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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37화 (837/1,214)
  • 837화. 최후의 고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심협은 대진 가운데에서 극한의 힘을 느끼고는 몸을 떨었고, 가운데 있는 동해 용왕 오광은 두 눈을 감은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는 오홍과 오중이 자기들도 모르게 법력을 운공하여 사방에서 몰려오는 한기를 차단했다.

    곧이어 심협 등은 주문을 읊어 대진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푸른 빛이 대진 중앙에서 삽시간에 퍼져 나와 유광처럼 바닥을 지나갔고, 주위에 있는 모든 마름모꼴 얼음 기둥들은 동시에 환하게 밝아졌다.

    콰직! 쾅!

    날카로운 소리가 동굴 전체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땅과 벽, 동굴 천장에 서리가 맺히면서 하얀 얼음 결정으로 뒤덮였다.

    강력한 한기가 갑자기 강림했다. 그 강렬함이 이전의 열 배에 이르렀다.

    “성공이야!”

    오홍은 추위에 달달 떨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광도 기뻐하며 바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오홍과 오중의 몸에서 푸른 빛이 번득이면서 주위의 한기를 절반쯤 막아줬다. 두 사람은 안도하고는 거리를 약간 벌렸다.

    오흠과 오윤 등도 서둘러 각자의 수단으로 주위의 한기를 막았다.

    하지만 심협은 한기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진창해 신통을 운공하여 이 한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묘한 의념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바로 한빙 진의에 관한 깨달음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혹여나 의념이 끊길까 저어하여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빙 신통에 관한 깨달음이 빠르게 치솟았다.

    그의 몸에서 푸른 빛이 용솟음치자 더욱 빠르게 주위의 한기를 흡수했고, 진창해 신통 역시 빠르게 진보해갔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무를 잊지는 않았다. 그가 양손을 결인하고 휘두르자 사방의 푸른 빛이 모여 한기의 사슬을 이루더니 곧장 오광의 등줄기를 뚫고 몸속에 박혔다.

    “윽!”

    오광은 낮게 신음했고, 두 눈은 붉게 빛났다.

    뒤이어 그의 피부에 빛이 흐르더니 용의 비늘이 겹겹이 일어나 파도처럼 솟았다. 용의 비늘 아래로 붉은 선이 퍼지는 것이 보였다.

    “백부님, 십절한빙진으로 화독을 꺼내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금제의 압박을 제거할 테니 모두 조심하게.”

    심협의 말에 오광이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형님.”

    “맡겨주십시오!”

    오흠이 가장 먼저 대답했고, 오윤이 뒤를 이었다.

    오순은 그저 미간을 더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힘을 아끼지 말고 전력을 다해 한기를 발동하십시오!”

    심협이 한빙 대진을 제어했기에 법진의 운공도 그가 중심이 되어야 했다.

    “알겠네!”

    그때, 열기가 옷 아래서부터 점점 피어오르면서 오광의 비늘이 점점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고, 용왕의 강인한 몸이 드러났다.

    심협의 눈에 오광의 가슴과 배, 등에 있는 선명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나같이 치명적인 부상들로, 자신이었다면 이미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

    등에 세로로 새겨진 상처를 통해 척추가 보였다. 상처는 마치 용암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가장 윗부분에는 금색 부적이 붙은 채 강력한 압박의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적의 글자는 매우 흐릿했고, 금빛도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이미 대부분의 힘을 잃은 상태라 몇 년을 더 버티고 나면 완전히 무력화될 터였다.

    “용혼쇄염부(龍魂鎖炎符), 열려라!”

    동해 용왕이 외치자 척추에 있던 금색 부적에서 희미한 용의 허상이 떠올랐고, 남아 있던 부적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 오광의 등에 새겨진 상처 안에서 붉은 빛이 더욱 뜨거워지더니 마치 용암 같은 화독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본래 피부 아래 숨어 있던 화독이 일제히 드러나자 오광의 온몸은 마치 말라버린 강바닥처럼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갈라졌다.

    “으윽!”

    오광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의 이마에서는 용의 뿔이 빠르게 자라났고, 얼굴은 순식간에 푸른 용의 머리로 바뀌었으며, 기다란 꼬리가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그는 용인(龍人)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를 본 모두의 안색이 급변했다. 오광이 이런 고통을 견디고 있었음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모두 지체하지 말고 대진을 극한까지 발동하여 백부님 몸에 있는 화독을 제거합시다!”

    심협이 외치고는 먼저 법력을 전력으로 발동하여 진창해 신통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끝없이 용솟음치는 한기가 주위의 한기를 모두 뒤덮고는 그대로 바닥의 십절한빙진에 주입됐다.

    동굴 곳곳의 벽에 두꺼운 얼음이 생겨나더니 빠르게 퍼져 나갔고, 주위의 땅과 바닥도 빠르게 투명해져 동굴 전체가 푸른 얼음굴로 변했다.

    한편, 십절한빙진의 깨달음을 얻으면서 심협의 진창해 신통은 빠르게 정진하여 제4층 절정에 근접했다.

    한빙진 안에서 오광의 몸과 연결된 한기의 사슬이 끊임없이 떨려왔다. 사슬 안의 한기는 마치 교룡처럼 그의 체내로 파고들어 화독과 뒤엉켰다.

    다른 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라 전력을 다해 십절한빙진을 극한으로 발동했다.

    땅속 동굴 안의 한기가 폭증하자 900여 개의 마름모꼴 얼음 기둥이 빛을 뿜어냈고, 그 안에 담겨 있던 극한의 기운이 땅속으로 흘러들어 얼음 대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얼음 대에서 한의(寒意)가 폭주하며 뿜어져 나오자 한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뾰족한 얼음 기둥이 사방에서 솟구쳤다.

    호법을 서던 오홍과 오중은 극한의 얼음 기둥이 솟구치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대진의 가운데, 본래 오광의 몸과 연결되어 있던 다섯 개의 사슬은 현재 다섯 마리의 빙룡(氷龍)으로 변해 있었다.

    다섯 마리 빙룡이 입을 크게 벌려 오광의 사지와 커다란 꼬리를 물고는 탐욕스럽게 체내의 뜨거운 화독을 흡수하자 열기가 증발하면서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를 본 심협은 속으로 안도했다. 십절한빙진의 위력은 그의 예상보다 강력했다. 이대로라면 오광 체내의 화독을 제거하는 것은 문제없을 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광의 몸에 퍼져 있던 화독 문로가 거의 다 사라져 이제 남은 것은 척추에 있는 화독뿐이었다.

    마지막 화독인 만큼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심협은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마지막 고비니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형님의 화독을 반드시 제거해야 해!”

    오흠이 모두를 독려하려는 듯 외쳤고, 무심코 돌아본 심협은 그의 뒤에서 이상한 파동이 일어나면서 한 줄기 질풍이 쏜살같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십협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몸을 숙여 옆으로 피했고, 동시에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검광이 뒤로 날아갔다.

    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순양검이 금빛을 막아냈다.

    금빛은 금색의 원추(圓錐)로, 차가운 빛이 흘러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

    하지만 심협이 안도하기도 전에 옆의 허공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똑같이 생긴 네 개의 금색 원추가 바람을 가르며 그의 몸 곳곳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동시에 뒤에서는 아무런 기색도 없이 새하얀 손의 허상이 나타나 그의 등을 가격했다. 심지어 어떤 기운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편, 한빙 대진 안의 오광은 법력 파동이 느껴지자 두 눈을 떴다가 심협이 기습당하는 광경을 보고는 표정이 급변하여 양손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푸른 빛기둥이 옆에서 날아와 그를 가격했다.

    피어오르는 빛과 함께 푸른 빙산이 나타나 몸을 뒤덮은 탓에 오광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의 동시에 어디선가 붉은 화살이 날아와 아무런 방해도 없이 빙산 안으로 들어가더니 오광의 등을 뚫었다.

    오홍과 오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곧장 법진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법진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꽈르릉!

    대진 가운데에서 한 차례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기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산산이 부서진 수많은 얼음 결정이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오홍과 오중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얼음 폭우를 맞으며 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오광이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그의 등은 산산이 조각나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안의 장기가 다 보일 정도였으나 척추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금빛 인영이 기류를 뚫고 날아와 오홍과 오중 옆에 섰다. 바로 심협이었다. 그는 오른팔에 두 갈래의 상처가 난 상태였고, 피가 흘렀지만, 상처가 깊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다.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천두금준과 기혈번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지만, 천두금준에 난 손자국이 눈에 거슬렸다.

    몇 장 앞에서는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는데, 바로 오우였다. 그의 고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른손에 낀 하얀 장갑 위로 흐르는 하얀 빛은 영기로 충만해 보였다.

    심협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소매를 크게 휘두르자 바로 옆에서 커다란 적색 검홍이 날아갔다. 끝없는 주홍색 불꽃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100장 길이의 화염검으로 변했다.

    더할 나위 없이 뜨거운 기운이 폭발하자 주위는 마치 무더운 용암의 땅 같았다.

    오우는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오른손 장갑에서 빛을 뿜어내 화염검이 뿜어낸 무지개를 내리쳤다. 그러자 영롱하게 빛나는 커다란 백색 손이 허공에 나타나 검홍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붉은 빛이 번득이자 하얀 손은 둘로 갈라졌고, 화염검의 무지개는 거리낌 없이 오우와 거리를 좁히며 가로로 베었다.

    오우의 안색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그녀의 하얀 장갑이 몸에서 떨어져나가 순식간에 거대해졌고, 앞을 가로막았다.

    그때 누군가가 귀신처럼 나타나 오우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북해 용왕 오순이었다.

    오순이 결인하고는 손을 휘두르자 다섯 개의 금빛이 손에서 날아갔는데, 다섯 개의 금색 원추였다. 아까보다 커진 금색 원추는 바람을 가르며 화염검을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 펑! 콰쾅!

    몇 번의 충돌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하얀 장갑과 다섯 개의 금색 원추는 모두 반으로 갈라졌다.

    심협이 검홍을 발동하여 두 사람을 쫓아가려는 순간, 열 조각으로 잘린 금색 원추가 갑자기 폭발하더니 수많은 날카로운 금빛이 불꽃놀이 하듯 피어올랐다. 굉음이 울려 퍼졌고, 주위 허공마저 흔들리며 눈에 보일 정도의 파문이 일었다.

    “어서 비검을 거두시오! 저 뇌음금살(雷音金煞)은 검기를 파괴하는 것이라 저기에 닿으면 검광이 사라진다오!”

    화령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협은 곧바로 비검을 회수하려고 결인했지만, 늦고 말았다. 수많은 금빛이 화염검 무지개에 닿은 것이다.

    화염검 무지개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불꽃의 검기가 절반이나 사라졌다.

    심협은 서둘러 순양검을 거두었다. 검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영성이 손상을 입지는 않은 터라 서둘러 몸에 넣어 온양했다.

    그 무렵 오우와 오순 옆에는 두 사람이 더 나타났는데, 바로 남해 용왕 오흠과 서해 용왕 오윤이었다. 이들은 손에 각각 붉은색 활과 푸른색 거울을 들고 있었다. 방금 오광을 기습한 것도 그들이었다.

    네 사람은 얼음굴의 유일한 출구를 막고 서 있었다.

    오우는 푸른 영패를 꺼내더니 얼음골 입구를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푸른 빛이 입구 주위의 얼음벽으로 날아가며 연달아 반짝였고, 세 개의 푸른색 얼음 기둥이 나타났다. 얼음 기둥에서 강력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입구에 두꺼운 푸른 광막이 나타나 얼음굴과 외부를 완전히 차단했다.

    이를 본 심협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일단은 공격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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