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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95화 (795/1,214)
  • 795화. 노손이 돌아왔다!

    말을 마친 손오공은 마 원수와 붕 장군을 데리고 출발하려 했다.

    “대성, 저희도 함께 방촌산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심협이 다가와 물어봤다.

    “너희도 간다고?”

    “실력이 부족하긴 하나, 그래도 도움은 될 것입니다.”

    부동래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번 싸움은 천정이 화과산을 토벌할 때처럼 위험한 싸움이 될 게다. 그래도 가겠느냐?”

    “대성, 제 공법은 방촌산과 인연이 깊습니다. 본래 방촌산에 남아서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보리선조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온 것입니다. 하물며 방촌산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임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 두고만 볼 수 있겠습니까?”

    심협이 망설임 없이 말하자 손오공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망설였다.

    “뭐, 그래.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함께 가자꾸나.”

    “대성, 떠나기 전에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화과산의 요장들에게 산 아래 항구 근처에 출몰하는 요괴들을 처리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민들에게 돕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도우,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이 늙은이가 잘 처리하겠소.”

    “감사합니다, 선배님.”

    심협은 안도하며 노마후에게 인사했다.

    손오공은 어느 정도 정돈이 되자 바로 출발하려 했다.

    가기 전, 그는 청옥 반지를 심협에게 던졌다.

    “대성, 이건……?”

    “이 청옥 반지는 물건을 담을 수 있다. 품질이 낮지 않지만, 나한테는 쓸모가 없으니 서찰을 전달해준 대가라고 생각하고 네가 가져라.”

    심협이 말하기도 전에 손오공이 다시 물었다.

    “내 근두운은 빠르지만 여럿이 타지 못한다. 너희는 각자 알아서 따라와라.”

    “제게 둔술이 있으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좋아.”

    손오공은 양손으로 마 원수와 붕 장군의 어깨를 잡고는 매우 특이한 몸을 뒤집으며 순식간에 훌쩍 뛰어올라 구름에 올라타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심협도 서둘러 부동래의 어깨를 잡고는 양팔에서 금빛과 푸른빛을 뿜어냈다.

    빛이 흐르더니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이내 사라졌다.

    화과산 아래의 원숭이 요괴들은 그들이 사라진 허공에서 아직도 출렁이는 법력 파동을 멍하니 바라봤다.

    * * *

    십만팔천 리 밖. 손오공이 어느 산꼭대기 위의 바위에 서서 화과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수천 리 밖에서 번개가 번쩍였고, 다음 순간 번개는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그 안에서 심협과 부동래의 모습이 나타났다.

    “금시대붕의 진신천리잖아? 인간족이 그걸 어떻게 배운 거냐?”

    “우연한 기회에 배운 것입니다. 대성, 서둘러 가시죠.”

    손오공의 물음에 심협은 굳이 설명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그 비술이면 못 따라올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가자.”

    말을 마친 손오공은 다시 근두운을 타고 움직여 휘하의 두 장수와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다. 심협도 서둘러 쫓아갔다.

    * * *

    보름 후, 방촌산 밖의 어느 촌락 앞. 심협과 부동래가 허공에서 내려왔다. 이들은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심협은 며칠 동안 쉬지않고 진시천리 비술을 시전했다. 단약으로 끊임없이 보충했지만 손실이 너무 커서 버티지 못할 뻔했다.

    그래도 덕분에 너무 벌어지지 않았고, 손오공보다 반나절 정도 늦게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장수촌이 있었다. 산채 문과 외벽은 절반이나 불에 탔고, 그 안의 집들도 초토화되어 있었다.

    땅 곳곳에는 싸움의 흔적이 가득했지만, 시체는 많지 않았다. 사망자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시체를 이미 치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심협은 검게 그을린 문 사이로 손오공이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두 눈에는 분노가 흐르고 있었고 화안금정에는 핏기가 서려 있었다.

    “왜 여기까지……?”

    부동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지만, 심협은 방촌산과 장수촌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장수촌 사람들은 방촌산에서 선술을 익혔으니 그들이 방촌산을 침입하는 외부인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이러고도 살아남길 기대하지는 않겠지…….”

    손오공이 가사를 잡아당기자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그의 붉은색 두봉(망토)는 바람이 없는데도 펄럭였다.

    그들은 장수촌을 떠나 방촌산 아래에 도착했다.

    산문 입구는 여느 때와 같이 조용했고,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만 요란했다.

    손오공이 먼저 패방으로 향했다.

    한데 성문에서 갑자기 오색 광채가 번득이더니 강렬한 파동을 뿜어내 손오공을 뒤로 밀어냈다.

    “대왕님, 호산법진이 아직 건재한 것으로 보아 방촌산에는 아직 별일이 없는 모양입니다.”

    마 원수의 말에 손오공은 대꾸하지 않고, 그저 한 손으로 법결을 결인하고는 빠르게 읊조린 뒤 다시 패방 문에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이 패방 문에 들어가자마자 오색 광채가 다시 떠올라 여전히 그를 거부했다.

    “흠, 스승님이 내게 전수해준 개문결(開門訣)로도 들어갈 수 없다니……. 이건 나보고 문을 부수고 들어오라는 말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손오공의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모여들자 금색 곤봉이 손에 나타났다.

    그는 한 손으로 여의금고봉을 잡고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몸이 갑자기 패방보다 몇 배는 커졌다.

    이어서 그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자 몸에서 바로 금빛이 용솟음쳤다.

    심협은 강렬한 황정경 공법을 느꼈지만, 용상의 형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

    ‘이미 용상의 힘을 융합하여 더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손오공이 휘두른 여의금고봉이 성난 파도와 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굉음과 함께 산악의 거력으로 패방 문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콰쾅!

    여의금고봉의 금빛이 패방에 근접하는 순간, 산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문 안팎에서 동시에 오색 광채가 뿜어져 나와 호산대진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색 광채는 길게 뻗어 천 장 하늘까지 펼쳐졌다. 그리고 금고봉이 내리치는 순간, 무궁무진한 힘이 담긴 겹겹의 금빛 파도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오공은 금빛에 부딪혀 뒤로 날아갔다.

    절반 정도 날아갔을 때, 손오공은 몸을 강하게 비틀어 오색 광막 다른 편에 나타나더니 다시 한번 여의금고봉으로 광막을 내리쳤다.

    콰쾅!

    폭음과 함께 이전보다 더 강렬한 충격파가 쏟아져 나왔고, 손오공은 다시 튕겨 날아갔다.

    이번에는 10여 장 정도 날아갔는데,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몸을 틀더니 곧장 하늘로 솟구쳐 심협 등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하늘을 뒤흔드는 요란한 소리가 방촌산에서 들려왔다.

    콰콰쾅!

    산맥 전체가 강하게 흔들리더니 난공불락인 줄로만 알았던 방촌산 호산대진이 산산조각이 났고, 수많은 금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허공에서는 손오공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금실로 만든 부적으로 흩어지는 금빛을 전부 흡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손오공은 다시 내려왔다.

    “이 금빛은 방촌산 호산대진의 핵심이니 만약 이것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이렇게 빨리 대진을 부술 수 없었을 게다.”

    심협 등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손오공이 설명해줬다.

    “대성, 대진은 부서졌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신 겁니까?”

    심협은 아직 출렁이고 있는 빛을 가리키며 물었다.

    “보고도 몰라? 당연히 영기를 다시 거둔 거지. 휴우, 부수고 다시 거두어봐야 천지영기가 적어도 반은 사라졌을 텐데…… 스승님이 아시면 또 혼나겠군.”

    손오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호산대진이 사라진 방촌산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에 그들은 다시 마음이 다급해졌다.

    “대성, 늦으면 안 되니 어서 올라가죠.”

    그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순간, 누군가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손오공은 황급히 손을 내밀어 허공을 잡았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힘이 허공에 나타나 떨어지는 그를 받았다.

    손오공이 천천히 그를 앞으로 내렸고 그의 얼굴을 보자 반사적으로 외쳤다.

    “각안 사형!”

    둥근 얼굴에 찢어진 옷이 피로 가득한 그는 보리의 친전제자 각안이었다.

    “오공, 정말 너냐? 네…… 네가 돌아온 것이냐?”

    각안은 손오공을 보자 눈에서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사형, 제가 돌아왔습니다. 스승님은 괜찮으십니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손오공이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어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사가 우리 방촌산을 방문했다. 우리가 거절하자 방촌산 제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필사적으로 대항했지만…….”

    각안은 조급한 목소리로 설명했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각안 선배, 그들은 누구였습니까? 어떻게 호산대진을 부순 거죠?”

    심협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능파성의 이랑진군 양전, 반사동의 화십낭(花十娘) 그리고 사타령의 육아상왕을 선두로 쳐들어왔소. 그들이 호산대진을 부순 게 아니라 방촌산의 배신자가 그들에게 대진을 열어줬소. 그들은 거침없이 방촌산으로 들어왔고, 무자비하게 제자들을 마구 도륙했소!”

    심협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앞서 말한 세 명은 태을기의 수사들이다. 특히 육아상왕의 실력은 직접 겪어봤고, 양전의 전력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화십낭까지 오다니, 방촌산에 왜 이런 위험이 몰아친 것인가!

    “그들 외에도 크고 작은 10여 개의 문파에서 수백 명의 수사가 몰려왔소. 그중 대부분이 진선급이라 우리로서는 도저히 역부족이었지.”

    “스승님은요? 스승님이 나서시면 되잖습니까?”

    손오공이 황급히 물었다.

    “스승님, 스승님은…… 배신자 각명에게 당하셨다! 그놈이 석 달 전부터 스승님 정실의 등유(燈油)에 고독 요인지(鮫人脂)를 섞었어! 평소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이번에 스승님께서 조화신통을 운공하실 때 그간 쌓여왔던 고독이 발작을 일으켜 경맥을 어지럽혔고…… 그 틈에 각명이 갑자기 쳐들어온 복면 남자와 연합하여 스승님께 중상을 입혔지. 현재 스승님과 남은 제자들은 보리 비경에 숨어 있고 나만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빠져나온 게다.”

    각안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말이 빨라졌다.

    “스승님의…… 스승님의 상태는 어떠십니까?”

    “상처가 가볍지 않으시다. 보리 비경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게야. 구조를 청하러 갔던 제자 중 나 외에는 모두 죽었다.”

    “선배님, 장수촌은 어떻게 된 겁니까?”

    심협이 기회를 봐 다급히 물어봤다.

    “장수촌은 예부터 우리와 관계가 좋았소. 이번에도 우리에게 많은 수사들이 방촌산 부근에 잠입하고 있다고 알려주었지. 그래서 그들에게 보복을 당했소.”

    “그럼 마을 사람들은……?”

    “절반은 죽었지만, 나머지는 스승님께서 구출하시어 보리 비경에 숨어 있소.”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바로 산으로 오르죠!”

    손오공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제, 안 되네.”

    “왜 그러십니까?”

    “지금 산 정상에는 10여 개의 문파가 몰려 있네. 그들은 수가 많고, 태을 수사도 있네. 이대로 함부로 쳐들어갔다가는 구하기는커녕 우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종문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질 게야.”

    “먼저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승님과 사형제들이 위기에 처했는데 지원 요청이 무슨 소용입니까! 당장 달려가 모두 쓸어버려야 합니다!”

    손오공이 귀밑머리를 긁적였다. 이는 야성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였다.

    “대왕님, 각안 도우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지원도 없이 무턱대고 올라가는 건 확실히 타당하지 않습니다.”

    마 원수와 부동래가 다급하게 말렸다.

    사타령은 이대왕이 직접 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는 이번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지원이 없는 한 방촌산은 정말로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들은 손오공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심 도우가 마족 도우와 함께 보타산과 오장관에 도움을 청해주게. 노손이 방촌산과 관계가 좋으니 아마 거절하지 않을 게야.”

    심협은 바로 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럼 이 일은 자네에게 부탁하지. 나는 산으로 가야겠어.”

    손오공은 그들이 대답하든 말든 한마디를 던지고는 곧장 하늘 높이 뛰어올라 방촌산 정상으로 향했다.

    마 원수와 붕 장군, 두 맹장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휴, 그럼 두 분께 부탁드리겠소. 방촌산이 이 재앙에서 무사히 벗어나면 후한 보상을 약속하겠소.”

    각안도 고통을 참으며 다시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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