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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783화 (783/1,214)
  • 783화. 뼈 지팡이

    음굴에서 싸우고 있던 매 장로는 품속에서 두 개의 마보가 갑자기 날아가자 서둘러 음굴 깊은 곳으로 몸을 날렸다.

    “매 장로, 갑자기 어디 가는 건가?”

    복 장로 등의 다급한 외침에도 매 장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마진 근처에 도착한 것이다. 다만 그는 심협, 마심, 해골 선조 등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고 홀로 다른 곳에 섰다.

    이어서 초록색 빛이 날아와 매 장로 옆에 나타났다. 바로 목효였다.

    혈고선조는 수사들이 점점 늘어나자 눈에서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손을 휘둘렀다.

    멀리 있던 수라 꼭두각시와 유명서생, 야나찰이 음수들을 놔두고 동굴 안으로 날아와 혈고선조 옆에 섰다.

    우두머리들이 사라지자 음수들의 공격은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천기성에는 여전히 복 장로와 막망 장로, 두 진선기가 있었기에 상황은 급변했다.

    마진 부근, 네 개의 세력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소부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매 장로를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섯 개의 마기가 마진의 빛기둥에 들어가자 하늘을 찌르는 마광(魔光)이 뿜어져 나왔고, 허공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생겨난 거대한 검은색 원환이 단숨에 아래에 있는 마진으로 떨어져 내렸다.

    꽈르릉!

    굉음과 함께 마진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가 몇 호흡 사이에 말끔히 사라지면서 거대한 마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대진 중앙에 있는 것은 거대한 돌기둥이었다.

    돌기둥의 마문에서 뿜어져 나온 혈홍색 마광이 혈광의 벽을 이루었다. 신비하고도 아득한 소리가 빛의 벽에서 울려 퍼졌는데, 마치 신비한 범문인가 싶다가도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악마의 속삭임 같기도 했다.

    “넌 도대체 누구냐? 이곳 마진을 파훼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혈고선조가 싸늘하게 노려보며 물었으나, 마심은 그를 흘끗 봤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 무렵, 마심에 대한 심협의 경계심은 한층 커졌다.

    그때, 혈광의 벽에서 갑자기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주먹만 한 검은색 문자가 나타났다. 앞서 두 개의 비석을 봤을 때와 똑같았다.

    하지만 이 검은색 문자들은 수선계에서 사용되는 문자도, 고전자도 아니었다.

    한데 이 문자를 본 심협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배운 적이 없는 문자임에도 어째서인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검은색 문자는 한 편의 마족 공법, 치우무결(蚩尤武訣)이었다. 글자 수는 많지 않지만, 삼라만상을 모두 담고 있어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무명공법이나 황정경보다도 오히려 더 깊어 보였다.

    심협은 마족 공법을 개조할 생각이 없었지만, 눈앞에 이렇게 현묘한 공법이 나타나자 자기도 모르게 기억에 새겼다.

    혈광의 벽은 몇 호흡 동안 존재했다. 그러다가 거대한 돌기둥이 강하게 흔들리자 혈광의 벽이 갑자기 무너졌고, 그 위에 나타난 검은색 문자들도 사라졌다.

    거대한 돌기둥에 생겨난 균열에서 눈부신 혈광이 뿜어져 나오자 부근의 음굴은 붉게 물들었다. 이 붉은 빛이 비춘 모두의 얼굴은 섬뜩해 보였다.

    혈광들이 번쩍일 때마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음굴 전체가 흔들렸다. 마치 돌기둥에 갇혀 있던 태고의 광룡(狂龍)이 빠져나오려고 발악하는 것 같았다.

    돌기둥의 균열은 점점 커져서 곧 완전히 부서질 것 같았다.

    심협과 소부자는 뒤로 물러났지만, 마심과 매 장로, 혈고선조 등은 열광적인 표정으로 돌기둥을 바라봤다.

    “자죽, 음양굴에 오래 살았으니 저 돌기둥에 뭐가 봉인되어 있는지 알고 있지 않나?”

    심협은 마심 등의 얼굴에 떠오른 열망을 보고는 전음으로 물었다.

    “저도 저게 뭔지 모르겠어요. 다만, 음굴에는 치우와 관련된 엄청난 마보(魔寶)가 봉인되어 있다고 했어요. 영굴의 속박에서 벗어난 꽃 요괴가 다시 돌아온 것도 분명 저 기둥 안의 마보가 탐나서일 거예요. 심 도우, 조심해야 해요!”

    “치우와 관련된 마보?”

    심협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치우와 관련된 일이라면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었기에 그는 더 자세히 물어보려 했다.

    한데 그때, 경천동지할 소리가 울려 퍼졌고, 거대한 돌기둥이 완전히 폭발하면서 핏빛 태양이 꽃처럼 피어올라 핏빛 파도가 사방으로 튀었다.

    혈광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공간 자체에 균열이 생겼고, 음굴 전체가 흔들리면서 벽에는 커다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즉 물러나 있었기에 혈광의 충격에 닿지는 않았지만, 심협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그 순간, 몸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단전의 순양검과 참마검도 금빛을 뿜어댔으며, 허리춤의 반룡벽도 마찬가지로 순양의 빛을 뿜어냈다.

    봉인의 돌기둥이 부서지는 동시에 그의 몸속 치우 마기가 갑자기 폭주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렬한 폭주였다.

    심협은 곧바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제압하기 시작했다.

    소부자는 심협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변화를 눈치채고는 결인했다.

    하얀 정광이 심협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갔다. 하얀 빛 안에 담긴 원기는 순양의 힘과는 달랐지만, 정대(正大)한 기운이었기에 심협의 순양의 힘과 결합하여 곧바로 폭주하는 마기를 억누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심협은 안도하며 소부자에게 포권했다.

    “별일 아니니 괘념치 말게.”

    소부자는 손을 휘휘 젓고는 다시 돌기둥을 돌아봤다.

    폭주하는 혈광은 금방 사라져 그 너머의 상황이 드러났는데, 거대한 돌기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돌기둥이 있던 땅에는 1장 길이의 혈홍색 뼈 지팡이가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은은한 혈광으로 번득였지만,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서원마봉과 구유를 비롯한 다섯 개의 마기는 허공에서 핏빛 뼈 지팡이 옆을 빠르게 맴돌며 울어댔는데, 마치 신하가 황제에게 절을 하는 것 같았다.

    혈고선조와 마심, 매 장로는 그 자리에서 폭주한 혈광을 간신히 막아내며 버티고 서 있었는데, 그들은 몸은 이미 상처로 가득했다.

    혈광이 사라지자 혈고선조와 매 장로는 동시에 기둥으로 달려든 반면, 마심 등은 움직이지 않았다.

    “꺼져라!”

    혈고선조가 크게 외치며 손을 휘둘렀다.

    핏빛 검 두 자루가 매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50여 개의 핏빛 금제가 흐르고 있는 상품 법보였다.

    두 개의 검이 핏빛 검기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매 장로 앞으로 날아들더니 거대한 가위처럼 교차했다.

    매 장로는 크게 놀랐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선과 마의 기운을 동시에 폭발시켜 진선 후기로 경지가 폭증하더니 동시에 입에서는 비도가 가득 그려진 검은색 그림을 뱉어냈다.

    그림이 활짝 펼쳐지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검은색 비도가 그림에서 뿜어져 나가 하나로 합쳐졌다. 찰나의 순간, 거대한 검은색 나반으로 변한 비도는 핏빛 검기와 충돌해 막아냈다.

    매 장로는 몸이 크게 휘청거렸지만, 아랑곳 않고 손에서 보라색 빛을 뿜어내 핏빛 뼈 지팡이를 휘감았다.

    혈고선조는 매 장로가 경지를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강력한 법보로 맞설 줄은 몰랐기에 일순 당황하더니 서둘러 붉은 빛을 발사했다. 이 빛 역시 뼈 지팡이를 휘감았다.

    보라색 빛과 붉은 빛이 서로 뼈 지팡이를 끌고 가려는 듯 줄다리기를 했다.

    폭주한 마기를 완전히 제압한 후 이 광경을 보던 심협의 축 늘어진 손끝에서 금빛이 번득이기 시작했다.

    핏빛 뼈 지팡이는 마족의 중요한 보물이 분명하니 혈고선조나 매 장로 같은 흉악한 무리에게 빼앗기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소부자의 몸도 은은한 하얀 빛으로 번득였다. 심협과 같은 생각인 듯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때,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얼른 돌아본 심협은 눈을 부릅떴다. 혈고선조와 매 장로가 주저앉아 고통에 몸부림쳤고, 핏빛 뼈 지팡이에서는 혈망이 떠올라 가볍게 반짝이고 있었던것이다.

    혈고선조 등이 쏘아낸 두 줄기 빛은 현재 완전히 혈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뼈 지팡이의 혈광이 오히려 두 사람의 빛에 스며든 것 같았다.

    매 장로는 온몸이 떨려왔고, 피부가 빠르게 쭈글쭈글해져갔다.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간신히 고개를 돌려 심협과 소부자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몸에서 혈광이 번쩍이더니 살과 피부가 순식간에 말라 뼈만 남은 시체로 변했고, 기운도 완전히 사라졌다.

    혈고선조의 몸에서 번득이던 혈광도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매 장로보다 한 호흡 정도 더 버텼지만, 결국은 마른 시체가 되었다.

    “헉!”

    지켜보던 심협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소부자와 목효 등도 마찬가지였다.

    목효는 본래 매 장로의 뒤를 이어 뼈 지팡이를 잡으려 했는데, 이 광경을 보고는 얼른 뒤로 물러났다.

    한편, 수라 꼭두각시와 유명서생, 야나찰의 몸에서 갑자기 혈광이 번쩍이더니 쾅 하고 폭발했다. 세 진선기 귀물의 몸은 순식간에 음기가 되어 사라졌다.

    “생사혈주(生死血咒)!”

    소부자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심협도 저런 종류의 저주 신통을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휘하의 부하나 영수를 제어할 때 쓰는 신통으로, 주인이 죽으면 그 주문이 걸린 자도 목숨을 잃게 된다. 혈고선조는 이 주술로 수하를 조종했던 것이다.

    뒤이어 음굴의 음수들 중 경지가 높은 자들은 몸이 터져서 죽었다. 이에 남은 음수들은 깜짝 놀라 사방으로 도망쳤고, 고전하던 천기성 수사들은 영문을 모른채 한숨 돌렸다.

    심협은 눈앞의 핏빛 뼈 지팡이를 신중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줄곧 신식으로 뼈 지팡이를 살폈는데, 방금 매 장로와 혈고선조가 흡수되어 시체로 변할 때, 주위의 신식도 강제로 흡수되어 대부분이 빨려 들어갔다. 뇌겁의 세례를 통해 신식이 반실체화 된 덕에 전력으로 부주진신법을 운공하여 간신히 거두었고, 덕분에 신식의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

    “저 지팡이는 도대체 뭐지?”

    심협이 중얼거렸다.

    핏빛 뼈 지팡이는 마치 끝없는 마굴처럼 그를 통째로 집어삼킬 기세였다.

    그때, 마심이 핏빛 지팡이로 다가갔다. 원명 등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마심은 방금 혈고선조와 매 장로의 결말을 보지 못한 것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붉은 이빨을 꺼내 자신의 오른팔을 찔렀다. 그러자 뼈에서 혈광이 빛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뼈 지팡이처럼 팔 전체가 혈홍색으로 변했다.

    “마심은 저 지팡이를 장악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절대 저자가 가져가게 둬서는 안 됩니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이 서둘러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그의 양팔에서 갑자기 뇌광이 번쩍였고, 수십 개의 금색 뇌전이 마심 등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소부자도 이 일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심협과 거의 동시에 손을 휘둘렀고, 천기검이 수십 장 크기의 흑백 무지개로 변하여 마심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목효는 심협과 소부자가 나서는 걸 보고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초록색 빛으로 변하여 땅속으로 사라졌다.

    옆에서 대비하고 있었던 원명 등은 심협의 공격에 곧장 하얀색 옥부를 꺼내 몸에 붙였다. 바로 신귀파 종 당주가 사용했던, 경지를 올려주는 원신부였다.

    콰쾅!

    세 사람의 기운은 바로 솟구쳐서 순식간에 경지를 돌파했다. 원명은 진선 중기, 뚱뚱한 남자와 젊은 부인은 진선 초기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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