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38화 (838/1,214)
  • 838화. 그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오홍과 오중은 오광을 부축하여 일으킨 뒤 법력으로 상처를 막았다. 하지만 오광은 계속해서 피를 토했고, 기운이 크게 약해져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오홍은 서둘러 각종 단약과 치료 부적을 꺼내 오광을 치료했다.

    “어째서 부왕을 공격한 것이냐?”

    오중이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네 사람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 삼계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인, 선, 요, 마는 각자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니 우리 용족도 마땅히 우리의 이익을 찾아야 한다. 허나 형님은 변화를 거절하고 계속해서 천정의 개가 되기로 했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으니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

    남해 용왕 오흠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

    오중은 눈에서 분노가 조금 사라지더니 경악한 기색으로 말했다.

    “우리 용족은 용신(龍神)이라 불리지만 기원을 따지면 요족의 한 갈래. 용족이 진정으로 장악해야 할 힘을 추구할 것이다! 하하하!”

    서해 용왕 오윤이 크게 웃더니 손을 앞으로 내밀고는 꽉 움켜쥐었다.

    눈에서 한 줄기 금빛 안개가 흘러나오더니 손에 모여들어 커다란 금색 안개 구슬로 변했다. 용 모양의 금색 안개가 휘감은 구슬에서는 매우 강력하고 패도적인 영압이 순식간에 폭발하면서 태을 경지 근처까지 다다랐다.

    오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의 엄청난 압박감에 심협의 몸이 떨려왔다.

    오홍과 오중은 더했다. 이들은 금빛에게 절이라도 하려는 듯 무릎이 조금씩 굽혀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합과 함께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건 무슨 힘이기에 체내에 담긴 진룡의 혈맥을 제압하는 것인가? 설마…… 전설의 조룡(祖龍)의 힘이란 말인가?”

    오중의 안색이 변하더니 중얼거렸다.

    “조룡?”

    심협의 눈이 반짝거렸다. 어디선가 그 이름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용족의 선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하! 오중 조카는 동해 용궁의 이황자답게 식견이 넓군! 그렇다, 이게 바로 우리 모든 용족의 선조인 홍황조룡(洪荒祖龍)의 힘이다! 조룡의 힘을 완전히 장악한다면 사해 용족은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천정과도 능히 싸울 수 있으니, 태고 용족의 무한한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다!”

    오윤의 눈에서 광기가 흘렀다.

    “오중, 오홍. 큰형님은 현실에서 도태되었으니 우리 용족의 미래를 위해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동해의 모든 황자 중 너희 두 사람만이 대세를 읽을 줄 아니 우리 편에 서거라. 그리 하면 너희에게도 조룡의 힘을 나눠주마. 함께 용족의 미래를 위해 싸우자!”

    옆에 선 오흠 또한 손에서 금색 빛무리가 피어오르며 기운이 증폭했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오홍과 오중을 바라봤다.

    오중은 두 사람에게서 일렁이는 금빛에 눈빛이 흔들렸다.

    “둘째 형님, 이놈들은 우리 부왕을 음해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이오! 동해 용궁의 적이란 말이오! 어찌 저들의 말을 믿으려는 것이오?”

    오홍이 오중의 표정을 보더니 꾸짖듯 외쳤다.

    “적? 오홍 조카의 생각이 이리 짧을 줄은 몰랐군. 오중, 넌 똑똑하니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고 오홍을 죽여라. 네가 새로운 동해의 용왕이 되어 우리 사해가 손을 잡고 조룡을 소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천지가 뒤바뀔 것이다!”

    남해 용왕 오흠이 오홍을 노려보더니 오중에게 권했다.

    오중은 안색이 여러 번 바뀌었고, 이내 침묵에 잠겼다.

    “오중 전하, 저들의 말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저들은 동해 용왕을 죽이려 하니 후환을 남기려 들겠습니까? 저들은 형제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겁니다.”

    “흥! 이건 용족의 일이다. 어찌 인간족 따위가 끼어드는 것이냐? 닥쳐라!”

    오윤이 심협을 노려보며 외쳤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용족 내부의 일에 외부인인 그가 끼어들 필요는 없었으나 심혈구이주는 아직 동해 용궁에 있다. 그러니 절대로 다른 삼해의 용왕이 동해 용궁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오윤은 뒤이어 손에서 푸른 장검을 소환했다. 그러자 길이가 10여 장에 이르는 두 개의 물결이 칼날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심협의 오른팔을 노렸다.

    심협은 차갑게 비웃더니 손을 휘둘렀다.

    챙! 챙!

    두 개의 붉은 검기가 날아가더니 두 줄기 물결 칼날이 부서졌다. 검기 역시 두 번 흔들리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오윤은 눈빛이 날카롭게 번득였지만, 더는 공격하지 않았다. 심협이 좀 전에 오우, 오순과 싸우면서 보인 범상치 않은 실력에 자신의 상냉구주검(霜冷九州劍)까지 가볍게 막아냈으니 절대로 얕잡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오윤 자신도 모든 실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기에 심협을 상대하지 못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지만, 어쩐지 꺼림칙했다.

    그때였다.

    “홍황조룡은 분명 우리 용족의 선조이자 경천동지할 힘이 있으니 당신들이 만약 그를 소환하겠다면 돕겠습니다. 허나 당신들이 나까지 죽이지 않는다는 걸 내가 어떻게 믿습니까?”

    한참을 머뭇거리던 오중이 천천히 말했다.

    “둘째 형님!”

    오홍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지만 오중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오중 조카는 역시 똑똑하군. 그런 걱정이라면 할 것 없다. 우리가 오광을 죽이면 주인이 사라진 동해 용궁은 대혼란에 빠지겠지. 허나 우리는 강력한 동해 용궁이 들고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리고 조룡 대인을 소환하려면 너희 동해 용궁의 심혈구이주가 필요하지. 그 물건은 동해 용왕이 아니면 사용할 수가 없으니, 어찌 됐건 우리에게는 동해 용왕이 필요하다.”

    그 말을 들은 심협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만약 오홍, 오중이 다른 세 바다의 용왕과 화해하면 그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오흠 등이 심혈구이주를 노린다면 그럴 수가 없었다.

    “오홍을 살려줄 수는 없습니까?”

    오중이 표정을 풀더니 잠시 후 다시 물었다.

    그 말은 모두에게 의외였다.

    “휴우…….”

    심협은 혼자서 고개를 젓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형제간의 우애가 그렇게 좋을 줄은 몰랐구나. 지금이 바로 왕위를 찬탈할 좋은 기회인데 그의 목숨을 살려달라? 허나 그가 이걸 받아들일까?”

    오흠이 오홍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꿈 깨라! 싸워서 죽을지언정 너희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오홍은 쓰러진 부왕 앞을 막아서고는 분노의 불길을 뿜어내며 말했다.

    “봐라, 남의 호의를 받을 줄도 모르지 않느냐?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본 네 아우라면 저런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우리도 처음부터 오홍을 끌어들이려 하지 않은 것이다. 살려두면 언젠가 화근이 될 터! 차라리 이 숙부가 널 대신하여 죽여서 후환을 제거해주마.”

    오윤이 손을 벌리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오중은 한숨 쉬고는 몸을 돌렸고, 끝내 오홍을 돌아보지 않았다.

    오윤과 오순은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좌우로 움직여 오홍을 포위했다.

    “용의 울음이여,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라!”

    오윤의 입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용의 울음이 울려 퍼지더니 그와 오순의 몸에서 용의 허상이 떠올라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증하여 진선 절정에 달했다. 이윽고 그들은 귀신처럼 두 개의 잔상이 되어 사라졌다.

    이를 본 오홍은 가슴이 철렁했다. 저 늙은이들에게 연민 따위는 없는지 바로 살초를 펼친 것이다.

    두 용왕이 공격하는 순간, 남해 용왕 오흠은 차가운 눈빛으로 오홍을 노려보면서도 사실은 계속해서 오중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중은 등을 돌리고 선 것이 절대 끼어들지 않겠다는 모양새였다.

    다음 순간, 두 용왕이 동시에 떠오르더니 한 명은 왼쪽 위, 한 명은 오른쪽 아래로 향했고, 손에 달린 용의 발톱으로 각각 오홍의 머리와 단전을 노렸다.

    오홍은 피하려 했지만 늦고 말았다. 그가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 두 개의 용의 발톱이 좌우에서 날아와 그의 머리와 단전을 뚫었고, 곧이어 그의 몸은 갈기갈기 찢겼다.

    “오형!”

    심협이 외쳤다.

    하지만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갈기갈기 찢긴 몸에서는 피가 아닌 투명한 물거품이 생겨나더니 이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북해 용왕 오순의 뒤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쐐액!

    서늘한 빛이 허공을 베었고, 눈처럼 하얀 은색 창이 그대로 오순의 등을 찔렀다.

    은색 창을 움켜쥔 오홍의 표정은 살의를 전혀 감추지 않아 섬뜩했다.

    “죽어라!”

    오홍은 차갑게 외치며 몸의 법력과 용혼을 동시에 수중의 장창으로 주입했다.

    창끝에서 갑자기 찬란한 빛이 반짝이더니 극한으로 압축된 힘이 하얀 빛줄기가 되어 곧장 날아갔다.

    그의 일격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오순은 피하는 것도 더욱 불가능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옆에 있던 오윤이었다. 순식간에 오순 앞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고 물러나려 했다.

    한데 그때, 두 사람 옆에서 별빛이 반짝이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그는 두 눈에서 정광을 뿜어내며 포효했다.

    이 포효는 귀에 거슬리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골짜기에 울려 퍼지는 소리, 심지어 선녀들의 노랫소리 같기도 했다.

    이것은 천기권에 담긴 진혼음파비술(震魂音波祕術)이었다. 음파와 결합하며 사용하면 적의 신혼을 뒤흔들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심협에게는 이에 맞는 음파 법보가 없었기에 목소리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윤과 오순의 눈빛이 일순 흐릿해지고 심신이 흔들리며 넋이 나간 듯 우뚝 멈췄다.

    그 순간, 오홍의 용창은 설백의 빛줄기가 되어 그대로 날아갔다. 다음 순간, 오윤과 오순 두 사람은 꼬치처럼 동시에 창에 찔렸고, 한 줄기 피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짧은 두 번의 신음에 이어 두 용왕이 동시에 쓰러졌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가 놀랐다.

    오홍은 일격에 성공한 뒤 심협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용유(龍遊)!”

    짧은 외침에 이어 오홍의 몸은 다시 흐릿해졌고, 거의 순식간에 오윤의 뒤에 나타나 창을 찔렀다.

    공격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오순은 중상을 입어 저들의 전력이 크게 약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오윤이 나서는 바람에 두 사람 모두 부상을 입긴 했어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한 명이라도 확실히 죽여서 이 불리한 국면을 돌려야 했다.

    그때였다.

    “이놈, 이 숙부를 정말 늙은이 취급하는 것이냐?”

    호통과 함께 남해 용왕 오흠이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나더니 손에서 타오르는 불꽃으로 뒤통수를 내리치려 했다.

    오홍은 살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음에도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동귀어진의 마음으로 창을 찔렀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이를 본 오흠이 조급한 목소리로 외치더니 손을 갑자기 밑으로 내렸고 팔은 곧장 오홍의 등을 향했다. 그의 심장을 단숨에 꿰뚫을 기세였다.

    이를 본 심협이 나서려 할 때였다.

    땅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푸르게 번쩍이는 인영이 나타나 장검으로 오흠의 팔을 내리쳤다. 오중이었다.

    “허! 네놈이 순순히 말을 들을 리가 없지!”

    오흠은 예상했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고, 그의 온몸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용의 비늘이 팔을 뒤덮었다. 팔에서 금색 빛무리가 흐르자 더없이 견고하고 탄탄한 느낌이 들었다.

    유용검(遊龍劍)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손에 있던 불꽃이 갑자기 커지면서 폭발했다.

    콰쾅!

    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을 찌르는 불꽃은 강력한 충격파로 변하여 사방으로 퍼졌다.

    오홍과 오중, 심지어 심협까지 폭발의 기운에 휩쓸려 튕겨나갔다.

    그들이 미처 몸을 가누기도 전에 오중이 크게 외쳤다.

    “부왕!”

    심협과 오홍이 돌아보자 오우가 어느새 나타나 오광의 몸을 뒤적이고 있었다.

    잠시 후, 용왕의 가슴 위에 올려둔 그녀의 손에서 강력한 흡입력이 생겨나더니 금빛이 바로 몸을 뚫고 나와 그녀의 수중에 떨어졌다.

    금빛이 점점 사라지자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로 손바닥만 한 금색 영패였다.

    영패가 떨어져 나오자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던 오광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용왕령(龍王令)! 우리 동해의 용왕령이 목적이었구나!”

    오중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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