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800화 (800/1,214)
  • 800화. 변고

    ‘삼성석과 삼성멸마 신통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심협이 의아해하는 그때, 삼성석이 하늘 높이 날아가더니 갑자기 백 배 이상 커졌고, 칠색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멸마의 거대한 돌로 변하여 심협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세 개의 진짜 별로 만든 삼성멸마 신통이다. 이 보물을 보고 죽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하하하!”

    각안은 세 개의 성석을 제련하고 나자 온몸의 힘이 쭉 빠졌지만, 흡족했는지 거칠게 웃어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멸마의 거석(巨石)은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기에 심협은 곧장 현황일기곤을 거두고 황정경 공법을 극한으로 발동했다. 각각 여섯 마리의 금룡과 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

    심협이 짧게 외치며 두 팔을 강하게 휘두르자 금룡과 금상이 포효하며 돌진하여 멸마의 거석과 충돌했다.

    콰콰쾅!

    강력한 충격파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격렬한 굉음 속에 금룡과 금상을 연달아 부수고도 세 개의 성석은 파죽지세로 심협을 향해 떨어졌다.

    심협이 이를 악물자 단전 안에서 순양의 기운과 치우의 마기가 서로 섞이면서 아랫배에서 솟구쳤다. 동시에 그의 모습이 급격히 변하여 현양화마의 변화를 끝냈다.

    “아니!”

    각안은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깜짝 놀랐다.

    마화 상태에 들어간 심협에게서 기운이 폭증했고, 온몸에서 두려울 정도의 살의(殺意) 또한 몰아쳤다.

    “마족! 저놈은 마족이었어!”

    각안이 실성하여 소리쳤다.

    손오공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심협에게 꽂혔다.

    그제야 육이미후도 미심쩍은 눈빛으로 심협을 살폈다.

    “설마 저자도……?”

    그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심협은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서둘러 산 정상으로 올라 상황을 살필 생각뿐이었다.

    금색과 검은색의 비늘이 가득한 양손으로 그는 가장 앞에 있는 거대한 불덩이를 받아냈다.

    거대한 힘이 짓눌러오자 심협은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의 두 다리가 쟁기처럼 땅에 깊은 고랑을 파면서 밀려났다.

    심협의 두 소매는 불꽃에 타서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고, 양팔도 빨갛게 달군 인두처럼 온통 붉게 변했지만, 여전히 죽기 살기로 거대한 불덩이를 막아내고 있었다.

    “오지 마시오!”

    부동래가 도우러 다가오자 심협이 외쳤다. 자신은 반마(半魔)의 몸이기에 삼성멸마 신통을 막아내고 있지만, 마족인 부동래는 괜히 부상만 더 심각해질 것이고 어쩌면 목숨마저 잃게 될지도 모른다.

    콰쾅!

    강한 충격과 함께 두 번째 불덩이가 떨어졌다. 강력한 힘이 첫 번째 불덩이를 타고 전해지자 심협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몸은 10여 장이나 더 밀려났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몸을 다시 빨갛게 달구었다.

    심협의 온몸이 불꽃으로 덮이는 순간, 홍련업화가 몸 곳곳에서 튀어나와 별의 불꽃과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더니 대부분의 힘을 흡수했다.

    하지만 아직 더 큰 시련이 남아 있었다. 세 번째 별이 강렬하게 떨어진 것이다.

    콰콰콰!

    세 번째 굉음과 함께 세 개의 별의 힘이 마침내 하나로 합쳐졌다. 거대한 진마의 각인이 새겨진 별의 힘이 조금씩 심협의 몸을 압박해갔다.

    온몸은 이미 불꽃으로 뒤덮였고, 몸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각안의 표정도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껏 삼성석을 이용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웠거늘, 오늘은 무척 힘겨웠던 것이다.

    하지만 심협의 몸이 점점 짓눌릴수록 뿜어져 나오던 마기도 함께 줄어들었고, 이에 각안의 얼굴에는 조금씩 미소가 떠올랐다.

    “하하! 진선 초기 주제에 감히 삼성멸마에 맞서려 들다니, 분수도 모르는 놈이로구나! 그것도 진짜 별로 연화한 성석의 힘을 맨몸으로 막아서려 드느냐?”

    한데 그때였다. 힘을 다한 세 개의 별이 갑자기 붉게 빛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각안은 깜짝 놀라 재빨리 거대한 바위로 인해 생겨난 구덩이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가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검은색 고리가 갑자기 날아올라 그에게로 떨어졌다.

    각안은 황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뒤에서 갑자기 도끼의 허상이 날아왔다.

    “히익!”

    그는 기겁해 도끼를 피했다. 하지만 이어서 몸을 가누는 순간, 머리 위에서 검은색 고리가 내려와 그를 감싸고는 순식간에 조여들어 그 자리에 묶어 버렸다.

    뒤이어 이미 옷을 갈아입어 정갈해진 모습의 심협이 천천히 구덩이 아래에서 떠올랐다.

    “어, 어떻게……?”

    각안은 아무런 상처도 없는 그의 모습에 눈을 홉뜨더니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 평생 가장 혐오하는 자가 바로 배반자다. 너 같은 놈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심협의 일갈과 함께 구유에서 검은 마광이 번쩍였고, 시커먼 마염이 뜨겁게 타올라 각안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주위의 온도가 높아졌고, 허공이 뜨거운 불길에 흐릿해졌다.

    “끄아아!”

    각안의 입에서는 끔찍한 비명이 나왔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손오공 등도 싸움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마기?”

    육이미후는 진중해진 얼굴로 심협에게 향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손오공이 그의 앞을 막아서고는 목을 풀었다.

    “뭐가 그렇게 급한 게냐? 아직 노손과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가려 들다니 말이다. 히힛!”

    양전은 심협이 마기를 발동하자 머뭇거렸지만, 이내 손오공의 옆에 서서 육이미후를 막아섰다.

    “어서 안 가고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네!”

    손오공의 외침에 심협은 짧게 답하고는 구유를 거둔 뒤 산 정상으로 달렸다. 부동래가 바로 뒤를 따랐다.

    육이미후는 굳이 심협을 쫓지 않고 손오공에게 물었다.

    “넌 저자가 왜 마기를 가졌는지 궁금하지도 않더냐?”

    “노손의 손에 왜 선기(仙器)가 있는지는 안 궁금하고?”

    손오공은 여의금고봉을 흔들며 반문했다.

    * * *

    심협과 부동래는 금방 산 정상에 도착했다. 방촌산의 주요 종문은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기에 전투는 산 아래보다 격렬했다. 산 정상은 사타령의 요병과 마왕채의 마족, 능파성 제자들이 점령하여 곳곳에서 약탈을 벌이고 있었다.

    반사동 제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화십낭 혼자서 온 듯했다.

    사타령의 요병과 마왕채의 마족은 그 패악함이 극에 달했다. 그들은 눈이 붉게 빛났고, 방촌산의 제자들을 보이는 대로 죽였다. 심지어 일부는 그들의 피와 신혼으로 요병(妖兵)과 마기를 제련하기도 했다.

    능파성 제자들은 양전이 이미 마왕채와 사타령의 연합에서 벗어난 줄은 몰랐기에 여전히 방촌산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능파성은 정도의 대문파로서 정도의 선법을 수련했기에 다른 두 세력처럼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 대신 대부분은 방촌산 곳곳의 금제를 파훼하고 보물을 챙겼다.

    방촌산은 본래 제자가 많고 막강하여 저들 중 한두 문파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각명과 각안이 배신하고 보리선조의 암살을 시도한 데다 여러 방촌산 장로들도 기습했고, 방촌산 곳곳의 진법 요결과 수비 상황을 적들에게 알렸기에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사타령 등은 이 정보를 토대로 방촌산의 고수들을 기습하고 제자들을 습격했다.

    전력에 큰 손실이 오면서 방촌산은 세 연합군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살아남은 제자들은 종문 안의 금제를 의지하여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선경 같던 방촌산은 곳곳이 전화(戰火)와 연기로 가득하여 마치 종말의 시기와 같은 광경이었다.

    “어찌 이럴 수가…… 치우가 살아 있을 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부동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 특히 수많은 사타령 동문들이 나서서 학살하는 모습을 보고는 분노로 몸을 떨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했다.

    “부형, 진정하시오. 우리 목적은 보리선조를 찾고 신마의 우물이 열리지 않도록 막는 것이오. 우리가 실패하면 삼계가 다시 위험에 빠지게 되오. 우선 그 일에 집중합시다.”

    심협이 부동래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부동래 역시 일의 경중을 모르는 자가 아니었기에 심협의 말에 격양된 심정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결인했다.

    구름 같은 푸른 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바로 연연나금의였다. 천기성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복 장로 등을 찾아가 연연나금의를 비롯해 망가진 몇 개의 법보를 모두 복구한 것이다.

    푸른 구름이 뒤덮자 심협과 부동래의 모습은 사라졌고, 기운도 완전히 가려져 조금의 흔적도 남지 않게 됐다. 진선기에 들어서면서 연연나금의를 발동하는 데 더욱 능숙해진 덕이었다.

    연연나금의로 뒤덮인 두 사람은 방촌산 깊은 곳으로 날아가 보리비경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촌산은 너무도 넓었고, 곳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 한참을 돌아다녀도 비경을 찾을 수 없었다.

    심협은 방촌산 제자 한 명을 붙잡고 물어봐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때였다.

    꽈르릉!

    경천동지할 뇌성이 울려 퍼졌다. 수십 개의 커다란 은색 뇌전이 저 멀리 산자락에서 뿜어져 나왔다. 검은 기운으로 뒤덮인 그곳에서는 마기가 도사리고 있었고, 마염이 용솟음쳤다.

    찬란한 은색 뇌전은 마치 활짝 펼쳐진 성난 연꽃처럼 산자락의 검은 기운을 가볍게 갈기갈기 찢었다.

    은색 뇌광이 곤토인뇌부임을 심협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부적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방촌산에서 지위가 낮지 않을 터. 저곳이 보리비경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바로 그쪽으로 향했고, 순식간에 산자락 부근에 도착하여 상황을 살폈다.

    산자락에는 동굴이 있었는데, 10여 명의 사타령과 마왕채 제자들이 힘을 합쳐 공격하고 있었다. 선두에는 두 명의 사타령 진선기 요족이 있었다. 하나는 노란색 머리의 사자 요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온몸에 짙은 푸른색 갑옷을 입은, 이빨 네 개의 코끼리 요물이었다.

    두 요물이 힘을 합쳐 검은색 마번(魔幡)을 발동했다. 방금 찢겨 나간 검은색 기운이 바로 저 마번에서 나온 것이었다.

    코끼리 요물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갑옷은 여러 군데 부서졌고, 몸은 반쯤 검게 타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곤토인뇌부에 상처를 입은 듯했다.

    이 요물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연달아 마번을 발동하여 찢겨 나간 검은 기운을 다시 모은 뒤, 검은색 뇌화(雷火)를 뿜어내 동굴을 공격했다.

    하지만 동굴 안에 흐르는 오색의 광막은 어떤 현묘한 금제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명의 방촌산 수사들이 덩굴 안에서 이 금제를 의지하여 버티고 있었다.

    심협은 두 진선기 대요를 바라봤다. 이전에 사타령에서 본 적이 없는 요물들이었다.

    “황풍(黃風) 장로와 청상(靑象) 장로잖아!”

    부동래는 단번에 두 요물을 알아봤다.

    “아는 자들이오?”

    “대대왕과 이대왕 휘하의 장로요. 청상 장로는 그렇다 쳐도 대대왕의 심복인 황풍 장로는 제자가 마겁 때 죽으면서 마족을 매우 혐오했소. 한데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아무래도 사타령에 또 적지 않은 변고가 일어났던 모양이오. 하지만 부형은 이미 사타령을 떠났으니 더는 관여하지 않는 게 좋겠소. 방촌산 제자들을 구하려면 사타령 요족들과 싸워야 할 텐데, 괜찮겠소?”

    부동래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협은 발온갑을 꺼내 안의 금제를 발동했다.

    절대로 알아챌 수 없는 온독(瘟毒)이 요마들을 향해 흘러갔다.

    마기를 발동하면 체내의 마기가 빠르게 쌓이겠지만, 지금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속전속결이 중요했기에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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