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798화 (798/1,214)
  • 798화. 더 싸울 수 있지?

    양전을 보는 심협의 심정은 복잡했다. 꿈속의 미래에서 그들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전우였건만, 지금은 서로 무기를 겨누는 적이 된 것이다.

    “진군, 마족은 현재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을 뿐, 가슴 속의 화심(禍心)을 아직 버린 게 아니오. 그런 그들의 만행을 정말 도울 생각이오?”

    “삼계의 화근에 어찌 마족만 있단 말인가? 마족이란 화근이 사라지면 인간족은 서로 죽이지 않고 선족은 다른 종족을 억압하지 않던가?”

    양전의 반문에 심협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양전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족은 현재 몸을 숨기고 있을 뿐, 인간족과 선족의 동맹은 저절로 무너져 가고 있고, 각자의 내부 모순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삼계의 환란은 한 종족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을 이루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 인간족, 마족, 선족 그리고 요족까지 각자 독립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삼계가 도달해야 하는 최종적인 균형이오.”

    “그렇다면 방촌산을 더욱 지켜야 하는 것 아니오?”

    양전은 심협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방촌산은 종족의 구분 없이 가르치고 모든 일족을 받아들여 인, 마, 선 연합이라는 거대 세력을 이루고 있소. 한데 삼계를 지키는 산하사직도까지 가지고 있지. 그게 옳다고 생각하시오?”

    “난 보리선조를 믿소.”

    심협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 양전은 웃음을 터뜨렸다.

    “보리선조를 믿는다? 허나 만약 지금 같은 국면에 보리선조가 자신의 친전제자에게 죽고 방촌산이 그자의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되겠소?”

    심협은 각안을 가리키는 양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정말로 방촌산이 각안 같은 자의 손에 넘어간다면 삼계에는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심협은 또 뭔가 이상했다.

    ‘보리선조를 기습하고 방촌산을 공격한 것은 양전 자신이 협조한 것 아닌가? 한데 어째서 나의 말에 일일이 응수하는 거지?’

    한동안 심협과 양전은 서로를 설득할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든 보리 비경이 뚫리면 모든 것이 판가름 날 거요.”

    양전의 태연한 말에 심협은 눈살을 찌푸렸다.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대성, 준비되셨습니까?”

    심협이 전음으로 물었다.

    “진즉 끝났다. 가자.”

    손오공이 키득거리며 답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와 심협은 동시에 움직였다. 두 사람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각자 곤봉을 잡고 몸을 회전시키며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삽시간에 바람소리와 함께 하늘에는 곤봉의 허상이 가득 찼다.

    이를 본 화십낭은 깜짝 놀랐다.

    “저놈은 방촌산의 계승자인가 아니면 화과산의 후예인가?”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까처럼 여유가 넘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서둘러 신통을 시전하여 금색 감옥을 더욱 튼튼하게 했다.

    양전도 손가락을 말아 쥐며 아까 갈라져버린 파도를 다시 합쳐 심협까지 가두려 했다.

    심협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압박감을 느꼈다. 자신은 분명히 파도 위에 있었는데 갑자기 망망대해에 빠져 거대한 바다의 힘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흐트러졌을 때, 발아래에서 갑자기 웅장한 기운이 몰려와 거대한 압박감을 밀어내는 듯했다. 그제야 그는 편안해졌고, 둔해졌던 움직임도 다시 원활해졌다. 손오공이 더 강력한 힘을 발산하여 그가 느끼는 압박감을 없애준 것이다.

    심협은 바로 계속해서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심협과 손오공이 힘을 합쳐 발천난동을 시전하고 있을 때, 계속 지켜보기만 하던 각안의 눈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 짙어졌고, 마침내 참지 못하고 심협의 뒤로 움직였다.

    그가 양손을 앞에 모으자 은색 갈고리 같은 이상한 무기가 나타났다.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옥에서 나오는 듯한 차가운 기운은 심협을 향해 솟구쳤다.

    기습의 은밀함은 이전과 같았지만, 무기는 귀상의 이빨에서 구혼조(勾魂爪)로, 대상은 손오공에서 심협으로 바뀌었다.

    구혼조가 물의 장벽을 뚫고 심협을 찔러 들어갈 때, 허공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쾅!

    뒤이어 광풍이 몰아치더니 핏빛 도끼가 하늘에서 내려와 구혼조를 내리쳤다. 폭음과 함께 구혼조는 산산조각이 되어 부서졌다.

    부동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연연나금의를 걸치고 있었고, 가슴에서는 은신부가 천천히 타오르고 있었다.

    “네놈이었나!”

    각안은 방금 혼원부를 부순 것도 그의 소행임을 알아채고는 분노가 치솟아 황금 부월을 꺼내서 움켜잡았다. 이어서 번개처럼 움직인 그는 황금 부월을 맹렬하게 휘둘러 부동래를 내리쳤다.

    부동래는 도끼로 막아내고는 기운을 폭발시켜 각안을 물러나게 했다.

    흑연미굴에서의 고역으로 부동래는 경지가 상당히 성장했다. 그럼에도 각안이 경지가 더 높았지만, 이미 중상을 입었고 분노로 이성을 잃은 채 막무가내로 공격했기에 오히려 부동래에게 압도당하는 중이었다.

    사실 부동래도 그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기에 전력을 다해 싸웠다.

    챙! 챙!

    도끼와 부월이 교차하자 허공에는 불꽃이 튀고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편, 심협과 손오공은 공격을 쉬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발천난봉도 극에 달해 물 안팎으로 수천 개의 곤봉 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파동에 물 감옥이 흔들렸다.

    양전은 자신과 화십낭이 연합하여 만든 물 감옥으로는 심협과 손오공을 묶어둘 수 없음을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미간의 세로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곧장 심협을 향해 날아갔다.

    한데 그때, 심협과 손오공이 동시에 동작을 멈췄다.

    두 사람은 각자 위아래로 이동해 서로를 향해 곤봉을 내리쳤다. 하늘 가득한 곤봉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다가 서로에게 강한 충격을 가했다.

    다음 순간, 먼 하늘까지 굉음이 울려 퍼졌다.

    꽝!

    강력한 기의 파동에 산이 무너졌고, 두 개의 반구 모양 금빛이 흩어지면서 파멸의 힘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견고해 보이던 물의 감옥은 그 힘에 무력하게 제압당하고 찢기고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두 사람의 모습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내려왔다.

    손오공은 한 손으로 심협의 등에 손을 대고는 법력을 주입하여 흥분한 기운을 가라앉혀 주었다.

    심협은 얼굴이 새빨갰는데, 체내의 기운이 흥분하고 감정이 격분한 탓이었다.

    물 감옥이 부서지자 양전과 화십낭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심협과 손오공이 소모한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뭐라고 말도 하지 않고 동시에 각자 적을 택해 돌진했다.

    “어때, 더 싸울 수 있지?”

    손오공이 장난스레 웃으며 물었다.

    “대성께서는 절 얕보셨군요.”

    “그럼 가자고!”

    손오공은 짧게 외치고는 양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심협은 손오공의 부상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됐다.

    그때, 화십낭이 다가오며 소리쳤다.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에 끼어들었으니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심협은 대답하기도 귀찮았고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기에, 현황일기곤을 휘두르며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화십낭은 원활한 움직임에 비해 빠르지 않은 속도를 보고는 바로 팔을 허공에 이리저리 휘둘렀다. 열여덟 개의 빛이 소매에서 뿜어져 나가 작은 검으로 변하더니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심협은 피하지 않고 곧장 날아갔다. 그리고 막 충돌하려는 순간, 갑자기 사월보를 시전하여 달빛을 뿜어내고 이리저리 피하며 비검 사이를 빠르게 돌파해 눈 깜짝할 사이에 화십낭과 거리를 좁혔다.

    이를 본 화십낭은 다소 놀라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얼굴이 펴졌다.

    그녀가 다시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자 날아가던 비검이 은빛과 함께 둘로 나뉘어 순식간에 열여덟 개에서 서른여섯 개로 변했다.

    곧이어 그녀는 뒤로 피하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모든 비검이 일제히 뒤로 돌더니 엄청난 속도로 심협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심협은 미처 화십낭을 쫓아가지 못하고 몸을 회전시켜 비검을 막아내야 했다.

    팅! 팅!

    경쾌한 소리와 함께 현황일기곤은 순식간에 비검을 쓸어버렸고, 비검들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일제히 뒤로 튕겨 나갔다.

    심협은 비검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날아가자 눈살을 찌푸렸다. 화십낭이 허허실실의 계를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무렵, 깜짝 놀랄 광경이 펼쳐졌다. 날아가던 비검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풍령(風鈴) 같은 띵띵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칼날들이 서로 충돌하더니 다시 심협을 향해 방향을 바꿨고, 본래 직선으로 날아오던 궤적이 일제히 흐트러지며 서로 다른 각도에서 날아왔다.

    그러나 심협은 당황하지 않고 곤봉을 높이 들고는 번개처럼 정확하게 모든 비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그에게 튕겨나간 비검은 오히려 더욱 맹렬한 속도로 서로 다른 궤적에서 날아와 그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심협이 위로 날아가 비검의 포위를 벗어나려 하자 서른여섯 개의 비검이 일제히 검 끝을 밑으로 돌리고는 그를 향해 쏟아져 내려왔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곤봉으로 응수했다.

    땅! 땅! 땅!

    검광이 반짝이고 경쾌한 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퍼지더니 모든 비검이 다시 모두 격퇴됐다.

    하지만 다음 순간, 비검들은 또다시 둘로 나뉘며 검광과 함께 일흔두 개가 되었다.

    심협은 그제야 이 비검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챘다.

    “애송아, 이 비검의 이름은 봉소(蜂巢)다. 한 번 충돌할 때마다 벌집을 건드리는 꼴이 되지. 결국 네가 버티지 못할 때까지 늘어날 것이다. 호호호!”

    그러나 심협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확실히 독특하긴 하군. 허상 없이 전부 진짜 비검이라니. 허나 그렇게 늘어난 비검을 조종할 때마다 법력이 소모될 텐데, 너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 말에 화십낭은 안색이 돌변했다. 이렇게 빨리 심협이 봉소의 약점을 간파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무한분화(無限分化)는 그 자체로는 매우 대단한 신통이지만, 아쉽게도 비검의 수를 유지하는 동시에 그 위력까지 유지하려면 법력 소모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화십낭은 손오공과 싸우고 그를 묶어두기 위해 이미 대량의 법력을 소모했기에 절정의 상태일 때에 비하면 엉망이었다.

    “흥! 알아챘다 한들 어쩔 테냐? 내가 먼저 버티지 못할지 아니면 네가 목숨을 잃을지 한번 보자!”

    화십낭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하며 다시 한번 손을 휘둘렀고, 봉소 비검은 다시 두 배로 늘어났다.

    백마흔네 개의 비검은 마치 검진(劍陣) 감옥처럼 사방을 빙 둘러싸고는 심협을 향해 날아들었다.

    비검의 수는 늘어났지만 속도와 위력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백마흔네 개의 비검 공격의 궤적은 모두 달라서 심협은 한동안 손을 바쁘게 놀려야 했다.

    한편, 양전과 손오공도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손오공은 큰 부상을 입었지만, 전의를 불태우는 양전을 상대로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고, 둘은 쉽게 승부를 가릴 수 없었다.

    “무신(武神)이 현신하리라. 파성결(破星訣)!”

    양전의 몸에서 은빛이 용솟음치더니 갑자기 백 장 크기의 은빛 법상이 나타나 은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삼첨양인도를 들고 손오공을 가리켰다.

    “겨우 법천상지 갖고 자랑은……. 난 못 할 줄 아느냐?”

    손오공이 비웃고는 맹렬하게 외치자 몸 뒤에서 금빛이 폭증했고, 온몸이 황금빛인 거대 원숭이 법상이 나타났다. 머리 위에는 눈부신 보광이 비쳤고 온몸에서는 흉악한 기운을 뿜어냈다.

    두 법상은 포효하며 서로에게 달려들었고,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맞붙었다.

    쾅! 쾅! 쾅!

    거대한 굉음 속에서 여의금고봉과 삼첨양인도는 충돌했고, 두 사람의 거대한 법상도 서로 충돌하고 맞부딪쳤다.

    쿠르릉!

    방촌산 전체가 강하게 흔들렸다.

    금색 원숭이가 양손으로 은색 법상의 삼첨양인도를 붙잡았고, 금빛으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털이 일제히 솟구치면서 팔의 근육에서 봉긋 솟았다.

    양전의 은색 법상도 마찬가지로 온몸에 힘을 주고 필사적으로 대항했고,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랑진군, 제가 도와드리죠.”

    완전히 심협을 제압했다고 생각한 화십낭이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이어서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금빛이 바로 손오공의 등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양전이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