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화. 원천
두 명의 방촌산 장로는 바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법진을 운공했다.
“신마의 우물은, 인, 선, 마 삼족과 삼계의 모든 세력이 함께 봉인을 결의했다. 너희 사타령, 마왕채 그리고 반사동이 이를 함부로 열면 삼계의 각 세력과 적이 된다는 것을 모르겠느냐?”
능파성의 남자가 오열하듯 외쳤다.
“지금 삼계의 각 세력이 힘을 합쳐서 방촌산을 공격하고 있지요. 여기서 당신들이 죽으면 우리가 신마의 우물을 열었다는 걸 누가 알까요? 호호호!”
화십낭이 마음을 홀리는 마력을 담아 웃자 금색 눈썹의 남자는 심신이 흔들려 더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서둘러 눈을 감고 심신을 안정시켰다.
“신마의 우물은 삼계의 수억 생명과 관계가 있다. 노도(老道)가 오늘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보리선조는 화십낭의 매심 신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보호막을 뚫고 들어오는 매혹의 힘을 단숨에 쓸어냈다.
“그렇다면 여기서 죽어라!”
육아상왕도 더는 힘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금빛이 번쩍이자 금색의 거대한 창이 나타났다. 창끝은 뱀처럼 초록색 보호막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꽈르릉!
산처럼 굵은 금빛 기둥이 엄청난 기세로 하늘에서 떨어졌다. 빛의 기둥 안에서 나온 다리의 허상이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이 흔들렸고, 유성처럼 빠르게 초록색 보호막을 공격했다.
굉음과 함께 허공에는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파문이 일어났고, 보호막 주위의 섬과 지면은 강하게 흔들리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균열이 생겼다. 섬 주위 호수는 전부 사방으로 밀려 나가 마른 바닥을 드러냈다.
초록색 보호막은 격렬히 흔들리면서 안으로 3장 정도 움푹 파였지만, 굳건히 버텨냈다.
금창의 위력마저 버텨내자 육아상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마왕채의 지영이 팔을 휘두르더니 앞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팟!
손가락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섬뜩한 하얀색 손톱이 튕겨 날아갔다. 초록색 광막 앞에서 하얀 빛과 함께 거대해진 손톱의 허상이 강하게 광막을 때렸다.
콰직!
초록색 광막은 다시 몇 장 정도 움푹 들어갔고,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보리선조의 초록색 빛이 하얀 손톱의 허상을 감싸자 움푹 파인 초록색 광막은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뒤이어 광막에서 초록색 소용돌이가 나타나 하얀 빛을 휩쓸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이른 본 지영의 안색도 변했다.
“을목팔괘선진은 방촌산 제일의 방어 법진이라 한두 명의 힘으로는 절대 깰 수 없다. 모두 전력을 다해 공격해라!”
금시대붕이 외치면서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냈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두 개의 작은 산만 한 금색 손톱이 초록색 광막 앞에 나타나더니 눈이 아플 정도로 눈부신 금빛과 함께 공격했다.
화십낭도 더는 힘을 아끼지 않고 또다시 벌떼 같은 비검을 꺼냈다. 검광이 몇 번 반짝이는 사이, 360여 개의 하얀 검의 허상이 나타났다. 검의 허상은 하나같이 검기가 충만했고, 매우 날카로운 기세로 초록색 광막을 향해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돕기 위해 각종 법보로 초록색 광막을 공격했다.
보리선조 등은 표정이 굳어 서둘러 전력으로 법진을 발동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고목에서 번득이던 초록 빛이 더 짙어졌고, 빠르게 을목팔괘선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 보호막을 안정시키려 했다.
그때, 10리 밖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빠르게 날아와 소리 없이 멈췄다. 바로 연연나금의와 은신부로 모습을 숨긴 심협이었다.
“찾았다! 역시 여기 있었어!”
섬의 상황을 살핀 심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부동래와 헤어진 뒤, 심협은 아무런 단서 없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신마의 우물을 찾았다. 아무런 대책이 없던 그는 비경 안에서 풍기던 향기를 따라 그 원천인 보리성수를 찾기로 했다.
신마의 우물이 중요한 장소라면 보리선조는 분명히 거기에 겹겹의 봉인을 설치해뒀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리비경에서 보리성수의 영력이 가장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이 맞아떨어지자 매우 기뻤다.
하지만 섬 안의 상황을 본 그는 곧장 표정이 굳어졌고, 신마의 우물을 찾았다는 순간의 기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마의 우물에 고수들이 모여 있을 거라는 생각이야 했지만, 저토록 대단한 존재들이 다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현재 그는 진선기였지만, 같은 진선기 수사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태을기 수사는 달랐다.
화십낭과 싸웠을 때, 그녀는 상대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크게 낭패를 봤다. 한데 지금 눈앞에 네 명의 태을기 존재가 있으니 대적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발각되는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
심협은 전력을 다해 연연나금의와 은신부를 발동하여 온몸의 기운을 완벽히 숨긴 후, 빠르게 대책을 마련했다.
발온갑이 태을기 존재에게 효과가 있을지를 떠나 저 요염한 부인은 발온갑의 온독을 감지해냈다. 그러니 발온갑의 기습은 안 될 것이다.
구유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고리는 한 번에 한 명만 공격할 수 있으니 성공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것이다.
속수무책의 상황에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그때, 저 멀리 섬에서 육아상왕 등이 전력을 다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보리선조 등이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보호막의 초록색 빛은 현저히 약해지기 시작했고, 그 크기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잠깐 사이에 초록색 광막은 절반이나 줄었다.
“을목선진도 이제 더는 못 버틸 게다. 모두 더 힘을 내라!”
육아상왕이 기뻐하며 금색의 거대한 창을 휘두르자 8개의 진짜 같은 창의 허상이 나타났다. 이 창의 허상과 거대한 금창은 마치 순양화영검처럼 똑같은 강렬한 파동을 뿜어내며 초록색 광막을 공격했다.
옆에서는 지영이 입을 쩍 벌리고 순수한 마기를 뿜어내 흑백의 검에 집어넣었다.
쌍검의 검광이 갑자기 증폭하더니 순식간에 10여 장까지 늘어났고, 날카로운 검기를 휘감은 커다란 흑백의 기둥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초록색 광막을 강하게 두들겼다.
금시대붕과 화십낭도 서둘러 공세를 더하여 거대한 금색 손톱과 벌떼 같은 검진의 위력을 높였다.
초록색 광막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고, 초록 빛이 빠르게 어두워지면서 크기가 다시 줄어들었다. 이내 을목팔괘선진으로 보호하던 보리성수의 일부가 광막 밖으로 드러났는데, 가지 위에 있는 푸른색 영과가 반짝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사타령의 진선기 푸른 늑대는 초록색 광막으로부터 드러난 보리성수 가지를 탐욕스런 눈으로 바라보다가 바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입에서 칼날 같은 은빛을 뿜어내 푸른색 열매가 있는 나뭇가지를 베었다.
챙!
나뭇가지는 절반만 잘렸다.
“이렇게 단단하다니!”
푸른 늑대 요괴는 놀랐지만, 곧장 수중의 은색 창을 휘둘렀다.
비단과 같은 은빛이 날아가 방금 공격했던 곳에 꽂히자 가지가 완전히 잘려나갔고, 푸른색 영과도 차지할 수 있었다.
다른 요족들도 이 고목이 을목팔괘선진의 중요한 요소임을 눈치채고 연달아 광막을 공격했다. 심지어 나무까지 공격하자 광막은 더욱 크게 흔들렸다.
이제 심협도 더는 방관할 수 없었다. 초록색 광막이 부서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발온갑을 꺼내 온독을 섬과 주위 사람들 쪽으로 흩날렸고, 자신도 천천히 섬에 접근했다.
온독이 섬에 퍼지려는 순간, 하얀 빛이 지영의 몸을 바로 덮었다.
“발온갑! 심협이란 놈이 근처에 왔다!”
지영이 크게 소리치고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세 명의 태을 존재도 주위를 둘러보며 거대한 신식을 펼쳤다. 그러나 심협의 위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은신 보물이 있는 모양이군. 그자를 먼저 찾아야겠다!”
지영이 결인하자 수십 개의 하얀 빛이 그의 손톱에서 날아가 한 요마의 몸에 들어갔다. 이 하얀 빛이 요마의 몸을 뒤덮어 온독을 막아냈다.
“은신 법보? 흥! 그딴 수법 따위야!”
금시대붕이 차갑게 비웃는가 싶더니 그의 등에서 금빛이 번쩍였다. 거의 동시에 두 개의 금색 날개가 나타나 펄럭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개 모양의 수많은 금빛이 폭음과 함께 뿜어져 나갔다. 금빛은 수많은 금색 폭풍우처럼 너무나도 환상적이고 눈이 부셨다.
하지만 이런 진풍경 속에는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살기가 담겨 있었고, 금빛 폭풍우는 날카롭기 그지없는 금침(金針)처럼 단숨에 반경 10여 리를 뒤덮었다.
연연나금의가 비록 심협의 행적과 기운을 가려주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심협도 그곳에 있었기에 순식간에 금침의 공격에 뒤덮일 수밖에 없었다.
그 엄청난 속도에 연연나금의의 타섬나의(躲閃挪移) 신통으로도 완전히 피할 수 없었고, 심협의 몸 곳곳에는 곧 10여 개의 금침이 박혔다. 몸을 보호하던 금빛도 소용없었다.
“으윽!”
그는 극심한 고통에 법력 운공이 힘들어졌고, 섬 가장자리에서 희미한 모습이 드러났다.
고통은 빨리 온 만큼 빨리 사라져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지만, 그의 행적은 이미 완전히 드러난 후였다.
“역시 네놈이었구나! 감히 우리 마왕채의 장로를 죽이다니, 오늘 본좌가 죽음을 선사해주마!”
가장 가까이 있던 지영이 심협을 발견하고는 흑백의 골검(骨劍)을 사용하는 대신 한 손을 불쑥 내밀었다.
허공에 검은 기운이 몰려들더니 검은 털이 가득한 거대한 마수가 번개처럼 내려와 곧장 심협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어차피 은신이 들통날 것을 예상했던 심협은 당황하지 않고 냉소했다.
“마족 노인네, 당신이 천존급 고수라도 되나? 그 정도로 날 죽일 수 있겠어?”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현황일기곤을 꺼냈다. 이 곤봉은 순식간에 거대해졌고, 그의 몸에서는 금빛이 번쩍였다. 두 팔은 단숨에 굵은 용의 발톱 형태로 변했다.
꽈르릉!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강하게 휘두르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조와 충돌했고, 금빛이 폭발했으며, 소용돌이 같은 여파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섬 위의 진선기나 대승기 수사 모두 이 여파에 휩쓸려 휘청거렸고, 법력이 약한 자들은 신통을 잃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떨어졌다.
심협도 몸이 크게 흔들렸지만, 금세 균형을 잡고는 사월보와 이형환영, 열석보를 연달아 시전했다. 그러자 그는 금색 잔상이 되었고, 가장 가까이 있는 진선 요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사타령의 푸른 늑대 요괴였다.
“하앗!
발천난봉이 하늘을 뒤덮으며 금빛이 번쩍였고, 세 개의 곤봉 허상이 날아갔다.
이어서 그의 소매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며 구유가 나타나더니 바로 사라졌다.
심협은 동시에 세 개의 신법을 시전했기에 빠르기가 번개 같았다. 진선의 푸른 늑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세 개의 곤봉 허상에 맞서야 했다.
“크아아!”
늑대 요괴는 비명과 함께 은색 창을 들어 막아보려 했지만, 당연히 무리였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은색 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푸른 늑대의 상반신이 터져나가며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혈우(血雨)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붉은 빛이 심협의 몸에서 뿜어져 나가더니 절반만 남은 늑대 요괴의 시체를 뒤덮어 빨아들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본 사타령의 호랑이 요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허리춤에서 검은 빛이 번쩍였다. 그러더니 사라졌던 구유가 나타나 호랑이 요괴를 거대한 칠흑의 마염으로 뒤덮었다. 이 진선기의 호랑이 요괴는 순식간에 불꽃에 휩싸였고, 마염에서는 처절한 비명만 흘러나왔다. 더욱이 호랑이 요괴가 완전히 죽기도 전에 또다시 붉은 빛이 나왔고, 이 요괴 역시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진선기 요족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