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784화 (784/1,214)
  • 784화. 도망

    원명이 양손을 휘두르자 두 개의 단과(短戈)가 노란 빛을 뿜어내며 날아가 심협의 금색 뇌전 앞을 가로막았다.

    뚱뚱한 남자와 젊은 부인은 각자의 신통으로 소부자를 제지했다.

    두 개의 단과는 가느다란 노란색 실을 뿜어내 단번에 뇌전을 휘감아 꽁꽁 묶었다.

    이를 본 심협은 싸늘한 눈빛으로 입을 쩍 벌렸다. 그 순간, 눈부신 검광으로 빛나는 순양검에서 화산처럼 뿜어져 나온 검기가 심협을 감쌌다.

    심협은 검과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어서 붉은색 검의 허상이 마심의 뒤에 나타나 등줄기를 관통했다.

    이런 일련의 동작은 안력과 신식을 뛰어넘었다.

    쫘악!

    마심은 머리부터 시작해 몸 전체가 반으로 갈라지며 피가 튀었고, 귀청을 찌르는 검의 울음소리가 뒤늦게 울려 퍼졌다.

    붉은 검의 허상은 둘로 나뉘어 다시 심협과 순양검으로 변했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지만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바로 순양검결 제3식, 순양순살검(純陽瞬殺劍)이었다!

    이 검결은 복잡한 변화는 없으나, 그 속도는 소리는 물론이고 사람의 생각마저 초월했다. 일단 시전하면 순식간에 적을 벨 수 있어 순살검식이라 불렀다.

    다만, 이 검결은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어야만 시전할 수 있고,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수사의 몸에 큰 부담이 된다. 그러나 심협은 육신이 강력하기에 이 검결을 펼치기에 적합했다.

    지금 그의 경지와 육신의 상태로 순양순살검을 시전하면 3배의 음속을 낼 수 있으니 태을 이하의 경지로는 절대로 피할 수 없었다.

    반으로 갈라진 마심의 피가 사방으로 튄 후에야 사람들은 반응을 보였다.

    “의부님!”

    원명은 경악했지만, 감히 다가갈 수는 없었다. 마심을 벤 심협이 뿜어내는 검광의 위세에 눌린 것이다.

    한데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두 개로 잘린 마심의 상처에서 수많은 핏줄이 뿜어져 나와 서로 엉키더니 두 개의 몸이 순식간에 하나로 붙었다. 상처 부근에서는 살이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됐고, 두 동강 난 머리도 다시 아물었다.

    “아니!”

    심협의 두 눈이 커졌다.

    잘린 몸을 다시 생겨나게 하는 것은 대개박술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머리가 잘리고도 다시 자라나는 신통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특히 방금의 공격은 매우 날카로운 검기였기에 신혼마저 부쉈을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다시 살아난 걸까?

    길게 생각할 틈이 없었기에 그는 다시 한번 순살검결을 시전하려 했다.

    그러나 마심이 더 빨랐다. 그는 오른손을 내밀어 핏빛의 뼈 지팡이를 잡았다.

    지팡이에서 갑자기 혈광이 떠올랐고, 마심의 오른팔에서도 혈광이 떠올랐다. 두 빛이 서로 만나자 단숨에 몇 배로 솟구쳐 마심의 몸을 뒤덮었다.

    그때, 머리 위의 허공에 몇 장 길이의 붉은 검의 허상과 10여 개의 금색 뇌전이 나타나 강하게 마심을 강타했으나, 뼈 지팡이의 혈광에 막혔다.

    검의 허상도, 뇌전도 뼈 지팡이의 혈광에 닿자마자 바로 흡수되어 마심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10여 장 밖, 표정이 차갑게 굳은 심협의 머리 위에서 순양검이 빠르게 회전했다. 그는 이전에 약수를 건널 때 사용했던 검은색 창을 꺼내서 휙 던졌다.

    창은 검은 빛을 그리며 마심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창끝이 혈광에 닿는 순간 바로 멈췄고,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이를 본 마심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한데 그때, 뼈 지팡이 안에서 괴상한 소리가 울리더니 갑자기 뿜어져 나온 혈광과 함께 몇 개의 핏줄이 쏟아져 나와 그의 오른손을 찔렀다.

    “크아아!”

    마심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비명을 터뜨렸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몸부림을 멈췄고, 굽었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뼈 지팡이를 완벽하게 장악한 모습이었다.

    마심은 힘을 줘서 뼈 지팡이를 뽑아냈다.

    뼈 지팡이 끝부분에 굵은 균열이 떠오르자 주위를 맴돌던 다섯 개의 마기(魔器)는 힘을 잃었는지 빛이 완전히 사라졌고, 다섯 개의 돌멩이처럼 땅에 툭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다섯 개의 마기를 본 심협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때, 눈부신 혈광이 지팡이 안에서부터 솟구쳐 마심의 몸 주위를 맴돌았다. 그는 마치 불혈마(佛血魔)의 재림처럼 두려운 기운에 휩싸였다.

    “어서 달아나!”

    소부자가 심협을 끌어당기며 뒤로 물러났다.

    반면 원명 등은 기뻐하며 마심 옆으로 다가갔다. 이들은 흑연미굴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치욕을 당해왔으나, 이제 마심이 뼈 지팡이를 장악했으니 마침내 기를 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마심이 장악한 뼈 지팡이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니 이제 실력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마심의 수하인 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더는 소부자와 천기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리라!

    “의부님,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마조(魔祖)의 마기를 차지하셨군요! 하하하!”

    원명이 가장 먼저 다가와 아부했다.

    마심은 그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두 눈은 혈홍색으로 번득였고, 표정은 차가웠다.

    “의…… 의부님. 괜찮으십니까?”

    원명은 마심의 상태를 보고는 황급히 물었다.

    그 순간, 마심의 두 눈에서 혈홍색이 반짝였고, 아무런 기색도 없이 뼈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는 부채꼴을 그리며 원명과 뚱뚱한 남자, 젊은 부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세 구의 시체로 변했고, 혈광이 지나간 곳은 땅마저 모든 원기를 흡수당해 검게 썩었다.

    혈광은 멈추지 않고 심협과 소부자를 향해 날아갔는데, 너무도 빨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을 쫓아왔다.

    심협은 둔지부와 연연나금의를 발동해 땅속으로 10여 장을 파고 들어갔고, 소부자는 펄쩍 뛰어 혈광을 피한 뒤 음굴 밖으로 달아났다.

    “어서 밖으로 도망쳐라!”

    그는 급하게 외쳤고, 음굴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천기성 사람들은 곧장 도망쳤다. 일부는 언갑조차 미처 수습하지 못했다.

    눈의 혈광이 더욱 짙어진 마심은 천기성 사람들이 모두 도망치는 것을 보자 포효했다. 이어서 핏빛 무지개로 변하여 쏜살같이 그들을 뒤쫓았다.

    시끌벅적했던 음굴은 순식간에 침묵에 잠겼다.

    땅속 깊은 곳. 심협은 은신부와 연연나금의로 기운을 없앤 뒤 두더지로 변한 상태였다.

    땅 위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감지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칠십이변을 해제한 뒤 올라왔다. 이어서 신식으로 뼈 지팡이가 꽂혀 있던 곳을 살펴본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는 서원봉을 비롯한 다섯 개의 마기(魔器)가 그대로 있었다. 방금 그가 땅속으로 들어갔던 이유도 사실은 이 다섯 개의 마기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심협은 노란 빛을 쏴서 다섯 개의 마기를 휘감으려 했다.

    한데 그때, 옆에서 초록색 빛이 반짝이더니, 똑같이 다섯 개의 마기를 노리고 날아왔다. 그 속도는 심협의 노란 빛보다 조금 더 빨랐다.

    초록색 빛에서 나타난 사람은 둔지로 도망쳤던 목효였다.

    심협은 그가 아직도 숨어 있을 줄은 몰랐기에 당황했으나, 순식간에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은 눈빛은 금세 차가워졌고, 노란 빛의 속도를 더욱 높여 목효의 초록색 빛과 거의 동시에 다섯 개의 마기를 휘감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힘을 주어 당기자 다섯 개의 마기가 양쪽으로 흩어졌다.

    심협의 노란 빛에는 서원봉과 원명의 검은색 상자가 들어 있었고, 목효의 초록색 빛에는 매 장로의 검은색 방울과 율척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구유는 두 빛의 충돌로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아직 땅속에서 완전히 올라오지 못한 심협과 달리 이미 땅 위로 올라와 있던 목효는 곧장 구유를 향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어딜!”

    심협은 콧방귀를 뀌고는 오른손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 진창해 신통을 전력으로 시전했다.

    콰쾅!

    폭발한 한기가 성난 파도처럼 목효를 향해 몰려갔고, 한기가 지나는 곳마다 허공에는 100장 높이의 빙산이 나타났고, 땅속의 진흙과 돌도 얼어붙었다.

    진흙과 돌은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전부 투명한 얼음 결정으로 변했다.

    만약 한빙 신통을 수련한 고인이 이곳에 있었다면 놀라서 까무러쳤을지도 모른다. 한기로 물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한빙 신통의 최고 경지로, 법력과 허공을 얼리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였다!

    심협이 진선기로 돌파하면서 진창해 신통도 더욱 정진하여 제4중에 도달한 상태였다. 제4중의 진창해는 모든 것을 얼릴 뿐만 아니라 한기가 물체의 내부까지 침투하여 얼음 결정으로 만들 수 있고,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목효는 한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직 여파가 미치지 않았지만, 법력이 얼어붙는 징조가 보이자 구유를 내버려두고 급히 원기를 발동했다. 이어서 몸에서 초록색 빛이 폭증하더니 한기가 덮치기 전에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을목둔술?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것도 빠르군.”

    심협은 차갑게 비웃고는 더 쫓아가지 않았다. 마심이 아직 근처에 있으니 너무 큰 소란을 피웠다가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기를 세 개나 얻었으니 됐다.”

    그는 빙산을 향해 푸른 빛을 쏴서 모든 얼음을 녹였다. 구유가 곧 모습을 드러냈다.

    심협의 진창해 한기는 빙정화(氷晶化) 경지까지 도달했지만, 구유는 약수에 오랫동안 잠겨 있었음에도 손상을 입지 않을 정도였기에 진창해의 한기에도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그는 규유를 챙겼고, 곧바로 매 장로와 원명 등의 법보와 저물법기를 전부 챙겨 노란 빛과 함께 땅속으로 다시 들어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 * *

    천기성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 달아났고, 음양굴을 빠져나와 날아갔다.

    “모든 제자는 들어라! 모두 흩어져서 달아나고 약수 근처에서 다시 만난다!”

    소부자는 뒤에서 마심이 쫓아오는 것을 감지하고는 외쳤다.

    천기성 제자들은 그의 말에 당황했다. 비록 음양굴에서 나오긴 했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요수들이 많았기에 흩어져 도망치면 위험할 터였다.

    그러나 소부자에 대한 믿음이 컸기에 천기성 제자들은 흩어져 달아나려 했다. 한데 갑자기 앞에서 혈홍색 빛이 반짝였고, 마심이 귀신처럼 나타나 길을 막았다.

    그의 눈에서는 야수 같은 흉광이 뿜어져 나왔고, 손에 든 뼈 지팡이에서는 혈광이 흘러나와 태고의 흉수가 크게 살계를 펼치려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

    천기성 제자들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고 소부자와 복 장로 등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럼에도 몇 명이 앞으로 나와 제자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때, 음양굴 전체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어두운 금빛이 음양굴 산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금빛의 정체는 인형의 성이었다. 인형의 성은 진화를 완전히 마침으로써 완전히 암금색으로 변해 있었고 창천처럼 거대했으며 공허한 기운을 뿜어내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미치광이 같은 웃음소리가 인형의 성안에서 들려오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귀언이었다.

    그의 기운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서 중후하고 창망한 느낌이었고, 태을 경지까지 한 걸음 정도 남아 있었다.

    “소부자, 층분한 시간을 줬건만 아직도 음양굴 안에 있었던 것이냐? 정말 쓸모없는 놈들이구나!”

    귀언은 천기성 사람들을 향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귀언, 인형의 성을 조화선언(造化仙偃)으로 진화시켰나? 내가 인형 비석에 남긴 수단을 전부 해제했구나!”

    소부자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역시 네놈의 짓이었군! 허나 그런 어린애 장난은 내게 안 통한다.”

    귀언의 눈에서 흉광이 반짝거렸다.

    소부자가 인형의 비석 안에 남긴 수단은 매우 음험하여 비석 안의 금제를 망가트릴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인형의 성의 구조를 개조하지 않았거나 귀언이 비석 안의 금제에 대해 잘 몰랐다면 꽤나 애를 먹었을 것이다.

    “어린애 장난? 그런 것치고는 오래도 걸렸군. 곧 죽어도 입만 살아남을 놈 같으니라고. 내가 떠나지 않은 것은 네놈을 기다린 것이다! 천기성의 배신자여, 인형의 성을 내놓아라!”

    소부자가 차갑게 웃으며 천기검을 쏟아내자 흑백의 검홍(劍虹)이 귀언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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