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화. 혼사(魂絲)
일각이 되기도 전에 심협의 법력은 완전히 회복됐고, 부상도 절반이나 나았으며, 흐트러진 경맥도 회복됐다. 심지어 용솟음치던 마기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는 이번에 선정의 효과를 똑똑히 봤으나, 선정의 영력도 절반이나 줄어 손실이 컸다.
“역시 절세의 보물답군.”
“주인님, 상처가 이렇게 빨리 회복되시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너무 눈에 띄고 비경 안에는 수많은 요마가 있으니 언제든지 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은밀한 곳을 찾아서 상처를 치료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 장소를 옮기자.”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전한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 부근은 빼곡한 숲이었기에 금세 은폐된 동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주위에 몇 개의 금제를 설치한 후, 그는 다시 대개박술로 치료를 시작했다.
심협 체내의 마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순양검결을 운공하고 순양검과 참마검의 힘을 발동하여 마기를 제압했다.
두 개의 순양의 힘이 폭발하자 마기는 금방 완전히 제압당했다.
그가 손을 들자 금과 적의 빛이 반짝였고, 두 자루 비검이 동시에 나타났다.
심협은 순양검을 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려 참마검을 바라봤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가 고생하며 단련한 순양검의 위력은 참마검에 한참 못 미쳤다. 방금 그토록 빨리 체내의 마기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쇠사슬 마진의 마기 촉수를 부술 수 있었던 것도 이 참마검 덕분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이 참마검이 상고 시기 황제(黃帝)의 패검(佩劍)으로 마기를 억제하는 신통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러져 그 안의 금제도 절반이나 사라졌기에 순양의 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토록 마기를 억제하는 힘이 강한 것일까?
심협은 부러진 검을 움켜쥐고 진선기의 법력을 운공하여 안으로 주입했다. 그러자 참마검의 금빛은 더욱 밝아졌고, 몇 호흡 뒤에는 안에 남아 있던 금제가 완전히 발동하여 태양과 같은 금빛이 떠올랐다.
그는 신식을 운공하여 참마검의 금빛 안으로 넣고는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금방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태양과 같은 금빛에는 가느다란 금색 뇌전이 담겨 있었는데, 이 뇌전은 너무도 가늘고 금빛과 하나라 알아채기가 힘들었다. 그가 최근에 운사여전결을 익혀 신혼의 수색 능력이 크게 정진하지 않았다면 아마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금색 뇌전은 뭐지? 살기가 가득한 뇌겁의 금색 뇌전과는 달리 뭔가 신성한 느낌마저 드는군. 심지어 세상 모든 이의 행복한 소망이 뭉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세상에 이런 뇌전의 힘도 있었던가?”
심협은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참마검을 거두고 통령역요 술법을 시전했다.
잠시 후, 물소리와 함께 푸른 인영이 나타났다. 바로 파사였다. 그녀의 기운은 이미 대승 절정을 회복했고, 완전한 회복까지 한 걸음만 남긴 상태였다.
“심 도우, 무슨 일인…… 응? 설마…… 벌써 진선기에 도달한 건가요?”
파사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어느 종족의 수사든 진선기란 천험(天險)과 같은 난관이라, 넘어가려면 공법과 심성, 자원, 기연 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해서는 안 된다. 그녀 또한 평생을 그렇게 노력했지만 결국 진선의 난관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무너질 뻔하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구두충의 도움으로 간신히 돌파했건만, 심협은 자신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돌파에 성공해 있었던 것이다.
‘천성적으로 대기연을 가진 인물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의 영수가 되는 것도 굴욕은 아니지. 아니, 어쩌면 그의 도움으로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심협은 멋쩍은 듯 웃었다.
“운이 좋았소. 오늘 그대를 부른 것은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가요?”
“파사 도우는 견식이 넓고 뇌전 신통에 능하지 않소? 혹시 신성한 기운이 깃든 금색 뇌전을 아시오? 마치 만민의 선한 신념이 담겨 있는 듯한 뇌전이오.”
“신성한 뇌전?”
파사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했다.
“참마검에서 나타난 뇌전이오. 그 검은 상고 시기 황제의 패검이고 치우의 수급을 벨 때 사용한 것이라 하지.”
“부러진 참마검? 황제의 패검? 설마…… 헌원신뢰(軒轅神雷)인가?”
파사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경악한 듯 외쳤다.
“헌원신뢰?”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에 심협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상고 시기의 신뢰이니 심 도우가 못 들어본 것도 당연해요. 저도 구두충의 장서(藏書)에서 그 기록을 본 게 전부예요. 상고 시기 인간족의 헌원과 마제 치우가 천하를 두고 싸웠는데, 헌원의 영지 희수(姬水) 근처에서 신수 한 그루가 자랐대요. 백성들이 대대로 이 나무를 섬기자 영이 통했고, 금색 뇌전을 뿜어내 마기를 물리치고 인간들을 보호했다고 합니다. 헌원은 이 신수의 핵심을 취하여 마기를 막아낼 신병을 만들어 최후에 치우와 마족을 쓰러트렸다고 해요. 이 신수는 헌원신수(軒轅神樹)라고 추앙받았고, 금색 신뢰는 헌원신뢰라고 불리게 됐죠.”
“그렇군요.”
파사의 말에 심협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말대로라면 이 참마검은 헌원이 신수를 이용하여 만든 신병 중 하나라 헌원신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헌원신수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소?”
순양검의 위력은 아직 강하지 않으니 몇 조각의 헌원신수만 넣을 수 있어도 훨씬 강해질 것이고, 마기를 무찌를 능력도 더 강해질 것이다.
“헌원신수는 상고 시기에 이미 사라졌으니 어디서 찾을 수 있겠어요?”
파사는 기대로 반짝이는 심협의 눈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성 공주 등의 행적을 감시해달라는 건 어찌 됐소?”
심협도 자기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는 걸 알기에 머쓱한 듯 화제를 돌렸다.
“안 그래도 말하려던 참이었어요. 만성 공주가 어제 어떤 신비의 인물과 신기요와 함께 조용히 운몽택을 떠났는데, 그 행적이 이상했어요. 만약 내 경지가 어느 정도 회복되지 않았거나 미리 운몽택 곳곳에 탐사의 술법을 걸어두지 않았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거예요. 한데 그들이 운몽택을 떠나서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알 방법이 없네요.”
파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 그나저나 신기요가 살아 있었단 말인가! 돌아가서 계속 운몽택의 동향을 살피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시오. 이 영재에는 뇌속성 영력이 충만하니 도우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심협은 그저 말을 돌리려고 물어본 것뿐이었는데, 정말로 문제가 생겼음을 알고는 당황했다. 어쨌든 그는 영굴에서 얻은 두 개의 뇌속성 영물을 파사에게 주었다.
“천뇌정(天雷晶)과 뇌운화(雷雲花)! 감사해요. 이 영재만 있으면 조만간 진선기 경지로 회복할 수 있겠어요!”
파사는 두 가지 영재를 보며 기뻐했다.
천뇌정과 뇌운화는 거의 사라진 보물이라 그 가치는 은행나무 영과보다 낮지 않았다. 한데 심협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주었으니 파사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심협은 빙긋 웃었다. 이 두 영물의 영력은 매우 충만했지만, 불순물이 섞여 있는 데다 서로 엉켜 있어서 연화하기가 매우 어려워 자신에게는 계륵이었다. 허나 파사처럼 이수의 만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공간에서라면 이 두 가지 보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파사를 운몽택으로 돌려보내고는 다시 수중의 참마검을 자세히 살피다가 한참 뒤에야 순양검과 함께 단전 안에 넣었다.
헌원신수와 헌원신뢰는 이미 사라졌다니 아쉬웠지만, 참마검의 내력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름의 수확이라 할 만했다.
심협은 가볍게 심호흡을 해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는 신목은택을 운공하여 본명원기를 순화시킨 다음, 마기 폭증의 영향을 최대한 억누르기 시작했다.
목 계열 절정의 신통인 신목은택에는 을목영기를 흡수하는 작용이 있었다. 을목영물이 무수히 많은 보리비경 안에서 신목은택을 운공하자 대량의 순수한 을목영기가 사방에서 몰려와 몸으로 들어왔다.
심협의 몸이 눈부신 초록 빛으로 뒤덮이더니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어 부상이 회복됐다.
그는 서둘러 을목영력을 조절하여 대개박술을 보조했다.
“으음!”
심협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모여든 을목영력에는 미약하지만 특별하고 신기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이는 육신의 부상 회복에 매우 효과적이었고, 그 힘은 머릿속으로 들어가 신혼으로 스며들기까지 했다.
심협은 머릿속이 흐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런 느낌은 금방 사라졌다. 그가 운사여전결로 실제화하기 시작한 머릿속에서 신혼이 더욱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건 어떤 을목영력인지 몰라도 운사여전결 수련에 큰 도움이 되는군.”
내심 놀란 그는 서둘러 다시 눈을 감고 영력의 원천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의 예상을 뒤엎은 그 영력은 소요경에서 나오고 있었다.
심협은 신식으로 소요경 안을 살폈다. 그 결과, 이 영력의 원천이 진선기의 푸른 늑대 요괴의 저물대임을 알게 됐다.
“저물법기잖아? 저기에 뭐가 있는 건가?”
그는 생각하며 그 저물대를 꺼내 흔들었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바닥에 수많은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 각종 영재와 법보, 단약 등은 하나하나의 가치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비취색 나뭇가지에 집중되었다. 바로 늑대 요괴가 잘랐던 보리성수의 나뭇가지로, 거기에는 푸른색 영과가 달려 있었다.
이 특이한 을목영력은 바로 푸른색 영과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리열매였구나! 부형이 보리성수에는 신혼을 온양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이었어!”
심협은 눈이 반짝거렸고 조심스럽게 푸른색 영과를 땄다.
보리열매의 사용법을 모르는 그는 먹어볼까 고민하다가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우선 과일을 쥐고 계속해서 신목은택으로 영력을 흡수한 것이었다.
소요경과 저물대의 방해가 사라지자 보리열매의 영력은 둑 터진 것처럼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육신의 상처는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더니 반 각이 되기도 전에 완전히 회복되었다.
보리열매 안의 신비한 힘은 끊임없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신혼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심협은 다른 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운사여전결을 운공하여 신혼의 힘을 가다듬었다.
그의 미간에서 정광이 반짝거리더니 점점 더 밝아졌다.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나자 미간의 정광이 갑자기 밝아졌고, 투명한 정사가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쏟아졌다.
심협은 눈을 떴고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이 보리열매의 힘 덕분에 그의 운사여전결 수련이 마침내 중요한 단계에 도달했고, 신혼이 혼사(魂絲)의 경지에 도달했다.
혼사가 퍼져 나가자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3할이나 더 넓어졌고, 감지할 수 있는 상황도 더 뚜렷해졌다.
심협은 신식의 감지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혼사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천기권에 기록된 수많은 비술을 시전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천살시왕의 마지막 단계 제련에 마침내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했다.
지금까지의 싸움으로 그는 태을기 수사의 무서움을 더욱 깊이 알게 되었다. 만약 천살시왕을 완성한다면 태을 경지의 조력자가 생기는 것이니 육아상왕 등과 다시 싸워도 대항할 수 있는 저력이 생길 터였다.
방금 방촌산의 계 장로나 보리선조는 그를 오해했고 심지어 그를 첩자라고 의심까지 했지만, 심협은 그렇게 속이 좁은 인물이 아니었다.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으니 그들을 원망하지도 않았고, 죽게 내버려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정말로 신마의 우물이 열린다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바로 동굴 밖에 겹겹의 금제를 설치한 뒤, 천살시왕이 들어 있는 불사목의 관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