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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824화 (824/1,214)
  • 824화. 합류

    심협의 차가운 눈빛에 용아는 덜컥 겁에 질려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심협으로서는 사사건건 도발해온 데다가 방금 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용아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가 법력을 주입하자 순양검은 배나 빨라져 번개처럼 용아를 쫓아갔다. 천지를 뒤덮는 날카로운 검기가 용아를 뒤덮었다.

    용아는 안색이 돌변하여 입에서 피를 뱉어 두 자루의 송곳니 비검에 주입했고, 두 자루 비검은 순식간에 무수한 검의 허상으로 변해 그를 보호했다. 적염수를 공격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였다. 동시에 그는 입에서 회색 깃발을 뱉어내 휘둘렀다. 두꺼운 회색 광막이 그 위를 뒤덮었다.

    이를 본 심협은 차갑게 웃으며 검결을 바꿨다.

    순양검에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서 주작영기가 모습을 드러내 검을 감쌌다. 특히 부리와 칼끝이 하나가 되자 태양과 같은 빛을 뿜어냈다.

    허공에서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는 발아래 흐르는 용암보다도 뜨거웠다.

    “가라!”

    심협이 결인하자 순양검은 번개처럼 날아갔고, 회색 광막과 검의 허상은 가볍게 뚫렸다. 심지어 그 안에 있던 용아의 아랫배에도 구멍이 뚫리면서 몸이 사방으로 쪼개져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사형!”

    청청이 달려와 용아의 상태를 살폈다.

    용아는 이미 기운이 끊어졌다. 일검에 참살된 것이었다.

    한편 이쯤 되자 귀천세도 안색이 돌변했다. 본래 애송이 하나 죽이는 일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겼건만, 그 애송이가 갑자기 맹호로 변한 것이다.

    심협은 청청을 내버려둔 채 결인했다. 그러자 순양검의 불꽃은 더 강해졌고, 곧장 귀천세를 향해 날아갔다.

    진선 후기인 귀천세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고, 푸른 빛과 함께 커다란 뿔이 나타나면서 기운이 몇 배로 폭증한 금과를 강하게 휘둘렀다.

    꽈릉!

    팔각금과와 순양검이 충돌하자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붉은 빛과 푸른 빛이 어지럽게 반짝이자 검기와 수광(水光)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와 동굴을 뒤흔들었다. 뿐만 아니라 검기와 수광이 서로 교차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 위에서 떨어지는 돌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귀천세는 순양검의 일격을 막아냈지만, 몸이 떨려왔다. 순양검에서 전해지는 열기에 몸의 절반이 붉게 물들었고, 머리에서는 연기까지 피어올랐다.

    “넌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귀천세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진선 후기인 자신이 상대의 일격을 하마터면 막아내지 못할 뻔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마치 천적을 만난 것처럼 비검의 저 붉은 영수(靈獸)가 그를 두렵게 했다.

    그는 좀 전의 경솔한 언행으로 이런 살성(煞星)을 건드린 것을 후회했다.

    심협은 귀천세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고 다시 결인했다. 그러자 순양검에서 10여 개의 주홍색 불빛이 뿜어져 나와 공작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져 귀천세를 덮쳐갔고, 주위의 열기는 다시 치솟았다.

    간담이 서늘해진 귀천세의 입에서 나온 푸른 한기가 팔각금과의 푸른 빛을 더 강하게 했고, 그 덕에 간신히 주홍색 불빛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물러나 팔각금과도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다.

    한데 그때, 팔각금과와 대치하던 순양검의 붉은 빛이 더 밝아지더니 피식 소리와 함께 금과를 절반으로 부수고는 귀천세를 쫓아가 그의 오른팔을 스쳐갔다.

    “크아악!”

    비검은 공격을 멈추고 잘려나간 오른팔을 감싸 심협 앞에 떨어트렸다.

    “내 용린(龍鱗) 반지!”

    귀천세는 이를 악물었지만, 감히 더 머물 생각을 못 하고 입에서 푸른 정혈을 뱉어냈다. 정혈은 몸에 닿는 순간 바로 푸른 불꽃으로 변했고, 귀천세는 순식간에 푸른 무지개가 되어 저 멀리 날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청청도 이미 용아의 시체를 가지고 멀리 달아나 보이지 않았다.

    심협은 두 사람을 쫓아가지 않았다. 귀천세는 괘씸하지만 동해 용궁 사람이다. 현재 그는 동해 용궁에 부탁할 게 있으니 가벼운 처벌 정도는 괜찮지만 죽였다가는 번거로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용아는 이미 죽었고 청청이라는 여자는 그에게 무례하기 굴지 않았으니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귀천세의 잘린 팔에서 저물 반지를 꺼낸 뒤 신식으로 반지 안을 살펴본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귀천세가 지금까지 모은 지심화련 10여 그루 외에도 수만 개의 선옥과 다른 진귀한 재료들도 꽤 있었다.

    지심화련을 소요경 안에 넣은 뒤 떠나려던 심협은 갑자기 아래를 바라봤다.

    지하 동굴은 좀 전의 전투로 충격을 받으면서 용암 호수가 산산이 갈라졌고, 용암 안의 검은색 바위도 부서진 상태였다.

    바위 끝은 칠흑처럼 까맣고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용암에 녹아내려 그 내부의 일부가 드러났다. 반짝이는 검은색 영광과 주위의 불꽃에도 녹지 않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물건은 아닐 터였다.

    “검은색 영광…… 설마, 현명신철(玄冥神鐵)?”

    심협은 눈을 번쩍 떴다.

    현명신철은 기이한 철로, 구전빈철과 함께 명성이 자자했다. 비록 구전빈철처럼 단단하지는 않지만 법보의 강도를 높일 수 있고, 기이한 자력(磁力)까지 있어 두 개의 법보에 넣으면 두 보물 사이에 알 수 없는 연결이 생겨난다. 한 쌍의 법보를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최상의 재료인 셈이었다.

    “역시 세상사는 참 재미있군. 백방으로 찾아도 얻을 수 없던 것을 여기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양을 찾게 되다니 말이야. 하늘이 날 돕는군.”

    심협은 검은색 바위를 보며 기뻐했다.

    그가 현명신철을 찾은 이유는 순양검식 때문이었다.

    순양검식의 이전 3식은 이미 익혔지만, 제4식부터는 한 자루 비검으로는 시전할 수 없었다. 제4식부터 제6식까지의 순양검식은 몇 자루의 비검으로 합을 이루는 절초다. 더욱이 제7식부터 제9까지는 검식이 아닌 검진(劍陣)이라 더욱 많은 비검이 필요하다. 게다가 아무 비검으로나 가능한 게 아니라 순양검과 같은 수준의 비검이어야 한다.

    진즉부터 검진을 익히고 싶었지만, 그간 비검의 재료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축융분지가 내게는 행운의 장소로군.”

    심협은 감탄하며 바위를 소요경 안에 넣은 후에야 붉은 빛으로 변하여 축융분지 중심 구역으로 날아갔다.

    주위의 다른 지심화련을 계속 찾아다녀봐야 이렇다 할 수확을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심협은 바로 중심 구역으로 향했다. 한편으로는 흑곰 요괴의 안전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흑곰 요괴가 자신을 데려와준 덕에 이렇게 많은 수확을 얻게 된 것 아닌가.

    심협은 한 시진 만에 중심 구역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바깥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래쪽 땅은 온통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진정한 불바다였다. 순양검으로 몸을 보호해도 뜨거움을 견딜 수 없었기에 서둘러 진창해 신통을 운공했다. 한기가 몸을 뒤덮자 한결 편안해졌고, 그제야 주위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다.

    무척 넓은 곳이었기에 신식으로 완전히 뒤덮기는 무리였고, 눈으로 둘러봐도 지심화련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복공과 흑곰 요괴 등을 찾아다녔다.

    “심형!”

    한참 후에야 검은 뇌전이 멀리서 날아오더니 금방 근처로 다가왔다.

    “흑곰 도우, 왔구려.”

    심협은 흑곰 요괴가 다친 곳이 없어 보이자 안심했다.

    “심형도 일찍 왔구려. 수확은 어떻소?”

    “그럭저럭 괜찮소. 흑곰 도우는 언제 왔소? 복공 도우와 화 도우는 보셨소?”

    “나도 방금 와서 잘 모르오. 복공은 중심 구역 깊은 곳으로 갔을 테니 우리도 가봅시다.”

    심협도 그럴 생각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흑곰 요괴와 함께 나아갔다.

    두 사람은 금방 중심 구역 깊은 곳에 도착했다. 거대한 산맥이 갑자기 앞에 나타났는데, 얼마나 높은지 산 정상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 산맥은 불꽃으로 충만한 완전히 화염산(火焰山)이었다.

    앞을 가로막은 화염산의 위용에 심협과 흑곰 요괴 모두 경악했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고 정상을 향해 날아갔다.

    산 중턱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호흡이 가빠졌고, 오장육부에 고통이 느껴졌으며, 법력 운공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안 되겠소. 여기서부터는 축융분지 정상의 지폐화독(地肺火毒)의 영향권이오. 이제 그만 내려갑시다!”

    흑곰 요괴가 충고하더니 곧장 멈추고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심협도 뒤를 따랐지만, 그는 몰래 만독혼원주를 삼키고 발동하여 오장육부의 고통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호흡과 법력도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만독혼원주는 대단하구나.’

    심협은 속으로 기뻐하면서도 흑곰 요괴에게는 내심 미안했다. 그러나 이 보물은 그의 숨겨둔 패였고, 얻게 된 경로도 비밀인지라 사람들에게 쉽게 내보일 수 없었다. 사실 흑곰 요괴의 법력은 심오하여 지폐화독 따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테니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금방 산 아래로 내려왔다. 흑곰 요괴의 몸은 뇌광으로 번쩍였고, 기색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체내의 화독을 이미 제거한 것이다.

    “분지 안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을 줄은 몰랐소. 더 위로 가는 건 위험해 보이니 돌아서 갑시다.”

    흑곰 요괴도 더 좋은 방법이 없었기에 심협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산을 따라 계속 전진하여 돌파구를 찾았지만, 한참을 날아도 이 거대한 산은 마치 천연의 요새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거대한 산은 이상할 정도로 두꺼웠고, 내부에는 각종 원기가 혼잡하게 뒤섞여 있어 두 사람의 신식으로도 맞은편의 상황을 감지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눈빛은 더없이 신중해졌다.

    ‘이렇게 거대하고 신식을 방해하기까지 하다니, 절대로 평범한 산이 아니다.’

    두 사람이 속도를 높이려던 순간, 신식 파동이 옆에서 전해져왔다.

    “흑 도우, 심 도우. 이쪽입니다.”

    복공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심협과 흑곰 요괴가 돌아보자 산 중턱에 몇 장 높이의 동굴이 보였고, 누군가 그곳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복공이었다.

    마침내 그들을 찾은 심협과 흑곰 요괴는 안심하며 그쪽으로 향했다.

    “마침내 오셨군요. 일은 순조로웠습니까?”

    “나름 괜찮았습니다. 나와 심 도우 모두 화염수를 마주쳤을 뿐, 별다른 위험은 없었습니다. 복 도우는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분지 중심 구역의 지심화련은 어찌 됐습니까?”

    흑곰 요괴는 그렇게 물으며 복공 뒤의 동굴을 바라봤다.

    동굴은 매우 깊어서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쌓여 있는 돌은 방금 파낸 것 같았다.

    동굴 안도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불씨는 주위의 산맥보다 훨씬 작았다.

    “음, 그 지심화련들은 이 둥근 산맥 안쪽에 있습니다. 다만, 산맥이 막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죠. 저와 화소 도우 그리고 소삼자가 한참을 팠는데도 아직 절반밖에 파지 못했습니다. 마침 두 분도 오셨으니 함께 가시죠.”

    복공이 동굴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심협과 흑곰 요괴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 산맥은 고리처럼 둥글어 두 사람이 한참을 날아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두말없이 복공 등과 함께 동굴 깊은 곳으로 향했다.

    소삼자는 복공의 그 하얀 깃발을 제어하여 강력한 흡입력이 느껴지는 하얀 빛을 뿜어내며 동굴 깊은 곳의 불꽃을 걷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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