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05화 (805/1,214)

805화. 의심

사타령의 육아상왕과 금시대붕은 특히 분노를 참지 못해 초록색 광막을 내버려둔 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달려들었다.

호랑이 요괴의 시체를 거둔 심협은 순간 눈앞이 금빛으로 반짝이더니 거대한 금색 창과 백 장 길이의 금빛 두 줄기가 번쩍이며 공격해오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란 그의 머리 위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천두금준이 나타났고, 수많은 금색 노을빛이 내려와 그의 온몸을 보호했다. 연연나금의도 푸른 빛을 뿜어냈고, 수많은 구름이 벌떼같이 몰려와 방어를 한층 더 두껍게 했다.

그는 멈추지 않고 기혈번도 꺼냈다.

그 순간, 거대한 금색 창과 두꺼운 금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천두금준이 만들어낸 금색 보호막과 충돌했다.

꽝!

심협은 떨어지는 운석에 부딪힌 듯한 충격에 땅에 처박혔다. 눈앞이 빙빙 돌았다. 금색 보호막은 완전히 사라졌고, 연연나금의의 푸른 구름도 겨우 한 겹만 남았다.

“으윽!”

그가 미처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육아상왕과 금시대붕의 놀란 듯한 목소리에 이어서 강렬한 빛이 다시 일어났다. 흑백의 거대한 검광이 좌우에서 날아왔다. 심협은 심호흡을 하고 현황일기곤에서 금빛을 뿜어냈다. 금빛의 허상이 양쪽의 검광과 충돌했고 동시에 기혈번을 검은색 광막으로 바꿔서 몸을 보호했다. 연연나금의의 푸른색 구름이 순식간에 두 배로 두꺼워졌다.

또 한 번의 강렬한 충돌이 일어났지만, 한결 나아져 이번에는 몇 걸음 물러난 뒤에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위태로워 보였던 보리성수 아래 초록색 광막은 심협의 난입으로 태을 존재와 적지 않은 진선 수사들의 공격에서 벗어나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진 안의 몇 명은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서둘러 법진을 안정시켰다.

이를 본 심협이 안도하며 양팔에서 풍뢰영문의 빛을 번쩍이자 금과 청의 날개가 양팔에 나타났다. 그는 망설임 없이 하늘 높이 도망쳤다. 어차피 이번에 공격을 가한 것은 보리선조 등에게 숨 돌릴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고, 이를 마쳤으니 괜히 남아서 죽음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도망가게 둘 것 같으냐?”

그때까지 나서지 않고 있던 화십낭이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땅에서 하얀 빛이 일어나더니 하얀 거미줄이 나타나 심협을 감쌌다.

이 거미줄은 점성이 매우 강해 금과 청의 빛으로 변한 심협도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화 도우, 잘하셨소. 심협, 감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나다니! 본왕의 창을 받아라! 하하하!”

육아상왕이 크게 웃으며 수중의 금색 창을 다시 한번 내던졌다.

금시대붕은 말없이 양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금빛이 마찬가지로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지영은 흑백의 쌍검을 향해 다시 결인했다. 쌍검의 빛이 강렬하게 번쩍이더니 빠르게 교차하며 10여 장 길이의 거대한 흑백의 검 기둥이 되어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세 명의 태을 존재의 공격이 날아오자 세 개의 하늘을 뒤흔드는 거대한 힘이 덮쳐왔고,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심협은 이번에야말로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그는 곧장 양손을 결인했다. 그러자 몸에서 갑자기 금과 흑의 빛이 솟구쳤고, 몸도 몇 배로 커졌다. 반쪽은 마화(魔化)되었고, 나머지 반쪽은 황금빛으로 변한 그는 순식간에 현양화마 신통을 시전했다.

꽈르릉!

굉음과 함께 그의 몸에서 이전보다 열 배나 강한 법력 파동이 뿜어져 나오자 허공이 강하게 흔들렸다.

현양화마 신통에 금빛도 10배 이상 폭증한 현황일기곤으로 발천난봉을 시전하자 수많은 곤봉의 허상이 태을기 존재들의 공격과 충돌했다.

천두금준, 기혈번, 연연나금의 등의 법보들도 모두 빛을 뿜어냈다.

꽈르릉! 콰쾅! 펑!

몇 번의 굉음과 폭음이 울려 퍼졌고, 허공이 일그러지면서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질 기미가 보였다.

금색, 검은색, 하얀색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빛이 뒤엉키며 충돌하자 몇 개의 소용돌이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육아상왕, 금시대붕, 지영 그리고 인근의 수사들은 모두 휩쓸려 날아갔고, 땅에 나타났던 거미줄도 완전히 찢어졌다.

잠시 후 드러난 심협의 몸은 절반이 땅에 박혀 있었고, 금과 흑의 빛에 감싸인 몸은 곳곳이 부서져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커다란 몸은 절반으로 줄어들어 보기만 해도 매우 처참했다.

현양화마 신통을 시전했지만, 혼자의 힘으로 세 명의 태을기 존재에게 맞서기란 역시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체내의 마기와 법력이 더욱 뒤엉키고 말았다.

“그대는 어느 문파의 고수인가? 일격에 세 명의 태을을 날려버리다니, 나 성궁(星穹)이 그대에게 진심으로 감복했소!”

모두가 놀란 가운데 능파성의 금색 눈썹 남자가 크게 웃으며 탄복했다.

심협은 쓰게 웃을 뿐, 대답하지 않고 간신히 숨을 돌리며 땅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체내의 법력과 마기가 뒤엉켜 전혀 힘을 쓸 수 없어 땅속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했다.

그때, 바람 소리와 함께 수많은 하얀 검광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심협이 약해진 틈에 완전히 죽여서 후환을 없애려는 화십낭의 공격이었다.

움직이기도 힘들었더 심협으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한데 그 순간, 심협의 몸이 빛나더니 한 폭의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 그를 감싸고는 함께 사라졌다. 쏟아지던 검의 폭풍우는 허탕을 치고 땅에 박혀버렸다.

쿠르릉!

땅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끝이 보이지 않는 큰 구덩이가 생겨났다.

심협은 눈앞이 흐려졌고, 다음 순간 초록색 광막 바로 옆에 나타났다. 보리선조가 위기의 순간 그를 구하기 위해 산하사직도를 발동한 것이었다.

부드러운 힘이 산하사직도에서 흘러나와 체내로 들어가자 뒤엉켰던 법력과 마기가 순식간에 평온해졌다.

“계(桂) 장로, 어서 을목선진을 열어 심 도우를 들어오게 하게!”

보리선조의 현재 상태는 엉망이었다. 상처의 맹독은 이미 배의 초록색 광환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방금 심협을 구하기 위해 술법을 시전해서인지 산하사직도를 움켜진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심 도우, 고생했소. 어서 들어오시오!”

날카로운 눈썹의 청년이 서둘러 초록색 나무 영패를 꺼내 발동했다.

초록 빛이 영패 안에서 뿜어져 나와 심협 앞의 초록색 광막에 닿았다. 광막에 문의 허상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모습을 갖추었다.

그때, 멀리서 외침이 들려왔다.

“계 장로님, 멈추십시오! 심협은 적의 첩자입니다! 절대 을목팔괘진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됩니다!”

몇 개의 둔광이 먼 하늘에서 반짝였다. 바로 마연대진에서 빠져나온 각오 등이었다.

날카로운 눈썹의 청년은 깜짝 놀라 영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빛을 멈췄고, 보리선조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심협이 해명하려는 순간, 각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우리도 그가 지원군이라 여겨 함께 보리비경에 들어왔습니다. 허나 그가 우리를 마왕채의 마진으로 끌어들여 하마터면 거기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조사님, 계 장로님. 절대로 그를 법진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됩니다!”

“첩자였더냐? 흥! 당장 사라져라!”

날카로운 눈썹의 청년이 화를 내며 영패를 휘두르자 광막에 나타났던 문의 허상이 바로 사라졌다.

“네놈들 같은 간악한 무리가 각명과 각안을 이용하여 조사님을 공격하더니 또다시 우리를 속이려고? 썩 꺼져라!”

고양이 얼굴의 장로가 바로 영패를 꺼내더니 허공으로 휘둘렀다.

심협 앞의 지면이 갈라지더니 수십 개의 두꺼운 초록색 나무뿌리가 쏟아져 나왔다. 나무뿌리는 초록 빛으로 번득였고,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심협의 몸을 베어왔다.

그때, 육아상왕 등의 요마도 몸을 가누고는 다시 그를 향해 돌진해왔다.

심협은 속으로 한탄했지만, 해명할 틈이 없었기에 우선 수십 장을 물러나 나무뿌리의 공격을 피했다.

그는 양팔에서 풍뢰영광을 다시 뿜어내 진시천리 신통을 시전해 금청 빛의 허상으로 변하여 육아상왕 등 태을 고수들로부터 멀어졌다.

하지만 허공에서 파동이 일더니 화십낭이 나타났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빛이 쫙 펼쳐지면서 하얀색 거미줄이 되어 다시 한번 심협을 덮어왔다.

“또 너냐!”

심협은 눈빛이 날카로워진 순간, 양팔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온 짙은 마광이 풍뢰영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풍뢰쌍익은 몇 배로 커지면서 그 위로 검은 빛이 감돌았다. 진시천리 신통의 속도가 갑자기 몇 배나 빨라져 하얀 거미줄이 뒤덮기 전에 빠져나왔다.

깜짝 놀란 화십낭이 다시 신통을 시전하려는 순간, 금빛이 심협의 몸에서 곧장 날아왔다.

이 금빛에는 금색 부적이 들어 있었는데, 그 위에는 금색 뇌문(雷紋)이 가득하여 살벌한 뇌전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당황한 화십낭은 기겁하며 피하려 했다.

그때, 금색 뇌부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꽈르릉!

이어서 수많은 뇌전이 눈부신 금색 구렁이처럼 쏟아져 나와 서로 뒤엉켰고, 금색의 번개 숲이 되어 화십낭의 몸을 뒤덮었다.

심협은 곤토인뇌부의 효과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전력을 다해 진시천리 신통을 시전하여 먼 하늘로 사라졌다.

육아상왕 등이 뒤쫓으려 했으나 이미 멀어진 후였다.

세 사람은 분노했지만, 지금은 이곳의 금제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심협을 포기하고 화십낭을 구출했다.

심협은 전력을 다해 진시천리를 시전했고, 순식간에 수만 리를 날아갔다. 하지만 이내 체내의 마기와 법력을 모두 소모했고, 그제야 멈췄다.

그의 단전은 텅 비었고, 현양화마 형상이 사라져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는 마치 돌처럼 울창한 숲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귀장 조비극이 건곤대에서 나와 심협의 몸을 받아 들더니 평평한 바닥에 눕혔다.

심협은 귀장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신식으로 체내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표정이 한층 무거워졌다.

이번 부상은 지난번 흑연미굴에서 입은 것보다 심각했다. 육아상왕 등의 힘을 합친 일격을 받아내면서 온몸의 뼈가 조각났고, 경맥이 흐트러졌으며, 마지막에 둔속을 높이기 위해 마기를 풍뢰영문에 억지로 주입하면서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

하지만 그는 대개박술을 수련했고, 뛰어난 치료 단약이 있기에 육신의 상처는 걱정되지 않았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마기의 침투였다.

오늘 연이은 싸움에서 그는 마기를 발동했고, 마공을 시전하였으며, 현양화마 신통까지 시전했다. 이로 인해 체내의 마기가 급속도로 팽창하여 뇌겁으로 없앴던 마기가 이미 절반쯤 회복되어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마기가 다시 그의 심지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질 터였다.

‘정말 최악이군. 치우 마기는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같아.’

심협은 속으로 한탄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수밖에…….

그는 두 개의 치료 단약을 먹고는 영롱한 선옥을 꺼냈다. 바로 선정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긴박하여 천천히 공을 들여 치료할 틈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했다.

심협이 손에서 영광을 반짝이며 선정 안의 영력을 운공하자 다섯 개의 작은 뱀 같은 순수한 영력이 선정에서 흘러나왔는데, 매우 두껍고 그 순수함이 극에 달했다.

그가 결인하자 다섯 개의 영력이 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생기가 충만해지면서 영력이 빠르게 퍼져 나가 온몸 곳곳을 흘렀다. 따뜻하고 서늘한 느낌이 온몸을 뒤덮더니 금세 평온해졌다. 마치 신선이 되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선정에 담긴 영력의 순수함은 과연 범상치 않구나!’

그는 속으로 기뻐하고는 바로 영력을 운공하여 법력을 회복했고, 두 개의 단약으로 상처를 치료했다.

조비극은 한쪽에 서서 그의 호법을 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