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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29화 (829/1,214)
  • 829화. 분신

    “저 포는……?”

    초적염수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장 거울을 거두고는 입에서 불기둥을 뿜어냈다.

    이 불기둥의 불꽃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했지만, 뜨거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불꽃의 제어가 극도의 절정에 다다른 지순지염(至純之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협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신장화포를 발동했다.

    포구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이 떨렸다.

    하얀 빛기둥이 번개처럼 쏟아져 나와 불기둥과 충돌했다.

    펑! 콰쾅! 퍼펑!

    몇 번의 폭발음이 울려 퍼진 뒤, 불기둥은 힘없이 무너졌다.

    심협은 혼사를 익힌 후로 신장화포의 위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얀 빛기둥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엄청난 속도로 청동 거울을 향해 날아가더니 맹렬하게 폭발했다. 번쩍이는 눈부신 하얀 빛과 함께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영압이 뿜어져 나왔다.

    진홍색의 거울은 하얀 빛에 뒤덮이자 영광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내부에서부터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초적염수는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더니 곧장 타오르는 불구름으로 변하여 하얀 빛을 향해 돌진했다.

    불구름 안에서 수많은 화뢰(火雷)가 번쩍이며 폭발하자 위력을 자랑하던 하얀 빛기둥은 부서졌다.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초적염수의 손에 들린 진홍색 거울에는 몇 줄기의 균열이 생겼다.

    “감히 내 법보를 부수다니, 열 번을 쳐 죽여도 시원찮다!”

    초적염수는 번쩍 고개를 들며 외쳤으나, 심협이 사라져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그때, 발아래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순양검에서 주작진령이 폭발하여 뿜어져 나오면서 주위의 붉은 실이 완전히 불에 타 사라진 것이다. 이어서 순양검이 빠져나왔다.

    구유마염도 붉은 실을 태워버렸고, 참마검도 무사히 모습을 드러냈다.

    봉인된 통로 입구 앞. 심협은 그곳에 서 있었는데, 몸에 번득이던 금빛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옆에는 또 한 명의 심협이 있었는데, 손에 신장화포를 들고 있었다. 심협이 금빛으로 몸을 덮은 사이 만들어낸 수혼술 분신이었다. 분신은 은신부를 사용하여 몰래 허공으로 숨어들었다가 거울을 부수고 두 개의 검을 구한 것이다.

    “교활한 것, 저급한 분신 따위로 날 속이다니!”

    초적염수는 일의 경과를 눈치채고는 분노해 덤벼들었다.

    그의 옆에 있던 불구름이 몇 배로 커지더니 폭우 같은 화뢰가 쏟아져 나왔고, 대전은 바람과 천둥소리로 가득 차며 웅웅 떨려왔다.

    심협은 개의치 않는 듯 가볍게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순양검에서 10여 장에 이르는 불꽃의 주작이 뿜어져 나와 검광보다 몇 배는 빠르게 날아가 복공이 있는 고치 옆을 스쳐갔다.

    순양검이 바람을 가르며 강하게 고치를 베자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고치에 기다란 틈이 생겨났다.

    초적염수는 또다시 실책을 범하자 안색이 딱딱하게 굳더니 몸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자 몸이 둘로 나뉘어 분신이 생겨났다.

    하나는 절반으로 줄어든 불구름을 타고 심협에게로, 또 하나의 초적염수는 복공의 고치로 돌진했다.

    복공을 가두고 있던 고치 안에서 갑자기 휙 하는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눈부신 은빛이 안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대전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한 줄기 은빛이 고치 안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팔괘번으로 변하였다. 은색 불꽃이 타오르면서 광환이 폭발하여 쏟아져 나오더니 가볍게 초적염수와 불구름을 조금도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냈다.

    또 하나의 심협도 현황일기곤을 꺼내더니 수많은 곤봉의 허상으로 주위를 뒤덮어 초적염수에게 일격을 날렸다.

    콰쾅!

    굉음과 함께 심협은 세 걸음을 물러났지만, 초적염수는 완전히 튕겨나갔다.

    심협은 속으로 역시 태을 존재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둘로 나뉘었는데도 발천난봉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다니!’

    하지만 그는 천살시왕을 아직 꺼내지도 않았고, 산하사직도 같은 숨은 패가 있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황정경을 운공하자 금빛이 번쩍이더니 손과 발이 순금색 용의 팔과 코끼리 다리로 변했다. 이어서 수많은 곤봉의 허상이 다시 나타나 초적염수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초적염수는 두 눈을 번득이고는 몸에서 붉은 빛을 뿜어냈다. 이 빛은 짐승의 형태로 변했는데, 적염수와 비슷했지만 배는 더 컸다. 게다가 몸에는 붉은색 골갑(骨甲)이 생겨서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초적염수의 기운이 크게 증폭하여 무한한 태을의 단계까지 근접했다. 이어서 조금 전까지 의자에 앉아서 가지고 놀던 소인(小印)이 나타났다.

    암홍색 소인(小印)은 백배나 커져 산과 같은 거대한 인(印)으로 변했다. 사방에 산하화조(山河花鳥) 그림이 새겨져 있었고, 바닥에는 수많은 오래된 문양과 진도가 그려져 있었다.

    거대한 인이 곤봉의 허상과 충돌하면서 땅 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하늘을 뒤덮었던 곤봉의 허상이 부서졌다. 동시에 신위를 발휘하던 현황일기곤도 튕겨나가 쾅 하고 벽에 박혔고, 곤봉의 끝은 쉴 새 없이 떨려왔다.

    현황일기곤을 쥐고 있던 심협은 손아귀가 찢어지면서 뒤로 날아가 통로가 있는 석벽에 처박혔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사람 모양의 구덩이가 생겨났고, 심협은 피를 토했다.

    황정경을 운공하여 몸을 강화했는데도 암홍색 거대한 인의 위력은 너무나 강력했다. 두 팔에서는 아직도 충격이 느껴졌고, 오장육부도 뒤집힐 것 같았다.

    “저 암홍색 인은 무슨 법보지? 어떻게 이런 위력이……?”

    심협은 적잖이 놀랐다. 만약 황정경을 익히지 않아서 육체가 평범한 수사 정도였다면 이번 공격으로 온몸의 뼈가 부서졌을 터였다.

    한편, 초적염수는 심협이 거대한 인의 일격에도 죽지 않았고 곤봉 또한 무사한 모습을 보고는 놀란 기색이었다.

    이 암홍색 대인(大印) 법보의 위력은 그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상고 봉신 대전 때부터 전승되어 온 중보로, 한쪽 모서리가 부서지고 내부의 금제도 상당히 부서져 위력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진선의 수사가 막아낼 수준은 아니었다.

    초적염수는 놀란 중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한번 암홍색 대인을 발동하여 심협에게 치명타를 날리려 했다. 한데 그 순간, 그는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몸 곳곳에 자흑색 반점이 떠올랐다. 발온갑의 온독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독? 언제……?”

    초적염수는 눈이 커졌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의 본체는 태을 존재이자 화령지체라 본래부터 독을 억제하는 신통이 있었다. 그가 크게 기합을 내지르자 온몸에서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서 몸의 반점도 빠르게 사라졌다.

    초적염수는 긴장을 풀고는 눈을 빛내며 암홍색 대인을 다시 떨어트렸다.

    심협은 오장육부가 뒤집힐 것 같았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게다가 발온갑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산하사직도를 발동할 수 있었다.

    머리 위에서 하얀 빛이 크게 번득이더니 희끄무레한 커다란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림 안의 산과 강의 풍경이 진짜 세계처럼 살아나더니 빠르게 암홍색 대인(大印)과 충돌했다.

    예상과 달리 굉음이 들려오지 않고 그림이 조금 움푹 파였다가 바로 멈춰 대인의 일격을 견뎌내자 초적염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반면 심협은 산하사직도의 위력에 그제야 안도했다. 그는 빠르게 양손을 결인하여 산하사직도를 발동했다. 몇 줄기 큰 강물 같은 하얀 빛이 그림에서 쏟아져 나와 암홍색 대인을 빠르게 휘감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하얀 소용돌이로 변했다.

    무시무시한 흡입력이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와 대인(大印)을 끌어당겼다.

    “저건 무슨 보물이기에 본존의 대인을 빨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초적염수는 당황하여 황급히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 술법으로 대인을 안정시켰다.

    심협 또한 계속해서 산하사직도를 발동했다. 하얀 소용돌이의 회전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자 암홍색 대인은 떨리면서 조금씩 안으로 떨어졌다.

    초적염수는 안색이 변하여 대인 위로 다가와 몸에 담긴 화령의 힘을 암홍색 대인에 주입했다.

    이어 암홍색 대인에서 강력한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주위의 천지가 갑자기 뒤집히더니 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워졌고, 땅은 갑자기 텅 비었다.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와 산하사직도의 흡수를 막았다.

    한편, 팔괘번의 불꽃으로 만들어진 은색 광환에서 복공이 나타나더니 심협을 힐끗 보고는 양손을 빠르게 결인했다. 그러자 광환 안의 공간에서 갑자기 파동이 일더니 희미한 부문 진도가 떠올라 빠르게 선명해졌다.

    초적염수도 이 광경을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져 양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몸 주위에 있던 불구름이 날아올라 허공에서 뭉치더니 거대한 불꽃의 손이 되었다.

    수십 장에 이르는 손의 다섯 손가락은 거대한 기둥 같았고, 손에서는 짙은 화염이 타올랐다. 그 손이 번개처럼 은색 광환 위에 떨어졌다.

    하늘을 압도하는 압박감이 떨어져 내리자 은색 광환은 크게 위축됐지만, 부서지지는 않았다. 그 안의 진문과 부문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 금세 선명해졌다.

    복공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며 기합을 넣자 결인한 양손이 떨려왔고, 팔괘번의 은색 불꽃도 갑자기 열 배로 커졌다. 팔괘번은 찬란하기 그지없는 은빛이 되어 줄어들더니 순식간에 은색 광환 안으로 스며들었다. 팔괘번은 매우 진귀한 공간 법보인데도 이렇게 부서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복공의 얼굴에는 흔들림이 전혀 없었고, 아까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은빛 고리는 보약을 먹은 것처럼 갑자기 밝아지더니 그 안의 진도와 부문이 완전히 뚜렷해져 온전한 진도가 되었고, 곧이어 빠르게 돌며 유연하고도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불구름으로 만들어진 손에 압도되어 있던 광환은 둥근 형태를 회복하면서 버텨냈다.

    초적염수는 당황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는데, 은색 광환 안의 진도가 갑자기 부서지더니 다시 수많은 부문으로 변하여 광환 주위로 흡수되었다.

    은색 광환이 갑자기 커지면서 안쪽은 빠르게 깊어져 순식간에 몇 장 크기의 공간 통로가 나타났고, 다른 쪽 끝에서 희미하게 희뿌연 대진이 보였다. 바로 산맥의 통로 안에 설치했던 육합천문진이었다.

    복공이 양손을 허공에 내밀자 저쪽의 육합천문진에서 빛이 환해지더니 공간 통로가 열리면서 법진 전체가 대전 안에 나타났다.

    대진뿐만 아니라 법진을 발동하던 화소, 청청 그리고 소삼자까지 이곳으로 왔지만, 흑곰 요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 사람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대진을 운공하시오!”

    복공이 석문 허상 위로 내려오더니 법력을 주입했다.

    이를 본 세 사람이 서둘러 술법을 발동하자 육합천문진이 빠르게 커져 순식간에 반경 백여 장을 뒤덮었고, 초적염수마저 대진에 뒤덮이고 말았다.

    “법진?”

    초적염수는 깜짝 놀라 온몸에서 붉은 빛을 강하게 뿜어내 본체로 변하더니 입을 벌려서 수십 개의 거대한 불꽃을 뿜어냈다.

    콰쾅! 펑!

    연이은 불꽃에 폭발이 일어나자 육합천문진 전체가 강하게 흔들렸다.

    “화 도우, 육합을 전부 소환해야 하오! 심 도우, 초적염수의 다른 몸을 붙잡아 주시오. 절대 두 몸이 다시 합체하게 해서는 안 되오!”

    복공의 큰 목소리가 금색 대전 안에 울려 퍼졌다.

    “무혼(無魂) 꼭두각시!”

    화소가 낮게 외치는 동시에 소매를 휘두르자 두 줄기 푸른 빛이 소매에서 뿜어져 나와 허공의 텅 빈 두 개의 석문 허상에 떨어졌다. 그러자 두 개의 푸른 꼭두각시 인형이 진선급의 강렬한 법력 파동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진선급의 언갑이었다.

    무혼 꼭두각시가 석문 허상 안에 나타나 푸른 영력을 돌문 허상으로 주입했다.

    육합천문진의 여섯 개 진안을 모두가 지키자 갑자기 영광이 번쩍였고, 운공하는 속도가 두 배 이상으로 빨라지자 금방 안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이한 형상과 다양한 색채의 빛이 쏟아져 나와 초적염수를 완전히 뒤덮었다.

    초적염수는 눈앞이 반짝이더니 끝없이 펼쳐진 창해 깊은 곳에 나타났다. 허공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지척에 있는 듯이 떠 있어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으면서도 또 신기루처럼 매우 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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