장을 날아갔다.

    오우는 표정이 변했으나,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등에서 금색 용머리 문양이 새겨진, 박옥(璞玉) 같은 영발(*靈鉢:영의 사발)이 나타나 현황일기곤의 일격을 막아냈다.

    동시에 그녀의 손에서 푸른 빛이 뻗어 나가 거대한 손으로 변하더니 석대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금빛이 번쩍이더니 현황일기곤은 금색 채찍으로 변해 민첩한 뱀처럼 박옥의 영발을 휘감은 뒤 거대한 푸른 손을 공격했다.

    퍽!

    푸른 손이 일격에 부서졌다.

    동시에 바람과 벼락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심협이 온몸에 풍뢰영광을 휘두른 채 그야말로 번개처럼 날아왔다. 붉은 검광이 뻗어 나가더니 순식간에 10여 장 길이의 대검으로 변해 주홍색 불꽃을 뿜어내며 오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불타는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폭발하자 근처에 쌓여 있던 금모래가 녹아내렸다.

    오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박옥의 영발을 향해 결인했다. 그러자 영발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 앞으로 날아와 금빛을 환하게 밝히며 다시 순양검의 일격을 막았다. 심지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어 용머리 문양이 갑자기 벌어지더니 몇 개의 검은 빛이 안에서 날아가 심협을 공격했다. 그리고 몇 개의 비녀가 날아들었으나, 심협은 어느새 손에 쥔 현황일기곤으로 모두 튕겨냈다.

    다음 순간, 수십 개의 금색 곤봉 허상이 하늘에서 폭우처럼 쏟아져 오우와 박옥 영발을 공격했다.

    심협과 오우는 석대 주위를 맴돌며 격렬한 전투를 벌였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가 석대 위 세 개의 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묶어두었다.

    그때, 세 개의 받침돌 위에 있던 금색 보호막이 갑자기 빛나더니 부서졌다.

    그 순간, 심협의 안색이 변했다. 그의 단전에 있던 마기가 갑자기 용솟음치더니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서둘러 운공하여 제압하고는 암홍색의 뼈피리를 바라봤다. 피리에서 연기 같은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매우 짙은 마기가 담겨 있었다.

    심협이 마기를 제압하느라 공격을 잠깐 멈춘 사이, 오우의 소매에서 푸른 빛이 날아갔다.

    “어딜!”

    심협이 호통 치자 노란색 인영이 그의 몸에서 날아갔다. 바로 천살시왕이었다.

    다섯 개의 황망이 재빨리 날아가 푸른 빛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오우의 몸에서도 검은 빛이 나더니 시커먼 인영이 분리되어 나와 천살시왕을 막아섰다. 동시에 입에서는 번개 같은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와서 다섯 개 황망을 휘감았다.

    천살시왕과 검은 인영은 충돌하자마자 바로 뒤로 물러났다. 호각지세다.

    검은 빛과 황망이 다시 격렬하게 충돌하며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흑과 황의 폭풍이 오우의 푸른 빛을 찢었고, 받침돌 위의 세 가지 보물도 휩쓸려 날아갔다.

    이를 본 심협은 곧장 심혈구이주를 향해 금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이 구슬을 손에 넣게 되자 심협은 오히려 당황하여 오우를 돌아봤다. 그녀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핏빛 피리를 쥐고 있었다.

    “목적은 심혈구이주가 아니라 저 피리였나?”

    심협은 심혈구이주를 임랑환에 넣었고, 거의 동시에 천살시왕이 금빛 날개를 번쩍이며 순식간에 수십 장 너머에 나타나 검은 서적을 잡았다.

    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에서 정혈을 뱉어내 피리 안에 넣었다.

    피리에서 갑자기 혈광(血光)이 떠오르더니 오우의 몸을 뒤덮었고, 이어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협은 소름이 쫙 돋았다.

    “하하하! 성적(聖笛)을 드디어 차지했다!”

    오우가 눈에 혈광을 떠올린 채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심협은 무거운 표정으로 날아올라 그녀에게서 피리를 빼앗으려 했다.

    그때, 보물창고의 대문에서 쾅 소리가 울리더니 커다란 반쪽 문이 부서지면서 누군가가 땅에 내려섰다. 바로 오홍으로, 그는 가슴이 검게 그을린 중상을 입은 채 피를 토했다.

    오우가 웃음을 멈추더니 손을 들자 검은 인영이 그녀의 몸으로 다시 들어갔다.

    보물창고는 출구가 하나였기에 오우가 도망칠 걱정을 하지 않은 심협은 오홍의 옆으로 다가갔다.

    “오형, 괜찮습니까?”

    “괜찮소.”

    그러나 말과 달리 오홍은 또다시 피를 토했다.

    그때, 오흠도 보물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가슴에는 큰 구멍이 생겼으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물건은?”

    그가 다급하게 오우에게 물었다.

    “차지했습니다.”

    오우가 손을 내밀었는데 암홍색 여의주가 놓여 있었다. 외형이나 기운이나 모두 심혈구이주였다.

    심협은 깜짝 놀라 서둘러 신식으로 임랑환을 살폈다. 심혈구이주는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심혈구이주가 두 개나?”

    그의 눈이 커졌다.

    “저건 가짜요. 신통으로 바꾼 것이지. 안에서 마기 파동이 느껴질 것이오.”

    화령자의 말에 심협은 신식으로 오우가 내민 여의주를 감지했는데, 가장 깊은 곳에 확실히 마기가 있었다. 다만 매우 은밀하여 만약 그가 운사여전결을 익혀 신식이 민감해지지 않았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터였다.

    “성공했으면 어서 가자. 동해 용궁의 지원군이 오면 도망칠 기회가 사라진다.”

    오흠이 기뻐하며 외치자 오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물창고의 대문을 향해 날아갔다.

    “어딜 가려 하느냐!”

    오홍이 눈을 붉게 번득이며 이를 악물고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푸른색 비단이 소매에서 날아가 허공에서 활짝 펼쳐지면서 커다란 푸른 천으로 변하였다. 금색 실이 수놓아진 천은 마치 성벽처럼 늘어나 오우를 중심으로 감쌌다.

    오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빛이 날아가 푸른 천을 내리쳤다. 그 순간, 천은 마치 광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끊임없이 출렁였다.

    그러나 푸른 천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 그대로 오우를 덮쳐와 거미줄처럼 그녀를 칭칭 감았다.

    오홍의 용창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강하게 오우의 몸에 떨어졌다.

    쾅!

    굉음과 함께 오우는 금모래 위에 떨어져 금모래 폭풍을 일으켰다.

    오홍의 일격에 추락하는 오우를 보며 심협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본 바로 오우는 오흠보다 훨씬 강했고, 몸에서 분리되는 검은 존재는 천살시왕과 비슷할 정도였다. 한데 이렇게 쉽게 당하다니!

    “오우!”

    오흠이 깜짝 놀라 손에서 자금색 뇌전을 심협과 오홍에게 연달아 쏘아 보내며 오우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자금색 뇌전의 강력함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서둘러 술법으로 막아냈다.

    오흠은 이어서 손바닥만 한 검은색 옥새를 꺼내 심협을 향해 내리쳤다.

    옥새가 날아가는 순간, 위에 새겨진 진살유령(鎭殺有靈)이라는 부문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암홍색 빛이 되어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그 인문(印文)에 담긴 특별한 힘에 심협은 도망가지 못하고 몸이 굳어 땅으로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옥새가 커지며 심협의 머리위에서 내려왔다.

    심협은 곤봉을 들어 막았지만, 제대로 대응하기도 전에 조룡의 기운을 뿜어내는 금색 교룡이 위에서 날아와 온몸을 휘감고 단단하게 묶었다.

    오홍이 도우려 했지만, 그 역시 오흠에게 막혀 일순 벗어날 수 없었다.

    금색 교룡이 입을 크게 벌리고 심협의 머리를 삼키려 했다.

    그러나 심협은 두려워하지 않고 금색 교룡을 향해 입을 마주 벌렸다.

    그의 목구멍에서 불꽃이 타오르더니 주작의 울음소리와 함께 한 마리의 불새, 주작진령이 두 날개를 펄럭이며 교룡의 입속으로 뛰어들었다.

    심협의 머리를 물어뜯으려던 금색 교룡이 우뚝 멈췄다. 뒤이어 붉은 빛이 그 몸을 타고 흐트러지더니 어느 순간 불꽃이 갑자기 폭주했다.

    퍼펑!

    금색 교룡은 불꽃에 산산조각이 났고, 수많은 옥석 잔재가 되어 땅에 떨어졌다. 적홍색 검광은 곧장 하늘 위로 올라가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다시 검으로 들어갔다.

    오흠은 옥새가 심협을 막아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격파될 줄은 몰랐기에 표정이 굳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양손으로 기이한 법결을 결인하고는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옥새에서 금색 조룡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등 뒤로 돌아왔다.

    조룡의 힘을 흡수한 오흠은 마치 어떤 봉인이 해제된 것처럼 두 눈이 점점 금빛으로 번득였고,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냈다. 뻥 뚫린 가슴의 상처는 순식간에 치유됐고, 금색의 뼈로 된 갑옷이 나타나 그의 몸을 감쌌다.

    오흠의 몸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오자 금색 번개가 그의 갑옷에서 흘러나왔고, 기운은 더욱 폭증하여 태을 경지가 되었다.

    “날 오순이나 오윤 같은 폐물로 생각하지 마라! 조룡의 신위를 보여주마!”

    오흠은 눈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크게 웃었다.

    심협과 오홍 모두 뒤로 피했다.

    “도망가려고? 이미 늦었다!”

    오홍이 싸늘하게 웃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심협은 눈앞이 일렁이더니 무엇인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강한 바람이 몰려오자, 곤봉을 들어서 막으려 했지만, 이미 가슴에 묵직한 충격이 가해진 후였다.

    그는 강렬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그대로 튕겨나가 보물창고에 처박혔다.

    “큭!”

    입에서 피를 뿜어낸 심협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 강력한 바람이 다시 몰아쳤고, 이번에는 얼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협은 오흠의 놀라운 속도에 놀라며 푸른 빛으로 강하게 번득이는 손을 아무렇게나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성난 파도와 같은 푸른 한기가 앞으로 몰아쳐 순식간에 주위의 수십 장 영역을 뒤덮으면서 오흠의 모습이 멀지 않은 곳에서 나타났다. 한기로 인해 속도가 줄었지만, 여전히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검은 나선형 송곳을 뻗어 심협의 미간을 찌르려 했다.

    심협은 두 발에서 별빛을 뿜어내며 옆으로 굴러 간신히 일격을 피했다.

    오흠이 포효하며 두 팔을 휘둘렀다.

    꽈르릉!

    굉음과 함께 대량의 금빛이 폭발하며 허공이 일그러졌고, 곧이어 금빛 기운이 주위로 휘몰아쳤다. 잔상으로 변한 그는 계속해서 심협을 덮쳐왔다.

    그때, 금색 밧줄이 위에서 내려와 오흠의 목을 뒤로 당겼다. 오홍이 어느새 위의 허공에 나타났다.

    오흠은 돌진하던 기세가 일순 멈췄지만, 팔을 뻗어 송곳을 던졌다.

    나선형 송곳이 변한 검은 빛은 허공마저 일그러트리며 엄청난 속도로 심협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미 한숨을 돌린 심협은 나선형 송곳의 일격을 피하고는 곤봉을 들어 오흠의 가슴을 노렸다.

    “신침감해(神針撼海)!”

    현황일기곤에서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한 기운이 폭발했다.

    심협의 팔을 타고 흘러간 금빛은 현황일기곤을 감싸고는 소용돌이처럼 사방으로 기운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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