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39화 (839/1,214)
  • 839화. 추격

    오우는 오중을 향해 씩 웃고는 푸른 빛으로 변하여 동굴 밖으로 달아났다.

    심협은 비록 오우가 어째서 저 용왕령이라는 것을 가져갔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중요한 물건임이 분명해 보이자 두 발에서 별빛을 뿜어내며 잔상으로 변하여 뒤쫓으려 했다.

    그러나 앞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면서 하얀 깃발이 나타났고, 위에서 차가운 빛이 미친 듯 반짝이면서 10여 개의 하얀 눈꽃이 나타나 그를 덮쳤다.

    기이한 한기가 휘몰아치자 주위의 허공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심협이 소매를 휘두르자 푸른 한기가 용솟음치며 뿜어져 나갔다.

    진창해 신통이 뿜어져 나가자 허공을 얼릴 것 같았던 하얀 눈꽃은 푸른 한기에 휩쓸려 바로 사라졌다. 하얀 깃발 역시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에 갇히면서 빛을 잃었다.

    심협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번에 십절한빙진 덕분에 진창해 신통이 크게 정진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에서 날아가던 오우도 이 한기에 영향으로 하반신이 얼어붙어 추락했다.

    하지만 오흠이 재빨리 나타나 그녀를 감쌌다.

    그는 얼음 안에 갇힌 하얀 깃발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두려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바로 오우를 데리고 밖으로 날아갔다. 얼음굴 입구에 도착한 그는 온몸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 푸른 광막을 뚫고 지나갔다.

    그때 별빛이 반짝이더니 거의 동시에 심협이 날아왔지만, 푸른 광막에 막히고 말았다.

    쿵!

    강렬한 힘에 튕겨나간 그는 간신히 몸을 가누고는 광막을 바라봤다.

    푸른 광막은 매우 단단하여 그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부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건 서해 용궁의 규수신금(葵水神禁)이라 단번에 부수는 건 불가능하오. 허나 내게 소나이선부(小挪移仙符)가 있으니 바로 대부분의 금제를 뚫고 가까운 곳으로 전송해줄 게요. 이 부적은 공간의 힘을 익혀야만 발동할 수 있지만, 산하사직도에 담긴 공간의 힘이라면 충분히 이 부적을 발동할 수 있겠지.”

    화령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소요경에서 은빛이 흘러나와 심협의 손에 맺혔다.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은색 부적이었다.

    이 무렵, 오윤과 오순 또한 몸을 일으켜 입구로 달리고 있었다.

    “용왕령은 용궁 보물창고의 열쇠이니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된다!”

    오중이 손을 휘두르자 수중에 검은색 삼각형 작은 깃발이 나타났다.

    오홍은 복잡한 표정으로 오중을 바라보더니 바로 뒤쫓기 시작했다.

    “육정육갑쇄신진(六丁六甲鎖神陣), 열려라!”

    오중은 삼각형 깃발을 날린 뒤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하며 주문을 읊었다.

    깃발이 검게 번득이더니 빠르게 커졌고, 깃대는 날카로운 창처럼 그대로 오중의 손바닥을 관통해 단단한 땅에 박혔다.

    오중의 금색 피가 깃대를 타고 흘렀다.

    스며든 피가 깃대에 흡수되자 깃발에서 복잡한 부문이 떠오르더니 검은 빛으로 환하게 번득였다.

    얼음굴 동서남북은 물론 동굴 위에도 검은 깃발이 나타나더니 마찬가지로 검게 빛났다.

    여섯 개의 깃발에서 나온 허광(虛光)이 서로 연결되어 이룬 거대한 육각형 법진이 사방을 뒤덮었다.

    허광의 신장이 여섯 군데의 모서리에 각자 나타나더니 손에 든 뇌명기혈편(雷鳴嗜血鞭)을 휘둘렀다.

    심협과 오홍이 크게 놀라 방어하려는데 오중이 이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채찍을 거두었다. 그러나 오윤과 오순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뇌명기혈편에 세게 두들겨 맞고 멀리 날아갔다.

    두 신장의 뇌명기혈편은 날렵한 뱀처럼 날아가 순식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꽁꽁 묶어버렸다.

    “둘째 형님, 도대체 어느 편이오?”

    오홍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지금 그런 걸 따질 때냐? 어서 오흠과 오우를 쫓아가라! 절대로 보물창고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반드시 막아야 해!”

    오중이 다급하게 외쳤다.

    “오형, 여기는 형님께 맡기고, 형님 말씀대로 어서 저들을 쫓읍시다. 여기는 대진이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오홍은 심협의 재촉에 잠시 망설이더니 입구를 향해 달렸다.

    심협은 얼른 따라가 오홍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소나이선부에서 눈부신 은빛이 흘러나오더니 두 사람을 뒤덮었고, 이내 그곳에서 사라졌다.

    이 광경에 오윤과 오순은 깜짝 놀랐다.

    오중 역시 놀란 듯했으나,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다시 대진을 발동했다.

    다른 뇌명기혈편이 날아와 오윤과 오순의 몸을 꽁꽁 묶었지만, 그 외에 다른 공격은 하지 않았다. 공격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육정육갑쇄신진은 법력의 소모가 너무 커 본래 여섯 명이 함께 대진을 발동해야 하는데 혼자서 감당하느라 저들을 가둬두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오중, 우리를 속이고 몰래 대진을 설치하다니, 놀랍구나. 허나 이럴 필요가 있겠느냐? 형님은 이미 죽었다. 너희는 실패할 수밖에 없어! 이런 헛된 반항은 그만두고 얌전히 동해의 주인이 되거라. 거사가 성공한다면 더는 이 사해에 얽매일 것 없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더는 하늘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오윤은 대진이 생각보다 강력함을 알아채고는 억지로 깨뜨리려 들기 보다는 설득하려 했다.

    “흥! 부왕을 죽인 놈들이 나는 잘도 살려두겠구나! 심혈구이주를 얻는 순간 나부터 죽이려 들겠지. 또한, 내 비록 효자라고는 할 수 없으나 권력 따위를 위해 부왕을 죽인 원수와 손을 잡지는 않는다!”

    오중은 차갑게 비웃고는 집중해서 대진을 운공했다.

    * * *

    바닷속 미궁 밖. 허공에서 은빛이 반짝이더니 심협과 오홍이 나타났다.

    “소나이선부는 실로 대단하군!”

    심협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음으로 화령자에게 말했다.

    “당연하지! 진정한 선부인 소나이선부를 수속성 금제 따위가 어찌 막겠소?”

    “선부…….”

    눈빛을 반짝이며 자세히 물으려던 심협은 이어지는 오홍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심형, 어서 날 따라오시오!”

    오홍은 바로 왼쪽의 산호바다를 향해 날아가며 금색 전음부를 들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바스러뜨렸다.

    “용왕령이 동해 용궁 보물창고를 여는 열쇠요?”

    심협은 오홍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그렇소. 용궁의 중요한 보물은 모두 그곳에 있지.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내버려둘 수 없소!”

    오홍의 표정은 심각했고, 잔뜩 긴장한 듯했다.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리라.

    심협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저 반드시 용궁을 지키도록 돕겠다는 다짐만을 할 뿐이었다.

    “오형, 일전에 심혈구이주는 백부님이 보관 중이시라 하지 않았소? 한데 좀 전에 오우가 백부님 몸에서 용왕령을 가져갔을 때 심혈구이주는 보이지 않은 것 같소. 설마 그 구슬도 보물창고에 있는 거요?”

    “아마도 그럴 거요. 그러니 심혈구이주를 노리고 열쇠를 가져간 것이겠지!”

    오홍은 긴장한 얼굴로 속도를 높였다.

    사방은 높이가 10여 장 정도 되는 붉은 산호 천지였다. 산호들은 어지럽게 교차하여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홍이 앞에서 안내하지 않았다면 심협은 이미 방향을 잃었을 것이다.

    지나는 곳마다 산호가 강제로 파괴된 흔적이 보였는데, 오흠과 오우가 길을 재촉하느라 거리낌 없이 부순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 심협 등은 해저의 백 장 높이 산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남해 용왕 오흠과 산을 지키는 수십 명의 수족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오광의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용궁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수많은 궁 안의 고수와 용자(龍子), 용녀(龍女)가 외부 곳곳으로 파견됐다. 그러니 남아서 궁 안을 지키는 평범한 병사들로, 기껏해야 대승 후기의 새우 병사와 게 장군들뿐이었다. 물론 그들은 오흠의 적수가 아니었기에 순식간에 쓰러졌고, 전세는 일방적으로 흘렀다.

    오흠의 뒤에서는 오우가 양손을 빠르게 놀렸고, 용왕령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녀의 법력이 끊임없이 영패로 들어가자 영패에서는 두 줄기 눈부신 금색 부문이 빛나더니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자 허공에 두 마리의 금색 용이 나타나 뒤쪽의 평평한 산 벽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이런! 벌써 보물창고 외부의 방어 금제를 열었군! 곧 보물창고가 열리겠어!”

    오홍은 깜짝 놀라 곧장 오우를 향해 돌진했다.

    심협도 현황일기곤을 꺼내며 뒤를 따랐다.

    오흠은 오홍과 심협을 발견하고는 더욱 서둘러 양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손바닥에서 두 줄기 자금색 용이 뿜어져 나가 순식간에 모든 새우 병사와 게 장군을 죽였다. 이어서 두 줄기 자금색 용은 각각 자금색 뇌룡으로 변하여 오홍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홍의 용창에서 하얀빛이 솟구치더니 두 마리의 자금색 뇌룡과 충돌했다.

    굉음과 함께 오홍은 뒤로 물러났고, 두 마리의 자금색 뇌룡은 용창에 찔려 그대로 폭발했다.

    이를 본 심협은 금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곤봉 허상을 오흠에게 휘둘렀다.

    오흠은 기합을 내지르며 자금색 뇌광으로 빛나는 손을 들었고, 빛은 수많은 알갱이로 가득했다.

    “위험하오! 저건 파령뇌살(破靈雷煞), 법보의 영광을 부수는 신통이오. 영성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어서 곤봉을 거두시오!”

    화령자가 다급히 일러주자 심협은 곧장 현황일기곤을 거두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쾅!

    결국 곤봉 허상은 자금 뇌광과 충돌했다.

    파지직!

    자금색 뇌광의 폭발력에 심협은 뒤로 밀려났고, 자금의 번개가 현황일기곤을 타고 흘러오면서 그의 손은 검게 그을렸으며, 몸이 마비되었다.

    심협은 땅을 디뎌 가까스로 멈추고는 몸을 강하게 흔들었다. 그러자 몸으로 들어온 자금의 뇌광이 전부 사라졌다.

    현황일기곤의 영광은 뇌광에 많이 약해졌지만, 크게 손상되지는 않았다.

    이 광경을 본 오흠이 흠칫 놀라 다시 두 손을 잡자 두 줄기의 자금색 뇌광이 날아가 심협과 오홍의 접근을 막았다.

    이때 오우가 기합을 넣자 두 마리 금룡이 산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충돌하는 흔적은 없었고, 산 벽에서 뒤엉켜 서로의 여의주를 빼앗으려는 쌍룡의 그림이 떠올랐다.

    떠오른 그림의 중간에 있는 주먹만 한 여의주가 찬란한 빛과 함께 산 벽과 하나가 되자 10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오른쪽 문 아래에서 강렬한 마찰음이 들리더니 쿵 하며 열렸다.

    오우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오흠을 내버려두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를 본 오흠이 분노하여 심협과 오홍에게 다시 두 개의 자금색 뇌광을 쏘아 보내고는 곧장 보물창고로 들어가려 했다.

    “어딜 가려 하느냐!”

    오홍의 호통과 함께 오흠의 발아래에서 갑자기 짙은 노란빛의 그물이 떠오르더니 두 다리를 감쌌다. 이 광망의 강력한 속박력에 그는 더이상 날아갈 수 없었다.

    오홍의 손에는 어느새 노란색 깃발이 들려 있었다. 깃발의 절반은 땅에 박혀서 짙은 황망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를 본 심협은 현황일기곤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오흠을 공격하려 했다.

    “오흠은 내가 상대할 테니 심형은 보물창고로 가서 오우를 막아주시오!”

    오홍의 외침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에서 별빛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몇 걸음 달리기도 전에 앞에서 갑자기 자금색 번개 덩어리가 나타나 돌진해왔다. 오흠이 쏘아보낸 것이었다.

    심협은 황급히 피하고는 다시 내달렸다.

    “승풍파랑(乘風破浪)!”

    오홍이 뒤에서 나지막이 외친 순간, 심협은 마치 파도가 자신을 감싼 것처럼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한 기분이 느껴졌다. 동시에 사월보의 속도도 두 배로 늘어났다.

    이를 본 오흠이 분노하며 양손에서 빛을 뿜어내자 기이한 여섯 개의 발톱이 생겨나더니 교차하며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심협은 몸을 비틀어 두 발톱의 틈으로 피한 뒤 보물창고로 들어갔다.

    이내 그의 눈앞에는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창고가 나타났다.

    용족이 보물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것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오늘 이 창고를 보니 소문보다 더 대단했다. 산 중턱부터 구멍을 파내 만든 보물창고는 벽 곳곳에 박힌 크고 작은 야명주의 빛으로 매우 환했다.

    폭이 백여 장에 이르는 보물창고는 아래에 매우 작은 금모래가 잔뜩 싸여 있었고, 수많은 금잔과 지팡이 같은 보물들이 어지럽게 꽂혀 있었으며, 각양각색의 금기(金器)와 각종 보석이 묻혀 있었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보물들이 평범한 돌멩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선반 위로 온갖 천재지보가 놓여 있었다. 모든 선반이 금제로 뒤덮여 있었지만, 여전히 강렬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