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31화 (831/1,214)
  • 831화. 네 번째 사람

    대전 부근의 허공. 붉은색의 누군가가 서 있었다. 바로 초적염수였다. 그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당연히 심협을 이곳을 보내 복공과 서로 싸우게 하여 어부지리를 얻을 생각이었다. 한데 심협이 이리 쉽게 죽어버릴 줄이야.

    “그 심협이란 자는 분명 강하고 현묘한 공간 법보가 있을 텐데 이리 쉽게 죽었단 말인가?”

    초적염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천현화대진의 위력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계속해서 비석을 연화하는 복공을 보면서 초적염수는 점점 초조해져갔다. 만약 저자가 비석을 완벽하게 연화한다면 선부를 차지할 기회는 완전히 사라진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입을 벌려 암홍색 소인을 뱉어 아래로 날렸다.

    복공의 머리 위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작은 산만 한 암홍색 대인이 운석처럼 떨어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강력한 힘이 뒤덮어오자 대전의 불바다가 어두워졌고, 복공은 몸이 무거워져서 움직일 수 없었다.

    “번천인(番天印)!”

    복공은 안색이 변하더니 바로 노란색 대인을 발동하여 대응했다.

    땅!

    굉음과 함께 엄청난 위세의 노란색 대인이 폭발하자 암홍색 대인은 순간 허공에 멈췄다.

    복공은 그 틈에 바로 손을 보라색 화로 안에 넣어 열두 개의 돌기둥을 발동했다. 돌기둥 위에 새겨져 있던 화룡의 조각상이 전부 움직이더니 하얀 불꽃으로 그물을 만들어 암홍색 대인과 충돌했다.

    꽈르릉!

    불꽃의 그물은 폭발했고, 암홍색 대인도 뒤로 튕겨나갔다.

    콰쾅!

    궁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모를 바닥과 벽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복공이 양손을 연속으로 결인하자 흔들리던 도천현화대진이 안정을 찾아갔다.

    허공이 흔들리더니 초적염수가 나타나 대인을 손에 쥐었고, 대인의 깜빡이던 빛도 바로 안정되었다.

    복공과 초적염수는 서로 마주 봤다. 서로의 눈에서 뼛속까지 박혀 있는 원한을 발견하고는 이를 갈았다.

    한편, 대전 구석에서는 매우 가느다란 은빛이 반짝였다. 너무 작은 데다 주위의 번쩍이는 불꽃에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이 은빛은 바로 산하사직도였다.

    심협은 일찌감치 초적염수가 부근에 숨어 있을 것을 예상하고는 도천현화대진에 죽은 척하며 산하사직도 안으로 들어가 대전 구석에 숨은 것이었다.

    초적염수는 광성선부를 탐냈기에 복공이 비석을 모두 연화하도록 두고 볼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암홍색 대인(大印)이 상고 중보 번천인이었구나. 그래서 위력이 저렇게 강했어. 한쪽은 번천인, 다른 쪽은 도천현화대진이라…… 재밌겠는데?”

    심협은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듯 웃으며 옥병에서 하얀 액체를 꺼내 삼켰다. 만년옥수였다.

    순수한 천지영기가 몇 호흡 만에 심협의 법력을 완전히 채웠다.

    그 무렵, 초적염수와 복공은 다시 맞붙었다. 도천현화대진은 역시 상고의 대진답게 매우 현묘하여 공격, 방어, 봉인, 환상 등의 효능을 모두 발휘했다. 보고 있는 심협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그러나 번천인도 만만치 않았다. 상고 중보답게 위력은 하늘을 찌를 기세라 복공이 발동한 도천현화대진의 기기묘묘한 변화도 일격에 무찔렀다.

    두 사람은 한참을 대치했고,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안목이 고명한 심협은 두 사람의 차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복공은 진법의 도가 매우 고명하여 축융분지 화령의 힘을 대대적으로 흡수하여 활용함으로써 대진을 발동하는 데 법력의 소모가 크지 않았다. 반면 초적염수는 순전히 자신의 법력만으로 번천인을 발동했기에 아무리 복공보다 경지가 높다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질 터였다.

    물론 초적염수가 육합천문대진에 있는 다른 분신을 소환할 수 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복공은 이날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심협 등 외부인까지 끌어들여 이용할 정도이니 초적염수의 분신이 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수를 써놨을 가능성이 높았다.

    적염수가 패할 경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심협은 복공 뒤편의 한 붉은 기둥을 보고는 눈이 반짝거렸다. 방금 그곳에서 검은색 그림자가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나 초적염수, 복공 외에도 또 누가 있는 건가?”

    심협은 얼른 유명귀안을 전력으로 운공했지만, 그 그림자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잘못 본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 수상한 그림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는 이를 악물고 체내의 마기를 두 눈에 주입하여 천마안 신통을 시전했다. 이미 유명귀안을 절정까지 수련하여 영목 신통이 매우 현묘했지만, 마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천마안은 치우무결의 절세 신통으로 대성까지 수련하면 온 세상을 살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마안 신통을 수련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매우 순수한 마기를 눈에 담고 있어야 하고, 몇 가지 마도 영재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세월을 통해 수련해야만 했다.

    심협은 이 신통을 유명귀안에 더함으로써 검은색 그림자의 흔적을 찾을 생각이었다. 천마안 신통의 가장 큰 효과는 바로 투시였기에 지금 상황에 적합했다.

    그의 눈에서 푸른 빛이 조금씩 사라지더니 검은 빛이 떠올랐다. 동시에 안력이 갑자기 대폭 커졌고, 그 상태로 한참을 찾아보자 정말로 그 그림자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인영은 멀지 않은 곳의 다른 암홍색 기둥 안에 숨어 있었다.

    검은색 그림자는 이능(異能)처럼 두 눈을 혈광으로 반짝이며 복공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자가 여기는 어떻게 온 거지? 설마……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심협은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중얼거렸다.

    이 순간에도 복공과 초적염수는 여전히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지리적 우세 덕분에 점차 복공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고, 초적염수는 영력이 거의 바닥나서 번천인이 몇 장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는 이미 공격을 포기한 채 방어하기에 급급했고, 도천현화대진의 공격에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하하! 초적염수, 전에는 네 경지가 나보다 높아서 내가 중상을 입고 패했다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

    복공은 크게 웃었지만, 초적염수는 대답하지 않고 번천인으로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다.

    “번천인은 광성자가 만든 중보! 넌 옥청선법(玉淸仙法)도 모르면서 화염의 영력을 이용해 강제로 번천인의 금제를 연화했으니 그 보물의 위력을 전부 끌어낼 수 없다. 이제 끝을 내자! 크하하하!”

    복공은 연달아 웃으며 양손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얼굴에는 점점 광기가 서렸다.

    그의 옆에 있는 열두 개의 돌기둥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불꽃이 모여들면서 거대한 불꽃의 창이 생겨났다.

    콰쾅!

    불꽃의 창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번천인을 튕겨내고 초적염수의 가슴을 찔렀다.

    “크아악!”

    초적염수는 비명을 내질렀고, 몸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며 허화되어 사라져갔다. 하지만 거대한 불꽃의 창에서 기이한 흡입력이 흘러나와 그가 허화되는 것을 방해했다.

    초적염수는 깜짝 놀라 부상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체내에 남은 화령의 힘을 모두 쏟아부어 불꽃의 창을 부러트리려 했다.

    하지만 복공이 한발 빨랐다. 하얀 불뱀이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초적염수의 몸을 칭칭 감았다. 이어서 복공이 결인하자 집채만 한 하얀색 연꽃이 되어 초적염수의 몸에서 활짝 피었다.

    거대한 연꽃잎이 초적염수의 몸을 감싸자 그는 꼼짝 못 하고 단단히 갇혔다.

    복공은 득의양양했으나 안색은 창백했다. 그도 법력 소모가 컸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초적염수를 가둔 뒤 바로 옆에 떨어진 번천인을 가져왔다.

    “번천인! 광성자의 법보가 드디어 내 수중에 들어왔구나! 크하핫!”

    복공은 대인을 들고는 미친 듯이 웃었고, 두 눈이 붉게 빛났다.

    한데 그때, 옆에서 허공이 일렁이더니 번개 같은 금색 검의 허상이 튀어나와복공의 목을 노렸다. 부러진 금검(金劍)의 날에서 차가운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고, 그 빛은 매우 예리하여 지나가는 곳마다 가느다란 흔적이 생겼다.

    복공은 진선 후기의 고수답게 즉각 몸을 옆으로 피하는 동시에 입에서 금색 소검(小劍)을 뿜어냈다. 이 소검은 그의 머리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챙!

    금속음과 함께 금색 소검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차가운 금빛을 모두 튕겨냈다.

    복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품에 넣어 다른 보물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그때, 다른 쪽 허공에서 파동이 다시 일더니 붉은 빛이 쏜살같이 날아와 복공의 목을 베었다. 앞선 차가운 금빛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였다.

    복공은 목덜미에 서늘함을 느꼈고, 손발이 차게 굳었다.

    다음 순간, 그의 머리가 툭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고, 들고 있던 번천인과 옆에 떠 있던 보라색 화로, 금색 소검 모두 힘을 잃고 툭 떨어졌다.

    검은 그림자는 옆의 돌기둥에서 재빨리 나와 번천인과 보라색 화로 등을 챙기려 했다. 하지만 금빛과 붉은 빛의 검광이 빠르게 날아와 한발 먼저 세 개의 보물을 챙겼다.

    허공에서 은빛이 일렁이더니 심협이 나타났다. 그는 왼손을 휘둘러서 번천인과 보라색 화로, 금색 소검을 챙기고는 오른손으로는 결인했다.

    붉은 빛 안의 순양검에서 빛이 강하게 빛나더니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비검으로 변했고, 주작진령과 홍련업화가 서로 교차했다. 이어 심협의 손을 따라 100장 길이의 거대한 검광으로 변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적염수를 가두었던 하얀 연꽃에 떨어졌다.

    아무도 도천현화법진을 제어하지 않자 하얀 연꽃은 순식간에 터져나갔고, 순양검은 곧장 초적염수의 몸을 관통했다.

    초적염수는 이미 신채(神采)가 사라진 공허한 눈으로 심협을 바라보며 단숨에 몸이 폭발했다. 불꽃으로 변한 몸이 사라지자 주먹만 한 붉은 구슬이 떨어졌다. 바로 화단(火丹)이었다.

    순양검은 화단을 휘감고 돌아와 심협의 소매로 들어갔다. 복공의 시체 또한 그가 거두었다.

    “용 도우는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오? 이제 죽을 사람은 모두 죽었으니 모습을 드러내도 되지 않겠소?”

    심협은 그제야 기둥을 돌아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용아였던 것이다.

    그는 분명히 금색 대전에서 붉은 실 고치에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하지만 용아에게는 적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죽고 나서도 다시 살아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 여기에 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복공이 죽고 아무도 제어하지 않는 도천현화대진의 모든 불꽃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대전 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열두 기둥의 하얀 불꽃도 완전히 사라져 제자리에 우뚝 솟아 있었다.

    암홍색 돌기둥은 조용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심협은 차갑게 웃었다. 곧이어 순양검이 폭음을 내더니 산을 벨 기세로 암홍색 돌기둥을 베었다.

    도천현화대진이 사라진 암홍색 돌기둥은 이전처럼 단단하지 않아서 쉽게 잘려 나갔다.

    검은색 그림자가 돌기둥에서 나오더니 짙은 살기를 드러내며 심협에게 달려들었다.

    심협의 옆에서 날고 있던 참마검이 금빛을 번쩍이며 그의 몸과 하나가 되어 날카로운 금빛으로 변하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 달려들던 그림자 옆의 허공이 일렁이더니 날카로운 금빛이 나타났고, 이 금빛은 단숨에 그림자의 목을 베었다.

    웅웅 하는 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검광이 소리보다 몇 배는 빨랐다.

    검은 그림자는 깜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잘리고 피가 튀었다.

    금빛과 함께 심협과 참마검은 다시 둘로 나뉘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 초식은 순양순살검으로, 그의 깨달음이 깊어지면서 다른 비검과 합쳐서 시전할 수도 있게 됐고, 그 위력은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