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01화 (801/1,214)

801화. 비경 입구

동굴 밖. 황풍과 청상 등의 요마는 곤토인뇌부가 거슬려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멀리 서서 오색 금제를 공격했다. 위력은 조금 떨어져도 이 편이 훨씬 안전했다.

계속된 공격에 오색 금제는 조금씩 어두워졌고, 동굴 안의 방촌산 제자들은 초조해져갔다. 눈썹이 짙은 중년 남자가 곤토인뇌부 한 장을 꺼내 다시 공격하려 했다.

한데 그때, 밖에서 공격을 퍼붓던 요마들 중 경지가 낮은 자들 몇몇이 갑자기 우뚝 멈추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며 쓰러졌다. 몸에는 어느새 자주색 반점이 떠올라 있었다.

“조심해라! 누군가 독을 풀었다!”

청상이 크게 외치며 푸른 빛으로 몸을 감쌌다.

다른 요마들도 이를 보고 황급히 각자의 몸을 보호하며 신식을 펼쳤다. 독을 푼 자를 찾으려는 것이리라. 하지만 심협은 이미 연연나금의로 종적을 감춘 상태였기에 그들의 신식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었다.

경지가 높은 요마들도 잇달아 반점이 떠오르며 쓰러졌고, 심지어 청상과 황풍, 두 진선기 대요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조금 더 오래 버텼을 뿐이었다.

심협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긴 했지만, 발온갑의 위력이 생각보다 강력한 것을 알고는 내심 기뻐했다.

한편, 동굴 안의 방촌산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는 멍해졌다.

심협이 결인하자 붉은 빛이 쏘아져 나가더니 수십 개의 붉은색 검사로 변해 요마들의 몸을 휘감더니 살며시 잡아당겼다.

독에 당해 쓰러져 있던 요마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휙 소리와 함께 검사에 산산조각이 나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온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요마들의 신혼은 바로 잘린 몸에서 나와 도망치려 했다.

이미 대비하고 있던 심협이 소매를 휘두르자 노란 빛이 쏜살같이 날아가 요마들의 신혼을 휘감고는 기이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신혼들은 너무도 쉽게 노란 빛에 휩쓸렸고, 이내 사라졌다.

노란 빛은 바로 심협의 소매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심협이 손바닥 뒤집듯이 두 명의 진선기 대요와 10여 명의 대승기 요마를 죽이자 부동래는 반쯤 넋이 나갔다. 줄곧 함께하는 동안 심협의 실력이 놀랍도록 강해지고 있음은 알았지만, 이 정도 경지에 도달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하지만 부동래는 마음이 넓은 자라 심협의 성취를 시샘하기는커녕 그저 감탄했다.

“심형, 방금 그 빛은 뭐요? 신혼을 빨아들이는 효능이 있어 보이던데……?”

“일전에 흑염미굴에서 적에게서 얻은 법보요.”

심협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 노란 빛은 바로 회신주로, 훗날 천살시왕을 발동하기 위해 요마들의 신혼을 흡수한 것이다.

요즘 그는 운사여전결을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신혼이 점점 더 다듬어졌고, 신혼으로 정(晶)을 만드는 경지가 가까워졌다.

이것들이 전부 준비되면 바로 천살시왕의 제련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부동래는 심협이 이 물건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더 묻지 않았다.

심협은 연연나금의의 은신을 풀고 동굴 입구로 다가갔다. 그가 소매를 휘두르자 금빛이 황풍과 청상 등의 저물법기를 비롯해 검은색 마번까지 휘감았다.

마번은 모두 아홉 개로, 금제는 36도나 됐다. 아홉 개의 마번을 합친 위력은 서원봉이나 발온갑, 구유 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도우들, 안심하십시오. 이전에 방촌산에 방문했던 심협입니다.”

그는 물건들을 챙기고는 동굴 안을 향해 공수했다.

부동래도 심협 옆으로 다가와 섰다.

동굴 안의 방촌산 제자들은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심 도우와 부 도우입니다.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조사님 강론 때 제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동굴 안에서 무던해 보이는 청년이 심협과 부동래를 보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나 도우입니까? 저와 부 도우는 화과산 제천대성의 명령을 받아 여러분들과 함께 적을 막아내기 위해 왔습니다. 대성께서는 지금 산문 쪽에서 적과 싸우고 있으니 잠시 후면 오실 겁니다.”

심협은 청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소리 높여 말했다. 무던해 보이는 청년은 저번에 보리선조 강론 때 심협과 부동래 옆에 앉았던 방촌산 제자, 나은(羅恩)이었던 것이다.

“제천대성도 오신 겁니까? 다행이다! 이제 살았어!”

동굴 안의 제자들은 그 말에 기뻐하며 바로 동굴의 금제를 열려고 했다.

“잠깐!”

차가운 목소리가 그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바로 눈썹이 짙은 중년 사내였는데, 그들을 이끄는 진선 초기의 수사 같았다.

“심 도우, 부 도우. 저도 이전 강론회 때 두 분을 보았습니다. 허나 이번 대겁으로 문내의 장로들이 연달아 적의 간사한 음모에 당했기에 저희는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이 대성의 명령으로 왔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눈썹이 짙은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심협에게 공수하며 물었다.

심협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걱정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심협은 푸른 반지를 꺼냈다.

“보리조사께서는 적들이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고는 저에게 이 반지를 가져가 제천대성에게 도움을 청해 달라 하셨습니다. 모두 보리선조님을 오랫동안 모셔왔으니 이 물건을 알아보시겠죠?”

“청옥계(靑玉戒)입니다!”

동굴 안의 방촌산 제자가 푸른 반지를 알아봤다.

“청옥계는 조사님께서 항상 지니고 있던 겁니다. 각오(覺悟) 사형, 저걸 가지고 있으니 이제 문제없는 거 아닙니까?”

나은이 눈썹이 짙은 남자를 바라봤다.

밖에서 듣고 있던 심협의 표정이 움찔했다.

‘저 남자도 각(覺)자 배 제자구나.’

심협이 경계하는 사이 각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님의 청옥계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편이 맞겠지요. 오행전도(五行顚倒) 금제를 풀겠습니다.”

나은 등이 합세하여 동굴 입구의 금제를 풀자 여덟 명 정도의 제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같이 부상이 가볍지 않았다.

“심 도우, 부 도우. 대성께서는 어떤 명을 내리셨습니까?”

각오는 산문 쪽을 살피고는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심협을 돌아보며 물었다.

“대성께서는 이미 정확한 정보를 얻으셨습니다. 사타령과 마왕채가 이번에 방촌산을 공격한 것은 겉으로는 문파 간의 싸움 같지만, 사실은 보리비경 안에 있는 신마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함입니다. 그 우물은 마기의 근원이라 열리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삼계가 다시 위험해질 수도 있지요. 능파성의 양전도 내막을 알고는 대성과 힘을 합쳐 산문에서 강적을 막고 있습니다. 대성께서 저희에게 보리비경으로 가서 요마의 계획을 막으라 하셨습니다.”

심협은 숨김없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말했다.

“신마의 우물? 그게 뭡니까?”

나은 등은 어리둥절해 물었다.

“심 도우, 그 말이 사실이오? 놈들이 정말 신마의 우물을 열려 하는 겁니까?”

각오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다급하게 물어봤다. 신마의 우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제가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저와 부 도우가 산문 안을 다 둘러봤지만 보리비경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각오 도우께서 안내해주실 수 있습니까?”

“보리비경은 본문의 중요한 곳이라 본문 제자 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하나, 지금은 상황이 급하니 그런 걸 따지 때가 아니군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각오가 조금 머뭇거리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고지식해 보이는 인물이라 절대로 안 된다고 버티면 어쩌나 걱정하던 심협은 안도했다. 만약 그랬다면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수단을 썼을 것이다.

“심 도우, 걱정하지 마세요. 각오 사형은 본문 부당(符堂)의 당주라 부당의 비밀 부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사용하면 태을 존재도 능히 대항할 수 있지요.”

나은은 심협의 표정이 조금 이상한 걸 보고는 적의 세력이 너무 커서 걱정하는 거라 지레 짐작하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심협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각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라.”

각오는 나은을 힐끗 노려보고는 금빛을 뿜어내며 날아가려 했다.

“지금은 곳곳이 적이니 이대로 가면 분명 들통 날 겁니다. 제 보의로 몸과 기운의 파동을 지울 수 있으니 제가 모두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심협은 급히 각오를 말리고는 연연나금의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 모두를 뒤덮었다. 이어서 은닉 신통을 발동하자 그곳에 있는 모두의 흔적과 기운이 사라졌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각오는 연연나금의의 위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심협은 씩 웃고는 모두를 데리고 산문 깊은 곳으로 향했다.

곳곳이 혼란에 빠진 터라 누구도 이쪽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게다가 연연나금의의 은닉 신통까지 더해지니 일행은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았고, 각오의 안내에 따라 금세 방촌산 깊은 곳, 우거진 숲에 도착했다.

숲에는 보리수가 가득했는데, 하나같이 길이가 수십 장에 달했으며, 어떤 것은 백여 장에 이르러 가히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곳 또한 수많은 요마가 포위하고 있었다.

“보리비경은 숲 안에 있습니다.”

숲 밖의 요마들을 본 심협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유명귀안을 운공해 살펴보니 산 안에서 푸른 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곳에는 현묘한 부문이 희미하게 떠올랐는데, 현묘한 법진 같아 보였다. 짧은 시간 안에 돌파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숲속의 금제를 부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겠군요. 요마들이 방해되지만, 숫자가 많지 않고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하니 제가 우선 저들을 제거하겠습니다.”

심협은 발온갑을 발동하여 요마들을 제거하고 신혼을 거두려 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보리 숲의 금제는 본문의 참천양의법진(參天兩儀法陣)으로,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통과하는 건 어렵지 않지요. 저 요마들이 밖에 서성이는 것을 보니 법진의 비결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군요.”

“그럼 다행이군요.”

심협은 손을 내려놓고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고, 이내 백여 장 크기의 보리수 옆에 내려섰다.

각오의 말대로 거대한 나무줄기로 들어가니 소리 소문도 없이 금제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 나무 근처에 있던 대승 후기 늑대 요괴가 뭔가 느껴졌는지 고개를 돌리며몇 번을 살폈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대인들께서 보리비경에서 신마의 우물 봉인을 파훼하고 계시니 우리는 반드시 여기를 지켜야 한다! 목숨을 걸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라!”

늑대 요괴는 좌우로 돌아다니며 부하들의 경계심을 일깨웠다.

“네!”

요마들이 일제히 대답했는데,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한편, 심협 일행이 숲으로 들어가자 주위에서 갑자기 엄청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나무의 형상으로 변했다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들은 동서남북을 분별할 수 없었으니 법진을 파훼하는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행히 각오가 이곳의 법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끊임없이 방향을 바꿔가며 이리저리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이 밝아지더니 숲을 빠져나왔다.

온통 꽃으로 무성한 산골짜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곳곳이 꽃과 시냇물 나무로 가득한 그 광경은 마치 선경 같았다.

산골짜기 깊은 곳에는 벽에 기대어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했다. 바로 보리수였다.

이 보리수는 바깥 숲에서 보았던 보리수들보다 몇 배는 더 커서 그 끝이 구름에 닿았다. 주위의 산보다도 더 높을 정도였다.

보리수 아래의 산 벽은 푸른 빛을 띠었고, 마치 고옥(古玉)처럼 매끄럽고 정광으로 빛났다.

“푸른 빛의 산 벽이 바로 보리비경 입구입니다.”

각오의 말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식으로 앞의 산골짜기를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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